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 하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복식학급 운영, 교 사 확보의 어려움, 교육과정 편성 제약 등으로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에 한계를 겪고 있 다. 전국적으로 60명 이하 초등학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학교 통폐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교육의 질 저하, 학습권 약화, 지역 교육생태계의 불안 정성 확대 등 다양한 교육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권순형 외, 2021; 류방란 외, 2018).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학교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어려워 졌으며 학교 간 협력을 통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최근 다수의 시도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 다. 공동교육과정은 복수의 교육 주체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협력 기반 교육 운영 체계로서 단위 학교의 한계를 넘어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하려 는 시도이다(이동성, 2017; 위미나 외, 2023). 그러나 각 시도에서 추진하는 공동교육과 정은 그 개념의 정의, 운영 구조, 실행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시도는 ‘공 동’을 학교 간 협력으로 한정하는 반면, 다른 시도는 학교 내 학년 간 협력이나 마을과 의 연계까지 포함하며, ‘교육과정’의 범위 역시 정규 교과에서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방 과 후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개념적 다양성은 지역 특성에 따른 자율성 발현이 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정책의 일관성과 확산 가능성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국내 논의는 주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 다. 이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같은 거시적 교육정책 흐름 속에서 선택 과목 다양화와 진 로 맞춤형 교육과정의 확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관련 선행연구들도 대부 분 고등학교 수준의 제도 설계, 운영 효과, 참여 경험 등에 초점을 두었다. 예컨대 박나실(2016)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클러스터 사례를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실현 가능 성과 한계를 분석하였고, 박진희 외(2020)는 고등학생들의 공동교육과정 참여 경험을 통해 학습자 주도성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탐구하였으며, 김정아(2025)는 고등학생 들의 공동교육과정 수업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공동교육과정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교육적 효과, 제도적 기반, 교사와 학생 의 참여 요인을 다양하게 조명해 왔으나 대부분 중등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렇 다고 초등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권순형 외(2021)는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공동교육과정을 다
루었으나 다소 포괄적인 정책 분석에 그쳤고, 김위정 외(2019)는 경기도 사례에 한정하 여 운영 실태를 조사하였으며, 위미나 외(2023)는 전남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교사 인 식을 분석하였으나 전국적 차원의 비교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지역별 시도교 육청이 수립한 정책 문서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통해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의 실제 운 영 구조와 정책적 방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한편 최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동교육과정 정책들을 살펴보면 초등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전국 17개 시도 중 7개 지역이 공동교육과정을 ‘작은학교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초등학 교 공동교육과정이 고등학교와는 다른 맥락에서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이 주로 학생 수요 기반의 선택 과목 개설을 위한 학교 간 연계에 초점을 둔다면,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 편성과 수업 운영 자체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 조적 대응책으로 기능하고 있다(김현수, 이재창, 2020). 이는 초등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밀접한 연계성, 초등교육의 융통성, 담임교사 중심 교육과정 실행 문화 등이 제도 설계 와 실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김위정 외, 2019; 위미나 외, 2023). 그럼에도 기존 연구들은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공동교육과정의 실천적 구조, 협력 주체 간 상호작용, 제도적 특성 등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 분석의 공백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이 연구에서는 시도교육청이 수립한 정책 문서를 기초로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 정책의 실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시도별 공동 교육과정의 개념 정의와 요소를 분석하여 ‘공동교육과정’ 의미가 지역별로 어떻게 다르 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둘째, 공동교육과정의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를 분석하 여 지역별 운영 유형의 특성과 차이를 도출하며, 셋째, 공동교육과정의 제도적 기반과 행·재정적 지원 체계를 검토하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건을 탐색하고자 한다. 끝으로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공동교육과정 정책 수립 및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이 단순한 교육격차 해소 수단을 넘어 지역 교육과정으로서 지역 기반 교육생태계 재구성의 핵심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론적·실천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II. 이론적 배경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전례 없는 속도의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라는 이중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2023)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20 년 272만 명에서 2030년 158만 명으로 10년 만에 4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 한 급격한 변화는 특히 농산어촌 지역에서 교육인프라 붕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개별 학 교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권순형 외, 2021).
우선 학령인구 감소가 초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고 심층적이고 한국교육개 발원에서 2023년 발표한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28.7%가 전교생 60명 이 하의 소규모학교이며,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2.3%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 은 복식학급 운영 학교가 2010년 821개교에서 2023년 1,247개교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김경애 외(2015)는 이를 “교육인프라의 연쇄 붕괴”로 명명하며 학생 수 감소가 교사 배 치 축소, 교육프로그램 제한, 학생 간 상호작용 기회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분 석했다. 특히 교육활동을 위한 최소 학생 수 및 비율의 붕괴, 방과후 프로그램 개설 불 가, 동아리 활동 제약 등은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역 간 교 육격차는 이러한 양적 문제를 질적 불평등으로 확장한다. 양희준 외(2018)에 따르면 농 촌 지역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도시 지역의 68% 수준이며 문화예술 체험 기회 는 47%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 강사 확보의 어 려움, 이동 거리로 인한 접근성 제약,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 미달 등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더욱이 이러한 경험의 격차는 문화자본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장기적 으로 사회 이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한다(김진숙, 2020).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왔으나 기존 접근법들은 뚜렷한 한계를 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학교 통폐합 정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 한 가장 직접적인 대응이었으나 통학 거리 증가로 인한 교육권 침해와 지역사회 해체라 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김도기, 이재덕, 2020). 박삼철(2014)은 2000년대 이후 진행 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행‧재정적 측면에서 단기적 효율성은 달성했으나 농촌 지역의 교육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은 통폐합의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개별 학교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교육과정 운영 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김위정 외, 2019).
이러한 맥락에서 공동교육과정은 학교를 유지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권순형 외(2021)는 공동교육과정을 “개별 학교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교육자원과 역량을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달 성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하며 특히 초등교육 맥락에서 공동교육과정은 단순한 효율성 추구를 넘어 다음과 같은 복합적 목표를 지향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첫째, 소규모학 교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과 또래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둘째, 교사 들의 전문적 고립을 해소하고 협력적 전문성 개발을 촉진할 수 있고, 셋째, 지역사회와 학교의 연계를 강화하여 지역 교육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은 학교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정책적으로 채택해 왔다. 대표적으로 Bray(1987)가 제안한 ‘학교 클러스터 (school cluster)’ 모델은 개발도상국의 농촌 지역에서 널리 적용해 왔다. 이 모델은 지리 적으로 인접한 소규모학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교육자원과 교사를 공동 활용함 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하려는 전략이다. 클러스터 내에서 중심학교가 일정한 교육 서 비스를 제공하고 인접 학교들은 이를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순회 교사를 배치받는 방식 으로 운영된다. 이 모델은 교육인프라와 교사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개별 학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협력 구조를 통해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점에서 우리 나라 공동교육과정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스리랑카, 인도, 코스타리카, 태국 등에서는 해당 모델을 국가 차원의 농촌 교육 정책으로 채택하여 초등교육의 기초 학습권 확보와 지역 간 격차 완화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된다(Bray, 1987; Giordano, 2008). 영국의 연합학교(Federation) 정책 또한 정책 설계의 유사성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 간 자발적 연합을 통해 공동 리더십 구조(공동 교장, 공유 행정팀), 교육과정 공동 기획 및 운영, 교사 교류 등을 제 도화한 형태로 특히 잉글랜드에서는 2013년 기준 전체 초등학교의 37%가 하나 이상의 연합학교에 소속되어 있을 만큼 널리 확산하였다(Chapman & Muijs, 2014). 연합학교 들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수업 자료를 공유하며 학생 들이 학교 간 이동 없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전담 교사 부족, 교육과정 편성 제약, 학급 구성 어려움이라는 문제를 협력 기반의 제도적 구조를 통해 해소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공동교육과정과 정책 목적 및 실행 방식 모두에서 높은 유 사성을 갖는다. 또한 학교 통폐합 없이 개별 학교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질 을 제고하려는 접근은 한국의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과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결합적 전략과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한다.
즉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교육격차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등장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적 효율화나 비용 절감을 넘어 모 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교육의 공공성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적극 적이 정책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은 고등학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에서 등장하고 제도화 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도입되었다면 초등학교에서는 소규모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생존 전략 으로 출발했다. 김위정 외(2019)이 농어촌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정상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어렵다”라고 답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한다. 첫째, 교사 수 부족으로 교과전담교사 배치가 불가능해 담임교사가 전 교과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학생 수 부족으로 동학년 학급이 구성되지 않아 복식학 급 운영이 불가피하며 이는 발달 단계에 적합한 교육과정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셋째, 소수의 학생으로는 체육 활동, 음악 합주, 토론 수업 등 또래 상호작용이 필요한 교육활 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교육과정은 인근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전 문 교사를 공유하고 적정 규모의 학습 집단을 구성하며 다양한 교육활동을 가능하게 하 는 해법으로 부상했다. 즉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운영의 ‘확대’가 아닌 ‘유 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고등학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책 형성 과정에서도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은 현장을 중심으로 한 상향식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징적이다. 교육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화가 이루어진 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교사들의 자발적 실천이 시도교육청의 정책으로 제도화되는 경로를 밟 았다. 전라남도교육청(2018)이 농산어촌 교사들의 자발적 ‘작은 학교 협력 수업’을 공식 정책으로 발전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위미나 외(2023)는 이를 “풀뿌리 정책화”로 평 가하며 현장의 절박한 필요가 정책 혁신을 견인한 독특한 과정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상 향식 정책화는 지역별로 다양한 공동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창출했다. 세종시는 ‘교사 협 력’을 핵심으로 삼아 주 1회 공동 연구일을 지정하여 서로 다른 학교 교사들이 함께 교 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였으며, 충남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중심축으로 설정하여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충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은 학교와 큰 학교 간 협력 모델’을 개발하는 중인데 이는 과밀학급으로 인해 개별화 교육이 어려운 대규모 학교와 학생 수 부족으로 다양한 활동 이 어려운 소규모학교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시기별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2010년대 후반 소규모학교 지원 정책 중 하나로 공동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광주의 ‘농촌소규모학교 지원’, 전북의 ‘어 울림학교’, 강원과 전남의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등이 대표적인 초기 정책 사례이다. 이들 정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학교 간 교육과정 협력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 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권순형 외(2021)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7개 시도가 공동교육과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25년 현재는 10개 시도로 늘어났 다. 주목할 만한 점은 농촌에서 시작된 정책이 도시로 역-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 심 공동화로 인한 소규모학교 증가는 공동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전국적 과제로 확대하였 다(위미나 외, 2023). 더 나아가 최근에는 소규모학교 간 협력을 넘어 규모가 다른 학교 간 협력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는 학교 규모에 따른 서로 다른 교육적 제약 을 상호보완하는 진화된 형태의 공동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 연구는 2010년대 초중반 소규모학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되었다. 초기에는 해외 사례 소개나 정책 제언 수준에 머물렀으나 실제 운영 사례가 축적되면서 실증적 연구로 발전하였다. 이동성(2017)의 연구는 이러한 전 환의 기점이 되었다. 그는 농촌 소규모 초등학교 3개교의 2년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과 정을 민속지학적으로 분석하여 교사들이 초기 갈등을 거쳐 협력 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 정을 포착했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 “우리들 학교”로의 인식 전환이 공동교육과정의 핵심 성공 요인임을 밝히며 공동교육과정이 단순한 프로그램 공유를 넘어 학교 문화와 교사 정체성 변화를 수반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이후 실증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 김위정 외(2019)는 경기도 농어 촌 초등학교 대상 조사에서 공동교육과정 참여 학교의 83%가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이 해소되었다고 응답했음을 보고했다. 동시에 이 연구는 현실적인 제약 요인도 밝혀냈 는데 학교 간 시간표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67%, 공동교육과정 준 비와 실행으로 교사 업무량 증가를 호소한 사례가 71%, 그리고 학생들의 이동에 따른 부담을 지적한 응답이 58%에 달하였다. 이를 통해 공동교육과정이 교육과정 운영상 긍 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행·재정적 부담 역시 상당함을 드러냈다.
김현수와 이재창(2020)은 CBAM 모델을 활용하여 교사들의 공동교육과정 수용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교사들의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관심도는 전반적으로 “비판적 비사용 자” 단계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교사가 공동교육과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아직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또한 교사들의 실행 수준을 진단한 결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단계는 “기계적 사용” 단계였다. 즉 공동 교육과정에 막 참여하여 시도해 보는 초기 단계의 교사가 가장 많았고 아직 공동교육과 정을 안정적으로 일상화하거나 재구성하는 단계에 이른 경우는 드물었다. 배경 변인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는데 이는 성별, 경력, 연수 경험 등과 무관하 게 대부분의 교사들이 유사한 초기 인식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의 결과는 초등학 교 현장에서 공동교육과정 도입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교사들이 공동교육과정을 긍정적 으로 인식하나 전문적 자신감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책 적으로 교사들이 협력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실행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시간 확보, 연수 지원 등 체계적인 뒷받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좀 더 종합적인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권순형 외(2021)는 학령인구 감소 대응 차원에서 소규모학교 지원 체제를 분석하며 공동교육과정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 다. 이들은 공동학구제, 온라인 합동수업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제안하고 필요한 제도 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비록 현장 실증 분석은 포함하지 않았으나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적 청사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위미나 외(2023)는 공동교육 과정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여 특정 지역의 다년간 운영 사례를 종단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학교장 리더십, 제도적 지원, 교사 네트워크, 지역사회 참여를 지속 가능성의 핵 심 요인으로 도출했으며, 특히 초기 2-3년이 협력 문화 형성의 결정적 시기임을 밝히며 이 시기에 공동체적 학교 문화가 형성되고 협력의 이점이 체감되어야 장기적인 정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연구들은 소규모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을 구체화하고 공동교육과정이 실 질적 대안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입증해 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해 왔으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몇 가지 한계를 보인다. 첫째, 대부분 특정 지역이나 소수 사례에 국한되어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공동교육과정이 시도교육청 단위의 분권적 정책인 만큼 전국적 차원의 비교 분석이 필요함에도 아직 이러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둘째, 초등 학교 단위에서의 공동교육과정 정책 형성과 제도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현장 실천 중심의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고 제도화되는지에 대한 체 계적 분석이 미비하였다. 셋째, 초등교육의 특수성 반영이 불충분하다. 많은 연구가 고 등학교 중심의 분석 틀을 그대로 적용하여 담임교사제, 통합교육과정, 지역사회 밀착성 등 초등학교의 고유한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여 이 연구는 첫째, 전국 시도교육청별 정책 문서를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공동교육과정의 전국적 정책 지형을 조망하고, 둘째, 정책 문서 분석을 통해 개념 정의, 제도화 경로, 운영 구조 등을 규명하여 시도별 공동교육과정 정책의 맥 락을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셋째, 시도별 정책 모델의 다양성을 분석하여 지역 맞춤형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넷째,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공동교육과정을 재조명함으로써 학교급별 차별화된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III.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 정책을 시도교육청 공식 문서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단위에서 공동교육과정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 는 시도교육청의 정책 문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자료 수집은 2025년 4월 부터 6월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었다. 우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공식 홈페이지를 통 해 공동교육과정 관련 정책 문서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였다.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은 경우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담당 장학사 또는 담당 부서에 공문을 통해 자료 제공 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초등학교 단위에서 공동교육과정을 정책화하여 운 영하고 있는 10개 시도교육청의 공식 문서를 확보하였다.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인천, 제주 7개 시도교육청은 현재 교육청 차원에서 공동교육과 정을 별도로 정책화하여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시도교육청은 공 동교육과정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다른 형태의 교육지원이나 소규모학교 지원 정 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공동교육과정을 정 책화하여 운영하는 10개 시도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연구에서 분석 대상의 층위와 수준을 어느 정도 동등하게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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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더 나은 작은학교 운영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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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경기 미래 학교 운영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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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경남 작은학교 지원 계획(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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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아우름 교육과정 운영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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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초등 함께 자람 교육과정 운영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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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작은 학교 지원 종합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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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 운영 지원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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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어울림 학교 지원 계획(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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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충남 작은학교 지원 시행 계획(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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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북 공동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2025)
이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로 설정하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 믹 이후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공동교육과정 정책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 작한 시점을 포함하기 위함이다. 다만 분석의 일관성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의 가장 최신 정책 문서를 중심으로 분석하되 정책의 연속성과 변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경 우 이전 연도의 문서와 관련 조례, 기본계획 등을 보충 자료로 활용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공동교육과정이 소규모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상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간 상호작용을 확대하며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라는 점(권순형 외, 2021)에 주목하여 분석 범주를 설정하였다. 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간 또는 학년 간 교 사들이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형태의 수업 및 교육활동”(김 위정 외, 2019)으로 정의되며, 이는 지역별 특성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유형과 방식, 형 태로 구현된다(위미나 외, 2023).
분석 범주 설정을 위해 먼저 공동교육과정의 핵심 특성을 도출하였다. 문헌 검토와 예비 분석을 통해 공동교육과정의 핵심을 ‘교육 기회의 형평성 보장’, ‘교육과정 다양화 와 정상화’, ‘학교 간 협력 체계 구축’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핵심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각 시도교육청의 정책 문서에서 추출하고 유사한 내용끼리 범주화하는 귀납적 접근을 통해 최종적으로 ‘정책 추진 맥락과 목적’, ‘운영 유형’, ‘운영 방식’, ‘제 도적 기반’으로 이루어진 분석 범주를 설정하였다.
연구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 외에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협력 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전문가 집단은 공동교육과정 정책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 2인 과 교육과정 정책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정책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2 인, 총 4인으로 구성하였다.
분석은 크게 개별 분석, 교차 검토와 조정, 합동 검토와 보완 세 단계로 진행하였다. 먼저 개별 분석 단계에서는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10개 시도교육청의 정책 문서를 분석하였다. 분석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사전에 개발한 분석 매트릭스를 활용하 였으며, 범주별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코딩하였다. 분석 매트릭스는 4개 범주를 행으로, 10개 시도를 열로 구성하여 체계적인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다음으로 교 차 검토와 조정 단계에서는 개별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상호 검토하는 과정을 3회에 걸 쳐 진행하였다. 1차 검토에서는 범주별 코딩의 일관성을 점검하였고, 2차 검토에서는 지 역 간 분석 수준의 균형을 맞추었으며, 3차 검토에서는 범주 간 중복 내용을 조정하였 다. 전문가 간 의견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 원문서를 재검토하고 심층 논의를 통해 합의 점을 도출하였다. 특히 ‘운영 유형’ 범주에서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합동 검토와 보완 단계에서는 전체 분 석 결과를 종합하여 2회의 합동 검토 회의를 개최하였다. 1차 회의에서는 분석 결과의 논리적 일관성과 완결성을 점검하였고, 2차 회의에서는 주요 내용의 누락 여부를 확인 하고 최종 수정 사항을 반영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도의 특수한 운영 방식이나 혁 신 사례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검토하였다.
IV. 연구 결과
이 장에서는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의 공동교육과정 정책 문서를 분석하여 도출한 결 과를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제시하였다. 첫째, 공동교육과정 개념의 다층적 구조를 분석하여 시도별 해석의 다양성과 그 함의를 규명하였고, 둘째, 공동교육과정 운영 현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운영 구조의 복합성을 드러냈다.
공동교육과정이라는 용어는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고 해석된다. 이 절에서는 시도교육청 정책 문서에 나타난 개념 정의를 분석하고, 핵심 구성요소인 ‘공동’과 ‘교육과정’의 의미를 구조적으로 해체 하여 공동교육과정 개념의 다층성을 드러냈다.
국내 시도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을 정책으로 추진하면서도 그 개념 정의와 적용 범위 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시도는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정의를 제시하는 반면, 다른 시도는 정책 실행 맥락 속에서 암묵적으로 개념을 규정한다. 시도별 공동교육과정 정의를 정리한 것이다.
분석 결과, 세 가지 주요 경향이 도출된다. 첫째,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의 주체에 대 한 관점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종과 전남은 ‘교사’를 공동교육과정의 핵심 주체 로 명시하며, “두 명 이상의 교사가 공동 설계·운영”이라는 표현을 통해 교사 주도성을 강조한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단순한 행정적 협력이 아닌 교사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 과정 재구성 활동임을 시사한다. 반면 강원과 경남은 ‘교육공동체’라는 포괄적 개념을 사용하여 학교 구성원 전체의 참여를 강조한다. 둘째, 공동교육과정의 목적과 지향점에 서도 시도별 차이가 확인된다. 경남과 울산은 ‘교육 기회의 공평성’과 ‘모든 학생의 배움 과 성장’을 강조하여 교육격차 해소라는 정책 목표를 전면에 배치한다. 반면 전남은 ‘협 력적 주도성’이라는 미래 역량을 제시하며, 공동교육과정을 21세기 핵심 역량 개발의 도구로 위치시킨다. 충남과 전북은 ‘지역 교육생태계’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공동교육과 정을 지역사회와 학교의 유기적 연계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셋째, 정의의 구체성과 추상 성 수준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세종과 충북은 “2개 이상의 학교 또는 학급”, “교 육 여건과 환경을 반영” 등 구체적인 실행 조건을 명시한다. 특히 전북은 정의 자체에 ‘공동통학구형, 협력형, 마을형’이라는 운영 유형을 포함하여 정책의 실행 모델을 구체 화한다. 반면 강원과 울산은 ‘특색 있는’, ‘강점을 살린’ 등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지역과 학교의 자율적 해석 여지를 확대한다.
이러한 정의의 다양성은 공동교육과정이 표준화된 정책 모델이 아닌 지역 교육 여건 과 정책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재구성될 수 있는 정책 도구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남과 세종이 공동교육과정을 ‘공동수업 또는 교육활동’으로 구체화하여 실행 단 위를 명확히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추상적인 정책 구호가 아닌 실제 교실 수준에서 구현되는 실천적 활동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교육과정의 핵심 구성요소인 ‘공동’은 협력의 주체, 범위, 방향성에 따라 다층적 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에서는 ‘공동’이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하는 협력을 의미하는가를 기준으로 ‘학교 밖 협력’과 ‘학교 내 협력’으로 대별하고, 각각을 세부 유형으로 분류하 여 분석하였다.
구분 | 학교 밖 | 학교 내 | ||||||
---|---|---|---|---|---|---|---|---|
지역 | 학교급 | 학교 | 학년(군) | 학급(교사) | 본-분교 | 학년(군) | 학급(교사) | |
강원 | ○ | ○ | ○ | ○ | ||||
경기 | ○ | ○ | ○ | |||||
경남 | ○ | ○ | ○ | ○ | ○ | |||
경북 | ○ | ○ | ○ | ○ | ○ | |||
세종 | ○ | ○ | ○ | |||||
울산 | ○ | ○ | ||||||
전남 | ○ | ○ | ○ | ○ | ○ | ○ | ○ | |
전북 | ○ | ○ | ○ | |||||
충남 | ○ | ○ | ○ | ○ | ||||
충북 | ○ | ○ | ○ |
‘학교 밖 협력’ 측면에서 전남, 전북, 충남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제도화하여 가장 넓 은 협력 범위를 구축한다. 특히 전남은 지역 협력부터 본-분교 간 협력까지 모든 유형 을 포괄하여 가장 다층적인 공동 구조를 운영한다. 충남은 학교급 간 협력을 포함하여 초-중 연계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이는 학습의 연속성 확보와 진로 연계 교육의 기반이 된다. 경북 역시 학교급 간 협력을 통해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면 ‘학교 내 협력’은 동일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년 간 또는 학급 간 교 사 중심 협력을 의미한다. 강원, 세종, 전남, 충남은 학년(군) 간 협력을 포함하여 학교 내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강원은 복식학급이라는 소규모학교의 특수성 을 공동교육과정의 기회로 전환하여 학년 간 융합 수업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활성화 한다. 전남의 경우 학교 내외의 모든 협력 유형을 포괄하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는 ‘공 동’의 의미를 가장 유연하고 포괄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모든 시도가 ‘학교 간 협력’을 기본으로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는 공동교 육과정의 출발점이 인근 학교 간 교육과정 공동 운영이라는 전통적 모델에 기반하고 있 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각 시도는 이러한 기본 모델을 넘어 지역 여건과 정책 목표에 따 라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재구성하고 있다. 예컨대 경남은 본-분교 간 협력을 통해 분교의 교육과정 정상화를 지원하며, 충남은 무학년제 운영을 통해 학년 구분 없는 유연 한 학습 집단 구성을 시도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공동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나 행정적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교육과정 주체를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과 정임을 시사한다. 특히 학교 내 협력의 활성화는 공동교육과정이 외부와의 연계뿐만 아 니라 학교 내부의 교육과정 혁신 도구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이 포괄하는 범위 역시 시도별로 상이하게 해석되고 실 행된다. 이는 단순한 용어 해석의 차이를 넘어, 해당 지역이 공동교육과정을 어떤 수준 에서 제도화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정책적 지표로 기능한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 교육 과정 체계를 기준으로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학교 자율시간, 방과후 프로그램의 네 영 역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구분 | 정규 교육과정 | 비정규 교육과정 | ||
---|---|---|---|---|
교과 | 창의적 체험활동 | 학교 자율시간 | 방과후 | |
강원 | ○ | ○ | ||
경기 | ○ | ○ | ○ | |
경남 | ○ | ○ | ||
경북 | ○ | ○ | ○ | |
세종 | ○ | ○ | ○ | ○ |
울산 | ○ | ○ | ||
전남 | ○ | ○ | ○ | ○ |
전북 | ○ | ○ | ||
충남 | ○ | ○ | ||
충북 | ○ | ○ |
위 표는 각 시도교육청이 공동교육과정에 포함하는 교육과정의 범위를 실제 편성 기 준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다. 교과 중심 운영은 세종, 전남, 전북, 경북 등에서 나타나 며 공동교육과정이 정규 수업 단위 내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화 수준이 높고 확산 가능성이 큰 형태라 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 중심 운영은 전 시도에 걸 쳐 비교적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는 학교 간 협력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도적 충돌 없이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학교 자율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전남과 세종 등 일부에 한정되며 이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크고 학년 또는 학년 군 통합, 프로젝트형 수업 등과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방과후 프로그램 연계형 공동 교육과정은 경남, 경북, 울산, 충남 등에서 운영되며 권역 단위의 교류 프로그램, 진로 체험, 문화예술 캠프 등의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방과후는 정규 교육 과정 이후 시간, 즉 평일 정규 수업 종료 후 시간과 주말 방과후 모두를 포괄한다.
요컨대 ‘교육과정’의 해석 범위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은 공동교육과정이 단일한 제 도 형태가 아닌 다층적인 정책 구조임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는 향후 공동교육과정 정 책의 국가 차원 표준화 또는 지역 맞춤형 확산 모델을 설계할 때 적용 범위와 제도화 수 준에 따른 정책 분화 필요성을 시사한다.
공동교육과정의 실제 운영은 개념적 다양성보다 더욱 복잡하고 역동적인 양상을 보인 다. 이 절에서는 정책 추진 맥락, 운영 구조, 실행 방식, 제도적 기반을 중심으로 공동교 육과정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공동교육과정 정책은 단순히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한다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한 교육적 대응으로 추진되고 있다. 10개 시도교육청의 정책 문서를 분석한 결과, 공동교육과정은 다층적 정책 목표를 지향하며 복합적 추진 맥락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정책 추진 배경을 분석하면 크게 세 가지 차원의 문제의식이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구조적 차원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가 공통으로 지적된다. 특 히 경남과 전북은 지역소멸 위기와 교육생태계 붕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문제의 심각 성을 강조한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단순한 교육 방법 개선이 아닌 지역 존속과 직결된 생존 전략임을 시사한다. 둘째, 교육적 차원에서는 소규모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한계와 교육격차 문제가 부각된다. 강원은 교육활동 적정 학생 수 유지의 어려움을, 전남은 교 육과정 설계·운영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경북은 농산어촌의 소규 모화와 도시의 과대·과밀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동시에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농 연계형 공동교육과정을 제안한다. 셋째, 미래 대응 차원에서는 교육혁신과 미래형 학교 모델 구축이 강조된다. 세종은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교육과정, 울산은 초저출생 사회에 대응하는 미래형 학교를 목표로 제시한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현재 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미래 교육 모델 탐색의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시도가 공동교육과정을 ‘작은학교 지원 정책’의 하위 전략으로 위치시킨다는 점이다. 강원의 ‘더 나은 작은학교’, 경남의 ‘작은학교 지원 계획’, 울산의 ‘작은학교 지원 종합계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이 고등학교 의 선택 과목 다양화 중심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 맥락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 다. 고등학교가 학생 수요 기반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추구한다면 초등학교는 학교 존속 과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세종과 전남은 공동
교육과정을 독립적인 정책 영역으로 설정하여 차별화된 접근을 보인다. 세종의 ‘함께 자 람 교육과정’은 시 차원의 통합 교육과정 브랜드로 기능하며, 공동교육과정을 협력과 성 장의 가치를 구현하는 핵심 전략으로 위치시킨다. 전남은 학교자율시간 도입과 연계하 여 공동교육과정을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의 핵심 도구로 활용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동 교육과정이 단순한 위기 대응 전략을 넘어 적극적인 교육혁신 도구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목표 설정에서도 시도별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경북의 도농 교육격 차 해소는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전북의 농어촌교육 활성 화는 특정 지역의 교육력 회복을 강조한다. 반면 세종의 협력적 교육과정 구현과 전남의 협력적 주도성 개발은 미래 역량 개발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전면에 배치한다. 이러한 목 표 설정의 다양성은 공동교육과정이 지역별로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비전 속에서 추진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교육과정의 운영 유형은 단일한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성을 띤다. 본 연구 에서는 이를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라는 이중 차원으로 분석하여 정책 실행의 다층적 특성을 규명하였다. 협력 구조(학교 간 수평 연계형, 학교급 간 수직 연계형, 학교–지역 사회 연계형)는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 간 관계, 운영 체계(중심학교–협력학교형, 권역 기반형, 네트워크형, 마을 연계형, 복식학급 중심형)는 이러한 협력 을 실제로 조직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구분 | 협력 구조 | 운영 체계 | ||||||
---|---|---|---|---|---|---|---|---|
학교-학교 | 학교급-학교급 | 학교-지역 사회 | 중심-협력 학교형 | 권역 기반형 | 네트워크형 | 마을 연계형 | 복식학급 중심형 | |
강원 | ○ | ○ | ○ | |||||
경기 | ○ | ○ | ○ | ○ | ○ | ○ | ||
경남 | ○ | ○ | ○ | ○ | ○ | |||
경북 | ○ | ○ | ○ | ○ | ||||
세종 | ○ | ○ | ○ | |||||
울산 | ○ | ○ | ○ | |||||
전남 | ○ | ○ | ○ | ○ | ○ | ○ | ||
전북 | ○ | ○ | ○ | |||||
충남 | ○ | ○ | ○ | ○ | ○ | |||
충북 | ○ | ○ | ○ |
분석 결과, ‘학교 간 수평 연계형’이 모든 시도에서 기본 구조로 채택되고 있음을 확 인하였다. 이는 인접한 초등학교들이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전통적 모델이 여전히 공동교육과정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각 시도는 이러한 기본 구조 위에 추가적인 협력 층위를 더하고 있다. 경북과 충남은 ‘학교급 간 수직 연계형’을 병 행 운영한다. 경북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연계하여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 며, 특히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 특징적이다. 충남은 초-중 연계를 통해 학습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소규모 중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효 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수직 연계는 단순한 프로그램 공유를 넘어 학교급 간 철학과 문화의 소통을 촉진하는 의미를 지닌다. ‘학교-지역사회 연계형’은 울산, 전남, 전북, 충 남에서 확인된다. 특히 전북은 ‘마을형’ 공동교육과정을 별도 유형으로 설정하여, 마을 교육공동체와의 유기적 협력을 제도화한다. 충남 역시 마을교육공동체 행정망과 공동교 육과정을 통합 운영하여, 학교가 지역 교육생태계의 허브로 기능하도록 설계한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폐쇄적인 학교 간 협력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경계를 허무는 열린 교육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운영 체계 측면에서는 더욱 다양한 모델이 확인된다. 경남과 경북은 ‘중심학교-협력 학교형’ 체계를 채택하여 효율성을 추구한다. 경북의 ‘아우름 교육과정’은 도시 대규모 학교가 중심학교가 되어 농산어촌 소규모학교와 연계하는 구조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과 도농 상생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 모델에서 중심학교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주도 하고, 협력학교는 이를 공유하거나 원격으로 참여한다. ‘권역 기반형’은 경기, 경남, 울 산, 전남에서 운영된다. 이들 시도는 지리적 인접성을 기준으로 3-5개 학교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자율적인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보장한다. 경남의 경우 권역별 거점학교 를 지정하여 행정지원을 집중하며, 전남은 권역별 장학사를 배치하여 현장 밀착형 지원 을 제공한다. 이러한 권역 기반 운영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을 가 능케 하는 동시에, 과도한 이동 거리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접근이다. ‘네트 워크형’은 세종, 경기, 전남, 충북에서 확인되며, 수평적 협력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세 종의 경우 특정 중심학교 없이 참여 학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 고 순환 운영한다.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공동 연구와 실천을 수행하 며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공유를 넘어 집단 지성에 기반한 교육과정 혁신을 추구한다. ‘마을 연계형’과 ‘복식학급 중심형’은 특정 지역의 고유한 조건을 반영한 모델이다. 전북 과 충남의 마을 연계형은 마을 교사, 지역 전문가, 문화예술인 등이 공동교육과정의 주 체로 참여하는 구조이다. 강원, 경기, 전남, 충남의 복식학급 중심형은 소규모학교의 제 약을 오히려 기회로 전환한 사례로, 학년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형 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을 활성화한다.
이러한 이중 구조 분석은 공동교육과정이 단일한 표준 모델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교육 여건과 정책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부분의 시도가 복수의 구조와 체계를 동시 에 운영한다는 점은 정책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공동교육과정의 실제 운영 방식은 추상적인 정책 설계를 구체적인 교육 실천으로 전 환하는 핵심 영역이다. 이 연구에서는 시기, 시간, 매체, 내용 네 차원에서 운영 방식을 분석하여 정책 실행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규명하였다.
운영 시기 측면에서 ‘집중형’이 7개 시도에서 채택되어 가장 보편적인 방식임이 확인 된다. 집중형은 특정 기간(주로 학기 초나 방학 직전)에 공동교육과정을 집중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간표 조정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경 남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공동교육과정의 날’로 지정하여 운영하며, 울산은 학기 별 2주간을 집중 운영 기간으로 설정한다. ‘분산형’은 세종, 전남, 전북에서 운영되며, 정규 교육과정과의 유기적 통합을 추구한다. 세종은 주 1-2회 고정 시간을 확보하여 연 중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이는 공동교육과정이 특별 행사가 아닌 일상적 교육활동으로 정착되도록 한다. 전남은 집중형과 분산형을 혼합 운영하는 유일한 사례로, 프로그램 특 성에 따라 유연하게 시기를 조정한다.
시간 조직 방식에서는 ‘반일형’이 6개 시도에서 채택되어 가장 현실적인 선택임을 보 여준다. 반일형은 오전 또는 오후 3-4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학생 이동과 교사 협력 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전일제 운영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충북은 수요일 오 후를 공동교육과정 시간으로 고정 운영하며, 경기는 격주 금요일 오후를 활용한다. ‘전 일형’은 강원, 울산, 전남에서 운영되며 주로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활동에 적용한다. 강원은 문화예술 캠프를 전일제로 운영하여 깊이 있는 체험을 제공하며 울산 은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현장 체험과 멘토링을 결합한다. ‘단위시간형’은 세 종, 전남, 충북에서 확인되며 주로 교과 수업이나 온라인 연계 수업에 활용된다.
매체 활용 측면에서는 대부분 시도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나 경북, 세종, 전남 은 온라인 또는 혼합형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 경북의 ‘도-농 이음교실’은 실시간 쌍방 향 원격수업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다. 도시학교 교사가 농촌 학교 학 생에게 원격으로 수업을 제공하며 월 1회는 대면 만남을 통해 관계성을 강화한다. 전남 은 온‧오프라인, 혼합형을 모두 운영하는 가장 다양한 매체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
내용 구성에서는 ‘주제통합형’이 9개 시도에서 운영되어 가장 보편적인 형태임이 확 인된다. 주제통합형은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융합형 탐구 활동으로 구성되며, 공동교육과정의 교육적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세종은 ‘우리 지역 탐구’, ‘환경과 지속가능성’ 등의 주제로 학교 간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충남은 ‘마을 이야기 만들기’, ‘지역 문화유산 탐방’ 등 지역 정체성과 연계한 주제를 개 발한다. ‘진로탐색형’은 7개 시도에서 운영되며, 초등학교 고학년의 발달 특성을 반영한 다. 경남은 지역 직업인과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북은 농업, 문화예술, 사회적 경제 등 지역 특화 분야와 연계한 진로 체험을 제공한다. ‘예술·체육형’은 6개 시도에서 운영되며, 소규모학교에서 구성하기 어려운 오케스트라, 뮤지컬, 단체 스포츠 등을 중심으로 한다. ‘마을연계형’은 전남, 전북, 충남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공동교 육과정의 지역화를 보여준다. 전북은 마을 교사 20명을 양성하여 향토사, 전통 공예, 생 태 교육 등을 담당하게 하며, 충남은 마을교육공동체와 협약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 시스 템을 구축한다. ‘행사형’은 운동회, 학예회, 전시회 등 학교 간 공동 행사를 의미하며 주 로 학기 말이나 특별한 시기에 운영된다. 전남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남은 모든 차원에서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는 유일한 시도로, 가장 유연하고 포괄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공동교육과정을 특정 모델에 한정하지 않고 학교와 지역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결과이다. 전남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 운영 모델 을 개발하여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이는 정책의 유연성과 현 장 적합성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다차원 분석은 공동교육과정이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과 학교의 여 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 유연한 교육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특히 시기-시간-매체-내용의 다양한 조합은 공동교육과정이 갖는 실천적 가능성의 넓이를 시사하며, 향후 정책 설계와 현장 적용에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공동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과 지속가능성은 탄탄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행·재정적 지원 체계와 법적 근거를 중심으로 시도별 제도화 수준과 전 략을 분석하였다.
예산 지원 방식은 크게 정액형, 차등형, 혼합형으로 구분된다. 세종과 전북은 정액형 을 채택하여 참여 학교에 동일한 기본 예산을 지원한다. 세종은 운영교당 1,000만원을 기본 지원하며, 추가 프로그램 운영 시 희망학교 신청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 도록 한다. 전북은 유형별(공동통학구형 1,500만원, 협력형 1,000만원, 마을형 800만원) 로 차등 지원하되, 공동통학을 위한 차량 운영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 북과 충남은 차등형 지원 방식을 채택한다. 경북은 운영 횟수를 기준으로 회당 50-100 만원을 차등 지원하여 실제 운영 실적과 연계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었다. 충남은 참여 학생 수와 프로그램 규모를 고려한 차등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특히 마을 연계 활동에 대해서는 별도 예산을 편성하여 지역사회 협력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 전남은 선정 형과 요청형을 혼합한 가장 유연한 지원 방식을 운영한다. 기본적으로는 공모를 통해 우 수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지원하지만, 학교의 긴급한 필요나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는 요 청형 지원도 병행한다. 또 마을 활동비를 별도로 편성하여 지역 강사 활용이나 지역 자 원 연계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행정지원 구조에서는 전담 조직 설치, 권역별 지원, 협의체 운영 등 다양한 모델이 확 인된다. 세종은 ‘교육과정 운영 지원단’을 별도로 구성하여 가장 체계적인 지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원단은 장학사, 수석교사, 현장 교사로 구성되며,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또한 분야별 전문가 풀을 운영하여 학교가 필요에 따라 전문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경북과 경남은 권역별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경북은 5개 권역에 전담 장학사를 배치하고 특히 원격수업 운영을 위한 기술 지원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경 남은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한 권역별 협의체를 구성하여 행정업무를 거점학교에 집중시 키고 협력 학교 부담을 최소화한다. 충남은 마을교육공동체와의 협업 체계가 특징적이 다.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체계와 통합하여 학교와 마을이 하나의 행정 시스템 안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중복 행정을 방지하고 자원 활용의 효 율성을 높이는 혁신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교사 전문성 지원은 연수, 컨설팅, 공유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강원은 프로 젝트 수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실습형 연수를 운영하며, 실제 공동교육과정에 적용 할 수 있는 실천적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경북은 원격수업 역량 강화에 집중하여, 온라인 수업 도구 활용법부터 쌍방향 수업 설계까지 체계적인 연수 과정을 제공한다. 전 남은 월 1회 수업 공유회를 정례화하여 교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복식 학급 운영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여 소규모학교 특수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전북은 마을 교사 양성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여 지역 전문가들이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체계적으로 개발한다.
법적 근거 측면에서 8개 시도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 다. 특히 세종(2023.11)과 충남(2024.2)은 최근 조례를 제정하여 후발주자로서 빠른 제 도화 노력을 보여준다. 조례의 내용을 분석하면, 대부분 ‘작은 학교 지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동교육과정을 하위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남은 별도 조례 없이 「초·중 등교육법」과 교육부 고시를 준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지역 특화 조례보다는 상위 법의 안정성에 기대는 전략으로, 정책의 법적 정당성은 확보하면서도 운영의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북과 충북은 아직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내부 운영 지침 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제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분석은 공동교육과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단순히 좋은 프로그 램 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적인 행정 조직, 교사 전문성 개 발, 법적 근거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 구축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예산-행 정-전문성-법령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도일수록 정책의 안정성과 확산 가능성이 크게 나타나며, 이는 향후 공동교육과정 정책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V. 논의
이 연구에서는 시도별 공동교육과정 정책 문서를 분석하여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의 개념적 다양성과 운영 구조의 복합성을 규명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공동교육과정이 결국 단일한 표준 모델이 아닌 지역 교육 여건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생성되는 역동 적인 정책임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우리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 을지 그 의미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여 논의하였다.
첫째, 공동교육과정 개념을 고정된 정의가 아닌 다층적 구성체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공동교육과정이 단일한 개념으로 수렴하지 않고 시도별로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시도별 정의의 다양성, ‘공동’의 다차원적 해석, ‘교육과정’ 범위의 유연한 적용은 공동 교육과정이 표준화된 모델이 아닌 지역 맞춤형 정책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개념적 다양성은 분명 정책의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Ball, 2015). 각 시도가 교육 여건과 정책 환경에 따라 공동교육과정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 는 과정은 교육자치의 실질적 구현이며 상향식 정책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표적 으로 전남과 세종처럼 교사 주도성을 강조하는 접근과 충남, 전북처럼 지역사회 연계를 중시하는 접근이 공존하는 것은 공동교육과정이 다양한 교육 철학과 실천 모델을 포용 할 수 있는 열린 구조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개념적 다양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공동교육과정 개념을 “단위 학교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교육 주체가 교육과 정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협력 기반 교육 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 는 공동교육과정의 목적, 주체, 과정, 성격을 포괄하면서도 지역별 다양한 해석을 허용 하는 개방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개념적 분산이 정책의 일관성과 확산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동교육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 없이는 정책 간 소통과 사례 전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의 파편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Ball, 2015). 이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공 동’의 범위가 학교 간 협력에서부터 학교 내 학년 간 협력, 지역사회 연계까지 광범위하 게 해석되고, ‘교육과정’ 역시 정규 교과에서 비교과 활동,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다양하 게 적용되는 것은 정책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긴장을 해소하기 위 해서는 Honig(2006)이 제시한 ‘느슨한 결합(loose coupling)’ 관점에서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즉 공동교육과정의 핵심 가치와 원칙은 공유하되 구체적 실행은 지역과 학교 의 자율성에 맡기는 다소 느슨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공동교육과정 정책 설계에 있어 지역 교육 여건과 협력 가능 자원을 고려한 맞 춤형 유형화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확인한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 구조는 공동교육과 정이 단일한 표준 모델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지역 교육생태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 태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시도가 학교 간 수평 연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경북과 충남은 학교급 간 수직 연계, 울산과 전북은 학교-지역사회 연계를 추가로 구축 한 것은 각 지역이 보유한 협력 가능 자원과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 특성을 반영한 결과 로 해석된다. 특히 경북의 도농 연계형 모델이나 전북의 마을 연계형 모델은 기존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교육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시도라 할 수 있다(위미나, 2023). 이러한 다양한 운영 유형의 공존은 정책의 적응적 진화를 가능하게 하며 각 지역이 처 한 고유한 교육 여건에 최적화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다양성이 정책의 체계성과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 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지역별 교육 여건과 자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 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를 선택할 수 있는 의사결정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다만 전남처럼 모든 유형을 포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항상 최 선은 아닐 수 있다. 포괄적 운영은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여러 유형에 분산시켜 각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정책의 핵심 목표와 우선순위 가 흐려져 실질적 성과 달성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Fullan, 2007). 또 다양한 운영 유 형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행정적 복잡성을 증가시켜 일선 학교와 교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순형 외, 2021). 이런 점에서 오히려 지역의 핵심 교육 과제와 가용 자원을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길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공 동교육과정 정책 설계에서는 지역 교육 여건 분석 → 협력 가능 자원 매핑 → 최적 운영 모델 선택 → 단계적 확대로 이어지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는 정책 도 구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공동교육과정 운영 방식은 형식적 일치보다 실질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 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시기, 시간, 매체, 내용의 다차원적 운영 방식 은 공동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의 복잡한 맥락과 제약 조건 속에서 실행 가능한 형태로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집중형 운영이 7개 시도에서 채택된 것은 시간표 조정의 현실 적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이며, 반일형이 가장 보편적인 시간 조직 방식으로 나타난 것 역시 학생 이동과 교사 협력의 실행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Fullan(2007)이 강조한 ‘실행의 복잡성(complexity of implementation)’을 고려한 현장 중심 접근이며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상적 모델보다 실행 가능한 모델 이 우선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전남이 모든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을 포괄하는 것은 학교와 교사에게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각자의 상황에 최적화된 운영 방식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의 유연성은 공동교육과정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Tyack과 Cuban(1995)이 제시한 ‘교육의 문법(grammar of schooling)’ 개념에 따르면 학교 조직의 근본적 구조와 문화를 급격히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며 기존 구조 내에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볼 때 공동교육과정이 다양한 시기, 시간, 매체, 내용의 조합을 허용하는 것은 각 학 교가 자신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이 무원칙한 다양성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 관리 기준과 성과 지표가 필요하다. 예컨대 운영 시기와 시간은 학교 자율에 맡기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핵심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매체와 내용의 선택 역시 교육과 정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향후 정책 설계 에서는 학교의 실행 자율성과 정책의 일관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공동교육과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 조직, 법령 등 전 반적인 지원 체계에 대한 정비가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 확인한 제도적 기반의 시도별 격차는 정책의 장기적 성공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행·재 정적 지원 측면에서 세종처럼 교육과정 운영 지원단이라는 전담 조직을 갖춘 시도가 있 는 반면, 일부 시도는 담당 장학사 1인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격차 는 단순한 인력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행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Chapman과 Muijs(2014)가 영국 연합학교 정책 분석에서 밝혔듯 전담 지원 조 직의 부재는 현장 교사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져 결국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을 야기한다. 예산 지원 방식에서도 전남의 선정형-요청형 혼합 방식은 학교의 다양한 필 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 정액 지원에 그치는 시도는 학교별 특수성을 반영 하지 못해 자원 활용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법적 근거 측면에서 8개 시도가 조례 를 제정한 반면 경북과 충북은 여전히 내부 지침에 의존하고 있어 교육감 교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른 정책 중단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적 격차를 해소하고 공동교육과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제도 기준선(institutional baseline)’(Coburn, 2004) 설정이 필요하다. 이는 중앙 정부의 획일적 지침이 아닌 지역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정책의 안정적 실행을 보장하 는 기본 요건을 의미한다. 첫째, 법적 근거의 확보다. 조례 제정을 통해 정책의 법적 정 당성과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정책 지속성의 첫걸음이다. 둘째, 전담 지원 조직의 구성이다. 반드시 별도 부서일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복수의 전문 인력이 공동교 육과정 지원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이고 유연한 예산 체계다. 기본 운영비는 안정적으로 보장하되 학교의 특수한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 지원 경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넷째, 체계적인 교사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이다. 단발성 연수 가 아닌 지속적인 학습공동체 지원과 실천 사례 공유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인프라는 정책이 표면적 실행을 넘어 교육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 심 조건이다. 결국 공동교육과정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혁신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최소 제도 기준선을 모든 시도가 충족하도록 하는 정책적 노 력이 필요하며, 이는 지역 교육자치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균형점을 찾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공동교육과정은 획일적 표준 모델이 아닌 지역 교육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적응적 정책 플랫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 확인한 개념의 다층성, 운영 유형의 다양성, 실행 방식의 유연성, 제도적 기반의 차별성은 공동 교육과정이 각 지역의 고유한 교육 문제와 가능성에 반응하며 형성되어 온 ‘살아있는 정책’임을 보여준다. 향후 공동교육과정이 일시적 정책 유행을 넘어 초등교육의 구조적 혁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의 다양성과 일 관성 사이의 균형으로 지역별 창의적 실천을 존중하면서도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핵심 가치는 견지해야 한다. 둘째는 현장의 자율성과 정책의 책무성 사이의 균형으로 학 교와 교사의 실행 재량권을 보장하되 최소한의 질 관리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 셋째는 즉각적 문제 해결과 장기적 비전 추구 사이의 균형으로 당면한 소규모학교 위기에 대응 하면서도 미래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은 중앙집 권적 표준화의 경직성과 무분별한 지역 자율성의 파편화라는 양극단을 피하면서 협력과 공유를 통한 교육혁신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결국 공동교육과정은 학령인 구 감소라는 위기를 교육의 질적 전환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적 도구이자 진정한 교육자 치의 실현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정책적 실험으로서 그 의미를 갖는다.
VI. 결론
이 연구는 전국 17개 시도 중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을 공식 정책으로 운영하는 10 개 시도교육청의 정책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의 개념적 구 조와 운영 현황을 밝히고자 하였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등장한 공동교육과정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구현되는지를 정책 추진 맥락, 운영 유형, 운영 방식, 제도적 기반의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공동교육과정이 획일적 정책 모델이 아닌 지역 교육생태계와 유기 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적응적 정책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념 정의에 서 세종과 전남은 교사 주도성을 강조하는 반면 충남과 전북은 지역사회 연계를 중시하 였으며, ‘공동’의 의미는 학교 간 협력에서 학교 내 협력, 지역사회 연계까지 다층적으로 해석되었다. ‘교육과정’의 범위 또한 정규 교과에서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시도별로 상이 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운영 구조에서는 협력 구조와 운영 체계가 이중 층위로 작동하였 는데 모든 시도가 학교 간 수평 연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경북과 충남은 학교급 간 수 직 연계를, 전북과 충남은 마을 연계형을 추가로 운영하는 등 지역 특성에 따른 차별화 가 나타났다. 운영 방식은 시기, 시간, 매체, 내용의 다차원적 조합으로 구성되었으며 특 히 전남은 모든 차원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유연한 운영 체계를 구축하였다. 제도적 기반 에서는 예산 지원 방식, 행정 조직, 법적 근거 등에서 시도 간 현저한 격차가 확인되었 는데 세종의 교육과정 운영 지원단과 같은 체계적 지원 조직을 갖춘 시도가 있는 반면 일부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를 보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공동교육과정은 “단위 학교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과정 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교육 주체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 행하는 협력 기반 교육 운영 체계”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 정의는 기존의 학교 간 프로 그램 공유라는 협소한 관점을 넘어 교육 주체의 확장과 협력의 다차원성을 포괄하는 개 념적 틀을 제공한다. 나아가 공동교육과정의 다양성은 Ball(2015)이 강조한 정책의 맥락 적 재구성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표준화의 경직성과 무분별한 자율성의 파편화 사이 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교육자치의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의의는 첫째, 전국 단위의 체계적 정책 비교를 통해 초등학교 공동교육과 정의 전반적인 지형을 조망했다는 점, 둘째, 정책 문서 분석을 통해 시도별 정책의 실제 내용과 구조를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점, 셋째,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한 공동교육 과정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고등학교 중심의 기존 연구와 달 리 초등학교 공동교육과정이 교육과정 다양화보다는 정상화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하향 식 정책화가 아닌 현장 중심의 상향식 제도화 경로를 밟았다는 차별성을 밝힌 것은 이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정책 문서 분석이라는 방법론적 한계로 인해 실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공동 교육과정 전반의 담론과 실제, 참여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 은 이 연구의 한계로 남는다. 향후에는 교사와 학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질적 연구, 공동교육과정의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는 실증 연구, 국제 비교를 통한 한국 모델의 특수 성과 보편성을 규명하는 연구 등이 후속 과제로 요구된다. 특히 Bray(1987)의 학교 클 러스터 모델이나 Chapman과 Muijs(2014)의 영국 연합학교 사례와의 비교 분석은 우 리나라 공동교육과정 정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공동교육과정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교육의 질적 전환 기회로 바꾸려는 현장의 지혜가 정책으로 발현된 것이다. 각 지역이 자신의 토양에서 키워낸 다양한 공동교육과 정 모델들은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교육으 로 나아가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연구가 밝힌 개념의 다층성, 운영의 복합성, 제도의 다양성은 혼란이 아닌 창조적 긴장이며 교육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역동적 과정의 증거다. 공동교육과정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초등교육의 구조적 혁신으로 자리매김하려 면 정책 입안자의 안정적 지원, 연구자의 지속적 탐구, 현장 교사의 창의적 실천, 지역사 회의 적극적 참여가 어우러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농산어촌이든 도시든 모든 아이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교육 평등 의 가치가 자리해야 한다. 공동교육과정은 바로 이 가치를 실현하는 하나의 길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을 향한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과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정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