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문제 탐색

이주연1,*, 김수진2,**
Joo-Youn Lee1,*, Sujin Kim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2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1Research Fellow,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2Researcher,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제1저자, youn5504@kice.re.kr
**교신저자, sjsj1109@kedi.re.kr

© Copyright 2023,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05, 2023; Revised: Apr 28, 2023; Accepted: May 10, 2023

Published Online: May 31, 2023

요약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는 한편, 지역 및 학교의 특성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근거하여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에서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경험이 있는 고등학교 교원과 교육과정 업무 담당 장학사 총 8명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고교학점제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학교 간 개설 과목의 차이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교·강사 등 인적 자원과 지리적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학교 문화, 학생·학부모의 과목 개설 기대 및 요구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둘째, ‘교육 과정의 불평등’은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개설 과목 운영의 질적 차이로 나타났으며, 이는 교·강사의 수업 전문성, 과목 운영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학업 설계 및 과목 선택 지도의 차이로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교육 결과의 불평등’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진로 및 진학에서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으로 인한 학습 성취의 불평등과 미이수에 대한 우려로 논의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기회, 과정, 결과의 측면에서 제안하였다.

ABSTRACT

Ahead of the full introduction of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 in 2025, there are expectations for changes in high school education, while there are concerns that it may cause inequality in education according to regional and school characteristics. This study explored educational inequality that may arise due to the student-selective curriculum of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 in three aspects based on the voices of the field: ‘Inequality in educational opportunities’, ‘Inequality in educational processes’, and ‘Inequality in educational results’. To this end, interviews were conducted on a total of eight high school teachers with experience in operating high school credit research schools and supervisors in charge of curriculum affairs at the District Offices of Education. As a result, ‘inequality in educational opportunities' in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s student-selective curriculum was found by differences in opening subjects between schools, which was affected by differences in human resources such as teachers and instructors, geographical conditions, school culture responding to change, and expectations and demands of students and parents. Second, ‘inequality in educational processes' in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s student-selective curriculum was found to be a difference in the quality of operation of open subjects, which was confirmed by differences in teacher and instructor’s teaching expertise, community infrastructure for subject operation, and guidance for academic design and subject selection. Third, ‘inequality in educational results' was discussed as a concern about inequality in career and university entrance due to ‘inequality in educational processes’, inequality in learning achievement and non-completion due to ‘inequality in educational processes.’ Based on this, this study suggests support plans in terms of opportunities, processes, and results to solve inequality problems that may arise in the student-selective curriculum of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

Keywords: 고교학점제; 교육 불평등;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Keywords: High School Credit System; Educational Inequality; Student-selective Curriculum

I. 서 론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각 과목이 요구하는 이수 기준에 도달할 경우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교육부, 2021a). 이러한 고교학점제에서는 선택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 조사와 수강신청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하여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교육부, 2021a). 이와 같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진로와 연계된 학업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 있게 이수할 수 있도록 진로·학업 설계 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학생들이 과목 이수 기준에 도달하여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최소 학업 성취를 보장하는 측면이 강조된다(교육부, 2021a).

이처럼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강화되고,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 지도 및 최소 학업 성취 보장 지도가 강조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혹자는 고등학교 교육의 종합적인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으로 주목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백병부 외(2021: 11)는 고교학점제가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의 입시 준비에 주력하던 기존의 고등학교 교육을 모든 학생들이 가진 흥미와 적성을 신장하는 데 주목한다는 점에서 ‘소수의 수월성(excellence)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수월성(education for all)’을 지향하는 교육 개혁으로 논의를 하였다. 또한 주주자(2018: 109) 역시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인 교육받을 권리로서 학습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며, 모든 학생들이 학습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학습의 결과에 있어서 최소한의 성공을 위한 지원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평등하고 공평한 교육과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대와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지역 및 학교 특성에 따라 다양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곧,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 간 개설 과목의 차이, 과목 개설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의 차이, 학생의 과목 선택과 관련된 차이, 과목 운영의 차이 등에 따라 교육 격차 및 교육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박주현, 서경혜, 2022; 박지한, 김아영, 2021; 이주연 외, 2020, 2021; 임유나, 2023 등).

이에 따라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주요하게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지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거점센터 운영, 지역 여건을 고려한 고교학점제 운영 인프라 지원, 대학 연계 과목 개설 및 교원 연수 실시, 지역별 교·강사 인력풀 구축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다(교육부, 2021b: 25-28). 이러한 노력들이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 방안이 고교학점제에 따른 교육 격차 완화의 대안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격차는 학교 간 개설 과목 수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개설 과목 운영의 질적 차이와 그에 따른 교육의 결과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불평등을 예방하거나 보완하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며, 그 중에서 일부 연구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실태를 학교 소재지 및 학교 규모에 따라 분석하여 학생의 선택 과목 개설에 격차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다(김현미 외, 2020; 이미숙 외, 2019; 이주연 외, 2021 등). 또한 일부 연구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운영 결과 보고서를 대상으로 텍스트 분석을 하거나(박지한, 김아영, 2021), 고교학점제 제도 개선 연구회를 통해 교육과정 자료들을 분석하고(임유나, 2023),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과정 서열화 현상을 탐구하기도 하였다(박주현, 서경혜, 2022). 이와 같이 선행연구에서는 고교학점제에서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쟁점과 문제들을 탐색하고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정책 제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들의 경우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그 중 일부분으로 교육 불평등을 다루고 있으며,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수 있는 교육 불평등의 문제에 주목하여 심도 있게 살펴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와 더불어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교육 불평등의 양성과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며, 또한 이를 실제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여 살펴본 연구도 드문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해 가져올 수 있는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교원 및 장학사들의 목소리에 근거하여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수행되었다. 이때 교원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직접 경험하거나 고민한 측면을 이야기해줄 것으로 기대되었으며, 장학사의 경우 관내 여러 학교들의 고교학점제 운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을 직접 목도하고 이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에 근거하여 많은 의견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연구는 기존에 선언적으로나 담론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교육 현장의 교원 및 이를 지원해 온 장학사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분석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II. 이론적 배경

1. 교육 불평등의 개념과 관점

교육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 불평등과 관련하여 최근에는 원격수업, 교육 복지 등의 측면에서 교육 격차, 교육 양극화와 같은 유사한 개념들이 논의되고 있는 바, 이들과의 비교 속에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교육 격차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 교육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은 가치함의적인 개념으로 논의되었다(김성식 외, 2007; 류방란, 김성식, 2006; 여유진 외, 2007; 조영재 외, 2012). 구체적으로 교육 격차는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교육 양극화는 그 격차가 심화되거나 특정한 양상으로 변화되는 추세와 경향성을 담은 동적인 개념이다(김성식 외, 2007; 류방란, 김성식, 2006). 이에 비해 교육 불평등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거나 차별이 있음을 뜻하는데, 그 편중이나 차별이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공정하지 못함에 주목한다(여유진 외, 2007; 조영재 외, 2012). 즉, 교육 불평등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아닌 형평성, 불리함 등 가치 판단의 의미를 내포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 불평등은 형평성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교육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초기에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쏠려 있었으나, 점차 교육 조건의 차이에서 오는 불평등에서 이후 교육 결과의 불평등으로 변화되어 왔다(이혜영, 강태중, 2004).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선행연구들(김성식 외, 2007; 김영화, 2002; 백병부 외, 2020; 이혜영, 강태중, 2004)에서 교육 불평등을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교육 기회에의 공정하고 균등한 접근을 강조하면서 이를 가로막는 각종 장애를 제거하여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김영화, 2002; 이혜영, 강태중, 2004; 임후남, 2020). ‘교육 과정의 불평등’은 학교의 시설, 교사의 자질, 교육과정 등 교육의 여건과 과정에 있어서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이다(김영화, 2002; 백병부 외, 2020; 이혜영, 강태중, 2004; 임후남, 2020). 즉, 교육 기회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지더라도 학교 내에서의 인적·물적 여건과 같은 교육 조건이나 학습방법 등의 암묵적인 과정에서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결과의 불평등’은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에 도달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김영화, 2002; 이혜영, 강태중, 2004). 이때 교육 결과의 불평등은 앞서 언급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나 교육 과정의 불평등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교육 불평등의 이러한 관점을 교육과정에 적용하여 논의한 연구도 수행되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수준별 교육과정이 대표적으로, 그 의도와 다르게 ‘과정’의 측면에서 불평등이 발생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김재춘, 1997; 정미경, 2000). 실제로 정미경(2000)은 학급 전체 학습 기회 시간, 또래와의 상호작용, 학습자료, 개별 학습 기회, 교사 기대의 측면에서 수준별 분반에 따라 ‘과정’ 상의 불평등이 발생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천일석과 반석형(2007) 역시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자칫 단위학교의 상대적으로 미흡한 교육 여건에 따라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과정’의 불평등 문제를 우려하였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 수준에서의 교사 및 시설 확충, 학교 간 교육과정 연계 운영 등의 적극적인 지원 체제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한편, 조호제(2015)는 동일한 학교구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진로별 교육과정 개설 현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였다. 즉, 진로별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개설된 지역도 있는 반면, 지극히 제한적인 계열과 과정에 국한되어 개설된 지역도 있어 이 경우에는 진로별 교육과정이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진로별 교육과정 학생 배치 유형과 학교구 내 고교 간 진로별 교육과정 구현 방안을 제안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교육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 곧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의 <표 1>과 같다.

표 1. 교육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
구분 의미
교육 기회의 불평등 •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 교육 여건 및 과정의 질적 차이로 인한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 • 교육 결과 및 성취에 있어서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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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이러한 교육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을 분석틀로 삼고,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교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이와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의 양상과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격차 논의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교 및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들은 여러 선행연구(박주현, 서경혜, 2022; 박지한, 김아영, 2021; 이주연 외, 2021; 임유나, 2023)에서 논의되었다. 특히 선행연구들에서는 고교학점제에서 강조하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운영과 관련하여 지역 특성 및 학교 규모 등에 따라 학생의 과목 선택권에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하였다. 예컨대, 임유나(2023: 73)의 연구에서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편성 측면에서 학생 선택 단위의 비중, 선택 가능한 과목의 수, 과목 개설의 다양화 등에 있어 농어촌 지역이나 소규모 학교가 도시 지역이나 중·대규모 학교에 비해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박지한과 김아영(2021: 320)의 연구에서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결과서의 텍스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적 자원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하며, 다양한 선택 과목을 충당할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읍면지역 학교의 경우 결과적으로 개설 과목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실제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 선택 과목의 개설 현황을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학생의 과목 선택권과 관련하여 지역 및 학교 특성에 따라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미 외(2020: 160)의 연구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운영 2년차 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학생 선택 과목 수가 대규모 학교(평균 31.8개)에 비해 소규모 학교(평균 18.0개)에서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도시의 학교(43.9개)보다 읍면지역의 학교(24.3개)에서 선택 과목이 적게 개설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고교학점제에서는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특수 목적 고등학교 대상의 심화 과목인 전문교과I 과목을 일반 고등학교에서 많이 개설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심화 과목의 경우에도 특별광역시의 학교(83.3%)에 비해 읍면지역의 학교(68.8%)가 적게 개설하고 있었으며, 대규모 학교(84.8%)보다 소규모 학교(57.1%)가 적게 개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이주연 외, 2020: 160).

이와 같이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 및 지역에 따라 학생의 과목 선택권에 격차가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관한 논의 및 준비 과정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에서는 공동교육과정을 그 대안으로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공동교육과정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소인수·심화 과목 등 단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학교 간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교육부, 2022),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단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부는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을 설정할 때부터 단위학교의 선택 과목 개설을 지원하기 위해 인근 학교와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운영하는 방안을 강조하였으며,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 온라인 교육과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교육부, 2017). 특히 2019년에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도입을 완료하였으며, 2020년에는 교육 소외 지역에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지원하는 고교학점제 선도 지구 운영 정책도 추진한 바 있다(교육부, 2019, 2020).

이러한 정책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 몇 년간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학생 선택 과목은 전국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으며, 읍면지역의 학교나 소규모 학교의 경우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공동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에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질적인 측면에서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여러 선행연구에서 지적한 바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택 과목의 기본 단위는 5단위이며 일반 선택 과목은 2단위 범위 내에서, 진로 선택 과목은 3단위 내에서 증감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다(교육부, 2015: 18). 이에 따라 17개 시·도에서 대다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개설 과목을 2∼3단위로 최대한 감축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이주연 외, 2021: 90-92). 이와 같이 공동교육과정 과목을 최소 단위로 축소하여 운영할 경우 본래 5단위로 개발된 선택 과목이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5단위로 개설·운영하는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해 볼 때 동일한 과목을 이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학습 경험에는 차이가 없을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및 학교의 특성에 따라 어떠한 유형의 공동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 인근 학교가 부족한 읍면지역 학교의 경우 면대면의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과목을 개설한 학교(16.9%)보다 온라인으로 공동교육과정 과목을 개설한 학교(32.0%)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읍면지역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교육과정이 활성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이주연 외, 2021: 118). 그러나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토의·토론, 실험·실습 등과 같이 학생 참여 중심의 교수법이 많이 활용되는 데 반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이주연 외, 2021: 181), 동일한 과목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할 경우 학생의 학습 경험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공동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지역 및 학교 간 선택 과목 개설의 격차를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학교 간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등이 도입되면서 학교 간, 지역 간 교육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교사와 학생 모두 높은 비율로 공감하고 있어(백병부 외, 2021),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육 격차 완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동교육과정에 대해서도 더욱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박주현과 서경혜(2022: 281)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학생 선택권의 확대가 오히려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를 확대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질적 사례연구를 실시하였는데, 연구 결과 과목 선택의 질적인 측면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논의하며 학생의 과목 선택지를 늘리는 것보다 학생들이 과목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박지한과 김아영(2021: 325)은 선택 과목 개설을 위한 인적 자원 확보는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학교일수록 용이할 수밖에 없고, 본격적인 고교학점제 체제가 도래하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의 여부가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이 과목 선택권 격차로 인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와 같은 선행연구들은 고교학점제가 단위학교에서 개설되는 과목의 차이뿐만 아니라 개설된 과목의 실제 운영과 관련된 학습 경험의 차이,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관련된 차이, 그리고 나아가 과목 선택의 결과가 학생의 진로에 미치는 차이까지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 격차를 살펴본 선행연구들은 몇 가지 연구 주제와 관련된 세부 쟁점에 대해서만 논의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가져올 수 있는 불평등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학교의 맥락과 상황, 문화 등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나, 관계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에 근거하여 논의한 연구 또한 드물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불평등의 양상과 원인을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근거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이 연구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문제를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고민에 기반하여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1. 연구 참여자

연구 참여자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통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고등학교 교원과 연구학교 운영을 지원한 교육과정 업무 담당 장학사로 선정하였다. 이들의 실제적인 경험과 고민을 통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제기될 수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탐색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목적 표집 방식을 활용하여(Creswell & Clark, 2011),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는 데 다음의 기준들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첫째, 면담조사 참여자들이 소속된 학교나 교육청의 소재지가 최대한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곧, 참여자들의 소속 지역이 서로 다른 시·도이며, 대도시와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과 같은 지역적 특성도 고루 반영하도록 면담조사 참여자를 선정함으로써,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를 특정 지역에 편향된 것이 아닌 여러 지역적 상황을 고려하여 살펴보고자 하였다. 둘째, 면담조사 참여자들의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근무 경험 또는 연구학교 지원 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선도학교는 시·도 교육청 및 학교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별 다양한 운영 모델을 발굴·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어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지정·운영한다면, 연구학교는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우수 모델을 발굴하고, 제도 개선 및 소요 인프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요청하여 시·도 교육청이 지정하는 학교이다(고교학점제 홈페이지, 2023. 1. 9. 인출). 이러한 점에서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대비하여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나,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에 앞서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교육 불평등의 가능성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이 연구의 목적에 연구학교가 보다 부합하다고 보았다. 셋째, 교원만이 아니라 장학사도 포함하고자 하였다. 교원의 경우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상황과 특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만, 장학사의 경우 해당 지역의 여러 학교들의 운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교육 불평등의 사례와 쟁점 등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선정된 연구 참여자는 총 8명(교원 6명, 장학사 2명)으로 <표 2>와 같다. 앞서 연구 참여자 선정 기준에서 언급하였듯이 연구 참여자의 지역은 7개 시·도로 다양하며, 이들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하거나 시·도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서 고교학점제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표 2. 연구 참여자
연번 참여자 소속 학교/기관 지역
1 A교사 ○○고등학교 aa도(읍면지역)
2 B교감 ◇◇고등학교 bb도(대도시)
3 C교사 ☆☆고등학교 cc도(읍면지역)
4 D교사 □□고등학교 dd도(읍면지역)
5 E교사 △△고등학교 ee도(읍면지역)
6 F교사 ♧♧고등학교 ff도(읍면지역)
7 G장학사 ◉◉교육지원청 gg도(대도시)
8 H장학사 ◈◈교육지원청 dd도(중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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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사 내용

조사 내용은 크게 고교학점제에 따른 선택 과목 개설·운영 실태 및 어려움,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 격차에 대한 인식,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의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 큰 틀에서 조사 내용은 동일하나 교원과 장학사에 따라 일부 질문은 달리 제시되었다. 주요 조사 내용은 <표 3>과 같다.

표 3. 면담조사 내용
영역 주요 내용
고교학점제에서 학생 선택 과목 개설·운영 실태 및 어려움 • 선택 과목 개설 현황
• 학생들의 고교학점제 취지에 따른 과목 선택 가능 여부에 대한 인식
• 선택 과목 개설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 학생 수요를 반영한 과목 개설에 있어서의 어려움
• 선택 과목 운영의 질 제고 및 학생 참여 증진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교수·학습 및 평가 방식
• 다양하고 질 높은 선택 과목 운영을 위한 교·강사 운영 방안
• 선택 과목 운영에 있어서 교·강사, 교육방법, 시설 등과 관련한 어려움
• 고교학점제 본격 도입 후 미이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 격차에 대한 인식 (고교학점제 실시에 따른)
• 지역 또는 학교 간 교육과정의 격차 발생에 대한 인식
• 지역 및 학교에 따른 대학 입시 결과 차이 증가에 대한 인식
• 학생들 간 격차 발생에 대한 인식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 • 고교학점제에 따른 지역 또는 학교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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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료 수집 및 분석

이 연구의 목적인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경험을 통한 이해가 요구되므로 자료 수집 방법으로 면담을 활용하였다. 면담은 2020년 12월 한 달간 연구 참여자별로 1회씩 개별 면담으로 총 8번 이루어졌다. 각 면담별 소요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었으며,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연구 목적과 자료 수집 및 활용에 대해 설명한 후, 면담 내용 녹화에 대한 동의를 득하여 실시하였다. 다만, 실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녹화된 화면에서 음성 자료만을 변환하여 활용하였고 연구 참여자들에게도 이에 대해 안내하였다. 면담은 앞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추가로 질문을 제시하였다.

면담 내용은 변환된 음성 자료를 모두 전사한 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질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두 연구자가 면담을 진행했던 경험과 면담 전사본을 바탕으로 주요 결과를 공유하면서 코딩 방향을 논의하였다. 둘째, 연구진 간에 논의한 코딩 방향을 토대로 면담의 주요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요약 정리하면서 유사한 내용끼리 묶어 분류하였다. 셋째, 분류된 내용을 바탕으로 그에 따른 세부 코드를 도출하고 구체화하였다. 예를 들면,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관련해서는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과목 개설 어려움’, ‘학교 간 거리 제약’, ‘강사 확보 제한’, ‘학교 구성원 차이’, ‘학생 배경 및 환경 차이’의 세부 코드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상위 코드를 도출하였는데, 예를 들면 ‘학교 간 거리 제약’, ‘강사 확보 제한’은 교육 기회 불평등 원인으로 ‘인적 자원 및 지리적 여건의 차이’로 명명하였다. 넷째, 이와 같이 두 연구자 간에 지속적으로 교차 검토를 진행하며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연구의 분석틀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을 중심으로 주요 결과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최종 코딩 결과를 교육과정 전공 박사 2명에게 검토를 받고, 주요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해석의 오류가 없는지 연구 참여자들에게 검토를 받는 등 분석에 대한 타당화 작업을 거쳤다.

IV. 연구 결과

1.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
가. ‘교육 기회’ 불평등 양상: 과목 선택 기회의 불평등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진로 및 적성을 반영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이 강조되고 있으나, 면담 결과 학교 간 개설 과목에 차이가 있어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 기회에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과목은 배정된 교사를 기준으로 개설되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 교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의 학교에서는 개설되는 과목의 종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세부 선택 과목이 많은 사회, 과학 교과의 경우 더욱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남을 연구 참여자들은 이야기하였다. 이로 인해 해당 학교들에서는 개설할 수 있는 과목의 개수나 특성에서 학교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편성을 통해 이전보다 확대된 과목 선택권과 개인별 시간표 운영을 표방하고 있는 바, 개설되는 과목의 차이는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 기회’의 측면에서 중요한 불평등의 문제로 제기되었다.

소규모 학교는 보통 교과의 일반 선택 과목이 개설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왜냐하면 학급이 적기 때문에 교사가 충분히 없어요. [G장학사]

읍면지역의 학교들은 3개 학급으로 구성된 경우도 많고, 그런 학교는 교과교사가 8명밖에 안 돼요. 선생님이 8명밖에 안 되면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가 엄청나게 제한된다고 봐요. 특히 세부 과목이 있는 사회나 과학 교과의 경우에요. 선생님들이 골고루 있지를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 과목을 선택해도 개설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어요. 그래서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H장학사]

한편, 학교에서 과목을 개설하려고 하여도 과목 개설을 위한 최소 수강 인원을 확보하지 못해 폐강되는 사례가 많아 결국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습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경우 대도시 학교와 비교할 때 선택 과목별로 개설을 위한 최소 수강 인원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소인수 과목으로 개설한다 하더라도 수강 학생 수가 적어 학교생활기록부에 성적이 명시되지 않고 ‘방점(․)’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어 소인수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는 데 학교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실질적으로 수강생이 13명 이상이어야 과목이 개설되고, 그 미만의 학생들이 수강 신청하게 되면 다 폐강이 되거든요. 학생 수도 적고 교사 수도 적다 보니까 소인수 과목을 다 열어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E교사]

소규모 학교는 학교에서 선택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해 주고 싶어도, 소인수 과목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의 성적에) 이렇게 점으로 찍혀 나와요. 그러면 애들이 ‘대학 못가요’라고 해요. 이것이 나중에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도 관련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소규모 학교에서는 (소인수 과목의) 평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A교사]

나. ‘교육 기회’의 불평등 원인

면담 결과, 앞서 논의한 고교학점제에서 학교 간 개설 과목의 차이로 인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학습 기회의 불평등 문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학교 간 인적 자원 및 지리적 여건의 차이이다. 즉,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교·강사 확보에 있어서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기회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학교의 경우 과목 개설을 위한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교사가 가르치기 어려운 강사가 필요한 과목들의 경우 더욱 어려움이 있어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에게 기회가 고루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심지어 강사에 대한 지원을 다른 학교보다 더 제공하고자 함에도 강사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지역적 영향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읍면지역 학교들은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죠. [C교사]

우리 학교는 강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중략) 자가용을 타면 한 30분 이내에 올 수 있는 거리이지만, 대중교통이 엄청 불편하고, 대중교통 이용하면 편도 한 시간 넘게 오셔야 되거든요. [A교사]

이뿐만 아니라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공동교육과정 등의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부 학교들은 학교 간 거리가 멀어 실질적으로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공동교육과정 등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적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학교들에서는 학교의 지리적 한계가 기회의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인근 고등학교로 가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려요. 버스도 하루에 2~3번 정도밖에 운영을 안 하니까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죠. [B교감]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기에는 학교 간의 거리가 상당히 먼 문제가 있어요. 학생들이 이동하는 시간을 적어도 30분 내지 40분 정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극소수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면이 있어요. [H장학사]

둘째, 학교 문화의 차이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빠르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문화가 형성된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변화가 상대적으로 늦고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는 데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노출이 크지 않은 학교들의 경우 관련 연수 등의 지원이 적고 그로 인해 변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적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학생 선택 과목을 개설하려는 학교들과 비교할 때 실제적으로 선택 과목에 차이가 발생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학생의 학습 기회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우리 학교는 소규모 학교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요. (중략) 학교에서 이전에도 계속 해왔던 것에 안정적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하고 싶어 하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과) 격차가 더 커지는 거예요. (중략) 농어촌 지역의 학교에 대해 지원을 더 많이 해주어서 그 학교들이 (고교학점제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저는 이러한 교육 격차가 오히려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요. [A교사]

고교학점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들은 그러면 분명 차이를 겪게 돼요. 학교가 이 변화에 대해서 따라가지 않는다면 다른 학교 아이들과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C교사]

대규모 학교 선생님들은 변화에 대해서 많이 노출이 되고 자극이 되는데, 소규모 읍면지역은 거리나 문화적으로 조금 외져 있어서 그런 변화에 노출되는 게 조금 어려워서 그런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조금 어렵지 않나 이런 얘기들 좀 하시더라고요. [H장학사]

셋째, 학교별 개별 학생과 학부모 요구의 차이가 학교 간 고교학점제의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연구 참여자들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업에 대한 의지가 높지 않은 학생이 많은 경우, 교육에 관심이 적은 학부모가 많은 학교의 경우 적극적으로 다양한 선택 과목 개설이 요청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즉, 이 경우에는 학생들이 진로나 과목 개설에 대해 관심이 적고 소극적이어서 관련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양한 선택 과목 개설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가 많은 학교와 비교해 볼 때 출발점 즉, 선택할 수 있는 과목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농어촌 학교이다 보니까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도시 학교에 비해 더 큽니다. (중략) 어느 학교를 가든 학습을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도 있어요. (학력이 낮은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학교에 과목 개설을 학교에 요청하는 친구들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해줘야 따라가는 아이들이고,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이에요. [C교사]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동기가 상당히 낮고 관심이 없어요. (고교학점제의) 선택 과목 개설 다양화와 같은 것에도 관심이 별로 없고요. 아이들이 그러면 선생님들도 그에 대응해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G장학사]

2.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과정’의 불평등
가. ‘교육 과정’ 불평등의 양상: 개설 과목 운영의 질적 차이

학생들에게 균등하게 학습 경험의 기회가 제공되었다 하더라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 경험에는 질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면담조사 분석 결과, 고교학점제를 통해 단위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반영한 보다 다양한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으나, 동일한 과목이라 하더라도 학교마다 수업 내용과 학생들의 학습 경험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즉, 학생들의 특성, 인원, 수업 분위기에 따라 과목 운영의 질에 차이가 나타나는 교육 과정의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동일한 과목이 개설되더라도 참여하는 학생들의 특성이나 학습 분위기 등에 따라 학습 내용과 수준이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예컨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과목명은 다른 학교와 동일하지만 학습 내용의 수준을 낮추어 가르침에 따라 과목명과 실제 학습 내용에 차이를 보이는 사례도 논의되었으며,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가 강조되는 과목의 경우에도 학생의 요구와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실제로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도 논의되었다. 이와 같이 고교학점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일부 학교에서는 해당 과목에서 요구하는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학습이 이루어지는 질적인 측면에서 학습 과정에서의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은 아이들도 그런 (심화) 과목들을 듣게 되면, 껍데기는 A과목이지만 내용은 실제 수업은 그보다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된 내용으로 가르친다던지 해요. [F교사]

어떤 학교들은 아이들의 요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상대적으로 학생 참여를 강조하는 이런 활동들을 실제 수업에서 많이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G장학사]

(과목의 수강생이) 5명밖에 안 돼서 짝 모둠 활동밖에 안 되고 모둠활동을 못 하는 거예요. 수강 학생이 너무 적은 경우 심화 탐구 과목이나 과제 연구와 같은 과목에는 적합하지만, 일반 선택 과목에서 수강 인원이 너무 적은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A교사]

나. ‘교육 과정’ 불평등의 원인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과정의 불평등 문제는 다음의 두 가지 원인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첫째, 교·강사의 전문성 차이가 학생의 학습 경험에 차이를 가져오고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에게 다교과 지도, 선택 교육과정 운영, 과목 및 학업 설계 지도 등 이전과는 다른 역량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가 위치한 지역 등의 특성에 따라 고교학점제에 대한 연수, 평소 가르쳐보지 않았던 과목에 대한 연수, 교사 간 네트워크 및 협력 기회,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 등의 차이가 있고 이것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사의 노하우나 경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과 관심 등에도 차이가 있으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교사들의 적극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는 경우 동일한 과목이 개설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해당 과목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학습 경험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시내의 읍면으로 (연수 때문에) 나오면 거리가 멀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적극성이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읍면지역 학교의 교사들은) 연수에도 자주 안 오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 안에서 지금까지 운영해왔던 교육과정에 적용하듯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설해 주고 (이전과 같이) 운영하는 것이죠. [H장학사]

한편, 강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당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를 확보하는 자체에 초점을 둠에 따라 실제 수업을 운영하는 강사의 역량에 차이가 발생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구체적으로 강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강사를 확보하는 자체가 우선이기 때문에 역량을 살펴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이것이 곧 해당 과목의 수업의 질에 영향을 미쳐 학생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읍면지역의 학교의 경우) 대도시에 맞추어서 과목을 개설한다고 할지라도, 투입되는 강사진이나 이런 것은 수준이 달라요. 이런 지역의 학교에는 투입될 수 있는 강사의 질이 다르잖아요. [F교사]

둘째, 인프라의 부족 또한 교육 과정의 불평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학생 과목 선택권 확대와 양질의 체험, 실습 경험 제공을 위해 지역 인프라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 협조할 수 있는 학교나 대학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들에서는 필요한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에 관련 환경이 잘 갖추어진 학교들과 비교할 때 학생들의 학습 경험에 질적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대도시의 학교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대학이라든지 기업이라든지 연계할 수 있는 지역적 조건들이 잘 갖추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읍면지역 학교의 경우에는 주변이 연계할 수 있는 큰 기업도 없고 대학도 없다 보니까 학생들을 위한 심화과목을 개설해 준다든지 아니면 기업과 연계해서 실습을 해 볼 수 있거나 진로를 정말 체험해볼 수 있는 그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들이 부족할 것 같아요. [E교사]

이와 더불어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공동교육과정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학교들의 경우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중심으로 수업이 운영되지만, 실습이나 체험, 학생 참여 등이 요구되는 과목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제한적으로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대면 수업과 비교할 때 동일한 과목이라 하더라도 학습 경험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서) 온라인 수업이라는 방식 자체가 아무래도 오프라인 수업보다는 전달력이 떨어지니까 (수업의 질이) 질적으로 낮아지는 것에 대한 한계도 있기는 있습니다. [B교감]

셋째, 학업 설계 및 과목 선택 지도의 차이가 학생들이 개설된 과목을 유의미하게 선택하여 학습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한다고 하더라도 학업 설계 및 과목 선택 지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및 적성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논의하였다. 곧, 과목 선택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본인이 싫어하는 과목을 피해서 과목을 선택하거나 단순하게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학생의 학업 설계 및 과목 선택에 대한 학교 차원의 관심과 지도의 차이가 학생이 이수하는 교육과정의 질적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력이 낮은 아이들은) 지금 선택하는 과목들을 보면 어떤 과목들이 싫어서 그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 거예요. [C교사]

아이들이 성적이 산출이 안 되는 과목을 또 선호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중략)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으니까 이런 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기도 해요. [H장학사]

3.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결과’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은 교육 성취의 불평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교학점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결과의 불평등 문제는 고교학점제를 통한 학생들의 진로 결정, 대학 진학, 과목 이수 결과 등과 관계되며, 앞서 논의한 교육 기회 및 과정의 불평등이 교육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교육 결과’의 불평등

면담조사 분석 결과,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있어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교육 결과의 불평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한 연구 참여자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선택 과목 개설의 차이가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학생의 교육 성취에도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곧, 학생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과목이 소속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을 경우, 해당 과목을 학습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며 이는 결국 고교학점제의 선택형 교육과정으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닌 경우는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도 개설을 안 해주고 (고교학점제에 대한) 홍보도 잘 안 되다 보니까, 그런 데서 아이들이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교육과정에 대해서 소외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H장학사]

무엇보다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교육 기회 측면에서 논의된 개설 과목의 차이, 그에 따른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대입에 있어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곧, 고교학점제에 따라 대입 평가 항목에 선택 과목의 종류 등이 포함될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 학교의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설 과목의 양적 차이뿐만 아니라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경우 학생이 관련 진로를 준비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연쇄적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의 진로나 대학 진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별로 개설한) 선택 과목의 개수가 대학교 입학 시 교과평가라든지, 아니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든지 이런 데 불리하게 작용을 하면, 어떻게 보면 고교학점제가 소규모 학교를 도태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중략) 고교학점제가 들어오면서 선택 과목 때문에 소규모 학교는 (대학 입학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오히려 증명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볼 때는 교육의 불평등은 다른 것이 아니라 결국 입시에서의 불리함이거든요. [B교감]

만약에 학생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학교에서) 개설할 수 없을 경우에는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중략)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이 개설될 수 없을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대학에 가는 데 어느 정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수학능력시험으로 가는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내용이 풍부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흡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D교사]

나. ‘교육 과정’의 불평등으로 인한 ‘교육 결과’의 불평등

면담조사 분석 결과,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에서의 불평등 또한 교육 결과의 불평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논의되었다. 곧, 동일한 과목이라 하더라도 학교 특성 및 환경, 교사에 따라 실제로 학생들이 학습한 학습 내용이나 활동이 질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 경험의 차이는 결국 학습 성취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지리적 접근성이 높지 않은 소규모 학교에서는 대체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대면수업에 비해 실습, 체험 등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질적인 차이로 인해 학습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도 확인되었다.

온라인 쌍방향 교육과정의 경우 과목 개설은 의미가 있지만, 애들이 얼마나 학습을 했는지는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소외된다고 보거든요. [H장학사]

이뿐만 아니라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학습 과정의 질적 차이로 인한 학습 결과의 차이가 미이수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데, 학습 과정의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이 미이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한 연구 참여자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교육 결과로 나타낼 수 있는 이수 및 미이수 제도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과정상의 질적 보완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어찌 보면 이수와 미이수는 수업과 평가의 결실이라고 보이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질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이수 제도, 미이수 제도는 (제대로 운영되기) 너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G장학사]

V.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교육 기회의 불평등’, ‘교육 과정의 불평등’, ‘교육 결과의 불평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를 통해 분석한 고교학점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따른 불평등 양상과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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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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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고교학점제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단계적, 점진적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어 왔다. 다만,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교육 불평등 문제를 다룸으로써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교육 기회, 교육 과정, 교육 결과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 기회의 측면에서 다양한 선택 과목 운영에 필요한 교·강사 수급을 위한 지원 방안이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인적·물적 자원의 차이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학교에서는 과목 개설을 위한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나 지역의 특성상 발령되는 교사가 많지 않고 강사를 구하는 데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겸임교사, 순회교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책적으로 마련하여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내실 있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교·강사를 직접 파견하고 교·강사 인력풀을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때 교·강사 인력풀은 명단뿐만 아니라 담당 과목, 가능 지역, 파견 횟수 등의 정보를 포함하여 누적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간다면 정확한 정보와 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관리되는 강사는 관련 비용을 상향 책정함으로써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이 교육(지원)청 단위로 관리가 될 경우 학교에서 과목 개설에 요구되는 교·강사를 더욱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줌으로써 학교 간 개설 과목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교육 기회의 측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 단위의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과목 운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육감은 고교학점제 운영과 지원을 위한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바, 관내 공동교육과정 운영과 선택 과목 운영에 대한 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곧, 단위학교 수준이 아닌 교육(지원)청 단위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교들 또는 희망 학교들을 대상으로 개설 희망 과목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과목을 개설하고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학생이 원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 과정의 측면에서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질 관리가 중요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면담 결과, 동일한 과목이 개설되더라도 학교마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수업마다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 간, 학교 내 교육과정의 차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김지현, 2022: 81). 따라서 운영되는 선택 과목의 내용과 수준, 수업별 학생 인원과 구성 등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질적으로도 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과정 측면에서의 관리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 역할이 논의되고 있는 바, 과목 개설 여부뿐만 아니라 개설 과목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

넷째, 교육 과정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 중 하나로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성 개발과 컨설팅 기회가 맞춤형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에서의 교육과정 운영, 교사의 다과목 지도를 위한 역량 강화 등 고교학점제 전반에 대한 연수는 교육부, 시·도 교육청, 학교 수준에서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학교 문화, 변화에 대한 노출 정도 등에 따라 고교학점제에서의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차이가 있음을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규모 학교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방안,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한 지역사회 연계 방안 등 다양한 학교 상황에 맞춘 연수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따라 평소 가르쳐본 경험이 적은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게 될 경우, 해당 과목에 대한 교사의 지도 역량 강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교사들 간 교류·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협력적 학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 결과의 측면에서 고교학점제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학생의 학습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에 있어서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 정보와 그에 따른 교육적 결과 등의 양적 정보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지게 되는 학습 경험에 대한 질적 정보가 함께 수집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학교별 특성, 학교별 선택 과목 개설 정보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이 되어 학교 간의 차이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결과가 학생들의 학습 성취 및 진로·진학에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 교육 과정, 교육 결과에 있어서 불평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고교학점제 정책을 보완해 나가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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