I. 서론
최근 발표된 2015 개정교육과정은 인문적 소양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학생들의 수준과 진로에 따른 맞춤형 영어교육, 외국의 문화 이해와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는 영어교육을 지향하고, 영미문학 읽기를 선택과목으로 도입하였다. 이는 지식위주의 학습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느끼고 배울 줄 아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실현하는데 영어독서가 효과적이라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영어독서는 연구초점에 따라 지속적 묵독(uninterrupted sustained silent reading), 책 홍수(book flood), 즐거운 읽기(pleasure reading)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데 연구 초기에는 적용 및 활용 방안, 인지적·정의적 효과 등의 증명을 통해 영어 독서 프로그램 운영과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많았으나(박성수, 강완희, 2004; 신지연, 2007; 윤미정, 2009; 이화자, 김미정, 2007; 전종민, 2008; 정원주, 2005; 조경희, 이정원, 2010; 최병진, 2015; 최성희, 2010; Cha, 2009; Kweon & Kim, 2008; Yang, 2010), 이후 언어 4기능 향상, 정의적 영역 등 다독의 효과와 적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0년 이후로는 정규교육과정으로의 도입과 평가 문제에 대한 연구가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박민아, 2013; 박유미, 2007; 염봉기, 2014; 윤미정, 2009; 전종민, 2008; 최병진, 2015).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1-2학급이나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로 이루어졌고, 학교 차원에서 영어독서가 실행되기 보다는 연구자 개인의 관심과 열정에 기반한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2008년 ‘영어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에 따라 전국적으로 각 학교에 영어전용교실이 설치되고 영어도서가 구비되어 어느 정도 영어독서를 위한 제반 시설은 마련되었다. 2014년 D시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D시의 전체 62개의 고등학교 중 56.5%의 학교에 영어도서관이 설치되어 있고, 42%의 학교인 26개교가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영어독서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학교 차원에서 영어독서가 실시되었을 때 영어독서가 어떤 양상을 보이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영어독서를 영어교육과정에 도입할 경우에 부딪칠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점들을 예측할 수 있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 영미문학읽기를 실시할 때 고려할 점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영어교육자들은 영어독서를 통한 영어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으나 실제 실행 방안에 대한 정보 부족과 평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실제 시행이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유미란, 2014). 이에 2015년 D시교육청이 실시한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운영사례를 통해 학교 차원에서 영어독서가 이루어질 때의 풍경을 살펴봄으로써 영어독서의 시행 방안과 문제점들을 미리 가늠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10개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학교 결과보고서와 설문조사를 통해 영어독서를 고등학교 현장에서 운영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 양질의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Mitchell & Myles(1998)는 어떤 언어든 보통 5세가 되면 모국어 습득이 가능하고, 소요되는 시간은 거의 18,250시간(하루 10시간×365일×5년)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같은 EFL 상황에서 초·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이수하는 1,000여 시간의 영어 수업만으로는 능숙한 영어사용자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의 4기능 중에서 읽기는 고등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능으로, 영어독서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독서를 통해 현재의 영어교육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조경희, 이정원, 2010; 김경한 외, 2012).
흔히 교재의 의미를 정확하게 비교·분석·번역하며 읽는 정독(intensive reading)과 대조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다독(extensive reading)은 확장형 읽기, DEAR(Drop Everything and Read), 지속적 묵독(uninterrupted sustained silent reading), 책 홍수(book flood), 즐거운 읽기(pleasure reading) 등 학자들의 강조점에 따라 다양한 용어로 정의되고 있다(유미란, 2014). ‘영어독서"라는 용어 또한 현재 혼용되고 있는데, 이는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것과 가능한 한 많이 읽는 즐거운 읽기를 지향하는 측면을 가진다. 영어독서는 국내외의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읽기, 쓰기, 일반적인 언어능력, 문법, 어휘 등 언어적인 측면과 읽기에 대한 동기, 영어학습에 대한 긍정적 태도 및 자신감 형성 등 정의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전종민, 2008; Bell, 2001; Cho & Krashen, 1994; Elley, 1991; Hitosugi & Day, 2004; Ji-sun Kim, 2012; Eun-mi Yang, 2010: 유미란, 2014에서 재인용).
Day(2011)은 영어독서 프로그램의 이점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제시하였는데 중등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만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연구 | 대상 | 결과 |
---|---|---|
Iwahori(2008) | EFL, 중등, 일본 | 읽기 속도, 영어능력 향상 |
Nishino(2007) | EFL, 중등, 일본 | 읽기 전략 및 동기 향상 |
Sheu(2003) | EFL, 중학교, 대만 | 영어능력 향상 |
Asraf & Ahmad(2003) | EFL, 중학교, 말레이시아 | 태도 향상 |
Takase(2003) | EFL, 중등, 일본 | 동기 향상 |
Lai(1993a, 1993b) | EFL, 중등, 홍콩 | 읽기 능력, 어휘 향상 |
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구들을 살펴보면, 교사 개인의 영어독서에 대한 열정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연구들이 많고, 영어독서 프로그램 운영이나 방법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현재 영어독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인 국내의 연구들을 논의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독서는 개별 영어 학습 성공담이나 해외 체류 경험자들의 사례 등을 통해 관심을 받기 시작하여 일부 학원에서 영어권 국가에서 귀국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조경희, 2010). 이후 영어독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 초·중·고 및 대학에서의 활용방안, 다독의 효과, 영어읽기능력 향상 등에 대한 석사 연구가 180여 편, 박사연구 3편, 등재(후보) 학술지에 발표된 학술논문도 100여 편에 이르며, 특히 2010년 이래로 다독 관련 연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연구된 다독 관련 논문들 또한 다독이 영어 독해력, 읽기 속도, 정의적 요소들에서 효과가 있음을 보여 준다(박성수, 강완희, 2004; 신지연, 2007; 윤미정, 2009; 이화자, 김미정, 2007; 전종민, 2008; 정원주, 2005; 조경희, 이정원, 2010; 최병진, 2015; 최성희, 2010; Cha, 2009; Kweon & Kim, 2008; Yang, 2010). 기존의 연구들은 정규 수업시간보다는 동아리활동, 방과후학교 같은 특별 활동 시간을 이용하거나 문학작품을 수업교재로 사용하여 작품내용을 다루는 내용적 접근을 한 연구들로 정규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비교적 장기간 규칙적인 영어독서를 시행한 연구와 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진 영어독서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적은 편이다.
시범학교는 교육관련 연구결과에 대한 모범사례 개발·확산을 목적으로 연구결과가 이미 확인된 지도 원리와 방법을 학교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실천하여 당해 지역 내 학교의 센터 역할을 수행하거나 특정 영역,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학교 차원에서 시범·실천하는 학교이다 (교육부, 2013; 최완우, 2009).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운영은 ‘영어 4기능의 균형 있는 영어교육 모델 개발 모색’을 꾀한 2014년 교육부 영어교육정책 방향과 ‘독서교육 활성화’라는 교육감 공약 실행을 근거로 D시 교육청에서 2015년 처음으로 주진되었다. 영어독서학교(English Reading School)는 영어 장서를 확충하고 정규 교육과정, 방과후학교, 휴업일 등의 시간에 학교 특색에 맞는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영어 환경에 상시 노출될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주도적 영어학습 능력 신장과 의사소통능력, 창의·인성 함양을 목표로 한다(대전광역시교육청, 2014). 2015년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운영은 아래 <표 2>와 같이 진행되었고, 선정된 학교들은 도서구입비 및 행사운영비로 4백만 원을 지원받았다.
위의 일정에 따라 2015년 3월,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 10개교가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2015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위학교별로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시범학교는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중·고등학교 각각 10개교씩 총 20개교씩 선정되며 2018년까지 총 100개 교가 선정·지원될 예정이다.
시범학교 운영은 창의·인성 함양 및 영어 능력 신장, 영어 학습 환경 구축, 영어독서 분위기 조성, 각 단위학교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사례 제공을 목표로 한다.
III. 연구 방법
D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2015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에는 중학교 10개교, 인문계 고등학교 10개교가 참여하여 2015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본 연구는 고등학교에서 학교 차원의 영어독서 시행을 위한 방안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학교 교육과정 체계와 운영 방식이 상이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구분하여, 고등학교 10개교의 최종 결과보고서와 해당 학교 담당 영어교사 1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2015년도에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에 참여한 학교들의 최종 운영결과 보고서를 조사연구하고, 설문조사는 시범학교 운영 담당자를 대상으로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2차례 실시하였다. 2차 설문조사는 1차 설문조사의 답변을 토대로 학교별 상황에 맞게 추가 질문을 제작하여 실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정리하였다. <표 3>은 교사 대상 설문의 범주별 내용 구성을 제시한 것이다. 각 시범학교들은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독서를 시행하였는데 학생들의 인식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개교의 보고서에 기술된 학생대상 설문조사 내용을 조사연구 하였다.
IV. 연구 결과 및 논의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들의 결과보고서는 일정한 양식 없이 자유롭게 각 담당자들에 의해 작성되었다. 각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운영 내용, 성과에 대해 알아보았고, 각 학교 영어독서학교 담당자와 주축이 된 영어교사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바탕으로 학교 차원의 영어독서 시행 모습과 독서를 확대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시범학교 10개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각 학교별 주요 특징, 독서 환경, 관련 동아리, 독후 활동, 수행평가, 행사라는 범주들을 기준으로 정하였다. 이러한 범주화는 실제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영어독서 운영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효과적이며, 각 학교의 운영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여 향후 영어독서를 계획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은 10개 학교의 세부적인 운영 내용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특수목적고인 F고를 제외하고, 시범학교들은 주 1회 1차시 독서, 영어독서 프로그램 한시적 운영, 도서관 개방을 통한 자율적인 영어독서 분위기 조성으로 크게 세 종류로 나뉘어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독서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영어독서가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실시되기 보다는 한시적인 캠프나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 교내 대회 등의 형태로 실시되었다. 이에 따라 영어독서를 수행평가로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독후 활동들이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취약시기, 방학, 수업 시간 일부 등을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한편,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독서 관련 활동들은 독후감 대회, 퀴즈 대회, 북프리젠테이션 대회 등 주로 교내 대회의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대학 입시가 중심이 되는 고등학교의 특성상 교육과정 내에서 영어독서를 시행하는 것보다는 대회나 동아리 활동이 시간적 부담이 덜하고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시범학교 담당자들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과를 언급하였다.
첫째, 영어전용교실, 도서관 등 학교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상시 영어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여 영어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영어 4기능 등 영어활용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둘째, 진로 관련 영어독서와 독후 활동으로 미래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결과물을 산출함으로써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 창의성, 능동성을 신장할 기회가 되었고, 자신감과 자아 존중감이 형성되는 등 정의적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셋째, 영어독서에 대한 동기와 흥미 유발을 통해 영어독서 습관이 형성되었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고 독서량이 증가하였다. 결과보고서에서 학생들의 변화에 대해 기술 한 K고와 C고에 따르면, 학생들의 영어와 영어독서에 대한 관심도와 흥미도가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향상되었고, C고등학교는 종합적인 독해력이 향상되었다고 하였다.
넷째, 영어독서를 수행평가에 반영하여 평가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하였고, 에세이 쓰기대회, 영어독서 골든벨, 북클럽, 영어독서 인증제, 독서 캠프 등 다양한 교내 행사를 통해 풍성한 학교교육활동의 기반을 마련하여 내실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의 자료가 되었다.
위와 같은 결과는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영어독서의 효과로 알려진 내용들로, 주목할 만한 점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영어전용교실, 영어도서 등 학교 내 영어친화적인 물적 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다양한 관련 행사나 대회에 참여하여 학교생활기 록부를 내실 있고 특색 있는 내용으로 풍부하게 기술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만 두드러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평가라는 강제성 없이도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이라 할 수 있으며, 영어독서를 학교교육과정에 도입할 때 고려할 만한 점이다. 한편, 시범학교 담당자들은 영어교육과정과 연계한 체계적인 독서활동 프로그램의 부족과 영어 교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영어독서 자체를 낯설고 힘들어하는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부재를 한계점으로 언급하였다.
2차례의 설문 조사를 통해 영어독서학교 운영 실태와 시범학교 담당자의 경험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영어독서학교 운영 시 고려할 점을 예측하고자 하였다.
각 시범학교들은 학교 측의 관심에 의해 선발과정에 참여하였고, 시범학교 담당자 13명 중 10명(76.9%)이 여교사였다. 대부분의 교사(12명, 93.3%)가 30대, 40대였고, 교직경력은 5년 미만 (1명, 7.7%), 5년-10년(4명, 30.8%), 10년-15년(4명, 30.8%), 15년-20년(2명, 15.4%), 20년 이상 (2명, 15.4%)이었다. 영어독서학교가 업무 담당자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는 응답(9명, 69.2%)을 고려할 때, 대체적으로 교직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연령 및 경력 계층이 시범학교 업무를 담당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영어교사 13명 중 6명(46.2%)은 영어독서학교 시행 이전에는 영어독서에 관심이 없었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영어독서학교 운영 이후 교사로서 자신의 변화에 대한 설문에서 영어독서 자체에 관심이 생김(10명, 47.6%), 영어독서 지속적 운영(7명, 33.3%), 영어독서의 필요성 인식(4명, 19%)의 결과를 얻었다. 이는 중복 응답을 허용하여 다중응답처리를 한 결과로 모든 교사들이 영어독서의 필요성을 인식하거나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편, 교사들이 영어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시험을 위해 보는 문장과는 달리 영어책 속에는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언어적인 살아있는 표현들이 담겨 있고 그 속에는 책 저자의 생각, 사고, 가치관 등이 담겨 있어 학생들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교사 M)
영어독서 후 학생들의 내적·외적 동기 유발을 통해 독서 내용과 연계한 다양한 유의미한 활동이 가능하고, 읽기 영역에 치중되어 있는 교실 내 수업을 보완하여 진정성 있는 영어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교사 H)
탈교과서적인 표현과 문화에 대한 이해, 흥미로운 교재 선정으로 영어학습 동기 유발, 입시 위주의 문제풀이에서 탈피하여 마음의 휴식(교사 K)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시범학교들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결과 중심의 대회나 행사, 동아리,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영어독서를 실시하였다. 모든 학교들이 시범학교 사업이 종료한 이후에도 영어독서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다.
활동방식 | 수행평가 | 창체동아리 | 자율동아리 | 대회 | 수업시간 | 방과후학교 |
---|---|---|---|---|---|---|
명(%) | 5(21.7%) | 2(8.7%) | 3(13%) | 8(34.8%) | 4(17.4%) | 1(4.3%) |
위 표는 영어독서가 학생들의 자발성에 기초하여 대체적으로 대회와 동아리 형태로 유지¬시행되고 있고, 이는 일단 교사나 학교가 영어독서에 노출되면 그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은 몇몇 관심 있는 학생들만의 참여로 이어질 수 있고, 많은 학생들이 영어독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수행 평가는 ‘즐거운 읽기’라는 경험보다는 평가라는 부담으로 다가와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료교사들의 협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담당자들은 가능한 한 자신의 힘으로 다양한 행사와 대회들을 처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미 각자의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독서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협조를 구하는데 담당자들 스스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어독서 운영은 관련 행사와 대회, 동아리 활동, 독후활동 지도와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활동을 기재해야 하는 등 영어 교사들의 업무를 증가시키는 측면이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라 학업부담이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도록 도서를 구입하고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교사 L)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독서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담당자 중심으로 운영하였고, 교과 진도량도 많고 선생님들도 바빠서 가능하면 협조를 구하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교사 C)
협조를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시지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요청하지 않음. (교사 G)
학년 전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다른 교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시범학교 간 프로그램 교류 및 정보교환이 필요함. (교사 O)
교사나 학생 모두 영어독서 지도 및 학습에 생소하여 체계적으로 운영이 안되고 그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선생님께 일임하게 되어 업무가 폭주함. (교사 A)
7명(53.8%)의 교사가 이전에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적이 없다고 답하였고, 영어독서 관련 이론에 대한 지식 유무에 대하여 8명(61.5%)이 보통, 3명(23.1%)이 알지 못한다고 답하여 2명(15.4%)만이 영어독서 관련 이론을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 이를 통해 담당자들이 처음으로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부딪쳤을 어려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영어독서학교 담당자들은 영어독서 운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였다.
아이들이 영어독서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함. 이런 장벽을 무너뜨리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도서선정, 보충자료 자료 제공을 해서 학생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음, (교사 J)
학생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적절한 책 선정이 어려웠다. 또한 하반 학생들은 영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 책 읽는 활동 자체를 낯설어 하고 힘들어 하였다. 수준별로 추천 책 목록이 제공되면 좋겠다. (교사 C)
학생들의 수준에 맞고 흥미로운 도서 선정이 어려웠고, 독서를 활용한 수업 모형 및 자료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교사 M)
독서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사전에 영어독서 활동에 대한 교육 및 프로그램 강화와 분위기가 필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참여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교사 J)
영어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생들의 인식 변화 필요함. 영어독서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만 가능 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런 장벽을 무너뜨리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도서 선정, 보충 자료를 제공을 할 수 있어야 함, (교사 O)
교사들은 흥미로운 영어도서 준비부터 관련 활동에 이르기까지 영어독서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운영 안내의 필요성을 제안하였으나, 현재 D시 교육청에는 영어독서와 관련한 교사 연수가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영어독서와 관련한 정보를 얻는 것은 교사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하겠다.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 중 10명(69.2%)은 영어독서 관련 교사연수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8명(61.5%)이 연수 참여 의지를 밝혔다. 영어독서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교사들이 영어 독서를 경험해 보고 관련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연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영어독서학교 시범학교 사례연구를 통해 학교차원에서 영어독서를 시행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영어독서를 학교교육과정에 도입할 경우 고려할 점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각 학교의 최종 결과보고서와 2차례에 걸친 설문 조사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영어독서학교 운영은 교사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Day & Bamford(1998)는 영어독서 프로그램이 교사의 열정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교사들의 변화는 영어독서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둘째, 고등학교 수준에서 대부분의 영어독서는 소수의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거나 관련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결과 중심의 한시적인 행사들로 실시되었다. 영어독서를 교육과정으로 도입하고자 할 때 대다수의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영어독서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영어독서 도입으로 인한 영어교사의 업무 증가에 대한 부담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 단위 영어독서 프로그램 운영은 많은 준비와 다양한 활동을 필요로 한다. 특히, 학교 단위 행사나 평가와 연결될 때 몇몇 담당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므로 학교 차원의 협조와 행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영어독서 도입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각 학교급별로 대부분 영어전용교실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으나 학교마다 영어독서를 위한 기반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영어도서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영어독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의 영어독서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어도서 구입비나 행사 운영비 등 영어독서를 활성화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 실제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 현장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반 독서와는 달리, 영어독서는 평가나 대회 같이 학업적인 측면과 연결되는 경향이 있어 영어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독서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포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인식 개선과 운영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 대상 영어독서 관련 연수와 다양한 영어독서 프로그램 보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어독서의 성공적 시행과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어독서에 대한 교사와 학교의 열정과 의지, 일단 시작해보는 시도가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