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무용교육은 학습자의 특성 혹은 교육기관의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무용을 전공하는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무용교육’,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무용교육’, 마지막으로는 생활 장면에서 자발적으로 무용을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생활무용교육’으로 나뉜다. 무용교육은 양적으로 굉장히 성장했다. 우리 주변에서 성인발레나 유아발레 등의 생활무용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무용을 배우고 즐기는 인구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학교무용교육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박혜연, 2017). 특히 2000년대 중반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학교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확장되며 학교무용교육 성장의 가속화를 견인하였다(김지영, 홍애령, 2019). 세 가지 형태의 무용교육 모두 중요하겠지만, 무용교육의 근본이자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학교무용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박혜연, 2017; 신은경, 2016). 무용계의 오랜 염원인 ‘무용의 대중화’를 고려하였을 때 무용을 향유하는 인구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학교무용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우리나라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따르는 나라이다. 다시 말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어느 교과목을 막론하고 국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준하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2022년 12월, 향후 약 5년 이상의 학교교육을 이끌어갈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교육부, 2022a)이 발표되었다. 특히 이번 교육과정은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담고 있어 학교무용교육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듯이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라는 수요자 중심의 선택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일반학생들도 무용이라는 독립된 교과목을 심화하여 배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외에도 개정 교육과정은 무용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변화가 있어 지형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변화와 요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교육의 토대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발맞추어 교육을 시행해야 하는 것은 교과 및 교수자의 책무이다. 따라서 개정 교육과정의 문서를 총론수준과 각론수준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변화의 흐름을 영민하게 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학교무용교육이 맞이하게 된 중요한 기회를 다음 개정 때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더불어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중 적절한 방법론에 대한 탐색과 이에 근거한 실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문서에서는 교수·학습방향의 항목 내에서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포괄적인 수준에서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무용교과의 특성과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부합한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탐색하여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용교육과정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특정 교육장면(전문무용, 학교무용), 학제(초등, 중등, 고등), 교사교육(교대, 사대, 무용과)을 중심으로 무용교육과정의 현황을 탐색하거나 개발하는 연구가 주로 수행되었다(윤정옥, 김지안, 홍애령, 2021; 이윤경, 조미혜, 2016b, 2019). 또한 학교무용교육에 대한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외, 남북한의 무용교육과정을 비교・분석하거나(이정민, 전하윤, 2019; 전하윤, 정제영, 2020), 통시적인 관점에서 교육과정의 동향을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이미연, 2018; 이윤경, 조미혜, 2016a; 이한주, 양승연, 2023), 정책적 관점에서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김지영, 홍애령, 2019).
한편 개정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7차, 2007, 2015 개정 등 특정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방향성을 탐색한 연구가 시행되었다(김화숙, 2002; 박수현, 2014; 박혜연, 2017). 이 가운데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무용과 관련하여 초등학교의 신체활동을 분석하고(이강순, 2023) 고등 선택교과의 수요 확산 방안을 탐색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김지영, 2022).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탁지현, 2022)가 발표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체계, 목표, 내용, 방법의 측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을 통해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의 실천을 고려하였을 때 방법론 관점의 방안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살펴보고, 실천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 교수모형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학교무용교육의 실행을 위한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학교교육 내에서 무용교육의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II. 연구방법
본 연구는 ‘문헌연구(literature analysis)'(Snyder, 2019)의 방법론에 근거하여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자료수집과 자료분석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자료를 수집하였다. 우선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과정문서, 교육과정 공청회자료집 등 뿐 아니라, 통시적인 관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2007~2015 개정 교육과정의 문서를 포괄적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무용교육이 포함되어 있는 초·중등의 체육과 각론, 그리고 고등학교 선택교육과정 예술계열 각론 문서를 집중적으로 탐색하였으며, 관련 학위논문, 학술지논문 등을 탐색한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실천하기 위한 선제적 방안으로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에 부합한 교수모형을 탐색하기 위해 예술, 체육과 관련된 교육방법론, 교수모형을 국내외 저서, 학위논문, 학술지논문, 연구보고서를 중심으로 폭넓게 탐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각 교수모형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비교해 봄으로써 개정 교육과정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교수모형을 선정하고자 하였다. 특히 선정 기준으로서 교수모형이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 내용, 교수학습방향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를 통해 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과 가장 맞닿아있는 모형으로, 링컨센터 예술교육원 교수모형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후 이 기관의 교육철학과 방법론을 담은 관련 서적, 연구물, 홈페이지, 지도자를 위한 워크샵 자료 등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둘째, 전문가회의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학교무용교육의 변화와 실천적 교수모형을 탐색하기 위해 전문의회의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무용교육 관련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로 구성된 전문가 3인을 중심으로 전문가회의를 실시하였다. 1차 회의에서는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내용에 대한 적합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분석된 변화의 지점, 선정된 교수모형의 적합성, 그리고 교수모형과 교육과정의 연계성 및 적용방안이 적절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내용을 가감하게 되었다. 또한 2차 회의에서는 초고작성 이후에 다시 한 번 해석의 과장 혹은 왜곡된 부분이 없는지 또한 살펴보고자 하였다. 집필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구조를 유지하되,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하였다. 특히 문단, 문장, 단어 수준에서 내용을 온전히 드러내는 집필인지에 대한 성찰적 검토를 실시하였고, 수정과 보완의 작업을 시행하였다.
자료분석으로는 ‘귀납적 범주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핵심 연구문제인 ‘학교무용교육의 변화’, ‘개정 교육과정과 교수모형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문헌의 내용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문헌자료에 대한 반복적인 탐독으로 세그멘팅을 실시하면서,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문장을 추출할 수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둘째, 코딩을 시행하였다. 서술적인 문장을 핵심적인 코드로 부여하는 네이밍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 때 입력된 자료의 표면적인 내용뿐 아니라 이면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셋째, 범주생성을 실시하였다. 각 코드의 의미와 코드간의 관계를 살피면서 귀납적으로 범주를 생성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교무용교육의 두 가지 축 생성’ 등의 개정 교육과정 변화의 하위범주와 ‘학습목표로서 구체적인 역량목표 설정’ 등의 개정 교육과정과 교수모형 연관성의 하위범주가 생성되었다. 이후 개정 교육과정과 교수모형의 지속적인 비교 분석과 해석의 과정을 통해 적용방안을 귀납적으로 도출하였다.
III. 학교무용교육의 변화: 2022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크게 체계, 목표, 내용, 방법적 차원으로 구조화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표 2).
차원 | 내용 |
---|---|
체계 | 학교무용교육의 두 가지 축 생성 |
3대 영역, 선택 교과로 부상 | |
목표 | 포용성, 주도성, 창의성 강조 |
전인교육으로서의 무용교육 전환 | |
내용 | 이해, 수행, 창작, 감상의 무용 총체성 지향 |
교육내용으로서의 무용양식 확대 | |
방법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지향적 시도 |
통합적 체험 및 수준의 다각화 |
학교무용교육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무용교육은 ‘체육교과’ 내에서 이루어져왔다. 물론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에서는 체육교과의 하위 영역으로 무용교육이 시행되는 것에는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교학점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교육부, 2022a). 다양한 선택교과군이 있는데, 그중 예술계열에 무용교과가 포함되면서 이제 일반학생들도 학교교육에서 ‘무용’이라는 독립된 교과목을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교육부, 2022c). 이로써, 그간 학교무용교육은 일원화된 체계였다면 이제는 두 가지의 축을 갖게 되었다. 초·중등의 공통기본교육과정에서는 체육교과 표현영역에서 하나의 신체활동으로서 무용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고등학교 선택교육과정에서는 여전히 체육교과 표현영역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교과목으로서 무용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생성되었다(표 3).
학제 | 구분 | 무용교육의 성격 |
---|---|---|
초, 중 | 공통 | 체육과 표현영역으로서의 무용교육 |
고 | 선택 | 체육과 표현영역으로서의 무용교육 예술교과군 무용교과로서의 무용교육 |
초·중등학교의 공통교육과정과 고등학교의 선택교육과정을 분류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초·중학교에서 체육교과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무용교육의 경우, 그 중요성이 매우 확대되었다. 2007,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체육의 영역이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활동의 다섯 가지의 가치 영역으로 구분되고, 그중 무용교육은 표현활동의 신체활동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왔다(박혜연, 2017). 그러나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약 15년간 지속되어 왔던 가치 중심의 영역을 움직임 형태에 따라 ‘운동, 스포츠, 표현’ 영역으로 재분류하였다. 표현영역이 통폐합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게 된 것은 무용을 포함하여 표현을 추구하는 신체활동의 독특성과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5대 영역에서 3대 영역으로 재편성됨에 따라, 무용을 포함한 표현영역은 가시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영역의 비중을 가늠하는 준거인 성취기준의 수를 비교하였을 때(교육부, 2022b), 스포츠, 운동의 타영역과 동일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체육교과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고등학교 선택교육과정의 고등학교의 무용교육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전에도 무용교과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예술고등학교에서는 ‘무용이론, 무용사’와 같은 전문화된 교과목을 배울 수 있었다. 이것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무용교과가 특수목적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전문교과목’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개정 교육과정에서 무용교과를 포함한 예술교과군이 선택과목 중 ‘융합 및 진로’ 선택교과로 진입됨에 따라,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이 무용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교육부, 2022c).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로선택에는 ‘무용의 이해, 무용 기초 및 전공 실기, 안무’ 등을 포함한 7과목, 융합선택에는 ‘무용과 매체’의 1과목이 편성되어 이례적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표 4).
교과 | 학제 | 영역 | 활동 및 과목 |
---|---|---|---|
체육 | 초, 중(공통) 고(선택) | 표현 | 스포츠표현, 전통표현, 현대표현 |
무용 | 고(선택) | 진로선택 | 무용의 이해, 무용과 몸, 무용 기초 실기, 무용 전공 실기, 안무, 제작 실습, 무용 감상과 비평 |
융합선택 | 무용과 매체 |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간상’과 관련된 부분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는 교육과정이 나아가야할 방향, 즉 이상향을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에 따르면 이번 교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22a).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교육부, 2015a),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되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인성적 측면을 중요한 자질로 차별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다양한 의견과 해석을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교과는 무엇일까? 단연 예술교육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활동으로 다양한 개성과 독창성을 중심인 활동이다. 따라서 본 교육과정을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교과라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인간상을 위한 핵심적인 역량을 6가지로 제시하고 있다(표 5). 그중 창의적 사고와 심미적 감성 역량은 예술교육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다시 말해, 이번 교육과정의 인간상의 변화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할 수 있으며, 무용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범주 | 내용 |
---|---|
인간상 |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 |
핵심역량 |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협력적 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
해방 이후 시작된 1차 교육과정부터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전인교육을 표방하고, 전 교과를 통해 지(知: 인지적 측면), 덕(德: 정의적 측면), 체(體: 심동적 측면)를 고루 갖춘 사람, 즉 전인을 양성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이것은 무용도 예외가 아니다(최의창, 2011). 1차 국가교육과정의 고시 이후 열 번이 넘는 개정에서 전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문서수준에서도 다각적인 고려가 있었다(이강순, 2023). 그러나 특히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반영하여 교육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학교 표현활동영역에서 발레를 가르칠 때 동작을 표현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능’도 가르쳐야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발레의 역사, 특성, 원리 등의 ‘지식’, 나아가 독창성, 개방성, 공감과 비평의식과 같은 ‘태도’까지를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에서 내용요소로 명시하고 있다(표 6). 이것은 고등학교 선택교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선택과목 중 무용기초실기 교과를 살펴보면 움직임을 조절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기능’뿐 아니라, 호흡법, 원리, 특징 등의 ‘지식’, 더불어 올바르고, 끈기 있는 자세 등의 ‘태도’가 핵심 내용요소로 제시되어 있다(표 6).
이는 지금까지 무용교육이 잘 할 수 있는 능력 즉 기능에 집중하였다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지식과 태도까지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보고 보다 균형있게, 적극적으로 교육해달라는 지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교육과정문서라는 것이 강제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가령 한국문화예술 교육진흥원에서 파견된 예술강사가 정규교과 무용수업을 진행할 때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무용을 가르칠 때에는 이러한 내용요소 항목을 모두 가르쳐야 할 책무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무용관련 내용요소 및 과목 구성을 살펴보면 무용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무용교육이 진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용교육자 Smith-Autard(2002)는 자신의 저서에서 무용을 가르칠 때에는 ‘무용지식(knowledge of dance)’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행하기’, ‘창작하기’, ‘감상하기’의 전 과정을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학교 표현영역의 내용요소를 살펴보면 역사와 특성의 ‘이해’, 동작 표현과 원리 적용의 ‘수행’, 이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던 ‘감상’이 이번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핵심요소로 추가되면서 무용을 총체적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표 6). 이것은 고등학교의 선택교육과정의 무용교과에서도 공히 발견된다. 특히 진로선택과목 총 7과목의 구성을 보면, 이해(무용의 이해, 무용과 몸), 수행(무용 기초 실기, 무용 전공 실기), 창작(안무, 무용제작 실습), 감상(무용 감상과 비평)이 고루 다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표 6). 이는 무용교육이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무용의 다각적인 측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세 번째는 ‘신체활동의 변화’이다. 교육과정문서의 내용체계 부분에는 수업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신체활동예시가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을 살펴보면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무용양식을 포함하면서 무용교육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5 개정 교육과정도 표현활동은 크게 스포츠표현, 전통표현, 현대표현으로 구분되었는데, 각 영역에서 가르칠 수 있는 예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외국의 민속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교육부, 2015b). 그렇지만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무용 장르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양식의 교육을 제안한다(교육부, 2022b). 이러한 현상은 중학교 이후에 보다 선명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중학교의 경우 2024년 파리 올림픽에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댄스를 포함한 스트리트댄스를 예시로 제시하거나, 이전에는 탈춤과 강강술래의 민속무용에 국한되었던 것을 춘앵무, 향발무, 처용무 등의 궁중무용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표 7). 이것은 무용교육의 외연이 확대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향유하고 있고, 과거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용이 추어졌던 만큼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맞게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의 진화를 요청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으며, 이 같은 사회적 변화는 교육현장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COVID19로 인해 에듀테크(EduTecch)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박남기, 2021; 황규호, 2020). 이러한 환경적 변화에 부응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교과교육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서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며(교육부, 2022a), 교수·학습방법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교육부, 2022b). 그렇다면 무용 수업을 할 때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도구’(카메라, 패드, 워치, 디지털 고글 등), ‘콘텐츠’(문서, 사진, 영상 자료 등), ‘소프트웨어’(앱, 플랫폼 등)의 범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표 8). 예컨대, 감상관련 수업에서 영상자료를 활용하거나 VR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의 실제 공연장의 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하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으며, 동작관련 수업에서는 영상 콘텐츠와 앱을 통해 배우거나 패드를 활용하여 동작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활동이 가능하다.
개정 교육과정은 교수·학습의 차원에서 통합적 체험 및 수준의 다각화를 제안한다(교육부, 2022b). 먼저 교수·학습활동으로 통합적인 체험을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무용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동작을 표현하거나 창작하는 활동을 주로 해왔다. 그렇지만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직접체험활동’ 뿐만 아니라 읽기, 쓰기, 조사하기, 토론하기 등의 ‘간접체험활동’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시한다(표 9). 학생들이 보다 다각적인 체험을 통해 무용을 만날 수 있게 하라는 방침이다. 이러한 방법적인 전환은 내용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이다. 한국무용의 기능 뿐 아니라, 한국무용의 역사와 원리,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공감과 비평의식까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시범 및 연습에 국한되었던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국무용의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관련 인물에 관한 영상을 보고 토론하거나, 지금 이 시대의 감성과는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전통춤을 본 후 생각의 변화에 대해 짧은 글을 써보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통합 체험 | 통합 수준 |
---|---|
• 직접체험(표현하기, 창작하기 등) • 간접체험(읽기, 쓰기, 감상하기, 조사하기, 토론하기 등) |
• 교과내 • 교과간(국어, 수학, 과학, 미술, 음악 등) • 범교과(인성, 민주시민, 생태전환, 다문화, 인권 등) |
또한 금번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방향과 수준의 통합을 제안한다. 특히 교과내 통합뿐만 아니라, 타교과(국어, 수학, 과학, 미술, 음악 등)와 범교과(인성, 민주시민, 생태전환, 다문화, 인권 등)와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은 이전 교육과정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라 할 수 있다(표 9). 그간 무용을 포함한 예술교육에서의 통합적인 접근을 고려할 때(곽덕주, 박혜연, 2021), 교과내, 타교과, 범교과와의 통합 수준을 설정하고, 직접체험과 간접체험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교수·학습활동을 구상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통표현의 탈춤을 중심으로 타교과 통합의 수업 구상을 가정한다면, 역사, 미술, 문학 영역과의 통합을 고려하여 조선시대의 사회적 배경을 탐색하고(역사교과/조사하기), 풍자하려고 하는 인물을 고려하여 탈을 만들고(미술교과/만들기), 탈춤에서의 재담을 분석하고 다시 재구성하는(국어교과/읽기, 쓰기) 활동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단원 계획 및 각 차시별 수업을 구조화할 수 있을 것이다.
IV. 학교무용교육의 변화에 따른 준비: 실천적 교수모형 탐색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근거하여 학교무용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연적이다. 그중 ‘모형기반의 무용수업’을 계획해 볼 수 있다(최의창, 권선영, 박성혜, 2015). 교수모형은 철학과 목표, 수업 방법과 절차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체계로서, 체계적인 무용 수업을 고안하고 실행하는데 중요한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한 학교무용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링컨센터 예술교육원의 교수모형을 제안하고, 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관성을 면밀하게 탐색하며, 이를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미국 뉴욕시에 소재하고 있는 링컨센터는 공연이 이루어지는 예술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양질의 공연을 선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그 산하에 예술교육원(Lincoln Center Institute, LCI)을 설립하였다. 이 기관은 단순히 일회적으로 예술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학 이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확립하고, 실천적 교수모형을 구조화하여 구체적으로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박혜연, 2013). LCI의 교수모형은 탄탄한 철학 위에 교육의 과정과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어 뉴욕시의 국·공립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시행하는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링컨센터의 예술교육방법론이 단순히 외국에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학교교육 현장에서 다각도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강인애, 김미수, 2014; 류재만, 박지만, 2020).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링컨센터 예술교육모형(LCI 모형)은 어떠한 연관성을 지닐까?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한 학교무용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링컨센터 예술교육모형은 다음과 같은 연관성과 강점을 지닌다(표 10).
첫째, 목표적 차원에서 창의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모형이다. LCI 모형에서는 상위 목표를 ‘상상력(imagination)’으로 규정하고, 이를 함양하기 위한 10가지의 역량(capacities for imaginative learning)을 제시한다(박혜연, 2013).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LCI에서 추구하는 상상력과 세부 역량이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패턴찾기(identifying patterns)’, ‘관계맺기(making connections)’, ‘의미만들기(creating meaning)’, ‘표현하기(taking action)’ 등의 역량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성, 창의적 사고 역량과 관련이 있으며, ‘공감하기(exhibiting empathy: 타인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감정적,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역량)’, ‘모호함 인정하기(living with ambiguity: 모든 문제는 다양한 해석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내를 갖고 탐구하는 역량)’은 포용성과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LCI 모형은 이러한 역량을 차시별 핵심목표로 상정하고, 구체적인 교수·학습활동으로 수업을 구조화해나간다. 이렇듯 2022 개정 교육과정과 LCI 모형 모두 창의성과 포용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내용적 차원에서 ‘이해, 수행, 창작, 감상’의 전 과정을 포함한다. LCI 모형은 세 단계, 즉 ‘사전활동(pre-viewing), 본활동(viewing), 사후활동(post-viewing)’으로 진행된다(박혜연, 2013). ‘사전활동’은 창작활동(art making)으로, 교수자는 하나의 핵심 예술작품을 선정하고 이와 유사한 형식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다. ‘본활동’은 실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활동(appreciation)이다. 본인이 창작한 작품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정교하고 풍부하게 표현된 예술가의 작품을 보게 된다. 사전활동을 한 후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체험 없이 작품을 감상할 때와는 달리 풍부하게 감각하고, 심도있는 감상이 이루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심미적 감성 역량이 길러지게 된다. 이후 ‘사후활동’으로 맥락정보를 탐색하고 연구하는 활동(contextual information & research)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예술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맥락을 포함한 역사, 특성을 폭넓게 탐색하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거나 관련 기술을 학습하는 수행활동이 수반된다. 이러한 세 단계 수업구조와 구체적인 수업활동은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성과 연관성을 지닌다. 앞 장에서 분석하였듯,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무용의 총체성을 추구하는데 LCI 모형에서는 창작, 감상, 이해와 수행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표현과 창작의 직접체험활동 뿐만 아니라, 감상, 조사, 탐구 등의 다양한 간접체험활동을 강조하는데 LCI 모형은 각 단계별로 이러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어 개정 교육과정의 교수·학습방향과도 합치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방법적 차원에서 ‘자기주도적인 능동적 학습’을 지향한다. LCI 모형은 ‘능동적인 학습(active learning)’을 추구한다. 링컨센터 예술교육원의 교육철학을 정립하였던 상주철학자 Maxine Green(2001)은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계승하는 학자로서, 진정한 예술교육을 위해서는 학습자의 주체적인 학습 특히 체험을 통한 교육을 강조한다. 링컨센터에서는 학습자를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고 창출하는 ‘주체적인 존재이자 개별적 연구자’로 보며,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이 때 교수자는 학습자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스스로 학습을 구성해갈 수 있도록 돕는 ‘참여적인 관찰자이자 촉진자’로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Brooks & Brooks, 1999).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교수·학습방향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통합적 활동도 강조하지만, 학습자 중심의 자기주도적인 교수·학습을 강조한다(교육부, 2022b). 따라서 LCI 모형의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지점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LCI 모형은 매우 연관성이 깊다고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실천적 교수모형으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무용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LCI 모형을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적용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첫째,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역량과 LCI 모형에서 추구하는 역량을 고려하여, ‘학습목표로서 구체적인 역량 목표를 설정’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그러했듯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역량중심의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교육부, 2022a). 특히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총론수준에서 6가지 역량을 제안하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바 LCI 모형에서도 10가지의 역량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수업을 설계할 때, 단원별, 차시별 학습목표에서 이를 반영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가령 중학교 표현활동 전통표현영역에서 신체활동으로 우리나라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가르친다고 가정하였을 때, 춘앵무를 통해 기르고자 하는 구체적인 역량을 단원수준에서 교과역량과 전통표현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역량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각 차시별 수준에서는 설정한 역량의 하위요소를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고, 나아가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성, 포용성, 주도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차시별로 사전, 본, 사후활동을 배치’할 수 있다. LCI 모형에서는 세 단계의 구조로 학습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LCI 모형에 근거한 무용 수업을 계획한다면, 한 차시에 세 가지의 활동을 모두 포함할 수도 있지만, 단원 수준에서 세 활동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방안이 활용될 수 있다. 학교무용교육의 경우 40분~5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차시에 사전활동(창작), 본활동(감상), 사후활동(이해, 수행)이 진행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원 수준에서 차시별로 활동을 배치하는 후자의 방안이 더 절절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위에서 예를 들었던 춘앵무를 가르친다고 가정하였을 때 12차시의 단원계획안을 구성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1~5차시는 사전활동으로서 효명세자가 봄날의 꾀꼬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춘앵무의 움직임을 창작했던 과정과 맥락을 제시하며, 학생들이 춘앵무와 유사한 본인들만의 작품을 창작하는 활동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6~7차시에는 원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춘앵무 작품을 오롯이 감상하는 활동, 그리고 나와 친구들이 창작한 춘앵무 작품을 감상한다. 이후의 8~12차시는 사후활동으로 춘앵무와 관련된 역사, 특성 등을 조사·탐구하고, 춘앵무에서 핵심적인 표현 동작을 수행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수업을 구조화될 수 있다.
셋째, ‘모둠활동을 통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시행’한다. 교육 장면에 참여하는 두 주체인 교수자와 학습자 중 누가 주도성을 갖느냐에 따라 수업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LCI 모형은 철저하게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지식을 구성해나가는 체험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따라서 LCI 모형을 적용한다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교수자(교사 혹은 예술강사)는 교수·학습활동을 계획하고 가이드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독려하는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이 때 모둠을 통한 활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학습자 주도적인 활동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모둠활동은 서로에게 상당한 도움과 자극이 될 수 있다. 동일하게 춘앵무 수업으로 예를 들면, 사전활동으로 창작활동을 진행할 때 개인이 창작한다면 다소 막연하거나 다양한 창의적 사고가 발현되기 쉽지 않다. 모둠을 구성하여 창작 활동을 진행한다면, 다수가 생각이 모이다 보니 다양하게 표현 동작을 구상하고 대형 혹은 동선 구성이 가능하다. 이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창의적 사고와 심미적 감성 역량을 실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LCI 모형을 적용한 학교무용교육을 진행할 때 모둠중심의 활동을 원칙으로 할 수 있다.
물론 학교무용교육의 실천맥락과 학습자들의 발달수준을 고려하여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초·중등의 경우, 체육교과에서 무용교육이 시행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위의 적용사항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초등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달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차시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링컨센터에서 제시하는 역량을 보다 상세하게 구체화하여 목표를 설정하거나 한 차시에 한 역량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2~3차시에 거쳐서 충분하게 역량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는 정형화된 신체활동을 배우기보다는 기본움직임기술을 바탕으로 표현방법을 학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전활동(창작)에 중점을 두어 모방과 추상 표현, 도구와 리듬 표현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을 구상할 수 있다. 중학교의 경우 이해, 수행, 창작, 감상이 필수 내용요소로 제시되는 학년군인 만큼 LCI 모형의 전형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면서, 사전(창작), 본(감상), 사후활동(이해, 수행)을 균형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등의 경우, 차시별로 세 가지의 활동을 배치할 수도 있지만 한 차시 내에서 두 활동, 혹은 세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것 가능하며, 인지적 수준이 매우 성장해있기 때문에 사후활동에서 역사, 인물 등을 깊게 다루어주거나 창작활동 시 가이드를 최소화하여 자율성을 더 발휘하게끔 할 수 있다. 또한 고등 선택교과의 특정과목의 경우, 과목의 성격에 따라 LCI 모형의 세 활동을 변형하여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고등선택의 ‘무용 감상과 비평’의 경우 감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교과이기 때문에, 사전활동(창작)을 최소화하거나 본활동(감상)의 비중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듯 위의 세 가지의 적용방안을 중심으로 하되, 초·중·고의 학제의 특성과 맥락에 따라 다소 달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LCI 모형에서는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의 발현을 위해 창작활동을 가장 먼저 하도록 활동의 순서를 계열화하고 있지만, 교수자의 특정한 의도와 상황에 따라 활동 순서의 변형 혹은 활동의 가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무용교육 교수자는 LCI 모형 외에 어떠한 교수모형을 활용하더라도, 수업의 맥락과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 모형을 변용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V. 결론 및 제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교육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교무용교육의 지형에 큰 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위한 실천적 교수모형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무용교육은 ‘체계’, ‘목표’, ‘내용’, ‘방법’적 차원에서 변화 양상을 보였다. 또한 학교무용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모형으로 링컨센터 예술교육원의 교수모형을 제안하였으며, ‘창의성과 포용성의 추구’, ‘이해, 수행, 창작, 감상의 전 과정을 포함’, ‘자기주도적인 능동적 학습의 지향’ 측면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이를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학습목표로서 구체적인 역량 목표의 설정’, ‘차시별로 사전(창작), 본(감상), 사후(이해, 수행) 활동의 배치’, ‘모둠 활동을 통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 시행’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기반하였을 때 체육과 표현영역에서 무용교육이 이루어졌던 일원화된 체계에서 벗어나 선택교육과정의 독립된 교과로서 일반 학생들을 위해 보다 학교무용교육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교무용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적 차원에서 무용의 본질을 유지하되,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고 있어 미래지향적인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 학교무용교육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론을 탐색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와 실천을 위한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교육방법론에 대한 폭넓은 탐색과 이를 적용한 ‘실제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이 이어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언급했듯이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한 학교무용교육의 실천을 위해서는 방법론에 대한 탐색이 필연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그 필요성을 공감하여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부합한 LCI 모형을 제안하고, 적용방안을 모색해보았다. LCI 모형은 하나의 방법론일 뿐 유일무이한 해법은 절대 아니다. 특히 어떠한 학년군에서 어떠한 무용 신체활동의 장르를 가르칠 것인지, 혹은 어떠한 무용교과를 다룰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모형이 적용될 수 있다. 즉 교육 대상 혹은 교육내용의 특성에 따라 교육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무용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교수모형에 대해서 인접교과까지 영역을 넓혀서 폭넓게 탐색하고, 개정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탄탄하고 다양한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학제를 중심으로 초등, 중등, 고등학교 단위에서 하나의 신체활동 혹은 무용교과를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교수모형을 탐색하고 단원계획안 및 차시별 교수·학습과정안의 수준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실제 학교 현장에 선제적, 시범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교무용교육의 변화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교수자 대상별로 특성화된 연수’가 필요하다. 개정 교육과정 시기를 막론하고, 성공적인 학교무용교육의 시행은 개정된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히 이번 교육과정은 학교무용교육에 있어서 외적으로, 내적으로 큰 지형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지도자 연수가 시행 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무용교육의 교수자군이라고 한다면 초등교육은 교사, 예술강사, 중등교육은 체육 및 무용 교과 교사, 예술강사가 대표적이다. 그간 학교무용교육이 작게나마 지속적으로 환경 변화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이 소원했던 점은 현직 교사들이 무용수업을 여전히 꺼려하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교사들이 수업할 수 있도록 역량함양을 돕는 교사연수가 다각화되어야 한다. 특히 실기역량에 부족함을 느끼는 교사그룹에게는 이에 초점을 맞춘 연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반면 예술강사의 경우 무용수업에 대한 전문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의 예술적 경험과 티칭 노하우를 반영하여 양질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무용교육이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학교교육의 지향점, 즉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수업을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물론 이미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실천을 돕는 충분한 수준의 재교육이 보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다수의 학교에서 무용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차원의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학점이수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반 고등학생들에게 무용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무용교과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독립된 교과로서 그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무용교육의 독자적인 효과성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좋은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수자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는 학교에서 무용교과를 선택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많은 선택교과군 중에서 학생들이 무용교과에 대한 관심을 갖고 무용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회 및 교과 차원, 그리고 교육청 및 학교 단위 차원에서 많은 홍보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교과목 중에서 무용교과가 선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타교과에 비해 무용교과가 지니는 장점, 혹은 차별점 등에 대해 수요자에게 알려주고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역사상 선례 없는 중요한 시기를 맞은 지금, 학교무용교육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교무용교육이 앞으로 날개를 달고 더 훨훨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