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교과서

설계 기반 연구를 통한 초등학교 AI 교육과정 다시 그리기

유성열1, 이찬희2, 백성혜3,*
Sungyeol You1, Chanhee Lee2, Seounghey Paik3,*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공주교육대학교 강사
2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3한국교원대학교 교수
1Lecturer, Gong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2Associate Research Fellow, Korea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3Professor,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교신저자, shpaik@knue.ac.kr

© Copyright 2026,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2, 2026; Revised: Jan 28, 2026; Accepted: Feb 05, 2026

Published Online: Feb 28, 2026

요약

이 연구는 설계 기반 연구(DBR)의 반복적 순환을 통해 초등학생의 AI 소양 발달 과정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교육과정 설계 원리를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설계 기반 연구를 적용하여 10주간 3회의 순환을 수행하였다. 각 순환은 분석, 설계, 실행, 성찰 단계로 진행하였으며, AI 태도 설문, 교실 관찰, 교사 면담, 학생 저널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학생들은 AI를 의인화된 존재로 해석하는 단계에서 규칙과 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단계를 거쳐 설계자로서 비판적 사고를 수행하는 단계로 발달하는 독특한 궤적을 보였다. 둘째, 순환을 거듭할수록 AI에 대한 흥미, 윤리적 인식, 유용성 인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으며, 긴장감은 감소하였다. 셋째, 윤리적 추론은 명시적 교수 없이도 협력적 설계 활동과 또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하였다. 넷째, 교사의 적응적 비계 설정과 협력적 지식 구성이 AI의 복잡성을 다루는 데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성을 존중하는 AI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첫째, 의인화를 개념 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 둘째, 구체적 경험에서 추상적 원리로의 점진적 계열화, 셋째, 직접 설계를 통한 체험적 이해, 넷째, 협력적 성찰 경험과 교수학적 비계 제공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elementary students’ developmental process of AI literacy through iterative cycles of design-based research (DBR) and to derive design principles for AI curriculum. A DBR approach was applied to 28 fifth-grade students at a South Korean elementary school, conducting three iterative cycles over 10 weeks. Each cycle consisted of four phases: analysis, design, implementation, and reflection. Data sources included AI attitude surveys, classroom observations, teacher interviews, and student journals. Findings revealed that, first, students progressed from anthropomorphic interpretations of AI to rule- and data-based understandings, and ultimately to critical thinking as designers. Second, across cycles, students showed significant increases in interest, ethical awareness, and perceived usefulness, while tension decreased. Third, ethical reasoning emerged through collaborative design and peer interaction without explicit instruction. Fourth, teachers’ adaptive scaffolding and collaborative knowledge construction were essential for addressing AI complexity. The study proposes four design principles for elementary AI curriculum: (1) leveraging anthropomorphism as a starting point for conceptual change, (2) gradual sequencing from concrete experiences to abstract principles, (3) experiential understanding through hands-on design, and (4) providing collaborative reflection experiences and pedagogical scaffolding.

Keywords: AI 교육과정; AI 소양; 교육과정 개발; 설계 기반 연구
Keywords: AI curriculum; AI literacy; curriculum development; design-based research

Ⅰ. 서 론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 기능 방식, 지식 생산 방식, 인간과 기술 간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AI와 상호작용하고 이를 해석하며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AI 소양은 21세기 학습자가 갖추어야 할 기초 소양이자 주요 역량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Luckin et al., 2016; UNESCO, 2021). 그러나 AI 소양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이러한 소양을 어떻게 함양하며 발달적으로 적절한 AI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Long & Magerko, 2020; Ng et al., 2021). 이는 AI 교육 관련 연구가 주로 중·고등 교육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초등학생이 AI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적·윤리적 차원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에는 공백이 발생했고, 이러한 공백은 교육 현장의 현실적인 정책 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성취도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초등학교에서의 공식적인 AI 교육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유성열, 2024; 이수영, 2020).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기반 융합 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나 초등학교 현장을 위한 구체적인 AI 교육 지침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 교육과정 체제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 교육체제에서 이러한 정책과 실천 간 단절은 상향식 혁신을 통한 이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Fullan, 2016).

이러한 정책적 과제와 더불어, 초등학교 AI 교육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최근 연구들은 AI 교육이 기술적 역량을 넘어 윤리적 추론, 데이터 소양, 시민적 책임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기존 이론들은 대체로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Berendt et al., 2020). 가령 의인화 경향, 구체적 조작 사고, 부상하는 도덕적 추론과 같은 아동의 인지적 특성이 AI 시스템 이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Zafari et al., 2022). 이는 초등학생이 어떻게 AI에 관한 지식을 구성해 나가며,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탐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설계 기반 연구(design-based research, DBR)는 이러한 이론과 실천 간 격차를 메우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DBR은 교수 모델을 반복적으로 정교화하면서 동시에 학습 과정과 발달 궤적에 대한 통찰을 생성하며, 특히 이러한 개입과 이해에 대한 이중 초점은 거대 이론과 구체적 교육 맥락을 연결하는 중범위 이론 생성에 적합하기 때문이다(Anderson & Shattuck, 2012; Bakker, 2018). 이에 이 연구는 DBR 접근을 통해 초등학교 5학년 학생과 함께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하였다. 각 설계 순환은 분석, 설계, 실행, 성찰의 네 단계로 구성하였으며, 세 차례의 반복적 순환을 통해 초등학생의 AI 소양 발달 과정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달적 특성에 기반한 AI 교육과정 설계 원리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학생은 반복적 설계 순환을 통해 AI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발달시켜 나가는가? 둘째, DBR의 반복적 순환 과정에서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성에 기반한 AI 교육과정 설계 원리는 어떻게 도출되고 정교화되는가?

Ⅱ. 이론적 배경

이 장에서는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연구의 이론적 준거를 구축하였다. 우선 1절에서는 ‘초등학교 AI 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AI 소양의 개념적 구성 요소를 검토하고 특히 AI 윤리교육이 초등학교 맥락에서 어떻게 접근되어야 하는지를 고찰하였다. 이어서 2절에서는 ‘초등학생은 AI를 어떻게 학습하는가’라는 질문과 관련하여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성과 인지 과정을 발달심리학과 구성주의 관점에서 탐색하고 이로부터 교수학적 원리를 도출하였다. 끝으로 3절에서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루며, 교육과정의 부재, 이론적 공백, 정책과 실천 간 격차라는 조건 속에서 이 연구가 DBR에 주목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하였다.

1. AI 소양과 윤리

AI 소양은 21세기 주요 역량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그 개념적 경계와 교육적 적용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Long과 Magerko(2020)는 AI 소양을 인지적, 기능적, 비판적 차원을 포괄하는 복합 역량으로 개념화하며 AI 기술의 비판적 평가, AI 시스템과의 효과적 의사소통, 다양한 맥락에서의 AI 도구 활용 능력을 그 핵심으로 제시한다. AI 인식, 지능 이해, AI의 학제적 특성 파악, 일반 AI와 좁은 AI의 구별, 강점과 한계 이해, AI 재현 해석 등 이들이 제안한 구성 요소들은 주로 기술적 이해와 비판적 평가에 초점을 둔다. Ng 등(2021)은 이를 AI 개념 이해, AI 사용 및 적용, AI 평가 및 창조, AI 윤리로 구체화하며 학교 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AI 소양의 범위를 명료화한다. 이러한 접근은 AI 교육이 단순한 기술적 기능 숙달을 넘어 이에 대한 개념적 이해, 윤리적 인식과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들은 여전히 형식적 조작기 이상의 인지 발달을 전제로 하여 추상적 사고와 메타-인지적 성찰이 가능한 청소년기 이후 학습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초등학생이 어떻게 이러한 역량을 발달시키는지, 아동의 인지적 특성에 부합하는 AI 소양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AI 윤리를 둘러싼 현재 논의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원칙 중심 접근(principle-based approach)은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과 같은 보편적 원리를 중심으로 AI 윤리를 구성한다(Floridi & Cowls, 2019). 이는 명료한 준거를 제공하나 추상적 원리가 구체적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원리 간 충돌 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제한적이다. 둘째, 결과 중심 접근(consequence-based approach)은 AI 시스템의 사회적 영향과 위험을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Mittelstadt et al., 2016). 이는 실질적 함의를 드러내나 복잡한 사회‧기술적 시스템의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셋째, 최근 부상하는 관계적·돌봄 윤리 접근(relational and care ethics approach)은 맥락, 관계, 취약성에 주목하며 AI를 특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Berendt et al., 2020; Wong, 2020).

초등학생에게 AI 윤리를 교육하는 것은 이러한 이론적 복잡성을 아동의 도덕 발달 수준과 접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수반한다. Kohlberg(1984)의 도덕 발달 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주로 전인습적 수준에서 인습적 수준으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 상황과의 관계 속에서 도덕적 판단을 형성하며 Gilligan(1982)의 돌봄 윤리 관점에서 보면 아동은 타자와의 관계, 책임, 돌봄의 맥락에서 도덕성을 경험한다. 이는 초등 AI 윤리 교육이 추상적 원리 전달보다 구체적 시나리오에서의 관계적 사고, 타자에 대한 영향 고려, 상황적 판단을 강조해야 함을 시사한다. Borenstein과 Howard(2021)가 지적하듯 AI 윤리 교육은 기술적 문제 해결을 넘어 AI 시스템이 배태된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이는 누구의 데이터가 사용되는지,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는지, 잘못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와 같은 구체적 질문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AI를 가치중립적 도구로 제시하기보다는 인간의 선택과 가치가 내재한 인공물로 인식하도록 하되 이를 아동이 직접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는 설계 활동과 토론으로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 AI 윤리 교육의 핵심 과제는 ‘윤리를 다룰 것인가’가 아닌 ‘발달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어떻게 윤리적 사고를 함양할 것인가’에 가깝다. 이는 보편적 원리보다는 실제적 의사결정 경험을 통해, 추상적 논의보다 구체적 사례와 딜레마를 통해, 개인적 판단보다 협력적 성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은 초등학생이 적절한 교수학적 비계 속에서 AI와 관련한 윤리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이 연구의 입장을 뒷받침한다.

2. 초등학생의 AI 학습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 소양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개념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초등학생이 이러한 소양을 어떻게 발달시키는지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편이다. 특히 의인화 경향, 구체적 조작 사고, 부상하는 도덕적 추론과 같은 초등학생의 인지적 특성이 AI 학습에 어떻게 작용하며 이것이 교육과정 설계에 어떤 함의를 제공하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 절에서는 초등학생의 AI 학습을 발달심리학적·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수학적 원리를 도출하고자 한다.

첫째, 초등학생의 AI 이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인화(anthropomorphism) 경향이다. Kahn 등(2012)은 로봇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어 옷장에 보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동들이 로봇에게 사과하거나 로봇이 혼자 있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등 도덕적 고민을 보이는 것을 관찰하였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의인화는 오개념으로 간주하여 교정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의인화를 초등학생의 발달 단계에서 자연스럽고 때로는 생산적인 인지 전략으로 재해석한다. Severson과 Carlson(2010)은 아동이 AI를 완전히 생명체도 아니고 전적으로 기계적이지도 않은 존재로 바라보는 혼종적(hybrid) 범주를 구성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범주적 유연성은 낯선 기술적 대상을 친숙한 인간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려는 인지적 가교 역할을 한다(Turkle, 2011). 이는 Vosniadou(2013)의 개념 변화 이론과 부합한다. 아동은 직관적 이론을 활용하여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며 이러한 초기 이해는 점진적으로 재구조화되어 과학적 개념으로 발달한다. 따라서 AI 교육과정은 의인화를 부정하기보다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초등학생이 점차 AI가 규칙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이해로 전환하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AI가 피곤해서 틀렸다”에서 “학습한 데이터에 특정 패턴이 없어서 분류하지 못했다”로의 점진적 이행이 그것이다.

둘째, Piaget(1952)의 인지 발달 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구체적 조작기에 위치하여 구체적 대상과 관찰 가능한 현상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Jipson과 Gelman(2007)은 초등 저학년이 AI를 외형적 특징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이해하는 반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기능적·기계론적 설명을 통합함을 보여주었다. 예컨대 저학년은 로봇이 움직이니까 살아있다고 판단하지만, 고학년은 배터리로 작동하니까 기계라는 기능적 설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달 궤적은 학습 내용의 계열화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초등학교에서의 AI 교육은 관찰 가능한 AI 행동과의 직접 상호작용에서 시작하여 점차 그러한 행동을 생성하는 규칙과 패턴을 탐색하고 최종적으로는 입력-처리-출력 과정과 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시스템적 이해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구체에서 추상으로, 현상에서 원리로의 점진적 이행을 지향한다(Bruner, 1960). 나아가 초등학생은 형식적 조작기 이전 단계에 있어 귀납적 추론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AI는 데이터로 학습한다는 원리를 먼저 설명하기보다 여러 이미지 분류 사례를 경험하면서 비슷한 것을 많이 보면 더 잘 맞춘다는 패턴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초등학생의 기술 경험은 AI 개념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초등학생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AI 시스템과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지만, 직관적 친숙함이 반드시 작동 원리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Selwyn, 2009). Druga 등(2017)의 연구는 초등학생이 간단한 AI 시스템을 직접 프로그래밍할 때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을 연결하며 AI 개념을 발달시킴을 보여주었다. 가령 이미지 분류기를 만들면서 학생들은 학습이 무엇인지,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 편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체험적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만들기를 통한 학습은 추상적 AI 개념을 조작 가능한 대상(objects-to-think-with)으로 전환하였다(Papert, 1980). 이처럼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AI 시스템을 관찰하고 수정하며 재설계하면서 반복적으로 성찰하고 이 과정에서 수동적 사용자에서 주도적 설계자로 위치를 이동하면서 AI에 대한 주도성(agency)을 획득하게 된다.

넷째, 초등학생은 협력적 탐구를 통해 의미를 협상하고 서로의 가정에 도전하며 집단으로 이해를 정교화한다(Webb & Palincsar, 1996). 가령 한 학생이 AI를 똑똑한 컴퓨터로 설명하면, 다른 학생이 “그럼 계산기도 AI야?”라고 반문하면서 AI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이러한 담론적 실천을 통해 학생들은 AI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사회적으로 구성한다(Mercer & Howe, 2012). 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 개념은 교사와 또래가 제공하는 비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AI 교육에서 이는 학생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적절한 도전과 지원을 제공하며 점차 독립적 이해로 이행시키는 교수학적 민감성을 요구한다. 예컨대 의인화 단계에 있는 학생에게는 “AI가 무엇을 느낄까?”에서 “AI는 어떻게 판단할까?”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질문의 비계가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는 초등학교 AI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원리를 시사한다. 첫째, 초등학생의 의인화 경향을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인정하고 이를 메커니즘 이해로 점진적으로 전하는 개념 변화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구체적 조작기의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여 관찰 가능한 현상에서 추상적 원리로 나아가는 계열화와 귀납적 탐구를 강조하는 교수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구성주의 원리에 따라 학생이 직접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경험을 통해 체험적 이해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지식 구성을 촉진하는 협력 학습 환경과 적절한 교수학적 비계가 필수적이다. 결국 이러한 원리들은 모두 초등학교에서의 AI 교육이 단순히 성인용 AI 교육의 축소판이 아닌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성에 근거한 고유한 교수학적 접근을 요구함을 보여준다.

3. DBR: 방법론적 정합성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공식적 AI 교육과정이 부재하며 국가 수준의 정책적 지향과 교실 수준의 실천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초등학생의 AI 소양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 역시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단순히 AI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초등학생의 AI 학습 과정을 이해하고 실효적인 교육과정 모델을 구축하며 정책적 함의를 도출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DBR은 이렇게 복잡하고 다층적인 과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론적 접근을 제공한다(McKenney & Reeves, 2013).

첫째, DBR은 생태학적 타당성을 강조하며 아직 개척하지 않은 교육 영역 탐구에 적절하다. 전통적 실험 연구가 통제된 조건에서 변인 간 인과 관계 규명에 강점을 지닌다면 DBR은 복잡한 교실 맥락에서 작동하는 교육적 개입을 설계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Barab & Squire, 2004).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한 AI 교육과 같이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선험적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실제 교실에서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학생 반응을 관찰하며 이를 바탕으로 설계를 정교화하는 반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설계-실행-분석-재설계로 이어지는 순환 과정은 초등학생의 점진적 개념 발달과 조응하며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실제 이해 수준과 발달 궤적에 부합하도록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Collins et al., 2004).

둘째, DBR은 이론과 실천 간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Anderson과 Shattuck(2012)이 겸손한 이론(humble theory)이라 명명한 DBR의 산출물은 특정 맥락에 민감하면서도 다른 상황으로 전이 가능한 중범위 이론이다. AI 교육과 같은 신생 분야에서는 거대 이론을 검증하기보다는 실천 속에서 이론을 생성하고 이론으로 실천을 안내하는 순환이 필요한데 DBR은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산출물과 학습 과정에 대한 통찰을 동시에 추구하며 로컬 차원에서의 혁신이 전이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되는 기제를 제공한다(McKenney & Reeves, 2013).

셋째, DBR의 협력적 구조는 교사 전문성을 핵심 자원으로 활용한다. 전통적 교육 연구에서 교사가 연구자가 설계한 개입을 충실히 실행하는 실행자로 위치한다면 DBR은 교사를 교육과정 설계와 이론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연구자로 인정한다(Penuel et al., 2011). 교사는 학생 반응의 의미를 해석하고 교수학적 전략을 맥락에 맞게 변형하며 이론적 아이디어를 실천 가능한 활동으로 번역하는 고유한 전문성을 지닌다. AI 교육을 위한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학생의 준비도를 읽고 이론적 난점을 파악하며 교수 자료를 즉흥적으로 조정하여 실천할 수 있는 교사의 판단은 교육과정 설계의 필수 요소이다. DBR의 협력적 특성은 이러한 교사 지식이 개발 과정에 체계적으로 통합되도록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DBR이 강조하는 설계 원리 도출은 AI 교육의 역동적 특성에 부합한다.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며 이를 추진하는 교육 맥락은 학교마다 다양한 만큼 경직된 교육과정 패키지보다는 유연한 설계 원리가 더 유용하다(McKenney & Reeves, 2013). 가령 초등학생의 의인화를 출발점으로 활용하라는 원리는 구체적 도구나 활동과 무관하게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다. DBR은 맥락 특수적 실행에서 맥락 초월적 원리를 추출하는 추상화 과정을 통해, 실천 안내에 충분히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을 생성한다.

결국 이 연구에서 DBR은 교육과정 부재, 이론적 공백, 정책-실천 격차라는 복합적 과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 연구는 DBR을 통해 실천 속에서 이론을 구축하고, 교사 전문성을 활용하며, 맥락 민감성과 일반화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초등학교 AI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이 연구의 목적 달성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이 연구는 DBR을 방법론으로 적용하여 초등학생을 위한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였다. DBR은 방법론적 도구일 뿐 아니라 교육 혁신을 실제 학습 환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구성해 가는 이론적 입장이기도 하다(Barab & Squire, 2004; Collins et al., 2004). 국가 정책 차원에서 AI 소양을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을 필수 기초소양 중 하나로 설정하였으나 초등학교 수준에서 AI 교육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독립 교과나 구체적인 교육과정 지침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DBR은 학교 현장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교수 방법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DBR은 분석, 설계, 실행, 성찰의 순환을 실제 교실 실천에 근거하여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발달적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AI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5학년 AI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습자 요구와 교수 피드백에 따라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연구는 2024년 4월 1주부터 6월 2주까지 10주에 걸쳐 세 차례의 설계 순환으로 진행하였다. 각 순환은 네 단계로 구성하였다. 우선 분석 단계에서는 연구팀과 교사가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학생 준비도를 평가하며 교수 목표를 명료화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연령에 적합한 AI 개념, 윤리적 사고 도입 방법, 수업 시간·학습자 다양성·자원 접근성 같은 실천적 사항들을 논의하였다. 이어서 설계 단계에서는 명료성과 실행 가능성을 강조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특히 구성주의 이론에 기반하여 탐구 중심 활동, 토론, 다양한 방식의 학습을 촉진하는 자료를 구성하였으며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정교화하였다. 그리고 실행 단계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연구자는 학생 참여와 교수 조정을 관찰하였으며 매 수업 후 협의를 통해 중간 성찰을 수행하였다. 끝으로 성찰 단계에서는 설문, 관찰, 면담, 일지를 바탕으로 순환별 성과를 평가하고 다음 순환을 위한 설계 원리와 개선점을 도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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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이 연구에서 설계한 DBR 실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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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맥락과 참여자

이 연구는 S시 소재 공립초등학교 5학년 한 학급에서 진행하였다. 학급은 28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었으며 담임교사는 풍부한 교육 경력과 AI‧디지털 교육 연수 경험을 지닌 교사였다. 연구는 세 참여자 집단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연구자 집단은 AI 소양과 교육과정 설계를 전공한 두 명의 교육학 연구자로 구성하였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과정을 기록하며 교수학적 자문을 제공하였다. 또 교사와의 협의를 주도하고 DBR 순환 전반에 걸쳐 이론적 일관성을 확보하였다. 이들의 탐구는 발달적으로 적절한 AI 교육이란 무엇인지, 이론이 교실 실천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와 같은 질문에 초점을 두었다. 다음으로 전문가 집단은 AI 교육 전문가, 디지털‧AI 교육과정 설계 경험자, 초등교육 전공 교수로 구성하였다. 이들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수업 내용, 윤리적 틀 설정, 교수 일관성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이들의 참여는 프로그램이 국제적 AI 소양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실 환경에 적합하도록 조율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끝으로 교사는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하고 실행하는 핵심 참여자였다. 교사의 통찰은 교수‧학습의 계열화와 조정, 시간 관리와 학습자 다양성 대응 차원에서 이바지하였다. 모든 참여자에게 사전에 연구 목적을 안내하였다. 학생 참여는 자발적이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윤리 기준(2024)에 따라 참여 학생과 부모님 모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3. 자료 수집과 도구

이 연구에서는 혼합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측정할 수 있는 학습 성과와 교실 내 상호작용 및 교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맥락적 통찰을 포착하였다. 세 차례의 DBR 순환 모두에서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여 일관성과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주요 양적 도구는 AI에 대한 흥미, AI와 관련한 윤리적 인식, AI 개념에 대한 이해를 측정하기 위해 Ng 등(2021)이 개발하여 타당화 한 척도를 초등학생에 맞게 수정한 AI 태도 설문이었다. 수정한 설문은 30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 하위 영역에 고르게 분포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였다.

표 1. AI에 대한 태도 문항 및 신뢰도
범주 문항 내용 개수 신뢰도
AI와 의사소통 • 나는 AI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어요.
• 나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쉽고 편하게 AI와 이야기할 수 있어요.
• 나는 AI가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 나는 AI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어요.
4 .670
AI와 감정적 교류 • AI가 감정이 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감정이 있는 AI와 같이 살면 편할 것 같아요.
• 나는 AI와 이야기하는 게 편해요.
3 .813
AI와의 긴장 관계 • AI와 대화하는 건 조금 긴장돼요.*
• 다른 사람들 앞에서 AI를 쓰고 다루는 게 긴장돼요.*
• AI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생각은 좀 무서워요.*
• AI를 쓰는 곳에서 일하게 되면 불안할 것 같아요.*
• 나는 AI의 도움을 받아 어렵다고 생각한 일을 쉽게 해낼 수 있어요.
• 나는 AI를 써서 나와 주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할 수 있어요.
6 .844
AI의 사회적 영향 • AI가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면 나쁜 일이 생길까 두려워요.*
• 미래에는 AI가 모든 걸 지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 만약 AI가 감정을 가진다면, 무섭고 불안할 것 같아요.*
• AI가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봐 걱정돼요.*
• AI는 똑똑한 사람들만 배울 수 있어요.*
• 누구나 AI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6 .748
AI의 유용성 • 나는 AI가 어떠한 일을 잘하는지 알고 있어요.
• 나는 AI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어요.
• 나는 AI가 얼마나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요.
3 .812
AI에 대한 흥미 • 새로운 AI 기기나 도구가 나오면 바로 알아보고 싶어요.
• 나는 AI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 나는 AI 기기나 도구를 만지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 AI에 대한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콘텐츠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나는 AI에 관심이나 흥미가 없어요.*
• 나는 학교 수업에서 AI를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 나는 모든 학생에게 AI를 배우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학교에서 AI를 배우는 수업은 중요해요.
8 .804

* 역 배점 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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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AI 교육 전문가, 초등교육 전공자, 심리측정 평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내용 타당도와 연령 적합성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 언어를 단순화하고 친숙한 교실 맥락을 포함하도록 소폭 수정하였다. 또 인근 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 시행에서 문항 명료성과 반응 변산성을 확인하였다. 예비 단계에서 산출된 Cronbach’s alpha 계수는 .670에서 .844의 범위로 나타났다. 모든 하위 영역에서 .60 이상의 신뢰도를 보였으며 이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Nunnally & Bernstein, 1994).

이 연구에서는 각 DBR 순환 전후에 설문을 수행하여(총 3회)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평가하였다. 실시 시기는 순환 시작 전후 이틀 이내로 통제하여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목적은 프로그램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설계 순환에 따라 학습자 태도가 어떻게 진화하고 교육과정 조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질적 자료는 교실 관찰, 교사 면담, 학생 일지, 연구자 현장 기록을 통해 수집하였다. 이들은 프로그램이 실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참여자가 교수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증거를 제공하였다. 우선 교실 관찰은 세 명의 연구자가 모든 수업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관찰은 사전에 구성한 반구조화된 관찰 기록 양식을 활용하되 유연하게 적용하였다. 관찰 기록 양식은 학생 참여 양상(과제 몰입도, 자발적 질문 빈도, 활동 참여 적극성), 교실 담화 특성(AI 관련 어휘 사용, 의인화 표현, 기계론적 설명 시도), 협력 패턴(모둠 내 역할 분담, 또래 간 개념 협상, 의견 충돌과 조정), 윤리적 추론 표현(공정성 관련 발언, 타자에 대한 영향 고려, 비판적 질문 제기)의 네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각 영역에 대해 관찰된 행동을 기술하고 빈도와 맥락을 함께 기록하였으며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특이 반응을 위한 개방형 기록란을 포함하였다. 다음으로 반구조화 면담은 각 순환 종료 후 교사와 수행하였으며 평균적으로 약 40분간 진행하였다. 면담은 학생 학습에 대한 인식, 교수학적 도전, 설계 개선 방향의 세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주요 질문은 “이번 순환에서 학생들의 AI 이해가 어떻게 변화하였다고 느끼셨나요?, 수업 중 예상과 달랐던 학생 반응은 무엇이었나요?, 다음 순환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어려움을 겪거나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학생이 있었나요?” 등이었다. 면담 내용은 참여자 동의하에 녹음하여 전사하였다. 그리고 학생 일지는 각 순환 종료 시점에 작성하였다. 학생들은 “이번 수업에서 AI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AI에 대해 아직 궁금하거나 헷갈리는 것이 있나요?, AI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늘 활동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과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개방형 질문에 응답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일지는 교실 담화를 넘어서는 개별적 사고를 드러냈으며 특히 개념 변화와 윤리적 인식의 발달 과정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였다. 끝으로 연구자 현장 기록은 관찰 기록지에 담기 어려운 맥락적 정보를 포착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여기에는 수업 전후 교사와의 비공식적 대화, 학생들의 즉흥적 반응이나 돌발 상황, 교사의 실시간 교수학적 판단과 조정, 연구자의 해석적 메모 등이 포함되었다. 현장 기록은 관찰 직후 당일 내에 정리하여 기억의 왜곡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으며 주로 순환 간 비교 분석에 활용하였다.

4.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의 목적은 DBR의 반복적 특성에 따라 한편으로는 세 차례 순환에 걸친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순환별 분석 결과를 다음 순환의 설계 개선에 직접 반영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분석은 단순히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 반응을 이해하고 교수 전략을 조정하며 교육과정을 진화시키는 실천적 도구로 기능하였다. 양적·질적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되 순환마다 분석-성찰-재설계 과정을 거쳤다.

우선 각 DBR 순환 전후 수행한 AI 태도 설문은 AI에 대한 흥미, 윤리적 인식, 인식된 이해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분석에 앞서 자료의 질을 점검하였다. 결측치는 2% 미만으로 평균 대체로 처리하였다. 이 연구의 참여자가 28명으로 소표본에 해당하므로 모수 통계 분석의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Shapiro-Wilk 검정을 통한 정규성 검정을 수행하였다. 검정 결과, 모든 하위 영역에서 정규성 가정이 충족하였으며(p > .05), 왜도(±2 이내)와 첨도(±7 이내)도 정상 범위에 있어 모수 검정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내적 일관성은 Cronbach’s alpha 값(α > .85)으로 확인하였고, 문항-총점 상관을 검토하여 개별 문항이 하위 척도에 의미 있게 기여함을 확인하였다. 통계 분석은 순환 내 변화와 순환 간 궤적을 모두 포착하도록 설계하였다. 각 순환 내에서는 대응 표본 t 검정을 통해 사전-사후 변화의 유의성을 검증하였고, 세 순환 전체에 걸쳐서는 반복 측정 분산 분석으로 발달 궤적을 탐색하였다. 통계적 유의성과 함께 효과 크기(Cohen’s d, partial η^2)를 산출하여 변화의 실질적 의미를 파악하였다. 이러한 양적 결과는 각 순환 직후 연구팀과 교사의 협의에서 질적 관찰과 함께 검토되었다. 가령 1순환 후 AI에 대한 흥미는 증가했으나 윤리적 인식의 변화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 결과는 2순환 설계에서 윤리적 딜레마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활동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2순환에서 긴장감 점수의 증가는 학생들이 AI의 복잡성과 마주하며 인지적 불편함을 경험한다는 신호로 해석되었고, 3순환에서는 학생 주도 설계 활동을 통해 주체성을 회복하도록 조정하였다.

질적 자료는 학생 일지, 교사 면담, 교실 관찰 기록, 연구자 현장 메모로 구성되었으며, Braun과 Clarke(2006)의 주제 분석 절차를 따랐다. 모든 자료를 전사한 후 순환별로 조직하여 각 순환의 특성과 순환 간 진화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분석은 연역적 접근과 귀납적 접근을 결합하였다. 먼저 연구 질문과 이론적 틀에 기반하여 AI 호기심, 윤리적 반응, 오개념, 교수학적 제약과 같은 초기 코딩 범주를 설정하였다. 일지 항목, 면담 발췌, 관찰 사건을 분석 단위로 하여 두 명의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코딩하였으며 코더 간 일치도는 87%에 달했다. 불일치는 논의를 통해 합의에 이르렀고 이 과정 자체가 자료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동시에 귀납적 코딩을 통해 학생들의 은유 사용 방식, 공정성에 대한 정서적 반응, 또래 간 개념 협상 과정 등 예상치 못한 패턴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코딩 체계는 자료와의 반복적 대화를 통해 정교화되었다. 초기 코드들을 주제로 통합하고, 이를 다시 학습자 발달과 교수학적 도전을 반영하는 상위 범주로 조직하였다. 학생 일지는 사실적 회상에서 윤리적 성찰을 거쳐 적용적 추론으로 심화하는 발달 궤적을 드러냈고, 교사 면담은 토론 촉진과 가치 관련 주제 다루기에서의 신뢰 증가를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견이 교육과정 설계에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1차 순환 관찰에서 학생들이 AI를 의인화하며 AI가 피곤해서 틀렸다고 표현하는 패턴이 포착되었고, 이는 2차 순환에서 의인화를 오개념으로 교정하기보다 개념 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2차 순환 일지에서 학생들이 분류 규칙 설정 시 “이게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자발적으로 제기하는 양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3차 순환에서 설계 활동에 윤리적 성찰을 내재화하는 구조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분석의 신뢰성 확보는 DBR의 반복적이며 협력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진행하였다. 우선 자료의 신뢰성 확보하기 위해 삼각 검증을 적용하였다. 방법론적 삼각 검증을 통해 양적 설문과 질적 관찰 간 수렴 여부를 확인하였고, 자료원 삼각 검증을 통해 학생 일지, 교사 면담, 연구자 관찰이 일관된 패턴을 보이는지 점검하였다. 그리고 분석의 타당성은 연구자 간 협력과 체계적 기록을 통해 확보하였다. 독립적 코딩 후 불일치를 논의하는 과정은 자료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촉진하였으며, 코드북과 분석 메모는 분석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였다. 아울러 해석의 신뢰성은 참여자 검증과 연구자 성찰로 확보하고자 하였다. 교사 면담 자료의 핵심 주제는 교사와 공유하여 연구자의 해석이 교사의 의도와 경험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확인하였다.

Ⅳ. 연구 결과

이 연구는 DBR을 적용하여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개선하였다. DBR의 반복적 특성에 따라 총 3차례의 순환을 수행하였으며 각 순환은 설계-실행-평가 및 성찰-재설계 과정을 포함하였다. 1차 순환에서는 학생들이 AI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을 관찰하였고, 2차 순환에서는 1차에서 발견한 의인화 경향과 윤리적 관심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구조화된 활동을 설계하였다. 3차 순환에서는 학생들이 창의적 설계자로서 주도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기반 활동을 구성하였다. 순환마다 수집한 양적·질적 자료를 분석하여 다음 순환의 설계를 개선하였으며 이러한 반복적 과정을 통해 최종 교육과정과 설계 원리를 도출하였다. <표 2>는 세 차례의 설계 순환을 거쳐 최종적으로 개발한 AI 교육과정의 전체 구조와 내용을 보여주며, 이는 이후 순환별로 제시할 설계 의도, 학생 반응, 도출된 설계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체적인 맥락을 제공한다.

표 2. DBR을 통해 개발한 AI 교육과정의 구조와 내용
구분 내용
주제 AI와 함께하는 동물의 세계
대상 초등학생 총 차시 8차시
수업 형태 이론(20%) + 실습(60%) + AI 기반 자기주도학습(20%)
AI 요소 • AI 개념 및 원리 이해 • 데이터 편향과 AI 윤리
• AI를 활용한 개인화 학습 • AI의 가치와 사회적 영향
• AI 도구 활용 및 학습 • AI 기반 프로젝트 활동
예상 산출물 • AI 학습 플랫폼의 개인화 학습 데이터
• AI를 활용한 동물 이미지 분류 프로그램
• CoSpaces로 구현한 나만의 동물 숲
관련 성취기준 • [4과03-01] 여러 가지 동물을 관찰하여 특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 [6실05-05] AI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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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절에서는 각 DBR 순환의 설계 의도, 실행 과정, 학생 반응, 교사 성찰, 양적 결과, 그리고 다음 순환을 위한 설계 결정을 순차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표 2>에 제시된 교육과정의 각 요소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정교화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각 순환의 양적 분석에서는 AI 태도의 모든 하위 영역(의사소통, 감정적 교류, 긴장 관계, 사회적 영향, 유용성, 흥미)을 측정하였으며, 전체 결과는 4절의 <표 4>에 종합적으로 제시하였다. 이하 순환별 서술에서는 해당 순환에서 특히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영역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1. 1차 순환: AI 개념에 대한 초기 탐색과 의인화 발견

1차 순환의 목적은 학생들이 AI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자연스러운 반응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많은 학생이 미디어를 통해 AI를 의식을 지닌 존재로 여긴다는 점을 고려하여 추상적 정의로 시작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이는 호기심과 혼란을 관찰하여 이후 순환의 설계 방향을 결정하고자 하였다.

1차 순환에서는 세 가지 주요 활동을 구성하였다. 첫 활동에서는 Classting AI의 동물 분류기를 사용하여 고양이, 강아지, 기린,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 이미지를 입력하고 시스템의 라벨링 반응을 관찰하였다. 학생들은 곧 익숙한 동물에서 벗어나 AI가 어떻게 판단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동물들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펭귄(새인데 날지 못해), 고래(물고기처럼 생겼는데 포유류), 오리너구리(부리가 있는데 알을 낳아) 같은 동물을 입력하며 AI의 반응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동물들은 명확한 범주에 속하지 않거나 여러 특징이 혼재되어 있어 분류 기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AI는 왜 저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제기하였다. 두 번째 활동에서는 AutoDraw를 사용하여 동물을 그리고 AI 해석을 관찰하였다. 한 학생의 개미 그림이 해파리로 인식되는 순간이 발생했는데 처음에는 웃음이 터졌지만, 곧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세 번째 활동에서는 학생들이 역할을 전환하여 AI 설계자가 되어 디지털 ‘AI 동물의 숲’을 위한 분류 규칙을 협력적으로 개발하였다. 박쥐를 새와 포유류 중 어디에 분류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한 학생은 날개가 있으니까 새라고 주장했고, 다른 학생은 새끼를 낳으니까 포유류라고 반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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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I 분류 활동 중 동물 범주에 대해 토의하는 학생들(1차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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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일지와 교실 관찰 자료를 주제 분석한 결과, 1차 순환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AI의 의인화된 해석이었다. 학생들은 “아마 AI가 오늘 피곤한가봐”, “나를 이해하지 못하네”와 같이 AI를 인간적 속성을 지닌 존재로 표현하였다. 일부 학생은 AI가 반복적인 오분류를 보이자 “나는 이거 잘 못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이에 대해 교사는 이것이 학생의 문제가 아니며 AI가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알고리즘의 한계를 강조하면서도 학생이 자신감을 유지하도록 격려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교사의 성찰은 학생들의 참여와 개념적 도전이라는 두 측면을 모두 조명하였다. 교사는 아이들이 정말 집중하고 재밌어는 하는데 실제로 AI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언급하며 학생들의 높은 흥미와 제한된 이해 간 격차를 지적하였다. 더불어 일부 학생이 반복적으로 토론을 주도하고 분류 규칙을 제안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들의 제안을 수용하고 따라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참여의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양적 결과도 이러한 질적 관찰을 뒷받침하였다. AI에 대한 흥미는 평균 3.01에서 3.25로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p < .001), 정서적 참여 역시 3.28에서 3.51로 상승하였다(p = .01). 반면 긴장감 점수의 소폭 증가(2.82에서 3.02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이는 학생들이 예상치 못한 AI 행동과 씨름하며 인지적 불협화를 경험한다는 질적 관찰과 맥을 같이하는 결과였다(표 4 참조).

1차 순환 결과는 초등학생의 AI 의인화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은유는 흥미와 접근성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하였으나 그대로 두면 지속적인 오개념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었다. 정서적 차원도 중요하였다. AI가 이해하지 못할 때 학생들은 이를 개인의 실패로 내면화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정서적 안정을 위한 설계와 함께 직관적 설명에서 기계론적 추론으로 점진적 전환을 지원하는 발달적 비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순환에서는 다음과 같은 잠정적 설계 원리를 도출하였다. 첫째, 초등학생의 의인화 경향을 오개념으로 교정하기보다 AI 이해를 위한 인지적 출발점으로 활용한다. 둘째, 펭귄, 박쥐처럼 명확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경계 사례를 활용하여 분류 기준에 대한 탐구를 촉진한다. 셋째, 분류 활동 중 자발적으로 발현된 공정성 질문을 윤리적 추론의 기회로 활용한다. 이러한 잠정적 원리는 2차 순환의 설계에 반영되어 검증 및 정교화되었다.

2. 2차 순환: 구조화된 분류와 윤리적 질문의 명시화

2차 순환에서는 1차 순환에서의 발견을 바탕으로 두 가지 도전을 다루었다. 학생들의 의인화된 해석은 AI가 규칙 기반 시스템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구조화된 활동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분류 논쟁 중 자발적으로 제기된 공정성 질문은 편향과 윤리를 명시적으로 다룰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하였다. 이 시기 교육과정은 크게 네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활동은 동물 특성 비교를 통해 선행 지식을 활성화하였다.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는 강아지, 고양이, 토끼의 특징, 가령 네 다리, 털이 있다, 새끼를 낳는다 등을 나열하며 포유류라는 범주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교사는 이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묶어서 생각하는 행위라고 설명하였으며 이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분류 방식을 AI 학습의 기초 개념인 범주화와 연결하는 작업이기도 하였다. 이는 추상적으로 AI는 데이터를 범주로 나눈다고 설명하는 대신 학생들이 이미 하고 있는 사고 과정을 AI 학습 원리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는 이후 학습에 필수적이기도 하였는데 교사는 이를 플래시 카드 기반 학습이라는 접근 가능한 은유로 설명하였다. 즉 우리가 영어 단어를 외울 때 플래시 카드 앞면에는 그림, 뒷면에는 단어가 있듯이 AI도 동물 사진을 보고 이게 고양이라고 배우게 되면 여러 장을 보고 나서 스스로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기초 분류 모델을 만들며 AI가 라벨링한 예시로부터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경험하였다. 세 번째 활동은 중요한 교수학적 전환점이었다.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기준이 아닌 자기 선택 기준, 가령 시끄러운 동물 vs 조용한 동물, 귀여운 동물 vs 무서운 동물, 빠른 동물 vs 느린 동물로 자신만의 분류 체계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명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다시 등장하였다. 박쥐를 무서운 동물로 분류하려던 한 팀에서 “박쥐는 무섭지만, 모기를 잡아먹어서 도움이 되는데, 어디에 넣어야 해?”라는 질문이 나왔고, 거북이를 두고서는 “땅에서도 살고 물에서도 사는데 어떻게 해?”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논의는 범주화에서 관점과 주관성에 관한 더 넓은 질문으로 발전하였다. “기린은 키가 크니까 무서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온순해. 그럼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맞아?”와 같은 한 팀의 대화는 인간의 결정이 AI 시스템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조명하며 윤리적 성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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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학습자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활용하여 AI 기반 분류 체계를 구성하는 모습(2차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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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활동은 교사가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는 토론 활동을 통해 공정성 문제를 좀 더 명시적으로 다루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분류 규칙을 교사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누가 이 범주를 결정하는가? 시스템이 특정 관점을 반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등과 같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들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관찰 일지를 보면 학생들은 활동 중 잘못된 데이터가 불공정한 AI를 만들 수 있으며, 우리는 아무도 배제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학생 일지, 교실 관찰, 교사 면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차 순환에서는 비판적 질문의 출현과 학생 참여 확대가 주요 주제로 도출되었다. 이전 순환과 비교하였을 때 학생들은 도구 탐색에서 더 큰 자율성을 보였고, 서로의 가정에 기꺼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교사 면담에서도 “이번에는 단순히 AI가 멋지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 결정하지?’라고 물었죠.”라는 발화가 나타났으며, 이전 순환에서는 소극적이었던 학생들이 소집단 토론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구조화되면서도 개방적인 과제가 더 공평한 참여 기회를 창출했음을 시사한다. 설문 자료는 이러한 질적 관찰을 좀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였다. AI에 대한 유용성을 느끼는 정도가 특히 증가하였고(3.67에서 4.13으로, p = .002), 흥미와 정서적 참여도 역시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양적 변화는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재미있는 기술이 아니라 사려 깊은 설계가 필요한 실제적 함의를 지닌 시스템으로 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표 4 참조).

이처럼 2차 순환은 구조화된 활동이 직관적 이해에서 비판적 이해로의 진행을 어떻게 촉진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협력적 분류 설계를 통해 학생들은 AI 시스템이 객관적 진리가 아닌 인간의 선택을 구현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편향과 같은 AI 윤리 영역을 보충 내용으로 다루기보다 실습 활동에 통합할 때 학생들의 비판적 인식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나아가 학생을 분류 시스템 설계자로 위치함으로써 AI에 내재한 가정을 인식하고 질문하는 능력, 즉 비판적 의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2차 순환에서는 1차 순환의 잠정적 원리를 검증하고 정교화하였다. 첫째, 의인화를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원리는 효과적이었으나 AI는 왜 그렇게 판단했을지 등의 질문을 통해 기계론적 사고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함을 확인하였다. 둘째, 학생 스스로 분류 기준을 설정하는 활동에서 공정성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 자발적으로 발현되며 윤리적 추론을 설계 활동 전반에 내재화하는 원리를 추가하였다. 셋째, 또래 간 개념 협상과 비판적 질문이 개별 학습보다 효과적이어서 협력적 지식 구성을 위한 구조화된 모둠 활동과 발표·비평 시간 확보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정교화된 원리는 3차 순환에서 학생 주도의 창의적 설계 활동을 통해 최종 검증하였다.

3. 3차 순환: 학생 주도 설계와 성찰적 사고 촉진

3차 순환은 안내된 분류 학습에서 학생 주도 설계로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이전 순환에서 확립한 AI 개념 이해와 윤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이제 동물 분류 체계를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가상 환경에 구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학습자를 단순한 AI 사용자를 넘어 창의적인 AI 설계자로 위치하려는 결정은 학생들의 발달적 진전과 기술 참여에 있어서 주도성을 함양하려는 연구의 지향을 모두 반영하기 위한 시도였다. 3차 순환의 주요 활동은 학생들이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만의 동물 분류 체계를 완성하고, 이를 CoSpaces를 활용한 가상 동물 세계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첫 번째 활동에서 학생들은 서식지(땅/물/하늘), 특성(크기/색깔/소리), 행동(빠르기/먹이/습성) 등 지금까지 경험한 다양한 분류 기준을 검토하며 자신만의 분류 체계를 설계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왜 이렇게 분류했는지, 다른 방식은 없는지, 이 분류가 공정한지 등과 같은 발문을 통해 학생들의 성찰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촉진하였다. 두 번째 활동은 이러한 분류 체계를 실제 AI 모델로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학생들은 모둠 단위로 자신들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동물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AI 모델이 새로운 동물을 올바르게 분류하는지 검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1, 2차 순환에서 논의했던 사례들이 다시 등장하였다. “날 수 있지만 새가 아닌 박쥐를 어디에 분류할 것인가?”, “물과 땅 양쪽에 사는 거북이는?”과 같은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분류 체계 자체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성찰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은 박쥐는 두 곳에 다 넣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며 다중 범주 분류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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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최종 설계 과제에서 수행한 “AI 친구 추천 조언자” 학생 프로젝트(3차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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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활동에서는 학생들의 성장하는 정교함을 드러냈다. 한 팀은 “위험한 동물 vs 안전한 동물”이라는 분류 기준을 설정했다가 또래들로부터 누구에게 위험한지, 사람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공정한지라는 질문을 받으며 기준을 다시 검토하였고 결국 이 팀은 “사람에게 먼저 공격하는 동물 vs 공격받으면 반응하는 동물”로 기준을 수정하였다. 다른 팀은 “귀여운 동물 vs 무서운 동물”로 분류하면서 주관성 문제를 마주하였다. 한 학생은 뱀을 무서운 동물로 분류하려 했으나 다른 학생은 뱀이 귀엽다며 반대하였다. 논의 끝에 이 팀은 “더 많은 사람이 귀엽다고 생각하는”이라는 기준을 추가하였고 이를 위해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AI 시스템이 인간의 판단을 반영하며 그 판단에는 항상 관점과 가치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통찰로 이어졌다. 최종 단계에서 학생들은 CoSpaces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분류 체계에 따라 동물들이 배치된 가상 동물의 숲을 구현하였다. 동물들이 특정 경로를 따라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하고 각 구역에 서식지 정보를 표시하며 사용자가 동물을 선택하면 해당 동물의 특성과 분류 이유를 설명하는 상호작용 환경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개념(프로그래밍, AI 모델 훈련)과 윤리적 성찰(공정성, 포용성)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었다. 그리고 또래 발표는 전형적인 전시 형식을 넘어섰다. 한 팀의 발표에서 하늘에 사는 동물 범주에 박쥐를 포함한 것에 대해 다른 학생이 박쥐는 동굴에서 자는데 왜 하늘에 사는 동물인지 질문하였고 이는 서식지와 이동 수단을 구별하는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발표 팀은 박쥐는 낮에는 동굴에 있지만 밤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주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하였다. 또 다른 팀은 “개미를 땅에 사는 동물로만 분류할 수 있는가? 나무 위에도 사는데”라는 비판을 받으며 다중 범주 분류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 팀은 즉석에서 개미는 땅과 나무 양쪽에 넣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였고 다른 학생들도 펭귄도 물과 땅 양쪽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하며 동의하였다.

질적 분석 결과, 3차 순환에서는 설계자로서의 주도성 발휘와 협력적 비평 문화 형성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교사 면담에 따르면, 처음에는 맞았는지 틀렸는지만 말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왜 그렇게 분류했는지, 다른 기준은 없는지를 묻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교실은 창의적 탐구 공동체로 진화하였으며 학생들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문화를 형성해 갔다. 특히 이전 순환에서 기술적 개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도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팀 설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였다. 양적 평가는 이러한 질적 변화를 뒷받침하였다. AI에 대한 흥미가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고(3.14에서 4.04로, p < .001), 긴장감 점수의 감소는 복잡성에 대한 학생들의 증가하는 편안함을 시사하였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사회적 영향 인식의 두드러진 개선이었는데, 이는 학생들이 AI 시스템이 더 넓은 사회적 맥락 안에 존재함을 인식하게 되었음을 나타냈다(표 4 참조).

3차 순환은 초등학생이 단순히 기술 사용자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설계자로서 AI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비자에서 창조자로의 이러한 전환은 기술적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사용자 주체성을 강조하는 참여적 설계 전통과 일치한다. 이 교육과정은 동물이라는 일관된 소재를 유지하면서도 단순 관찰(1차 순환)에서 구조화된 분류(2차 순환), 창의적 설계(3차 순환)로 점진적으로 심화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친숙함과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였다. 또 윤리적 성찰을 사후적 부가물이 아니라 설계 과정 전반에 걸쳐 내재화함으로써 모든 기술적 선택이 사회적 선택을 구현한다는 인식을 실천하였다. 학생 산출물과 논의는 AI 시스템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드러냈다. 학생들은 AI를 중립적 도구도 결정론적 힘도 아닌 재구상이 가능한 인간 창조물로 인식하게 되었다. 즉 3차 순환에서는 이전 순환에서 도출·정교화된 설계 원리를 종합 적용하고 최종 확립하였다. 학생들이 설계자로서 주도성을 발휘할 때 AI 개념 이해와 윤리적 추론이 통합적으로 심화한다는 점을 확인하여 직접 설계를 통한 체험적 이해 원리가 확립되었다. 또 또래 발표와 비평 활동에서 다중 범주 분류의 필요성, 관점의 주관성 등 고차원적 사고가 발현되어 협력적 성찰 경험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다. 이로써 세 차례의 DBR 순환을 통해 첫째, 의인화를 개념 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 둘째, 구체적 경험에서 추상적 원리로의 점진적 계열화, 셋째, 직접 설계를 통한 체험적 이해, 넷째, 협력적 성찰 경험과 교수학적 비계 제공이라는 설계 원리를 최종 도출하였다. 이상의 세 차례 순환을 통해 설계 원리를 어떻게 도출하고 정교화하였는지를 <표 3>에 정리하였다.

표 3. 순환에 따른 설계 원리의 도출 및 정교화 과정
설계 원리 1차 순환 (잠정적 도출) 2차 순환 (검증 및 정교화) 3차 순환 (최종 확립)
의인화를 개념 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 의인화 경향을 오개념으로 교정하기보다 AI 이해의 인지적 출발점으로 허용 “AI는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 질문을 통해 기계론적 사고로의 전환을 적극 촉진 의인화 → 규칙 기반 이해 → 설계자적 사고로의 점진적 전환 경로 확립
구체적 경험에서 추상적 원리로의 점진적 계열화 경계 사례(박쥐, 펭귄)를 활용한 분류 기준 탐구가 효과적임을 확인 학생 주도 분류 기준 설정 → 패턴 발견 → 원리 이해의 귀납적 경로 확인 단순 관찰 → 구조화된 분류 → 창의적 설계로 이어지는 계열화 확립
직접 설계를 통한 체험적 이해 (명시적 도출 없음) 학생을 분류 시스템 설계자로 위치시킬 때 비판적 의식 함양 확인 설계자 주도성 발휘 시 개념 이해와 윤리적 추론의 통합적 심화 확인
협력적 성찰 경험과 교수학적 비계 제공 또래 상호작용과 교사 비계의 중요성 인식 구조화된 모둠 활동과 또래 협상이 개별 학습보다 효과적임 확인 또래 발표·비평을 통한 협력적 성찰이 고차원적 사고 발현에 기여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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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순환별 AI에 대한 태도 변화 결과
구분 1차 순환 2차 순환 3차 순환
사전 사후 p 사전 사후 p 사전 사후 p
M (SD) M (SD) M (SD) M (SD) M (SD) M (SD)
AI와 의사소통 3.41 (0.54) 3.35 (0.48) .020 3.34 (0.54) 3.34 (0.46) .010* 3.42 (0.47) 3.49 (0.45) <.001
AI와 감정적 교류 3.28 (0.62) 3.51 (0.51) .010* 3.10 (0.78) 3.15 (0.62) .010* 3.36 (0.55) 3.83 (0.51) .005**
AI와의 긴장 관계 2.82 (0.74) 3.02 (0.65) .030 2.72 (0.63) 2.77 (0.66) .020 2.87 (0.77) 3.37 (0.76) .020
AI의 사회적 영향 3.52 (0.55) 3.54 (0.54) .010* 3.65 (0.51) 3.98 (0.54) .010* 3.74 (0.55) 4.15 (0.40) <.001***
AI의 유용성 3.74 (0.61) 4.03 (0.56) .005** 3.67 (0.55) 4.13 (0.42) .002** 3.72 (0.67) 3.88 (0.34) <.001***
AI에 대한 흥미 3.01 (0.84) 3.25 (0.74) <.001*** 3.08 (0.74) 3.37 (0.71) <.001*** 3.14 (0.71) 4.04 (0.62) <.001***

* p < .05,

** p < .01,

*** p < .001, M = Mean, SD = Standard Dev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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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순환 간 발달 궤적

총 세 차례의 순환을 반복하며 이루어진 설계 기반 연구 결과는 단순한 교육과정 또는 교수학적 차원에서의 개선을 넘어 초등학생의 AI 이해에 대한 발달적 패턴을 드러냈다. 아래 표는 AI에 대한 태도 변화의 양적 궤적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지 각 영역에서 일관된 성장세가 나타났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들이 상호 연동되어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개념적 이해) 동시에 AI 시스템이 내재하고 있는 편향과 공정성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윤리적 인식), 이러한 인지적 성장은 AI에 대한 흥미 증가와 긴장감 완화로 이어지는(정서적 참여) 복합적인 발달 과정을 보여주었다.

순환 간 분석은 세 가지 상호연결된 발달 궤적을 드러냈다. 첫째, 학생들의 개념적 이해는 의인화에서 기계론적 이해로 진화하였다. AI를 피곤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의지를 가진 존재로 해석하던 초기 방식은 점차 규칙 기반 시스템이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로 작동한다는 인식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전환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이라기보다 분류 과제, 경계 사례, 설계 결정과의 누적된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3차 순환에 이르러 학생들은 설계자로서 자신의 선택이 AI 행동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는 AI를 신비로운 타자로 경험하는 것에서 인간 구성물로 이해하는 것으로의 메타 인지적 도약이었다.

둘째, 윤리적 추론은 부재에서 암묵적, 명시적, 통합적 수준으로 진행하였다. 1차 순환 참여자는 정확성을 넘어 AI 산출물을 거의 질문하지 않았으나, 2차 순환 학생들은 촉진을 받으면 편향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3차 순환 설계자들은 창의적 과정 전반에 걸쳐 공정성, 포용, 잠재적 해악을 능동적으로 고려하였다. 이러한 궤적은 윤리적 AI 소양이 고립된 내용으로는 효과적으로 가르쳐질 수 없으며 가치가 내재한 설계 결정과의 지속적 참여를 통해 발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지지적 사회적 맥락 안에서 점차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하며 추론이 진전한다는 신-콜버그 도덕 발달 모델과도 일치하는 결과였다.

셋째, 지식의 사회적 구성이 AI에 대한 개념과 윤리 발달 모두에 근본임이 드러났다. 초기 순환은 매우 가변적인 개별 반응을 드러냈다. 일부 학생은 광범위하게 의인화한 반면, 다른 학생은 초연하였고, 일부는 오류를 학습 기회로 받아들인 반면, 다른 학생은 실패로 내면화하였다. 그러나 구조화된 또래 상호작용과 협력적 설계 과제를 통해 이러한 개별적 변이성은 집단적 의미 만들기를 위한 자원으로 전환되었다. 3차 순환에 이르러 교실은 실천 공동체로 기능하였으며, 분산된 전문성이 개별 능력을 넘어서는 정교한 집단 결과를 가능하게 하였다.

Ⅴ. 논의 및 결론

이 연구는 AI 소양에 대한 초등학생의 독특한 발달적 특성을 드러냄으로써 AI 교육에 대한 실제적 근거와 이론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Long과 Magerko(2020), Ng 등(2021)을 비롯한 기존 연구들이 대체로 청소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AI 소양 함양 문제를 다루어 온 데 반해, 이 연구는 초등학생만의 고유한 발달 궤적에 주목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학생들은 의인화된 개념화에서 규칙 기반 이해를 거쳐 비판적 설계 사고로 나아가는 발달 과정을 보였으며 이는 단계적 전환이라기보다 각 단계가 다음 단계를 비계하는 연속적 구조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초등학생의 의인화 경향이 장애물이 아닌 생산적 자원으로 기능한다는 점이었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5학년은 구체적 조작기 후기에서 형식적 조작기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시기로, 의인화 경향은 저학년에 비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Jipson & Gelman, 2007). 그러나 이 연구에서 5학년 학생들은 AI라는 새롭고 복잡한 대상 앞에서 여전히 의인화적 해석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들의 의인화는 저학년의 존재론적 혼동과 달리, AI가 생명체가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그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사용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는 Vosniadou(2013)가 말하는 직관적 이론과 과학적 개념이 공존하는 과도기적 이해에 해당하며, 학생들은 이러한 은유를 발판 삼아 점진적으로 알고리즘적 사고로 진화하였다. 윤리적 추론에서도 학생들은 추상적 원칙보다 구체적 상황에서 타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사고하였는데 이는 전인습적 수준에서 인습적 수준으로 이행하는 5학년의 도덕 발달 특성(Kohlberg, 1984)과 부합한다. 이러한 결과는 5학년의 발달적 위치가 AI 개념 학습에서 독특한 양상으로 발현됨을 보여주는 동시에 초등학생의 인지적 특성을 출발점으로 삼는 교육과정 설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AI 윤리 영역의 통합적 발달 양상 역시 이 연구가 발견한 주요 결과 중 하나였다. AI 교육과 관련한 기존 프레임워크가 대체로 AI 윤리를 독립적 역량으로 구획해 온 데 반해 이 연구에서 윤리적 인식은 적절한 비계가 제공될 때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하였다. 특히 2차 순환에서 학생들이 협력적 분류 설계를 통해 AI 시스템이 인간의 선택을 구현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기술적 역량과 함께 윤리적 인식을 강조하는 현대 AI 소양의 방향과 일치하는 중요한 개념적 전환이었다(Ng et al., 2021). 학생들이 분류 체계를 구성하며 자발적으로 누가 이 규칙을 정하며, 이게 과연 공정한지를 질문한 것은 그동안 팽배해 온 가치중립적 기술 교육 접근에 대한 도전이자 초등학생도 알고리즘 시스템에 내재한 가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발견은 AI 윤리 관련 소양이 고립된 내용으로는 효과적으로 함양될 수 없으며 가치가 내재한 설계 결정과의 지속적 참여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발견들은 단순히 학생 발달의 특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나라 AI 교육이 직면한 정책적 과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디지털‧AI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초등학교 현장을 위한 구체적 AI 교육 지침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은 중앙집권적 교육과정 체제에서 신생 교육 영역 도입 시 직면하는 정책과 실천 간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가 채택한 DBR 접근은 이러한 격차를 생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연구 결과 교사는 정책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번역자로서 광범위한 정책 방향을 구체적 교실 생태에 맞게 재맥락화하였는데 이는 교사를 교육개혁의 핵심 매개자로 위치시키는 모델에 가까웠다. 특히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해석이 어떻게 정책 의도를 실천 가능한 교육 경험으로 전환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수단적 차원의 문제일 뿐이며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초등학교 AI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이 연구는 단순히 미래 노동력 준비나 디지털 역량 함양을 넘어 초등학교 AI 교육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 재고를 촉구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알고리즘 시민성, 즉 AI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집단적 이익을 위해 재구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AI 소양을 단순한 기술 훈련이 아닌 민주적 참여와 사회적 상상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맥락에서는 특히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기술 활용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누구를 위한 AI이며, 이 시스템이 배제하는 사람은 없는지와 같은 질문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는 시민적 역량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육 목적의 재설정은 방법론적 혁신을 통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방법론적 차원에서 이 연구는 위계적 교육체제에서 정책-실천 격차를 해소하는 혁신 기제로서 DBR의 잠재력을 실증하고자 하였다. 기존 교육과정이 부재하고 이론적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DBR의 반복적 순환 구조는 학생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도 전이 가능한 설계 원리를 도출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특히 연구자-교사-전문가의 협력적 구조는 실천적 지혜와 이론적 통찰을 체계적으로 통합하였다. 이상의 세 차례 DBR 순환을 통해 설계 원리는 점진적으로 도출되고 정교화되었다. 1차 순환에서는 의인화 활용과 경계 사례 탐구의 효과가 확인되어 잠정적 원리로 도출되었고, 2차 순환에서는 이를 검증하면서 윤리의 내재화와 협력적 지식 구성 원리가 추가·정교화되었으며, 3차 순환에서는 직접 설계를 통한 체험적 이해 원리가 확립되어 최종적으로 네 가지 설계 원리가 도출되었다. 첫째, 초등학생의 자연스러운 의인화 경향은 교정 대상이 아닌 개념 변화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둘째, 관찰 가능한 AI 행동에서 시작하여 규칙과 패턴을 거쳐 시스템적 이해로 나아가는 점진적 계열화가 필요하다. 셋째, 윤리적 추론은 별도 단원이 아닌 설계 활동 전반에 내재해야 한다. 넷째, 또래 상호작용과 협력적 성찰이 개별 이해를 넘어서는 통찰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원리들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발이나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 설계에 구체적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DBR의 방법론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우선 단일 학교 5학년 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만큼 연구 맥락의 특수성에 따른 일반화 제약이 있으며, 디지털 인프라가 열악하거나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10주라는 연구 기간은 세 차례의 설계 순환을 수행하기에는 적절하였으나 학생들의 개념 변화가 지속적인지, 학교 밖 맥락이나 새로운 AI 기술에도 전이되는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울러 단일 교사의 참여로 인해 연구에서 확인된 적응적 비계 설정의 효과가 교사의 개인적 전문성에 기인한 것인지 설계 원리 자체의 효과인지를 분리하기 어려웠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학교급과 지역을 포함하는 확장 연구, 지연 사후 검사를 포함한 종단 연구, 복수 교사의 실행 비교 연구 등을 통해 설계 원리의 전이 가능성과 경계 조건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나아가 각 원리가 작동하는 기제를 규명하여 초등학생 AI 개념 발달에 관한 이론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신중하게 설계되고 반복적으로 정교화된 초등학교 AI 교육과정이 단순한 기술적 교수‧학습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적절한 비계와 반응적 조정을 통해 초등학생은 AI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뿐 아니라 그것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질문하고 어떻게 재구상될 수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이는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아동을 준비시키는 일이 기술적 숙련만이 아닌 기술과 사려 깊게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함양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 시대에 적응하는 학생이 아닌 그 시대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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