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습

중학교 증명 수업에서 학생들의 연역적 추론 분석: 의사소통(commognition) 관점을 중심으로1)

강수영1,*, 신보미2,**
Suyoung Kang1,*, Bomi Shin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목포애향중학교 교사
2전남대학교 교수
1Teacher, Mokpo Aehyang Middle School
2Professor, Chonnam National University
*제1저자, buddy0691@naver.com
**교신저자, bomi0210@jnu.ac.kr

© Copyright 2022,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5, 2022; Revised: Jan 28, 2022; Accepted: Feb 09, 2022

Published Online: Feb 28, 2022

요약

본 연구는 중학교 증명 수업에서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방안을 개발 및 적용하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증명 수업의 담론을 Sfard의 의사소통(commognition) 관점에 비추어 분석하고, 이러한 담론 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역적 추론의 특징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관련 선행연구를 토대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적용한 수업 상황의 담론을 기술하기 위한 분석 틀을 구체화하였다.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를 적용한 8차시 수업 상황의 담론을 분석 틀에 비추어 살펴본 바, 연역적 추론을 통해 수학적 정당화를 학습하는 국면에서는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의 의사소통 갈등이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전제를 확인하는 담론과 공리적·형식적 정당화로의 수준 상승이 일어나는 담론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역적 추론을 통해 수학적 정당화를 실행하는 국면에서는 평행사변형 모양의 활동 타일이 지닌 성질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여 연결망으로 구조화하는 담론과, 활동 타일의 성질을 연역적으로 조직하여 그 정의를 만들어 내는 담론의 양상이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메타 규칙이 부분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상과 같은 결과 분석 과정에서 본 연구는, 중학교에서 수학적 정당화 과정을 통한 연역적 추론 지도의 가능성, 연역적 추론을 전개하는 도구로서 시각적 매개체의 역할 및 ‘증명’과 ‘정의’라는 용어의 가치 등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를 얻을 수 있었다.

ABSTRACT

This study developed a teaching-learning method by focusing on the deductive reasoning and analyzed the characteristics of mathematical discourse in the light of the framework descriptors of the level of mathematical justification based on Sfard’s commognition perspective, in order to provide the implication for proof teaching by encouraging students to experience deductive reasoning as a thinking process. To achieve the aim, 8 lessons were implemented using the teaching-learning method developed by this study and the students’ features related to deductive reasoning were explored based on the descriptors.

As a result, at the lessons about the mathematical justification there was a commognitive conflict between students using empirical justification and deductive justification, in the process of checking premises for deductive justification, students reached axiomatic-formal justification with partial and procedural characteristics. At the lessons of implementing mathematical justification for the properties of parallelogram, the students made a chaining relationships by eliciting conclusions from the premises, connected several steps of justification, and defined by the deductive organization of properties. It can be said that they used the meta-rule of axiomatic- formal justification.

The result suggests that deductive reasoning could be taught to middle school students by taking appropriate pedagogical strategies. In the process of justifying, students realized the existence of axiom and its meaning as a promise, understood the chaining relationships derived from axioms. In addition, in the process of justifying visual mediators were used an important tool that drove deductive reasoning and the terms ‘proof’ and ‘definition’ were informally emerged even though have not been taught at the lessons.

Keywords: 연역적 추론; 수학적 정당화; 의사소통 관점; 증명 지도; 공리; 정의
Keywords: Deductive Reasoning; Mathematical justification; Commognition perspective; Proof teaching; Axiom; Definition

I. 서 론

수학은 본질적으로 증명에 대한 학문이며(Almeida, 1996), 학교 수학의 주요 목표도 논리적 추론 능력의 개발에 있다(이선영, 최지선, 2013). 증명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만약 ~이면 ~이다’ 형태의 사고를 익혀 수학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바(Fawcett, 1938/2006), 기본 전제로부터 필연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연역적 추론은 수학적 정당화 방법으로서 증명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된다(김흥기, 2004). 국외 9개국2)의 수학 교육과정 역시 ‘추론’을 주요 핵심역량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캐나다, 폴란드는 연역적 추론과 관련되는 ‘증명’과 ‘논증’을 ‘추론’의 주요 요소로 다룬다(김선희, 박경미, 이환철, 2015).

이처럼 증명은 연역적 추론이라는 사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도구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증명 교육은 증명 내용 자체를 ‘결과’로서 암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박은조, 방정숙, 2005). 이에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중학교에서는 연역적 정당화에 기반한 증명 지도가 대폭 약화되었으며(이환철, 하영화, 2011), ‘증명, 정의, 정리, 가정, 결론’ 등의 용어가 모두 고등학교로 이동되었다. 그러나 2015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의 기하 영역은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연역적 추론은 수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교육부, 2015, p. 33)고 기술함으로써, 연역적 추론을 통해 도형이라는 수학적 대상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대해 지도하는 것 역시 중학교 기하 교육의 주요 목표임을 명시하였다. 이에 2015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의 기하 영역에서는 ‘증명, 정의, 정리’ 등의 용어 없이 연역적 추론에 따른 정당화를 지도하게 되었다. 이는 도형의 성질에 대한 연역적 정당화를 초등학교에서처럼 ‘설명하기’ 또는 ‘이해하기’로 칭하는 문제를 일으켰으며(홍영석, 손홍찬, 2021), 교과서 전개 방식도 이전 교육과정과 큰 차이가 없어 연역적 추론에 의한 정당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노정원, 이경화, 문성재, 2019).

한편 Sfard(1998)는 학습을 습득과 참여라는 2가지 은유로 개념화하여 학습에 대한 참여주의 관점을 주장하였다. Sfard에 따르면 학습은 지식을 결과로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담론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Sfard(2008)는, 집단으로 행해지는 패턴화된 활동으로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규정하고, 이러한 의사소통이 개별화된 형태를 사고(cognition)로 정의하였다. Sfard는 의사소통과 사고는 같은 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임을 강조하면서 commognition을 “의사소통과 사고는 분리할 수 없는 통합된 개념”(Sfard, 2008, p. 92)임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도록 제안하였다. 의사소통(commognition)3) 관점에 따르면 학생은 수학적인 담론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구체적인 수학적 사고를 개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담론 공동체의 의사소통(communication)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 대한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오택근, 2014).

이상과 같은 의사소통 관점은, 증명 교육이 증명 내용이나 기법을 결과로서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증명을 만드는 공동체의 담론에 참여하여 연역적 추론이라는 사고의 과정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증명을 구성하는 수학적 정당화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논의를 분석함으로써 연역적 추론과 관련되는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해석하는 데 주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수학적 정당화의 토대가 되는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 및 적용하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증명 수업의 담론을 의사소통 관점에 비추어 분석하고, 이러한 담론 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역적 추론의 특징을 기술함으로써 중학교 증명 교육에의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연역적 추론과 공리

연역적 추론이란 알고 있는 하나 이상의 전제로부터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사고 과정이다(Johnson-Laird, 2000). 연역적 추론의 핵심은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명제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김은정, 2018), Miyazaki, Fujita & Jones(2017)는 여러 명제를 논리적으로 결합한 연결 네트워크의 구성을 연역적 추론의 토대로 보았다. 한편, McCrone & Martin(2009)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밝히는 것이 그 자체로 공리계 내의 정리가 된다고 하였으며, 이창연, 황우형(2010)에 따르면 정리를 증명한다는 것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해당 정리와 공리 및 정의, 다른 정리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이상의 연구는,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활동이 여러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정리를 생성하거나 체계 내의 공리, 정의, 정리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수학적 정당화 활동으로 구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흥기(2004)에 따르면 유클리드 <원론>은 연역적 추론에 의한 수학적 논증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원론>에서 제1권은 점, 직선 등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여 공준과 공리를 기술하고, 정의와 공준, 공리를 토대로 연역적 추론을 통해 정리를 유도하며 그 이유를 증명한다(Durand-Guerrier et al., 2012). 이처럼 공간에 있는 도형의 성질을 명제로서 연역하고 증명하는 과정은 공리라는 전제를 토대로 하는 바, 유클리드 <원론<에서 공리는 ‘공간에 대한 자명한 진리’를 기술한 것으로 여겨졌다(변규미, 2019). 그러나 평행선 공리의 자명성에 대한 회의에서 탄생한 비유클리드 기하는 공리의 지위를 자명성이 아닌 독립성에 의해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이지현, 2011). 즉, 비유클리드 기하가 출현하기 이전의 공리는 ‘합리적 확신’이자 ‘자명한 진리’였던 반면, 현대 수학에서 공리는 ‘게임의 규칙’이면서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로서 기능하게 되었다(변규미, 2019; 이지현, 2011).

그러나 학교 수학에서 공리는 종종 ‘자명한 진리’로 다루어지는데, 공리 역할을 하는 명제의 참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다음 그 결과가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이지현, 2011). 예를 들어 ‘두 직선이 평행할 때 동위각의 크기는 같다’는 명제는 중학교 기하에서 공리의 역할을 하는 바(이지현, 2011), 이 명제의 참은 모눈종이에 그린 평행선이나 삼각자 2개를 이용하는 측정 활동을 통해 확인됨으로써 공간에 대한 자명한 사실로 다루어진다. 어떤 명제는 관찰을 통해 자명한 참으로 인정하면서, 비슷한 정도로 자명해 보이는 다른 명제는 관찰을 통해 얻은 결론을 의심하여 수학적 정당화를 요구하는 것은 교수학적으로 모순이며 증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Fawcett, 1938/2006). 기하 교육에서 공리의 성격을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로 설정하는 것은, 공리를 논리적 연역의 발판이 되게 한다는 점에서 연역적 추론에 기반한 수학적 정당화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한다(강정기, 노은환, 2013; 변규미, 2019). 이지현(2011)에 따르면 공리를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로 파악하는 것은 경험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 직관 기하와 논증 기하, 증명이 아닌 것과 증명의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중학교 기하 영역에서 공리는 명시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권석일, 2009). 기하 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과정을 지도하는 것임에도(교육부, 2015), 연역적 추론의 발판인 기본 전제, 즉 공리가 교과서에 특정되어 있지 않아 연역적 추론이라는 사고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강정기, 노은환(2013)은 공리와 관련된 중학교 기하 영역의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과서에서 다루는 명제의 연역적 출발점을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성질과 그 역’, ‘삼각형의 결정 조건’으로 삼도록 제안하였다. 또한 강미광(2010)은 삼각형의 결정 조건 대신 ‘삼각형의 합동 조건’을 공리로 도입하자고 주장하였다. 이상의 연구는, 중학교 기하 교육에서 연역적 추론을 지도하려면 논리적 연역을 위한 발판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성질과 그 역’, ‘삼각형의 합동 조건’을 기본 전제로 삼아 연역적 추론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보는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에 따르면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활동은 여러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여 체계 내의 다양한 관계를 밝히는 것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나아가 연역적 추론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적 정당화를 의미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역적 추론의 기본 전제인 ‘공리’가 특정되어 논리적 연역의 발판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 실행할 교수-학습 방안은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와 ‘공리’에 대해 탐구하는 활동으로 조직하되,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공리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탐색하는 활동을 포함하고자 한다.

2. 수학 학습에 대한 의사소통 관점

수학 학습에 대한 Sfard(2008)의 의사소통 관점에 따르면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집단으로 행해지는 패턴화된 활동이며 사고는 이러한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개별화된 것으로,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사고는 같은 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Sfard(2001)은 수학 학습을 수학적 담론의 발전으로 개념화하였다. 즉 수학을 배우는 것은 수학적 담론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공동체의 수학적 담론에 참여하는,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한편 Sfard(2007, 2008)은 수학적 담론의 특징을 ‘용어 사용(word use)’, ‘시각적 매개체(visual mediator)’, ‘루틴(routine)’, ‘내러티브(narrative)’라는 속성에 비추어 관찰하거나 기술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수학적 담론의 양상은, 특정 용어에 대한 이해와 사용 방식을 보여주는 ‘용어 사용’과, 담론 참여자들이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체물 또는 그림, 숫자나 기호, 대수식 등과 같은 ‘시각적 매개체’를 통해 드러난다. 또한 수학적 담론은, 담론 참여자의 담화 양식과 행동 패턴을 결정하는 규범인 ‘루틴’과, 암묵적으로 승인 또는 거부되는 담론 대상에 대한 발언 및 대상 사이의 관계를 서술한 ‘내러티브’를 통해서도 그 속성을 기술할 수 있다. Sfard(2007)에 따르면 수학 학습은 이상과 같은 수학적 담론의 4가지 속성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Sfard(2008)는 수학적 담론의 ‘루틴’이, 의사소통 관점을 따르는 수학 학습의 양상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였으며, ‘루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담론의 규칙을 ‘대상 수준 규칙(object-level rule)’과 ‘메타 담론적 규칙(meta-discursive rule)’으로 분류하였다. 대상 수준 규칙은 수학적 ‘대상’이 지닌 규칙성을 대상의 속성에 비추어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이다’는 표현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에 대한 패턴을 서술하여 삼각형의 속성을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대상 수준 규칙이다. 이러한 대상 수준 규칙을 공식화하거나 입증하는 패턴화된 활동에서 메타 담론적 규칙이 사용되는 바, 이를 간단히 메타 규칙(meta-ru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대상 수준 규칙은 ‘담론의 내용’을 제어하는 규칙이고 메타 규칙은 ‘담론의 흐름’을 조절하는 규칙으로(구나영, 2014), 의사소통 관점의 수학 학습에서는 상위 규칙인 메타 규칙에 주목하여 수학적 담론의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수학 학습을 담론의 변화로 설명한 Sfard(2007, 2008)는 학습을 메타 수준 학습과 대상 수준 학습으로 구분하였다. 대상 수준 학습은 용어나 루틴, 내러티브가 새로 생성되어 담론이 내부로부터 확장되는 것을 뜻하며, 메타 수준 학습은 친숙한 용어의 용도가 변경되거나 익숙한 루틴이 그렇지 않은 루틴으로 바뀌는 메타 규칙의 변화를 통해 담론이 외부로부터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담론 참여자가 스스로 메타 수준 학습을 시작하기는 어려우며, 메타 규칙의 변화를 수반하는 새로운 담론에 마주할 때 메타 수준 학습이 가능하다(Sfard, 2008). 메타 수준 학습을 일으키는 새로운 담론에 접한 참여자들은 기존과는 다른 메타 규칙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서로 다른 메타 규칙을 따르는 담론 참여자들 사이에 의사소통 갈등(commognitive conflict)을 초래한다(오택근, 박미미, 이경화, 2014). 이러한 의사소통 갈등의 해소는 담론 참여자들이 서로의 견해를 수용하여 자신이 따르던 메타 규칙을 확장하고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지만, 담론 참여자는 스스로 메타 규칙을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새로운 담론을 승인하고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행동을 모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Sfard, 2007, 2008).

이상과 같은 의사소통 관점에서 여러 연구는 수학 교수-학습에서 일어나는 담론을 분석하여 그 시사점을 기술하였다. Kim, Ferrini-Mundy & Sfard(2012)는 무한 개념에 대한 고등학교 수학 수업의 담론을 4가지 수준으로 분류하고, 각 수준에 따라 수학적 담론의 4가지 속성이 지닌 특징을 정리하였다. Wang(2011)은 수학적 담론의 4가지 속성에 비추어 van Hieles의 기하 수준을 정교화한 틀을 개발하여 도형에 대한 예비교사들의 수학적 담론을 분석하였다. 김미주(2014)는 발생 모델(emergent model, Gravemeijer, 1994)의 상황적, 참조적, 일반적, 형식적 수준에 따라 수학적 담론의 4가지 속성이 지닌 특징을 정리한 다음, 확률에 대한 담론 수준의 상승을 의사소통 갈등에 비추어 기술하였다. 구나영(2014)은 수학 영재들의 확률 문제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사소통 갈등이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양상을 밝힘으로써 메타 규칙과 의사소통 갈등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오택근 외(2014)는 접촉평면에 관한 수학적 논의에서 의사소통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분석하여 수학적 담론 수준의 상승 양상을 기술하였다. 이상의 연구는 수학적 담론을 의사소통 관점에서 분석하는 틀을 정교화하거나, 의사소통 관점의 수학 학습을 구체적인 내용 요소에 비추어 설명함으로써 관련 후속 연구에 의미 있는 시사를 주는 바, 특히 본 연구는 Wang(2011)김미주(2014)의 분석 틀을 수정·보완하여,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증명 수업의 수학적 담론을 의사소통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활용하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1. 교수-학습 자료 개관

2015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은 도형의 성질에 대한 정당화 과정을 통해 연역적 추론을 지도하도록 하였다(교육부, 2015). 또한 중학교 기하 영역에서 사각형의 성질 단원은 명제의 함의 관계를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이를 학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이규희, 최영기, 2016). 이에 본 연구는 중학교 2학년 사각형의 성질 단원에서 ‘평행사변형의 성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연역적 추론을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한편 강정기, 노은환(2013)이지현(2011)에 따르면 연역적 추론을 의미 있게 경험하려면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공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바,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탐구하기 앞서 공리를 비롯한 기하 체계를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자료를 설계하였다.

Fawcett(1938/2006), Gernes(1999)는 학교 수학을 통해 정의와 공리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스포츠 경기나 게임과 같은 실생활 소재를 활용하여 정의와 공리를 비형식적으로 소개하는 구체적인 활동을 제시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정의 및 공리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을 위해 Fawcett(1938/2006)의 정의에 관한 수업 자료를 수정·보완하여 [문제 1]을, Gernes(1999)의 공리에 관한 수업 자료를 수정·보완하여 [문제 2]를 개발하였다. 학생들은 비형식적 활동을 통하여 정의와 공리의 역할 및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Gernes, 1999).

김선희, 김수민, 이은정(2020)은 실세계와 지식 이론의 연결성을 확보하는 증명 수업의 사례로 유클리드 기하가 공리에서 시작됨을 소개하는 수업 상황을 기술하였다. 이지현(2011)은 공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삼각형의 내각의 합’에 대한 문제를 개발하여 활용하였다. 강정기, 노은환(2013)강미광(2010)은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성질과 그 역’, ‘삼각형의 합동 조건’을 중학교 기하 영역에서 다루는 명제의 연역적 출발점으로 삼도록 제안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실세계 활동을 지식 이론과 연결하여 지도하는 수업 사례(김선희 외, 2020)에 비추어 ‘정의 및 공리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 이후 연역의 출발점이라는 ‘공리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수업을 설계하였다. 이 수업에서 다룰 과제는, 연역적 정당화에 대한 이해를 개발하기 위해 이지현(2011)을 수정·보완한 [문제 3]과, 강정기, 노은환(2013)강미광(2010)에 비추어 연역의 출발점인 공리를 찾는 [문제 4]로 구체화하였다. 학생들은 공리를 이해하는 활동을 통하여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인 공리에서 관련 명제를 유도하는 연역적 추론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이지현, 2011).

Freudenthal(1971, 1973)은 완성된 연역 체계를 그대로 부과하여 정의-정리-증명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기존 증명 교육을 비판하면서, 학습자의 실제를 반영한 국소적 조직화를 통해 연역 체계에 대한 조직화 수단으로 증명을 경험하게 하는 증명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 그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정의하기’ 활동을 제안하였다. 즉, 진정한 의미의 기하적 사고를 개발하기 위한 기하 증명 수업은, 탐구 활동을 통해 도형의 다양한 성질을 발견하고 이를 연역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정의를 재발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Freudenthal(1971, 1973)에 비추어, ‘평행사변형 탐구하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평행사변형 모양의 활동 타일을 탐색하여 그 성질을 추출하는 [문제 5]를, 추출한 성질의 연결 관계를 조직함으로써 활동 타일의 기본 성질을 찾는 [문제 6]을, 기본 성질 중 하나를 평행사변형의 정의로 삼는 [문제 7]을 개발하였다. 학생들은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탐구하면서 여러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여 다양한 관계를 밝힘으로써 평행사변형의 성질 중 연역의 발판이 되는 기본 성질을 찾아 정의하기에 이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형의 성질과 정의를 단순히 습득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할 수 있다(Freudenthal, 1971).

이상과 같이 ‘평행사변형의 성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연역적 추론을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본 연구에서 개발한 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표 1>4)과 같다.

표 1. 연역적 추론을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자료 : 평행사변형의 성질
차시 교수-학습 자료의 내용
1~2 정의 및 공리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 ·정의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 [문제 1]
·공리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 [문제 2]
3~4 공리 이해하기 ·연역적 정당화 이해하기 [문제 3]
·연역의 출발점인 공리 찾기 [문제 4]
5~8 평행사변형 탐구하기 ·활동 타일 기본 성질 찾기 [문제 5, 6]
·활동 타일 정의하기 [문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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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참여자

연구 참여 학생은 **시 **중학교 2학년 9명으로, 2학년 2학기 정규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이전에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중상 수준이며, 선행학습 경험이 있다5). 연구 참여 교사는 **시 소재 공립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육 경력 13년의 교사로, 대학원 석사 과정 2년 차에 있으며,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9년 동안 참여하여 수학 교수-학습 자료 개발 및 수업 개선과 관련된 전문성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연구 참여 교사는 본 연구에서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8차시의 수업을 실행하였다. 연구자는 교수-학습 자료의 목적과 의도 등을 교사와 공유하기 위하여 4차례에 걸쳐 협의회를 진행하였다.

3. 자료 수집 및 분석

본 연구는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 및 적용하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증명 수업의 담론을 의사소통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바, 분석을 위한 수업 자료는 방과 후 시간을 통해 수집하였다. 수업은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학생들을 모둠으로 조직하여 진행하였으며, 한 모둠은 3명으로 구성하였다. 모둠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수학적 담론은 비디오카메라와 소형 녹음기를 모둠별로 배치하여 수집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녹화 및 녹음 자료는 모두 전사하였으며, 학생들의 모둠 활동과 전체 수업에서 진행된 담론 분석에 효율성을 높이고자 학생이 작성한 학습지와 교사가 칠판에 기술한 내용 등을 추가로 수합하였다.

이상과 같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는 김정하(2010)를 큰 틀로 삼아, Harel & Sowder(2007), 류성림(1998), 조완영(2000) 등의 선행연구에 비추어 수학적 정당화 수준을 4단계로 정교화하였다. 김정하(2010)는 수학적 정당화 수준을 ‘외적 확신에 의한 정당화, 경험적·귀납적 정당화, 포괄적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 단순 연역적 정당화, 형식적·이론적 정당화’와 같이 5단계로 구분한 바, 본 연구는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에 주목하므로 연역적 추론에 의한 정당화와 다소 거리가 있는 ‘외적 확신에 의한 정당화’를 분석 틀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연역적 추론에 의한 정당화에서 연역의 토대가 되는 공리를 주요한 학습 요소로 추출하였으므로, 마지막 수준의 명칭을 ‘형식적·이론적 정당화’가 아닌 ‘공리적·형식적 정당화’로 정하였다. 이는 Harel & Sowder(2007)가 제시한 연역적 증명 스키마의 하위 유형인 ‘공리적’ 증명 스키마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수학적 정당화 수준을 의사소통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수학적 담론의 속성인 ‘용어’, ‘시각적 매개체’, ‘내러티브’, ‘루틴’의 특징을 Wang(2011)김미주(2014)를 수정·보완하여 수준별로 정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연역적 추론의 핵심 요소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도록 관련 선행연구(류성림, 1998; 조완영, 2000; Stylianides, 2007; Boaler, 2016)를 검토하여 분석 틀을 정교화하였다.

류성림(1998)에 따르면 증명의 의의에 대한 이해는 3단계를 거쳐 발달한다. 1단계는 실험과 같은 경험적 방법으로도 증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며, 2단계는 연역적 증명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수준이다. 3단계는 증명 체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것이 기하적 연역 체계를 확립하는 과정임을 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수학적 정당화 수준의 의미에 연역적 추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여부를 명시하였으며, 측정의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2수준의 루틴에, 공리와 연역적 체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상 사이의 관계를 서술하는 것은 4수준의 내러티브에 추가하였다. 또한 조완영(2000)은 수학적 정당화의 2수준인 ‘포괄적인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를 ‘특수한 예에서 일반성을 이해’하는 정당화로 설명한 바, ‘특수한 예’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2수준의 시각적 매개체, 루틴, 내러티브의 특징을 기술하였다. 한편 Stylianides(2007)는 수학적 사실에 대한 초등학생의 언어적 정당화에 대수 기호나 수학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 논리적 구성에 있어 연역적 증명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를 발견하였다. Boaler(2016)는 색깔이라는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여 수학적 사실을 정당화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거나 표현하는 교수-학습 전략을 제안하면서 이를 ‘색깔 코딩’이라고 명명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3수준의 시각적 매개체의 특징으로 색깔 코딩도 추가하였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수학적 정당화 수준을 수학적 담론의 4가지 속성에 비추어 기술하기 위해 정교화한 분석 틀은 <표 2>와 같다.

표 2. 수학적 담론의 속성에 따른 수학적 정당화 수준 분석틀
수준 의미 용어 사용(W) 시각적 매개체(V) 루틴(R) 내러티브(N)
1수준, 경험적 정당화 연역적 정당화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험적이고 귀납적인 정당화 방법 사용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거나 일상용어를 사용함 구체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을 사용함 조작, 측정, 비교에 의한 경험적 판단이나, 상황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을 사용함 상황 자체만을 서술함
코드: 1W 코드: 1V 코드: 1R 코드: 1N
2수준, 포괄적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 연역적 정당화의 필요성은 이해하나, 특수한 예를 활용하는 연역적 정당화 방법을 부분적으로 사용 익숙한 루틴 상황에서는 용어를 활발히 사용하지만, 새로운 루틴 상황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 특수한 예와 관련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데 그림을 사용함 측정의 한계를 인지하고, 특수한 예 또는 그림과 같은 나름의 근거를 사용하나, 다소 부정확하거나 의례적임 특수한 예와 정보를 서술함
코드: 2W 코드: 2V 코드: 2R 코드: 2N
3수준, 단순 연역적 정당화 연역적 정당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연역적 정당화 방법을 부분적으로 사용 새로운 루틴 상황에서도 용어의 의미를 구문적으로 이해하여 의미 있게 사용함 화살표, 색깔 코딩, 수학 기호와 같은 다양한 표현을 사용함 연역적 정당화의 진행 순서를 이해하며,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의 내러티브를 생성함 관계를 설명하고,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서술함.
코드: 3W 코드: 3V 코드: 3R 코드: 3N
4수준, 공리적·형식적 정당화 연역적 정당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연역 체계에 기반한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정당화 방법 사용 맥락에 따라 적합하고 유용한 용어를 사용하며, 용어에 대한 인식을 수학적 대상으로 파악함 복잡한 맥락에서도 논리적으로 적절한 시각적 매개체를 사용함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기호를 사용하거나, 공리에서 시작되는 여러 단계의 연결 과정을 밝혀 기하 체계를 만듦 공리적이고 연역적인 체계를 기반으로 대상 사이의 논리적 관계 서술함
코드: 4W 코드: 4V 코드: 4R 코드: 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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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에서 1수준인 ‘경험적 정당화’는 실험, 측정과 같은 경험적이고 귀납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결론을 유도하는 수준으로, 일상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수학적인 대상을 탐구하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학생들은 일상적인 ‘용어 사용’의 특징을 보이며, 수학적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수동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다. ‘시각적 매개체’도 상황 자체를 그대로 묘사하는 그림의 형태를 띠며, ‘루틴’은 조작, 측정, 비교에 의한 경험적인 판단이나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주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한다. 이에 1수준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서술하는 설명이 합의된 ‘내러티브’가 된다.

2수준인 ‘포괄적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는 특수한 예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귀납이 아닌 수학적 성질에 기반하는 연역을 통해 결론을 유도하는 수준으로 교수학적 맥락에 비추어 탐구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용어 사용’에 있어 수학 용어를 인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맥락에 기초할 때만 수학 용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일반화하여 새로운 루틴 상황에서 활용하지는 못한다. ‘시각적 매개체’로 특수한 예와 관련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을 사용하지만, 각의 크기를 구체적인 값이 아닌 a, b로 나타낼 수 있다(조완영, 2000). 2수준의 정당화 ‘루틴’을 통해 측정의 한계를 인지할 수 있으며, 특수한 예 또는 나름의 근거로 연역적 설명을 제시할 수 있으나 그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2수준에서는 특수한 예와 정보를 서술하는 정도로 합의된 ‘내러티브’가 생성된다.

3수준인 ‘단순 연역적 정당화’는 전제에서 결론에 이르는 여러 명제를 부분적으로 연결하여 연역적 정당화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일부 수학적인 맥락의 탐구가 수행된다. 학생들은 용어의 의미를 구문론적으로 이해하여 적절하게 쓰는 ‘용어 사용’의 특징을 보이며, ‘시각적 매개체’로 화살표, 색깔 코딩, 수학 기호와 같은 다양한 표현을 도입한다. 3수준에서 정당화의 ‘루틴’은 연역적 정당화가 진행되는 절차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며, 이로부터 여러 명제의 연결 관계를 설명하거나 전제에서 결론을 유도하는 과정을 서술하는 합의된 ‘내러티브’가 등장한다.

4수준인 ‘공리적·형식적 정당화’는 공리로부터 결론을 유도하는 과정에 쓰인 여러 절차 사이의 연결 관계를 연역적으로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연역 체계가 만들어지는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수학적 맥락의 탐구가 가능하다. 학생들은 맥락에 따라 적합하고 유용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용어를 수학적 대상으로 파악하는 ‘용어 사용’ 양상을 보이며, 복잡한 맥락에서도 논리적으로 적절하게 표현된 ‘시각적 매개체’를 활용한다. 4수준에서 정당화의 ‘루틴’은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기호를 사용하거나 공리에서 시작되는 여러 단계의 연결 과정을 밝혀 기하 체계를 구성하는 것으로 드러나며, 이로부터 공리적이고 연역적인 체계를 기반으로 대상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서술하는 합의된 ‘내러티브’가 나타난다.

IV. 연구 결과

본 연구는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 및 적용하여 증명 수업의 담론을 의사소통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역적 추론의 특징을 기술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에 앞서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를 연구 참여 학생 9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수업을 8차시에 걸쳐 진행한 바, 수업 상황의 양상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수학적 정당화를 학습’하는 국면과 ‘수학적 정당화를 실행’하는 국면으로 나누어졌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2가지 국면에서 진행된 수학적 담론의 속성을 <표 2>에 비추어 분석하여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역적 추론의 특징을 기술함으로써 기하 증명 교육에의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학습
가.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의 의사소통 갈등

학생들은 1~2차시 수업을 통해 ‘정의 및 공리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3차시에서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왜 180°인지 모두를 납득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문제 3]6)을 다루었다. 학생들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에 대한 연역적 정당화를 1학년 교육과정에서 학습하였으면서도 [문제 3]에 대해 3개 모둠 중 2개 모둠이 삼각형을 잘라 붙이는 경험적 정당화를 제시하였다. 이에 교사는 연역적 정당화와 관련하여 [문제 3]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진행되도록 경험적 정당화를 사용한 S9에게 모둠 활동 결과를 발표하게 하였으며, 이로부터 [발췌문 1]과 같이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에 의사소통 갈등이 발생하였다.

[발췌문 1]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의 의사소통 갈등

1150 S9 삼각형을 나누면 잘라진 조각이 3개가 생기는데 한 곳으로 모으면 180°가 됩니다.

11597)S5 이거는 설명하는 방법이지 증명은 아니지 않아?

1162 T 이것이 진짜 빈틈 하나 없이 딱 맞나? 이런 이야기 같아요. 어때요? 다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때요?

1163 S2 180°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어요.

1164 T 왜 그러지? 감각을 못 믿는 건가요? 우리 눈을?

1165 S9 각도기로 재보면 되지 않을까요?

1167 S1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5~6살 아기한테는 이렇게 설명해 주어야 이해하지 않을까요?

[발췌문 1]에서 S9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인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종이 잘라 붙이기를 제시하였다(1150). 이는 조작이나 실험에 의한 정당화를 주장한 것으로, S9가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1R)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자 S5는 S9의 방법은 설명이지 증명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1159). 2015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증명’은 학습 요소가 아닌 바, 연구 참여 교사는 전체 수업을 실행함에 있어 증명이라는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S5의 발화에는 ‘증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이는 S5가 설명과 증명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인지하여 수학적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S5에게 증명은 최소한 측정이나 조작에 의한 정당화가 아니라 수학적 성질과 일정 부분 연관되는 성격을 지닌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S5는 2수준 이상의 연역적 정당화에 대한 루틴(2R)을 따르고 있으며, 특히 증명이라는 용어를 단순 연역적 정당화 수준에서 구문적으로 이해하여 사용(3W)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S9와 S1은 교사가 경험적 정당화의 합리성에 다시 의문을 제기하여도(1162, 1164), 여전히 각도기를 활용하는 측정 방법을 제안하거나(1165),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이라고 하면서(1167) 경험적 정당화를 주장하였다.

[발췌문 1]에 따르면 S2는 경험적 정당화를 사용하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가 아닐 수도 있음을 언급(1163)하면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을 받아들이려 하였으나, S1과 S9가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1R)을 고수함으로써 S5의 발화(1159)에서 드러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이 수학적 담론에 수용되지 못하는 의사소통 갈등이 발생하였다. 의사소통 갈등은 잘 정의된 메타 규칙 사이의 상충으로 일어나며, 어느 메타 규칙 하나가 옳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Sfard, 2008). 또한 의사소통 갈등을 일으키는 메타 규칙은 서로 모순되어 보이더라도 양립 가능하며,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주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오택근 외, 2014). S9과 S1은 상황에 따라 경험적 정당화가 필요함을 언급함으로써(1165, 1167) 잘 정의된 경험적 정당화에 관한 메타 규칙의 사용을 보여주며, S5와 S2 역시 설명과 증명의 차이를 구별하고(1159) 측정의 오차를 언급함으로써(1163) 잘 정의된 연역적 정당화에 관한 메타 규칙을 드러낸다. 이는 S1, S9의 경험적 정당화와 S2, S5의 연역적 정당화 사이에 발생한 의사소통 갈등을 보여준다. 의사소통 갈등은 메타 규칙의 변화를 일으키는 메타 수준 학습을 촉발하므로, 학생들이 의사소통 갈등에 직면하게 되면 메타 수준 학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Sfard, 2008). 이상과 같이 [발췌문 1]에서 드러난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의 의사소통 갈등은 추후 수학적 담론에서 학생들의 정당화 루틴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나. 공리적·형식적 정당화를 위한 전제 이해

교사는 [발췌문 1]의 담론 이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새로운 방법으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인 이유를 찾아보도록 제안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자, 교사는 앞서 경험적 정당화를 위해 사용했던 삼각형 종잇조각이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고 실마리를 주었다. 이에 3모둠 학생들은 삼각형 조각을 한 꼭짓점에 모아 평각을 만들었으며, 다시 원래 삼각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종이 한 조각을 옮겼다. 이 순간 교사가 주어진 상황에 좀 더 주목하도록 안내하자, 학생들은 [발췌문 2]와 같이 연역적 정당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연역적 정당화의 전제인 평각의 크기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발췌문 2] 연역적 정당화의 전제에 대한 의문 제기

1352 T (S9가 종이 한 조각을 옮겨서 [그림 1]의 상황이 되자) 잠깐만! 여기서 생각해 봐.

1353 S7 여기가 평행일 때 이거랑 이게 같은 것 아니야?

1356 S7 엇각 아냐?

1372 S9 근데 애초에 여기가 180°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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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S9가 한 꼭짓점에 모인 삼각형 종잇조각 중 하나를 옮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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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문 2]에서 교사가 [그림 1]에 집중하도록 하자(1352), S7은 [그림 1]에서 평행선과 엇각을 찾아내었다(1353, 1356).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인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는 데 평행선과 엇각은 핵심 아이디어가 되는 바, [그림 1]은 이와 같은 연역적 정당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시각적 매개체(Sfard, 2007, 2008)가 되었다. 또한 S7은 특정 삼각형의 세 각을 잘라낸 종잇조각을 통해 삼각형의 두 각을 옮겼을 때 드러나는 평행선과 엇각의 관계를 발견하여 삼각형의 내각의 합에 대한 연역적 정당화와 거의 같은 설명을 제시하였다(1353).

조완영, 정보나(2003)는 수학 수업에서 구체물을 활용하는 조작 활동이 연역적 논리에 기반하는 수학적 담론으로 단절 없이 이어질 때 의미 있는 수학 학습이 가능하다고 역설하였다. [발췌문 2]는 삼각형을 자른 종잇조각을 한 꼭짓점으로 옮겨보는 조작 활동이,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지나 한 변에 평행인 선을 그리는 연역적 정당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상에 따르면 [발췌문 2]의 수학적 담론은 특정 삼각형을 활용한 시각적 매개체를 통해 포괄적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를 진행한 수준으로 볼 수 있으며(2V), 이 때 [그림 1]은 측정에 의한 경험적 정당화에 만족하던 학생들의 수준([발췌문 1] 참조)이 연역적 정당화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발췌문 1]의 의사소통 갈등이 다소간 해소되어 학생들은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이라는 메타 규칙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편 [발췌문 2]에서 S9는 평각이 180°라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였다(1372). Fawcett(1938/2006)에 따르면 연역적 추론의 핵심은 지지 근거에 기반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며, 지지의 근거에서 유도되는 모든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S9는 평행선에서 엇각의 성질을 토대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을 정당화하는 과정에는 ‘평각이 180°을 이룬다’는 전제가 지지 근거로 존재함을 발견하고 이 전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이는 S9가 전제를 확인하여 전제와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고 판단하는 수준에서 단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3R)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교사는 [발췌문 2]에서 S9가 제기한, 전제를 의심하는 메타 규칙을 이후 담론에도 이어가며 학생들이 새로운 담론에 마주하도록 하였다. 한 모둠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을 연역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평행선에서 엇각의 성질’을 전제로 사용하자, 교사가 이러한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학생들은 [발췌문 3]과 같이 전제에 대해 논의하는 담론을 진행하였다.

[발췌문 3] 전제에 대해 논의하는 담론

1421 T 근데 왜 평행선에서 엇각이 같아요?

1424 S9 (조각을 움직이는 듯 손짓을 하며) 평행선이니까 그대로 옮겨보는 거죠.

1425 T “종이를 잘라서 붙여보니까 같아요.”랑 똑같은 말 같은데?

1428 S4 이 각과 이 각이 맞꼭지각으로 같은데 그러면 이 각이랑 저 각이 동위각으로 같아요.

1429 T 그럼 다시 동위각이 같다는 얘기로 돌아오네요. 동위각은 왜 같죠?

[발췌문 3]에서 교사의 질문에(1421), S9는 앞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을 경험했음에도([발췌문 2] 참조), 다시 조작에 기반한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1R)을 사용하였다(1424). 수학적 정당화의 수준 발달은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때로는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기도 하는 바(김정하, 2010), [발췌문 3]은 S9가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으로 회귀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S9가 보인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은 중학교 수학 교과서가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성질을 다루는 방식을 반영한 것으로, 교과서의 이러한 전개는 학생들이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을 따르고자 하여도 이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성질은 실험을 통해 경험적으로 정당화하여 참인 진리로 다루면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연역적 정당화를 요구하는 교과서의 서술 방식은 교수학적 모순이며, 수학적 증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개발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Fawcett, 1938/2006).

한편 [발췌문 3]에서 교사가 지속적으로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자(1425), S4는 동위각과 맞꼭지각의 성질을 이용하여 엇각이 같은 이유를 설명하였다(1428). 그러나 교사가 두 직선이 평행할 때 동위각의 크기는 왜 같은지 질문하자(1429), 학생들은 그 이유를 찾으려고 고심하였다. 김흥기(2004)이지현(2011)은 순환 논법의 위험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공리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김흥기(2004)에 따르면 삼각자 2개를 이용하는 조작 활동은 ‘평행이면 동위각이 같다’를 직관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인데, 이는 바꾸어 말하면 동위각을 같게 그린 두 직선이 평행하므로 ‘평행선의 성질’에 의해 동위각이 같다고 말하는 순환 논법에 해당한다. 이지현(2011)은 평행선의 성질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평행선을 ‘서로 만나지 않는 직선’으로 다루지 않고, ‘동측내각의 합이 180°인 직선’으로 바꾸어 설명함으로써 순환 논리에 빠지는 학생의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Birkhoff & Beatley(1930)는 모든 명제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다루는 것을 증명 지도의 주요 문제로 지적하면서, 수학적 정당화 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는 학생들이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교수학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상의 선행연구를 토대로 본 연구는 연역적 정당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인 공리가 존재함을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인식하도록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 및 적용하고자 하였으므로, 이러한 교수학적 의도에 따라 교사는 [발췌문 3]과 같이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크기가 같은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제기하였다.

연역적 추론에 기반하는 수학적 정당화는 참으로 가정되는 명제인 공리에서 출발하는 바(변규미, 2019; 이지현, 2011),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연역적 추론을 의미 있게 경험(교육부, 2015)하게 하려면 중학교 기하 영역에서 공리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고 해당 명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강정기, 노은환, 2013; 강미광, 2010). 본 연구에서 교사는 [문제 3]에 대한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학생들에게 ‘약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공리를 설명하고, ‘두 직선이 평행하면 동위각의 크기는 같다’가 이러한 약속에 해당한다고 안내하였다.

다. 공리적·형식적 정당화로의 부분적 발전

교사는 [문제 3] 활동 이후, 연역의 출발점인 공리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개발된 [문제 4]를 학생들에게 제시하였다. [문제 4]는 1학년 때 배운 도형의 성질 7가지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그 연결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공리를 찾도록 설계된 문제이다. [발췌문 4]는 1모둠이 <1>, <2>, <3>, <4>를 공리로 선택하자 교사가 이 중 일부로 다른 성질을 연역해낼 수는 없는지를 질문함으로써, 공리 찾기가 보다 정교해지는 담론이다.

[발췌문 4] 공리 찾기

1817 T (<1>, <2>, <3>, <4>를 가리키며) 약속이 4개야? 이 사이에서 이끌어지는 것은 없어?

1825 S3 <3>은 증명할 수 있잖아. 왜냐면 <1>에서 엇각은 같다고 약속이 됐잖아.(①)

1827 S3 맞꼭지각이 있으니까.

1840 S2 상호작용을 하는 건가?

1842 S3 (<1>, <2> 가리키며) 이것 2개가 약속인 거지. 이 2개를 통해서.

1843 S1 (<3>, <4> 가리키며) 이 2개를 도출해낼 수 있는 거지. (②)

1844 S3 (<3>, <4> 가리키며) 아니면 이것 2개를 약속으로 하면

1845 S1 (<1>, <2> 가리키며) 이 2개가 도출되는 거지. (②의 역방향)

1846 S3 4개 중에서 2개가 이렇게 약속인 거지. 멋지다!

1855 S2 그럼 가정을 하자. <1>, <2>가 무조건 약속이라고 두자. (②)

1864 S2 엇각이니까 180°! 그럼 <6>이 도출되겠네.

1865 S1 <1>, <2>에서 <3>, <4>가 도출되고, <6>도 도출되잖아. (③)

[발췌문 4]에 따르면 처음에 1모둠은 <1>, <2>, <3>, <4>를 공리로 생각하였지만 이들이 모두 공리인지 묻는 교사의 질문에 의해(1817), <1>을 공리로 삼으면 맞꼭지각을 이용해서 <3>이 유도됨을 발견하였다(1825, 1827). 학생들은 <1>과 <3>의 관계를 [그림 2]8)에 ①과 같이 <1>→<3> 로 표현한 바, S2는 <1>과 <3>의 이러한 관계를 역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은지 질문하였다(1840). 그러자 S1과 S3은 [그림 2]에 ②와 같이 <1>,<2>→<3>,<4>라고 표현하면서, 엇각의 성질인 <1>과 <2>를 공리로 삼으면 동위각의 성질인 <3>과 <4>가 유도되고(1842, 1843), <3>과 <4>를 공리로 삼으면 <1>과 <2>가 유도된다고 설명하였다(1844, 1845). 이에 S2는, [문제 3]을 마무리하면서 교사가 ‘두 직선이 평행하면 동위각의 크기가 같다’인 <3>이 약속이라고 언급하였음에도 <1>, <2>를 약속으로 ‘두자’고 제안하였다(1855). 변규미(2019)이지현(2011)에 따르면 현대 수학에서 공리는 참으로 ‘가정’하는 명제이며, 강정기, 노은환(2013)은 공리를 ‘선택’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의 자유로움과 공리적 사고를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선행 연구에 비추어 볼 때, S2의 발화(1855)는 공리의 자유로운 선택과 관련된 이해를 드러내는 것으로,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인 4수준의 내러티브(4N)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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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1모둠이 논의 과정에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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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S2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라는 명제가 자신들이 정한 공리에서 유도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한다(1864). 이에 S1은 S2의 발화(1864)를 [그림 2]에 ③과 같이 표현하면서 <1>, <2> → <3>, <4> → <6> 을 언급하였다(1865). 사실 ‘평행선에서 엇각’의 성질로부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라는 사실이 유도된다는 것은 [문제 3]에서 교사가 이미 다룬 내용이다. 그러나 S2는 [발췌문 4]의 논의 과정에서 그린 [그림 2]를 통해 공리를 정한 다음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도식화하고 나서야 비로소 ‘평행선에서 엇각’의 성질과 ‘삼각형의 내각의 합’ 사이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의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림 2]는 S2의 수학적 정당화 수준이 공리적·형식적 정당화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 시각적 매개체(4V)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발췌문 4]에서 학생들은 추론의 전제가 되는 ‘약속’을 설정하고(1842, 1844, 1846, 1855), 주어진 성질 사이의 ‘연결 관계’를 만들면서 ‘도출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1843, 1845, 1864, 1865).9) 이처럼 학생들은 [문제 4]를 통해 공리 찾기 활동을 함으로써 공리에서 시작하는 여러 단계의 연결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학생들이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인 4수준의 루틴(4R)을 메타 규칙으로 따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발췌문 4]에서 학생들은 <3>에서 <6>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3>과 <4>에서 <6>을 유도하는 것(1865)과 같이 논리적 구성에 다소간의 결함을 보인 바, 학생들이 보인 공리적·형식적 정당화 수준으로의 발전은 일부 부분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학생들은 [문제 1]을 해결할 때 9명 중 6명이 경험적 정당화를 사용하였으며, [발췌문 1]에서 경험적 정당화를 메타 규칙으로 사용하는 학생들과 연역적 정당화를 메타 규칙으로 사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의사소통 갈등이 발생하였다. [발췌문 2]에서 학생들은 특수한 예를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피는 활동을 통해 경험적 정당화에 만족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연역적 정당화의 메타 규칙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발췌문 3]에서 전제를 확인하는 과정과 [발췌문 4]에서 공리를 찾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학생들은 공리로부터 도출된 명제가 논리적으로 타당함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메타 규칙을 유용하게 여기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이상에 따르면 학생들은 경험적 정당화라는 익숙한 루틴을 그렇지 않은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으로 변경하면서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메타 규칙으로 확장하는 메타 수준 학습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에서 발생한 의사소통 갈등을 해소하였다.

2.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실행
가. 활동 타일의 성질에 대한 기본 관계 파악

5~8차시는 앞서 학습한 연역적 추론에 기반한 수학적 정당화 방법을 적용하여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탐구해 보는 수업으로, 활동 타일의 기본 성질을 찾는 [문제 5, 6]에서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문제 5]에서 평행사변형 모양의 ‘활동 타일’로 책상을 덮어보면서 활동 타일의 성질을 다양하게 찾아보는 활동을 수행하여 [그림 3]과 같은 결과를 얻었으며, [문제 6]을 통해서는 성질 ①부터 ⑥까지의 연결 관계를 화살표로 표현하고 연결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어떤 성질이 다른 성질을 유도하는 ‘기본 성질’이 되는지 추측하였다. [그림 4]는 [그림 3]에 있는 성질의 연결 관계에 대해 학생들이 모둠별로 추측한 결과를 교사가 칠판에 종합하여 정리한 것이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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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활동 타일의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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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모둠별로 추측한 연결 관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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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에 따르면 화살표 대부분은 ①을 시점으로 하며, ②, ⑤, ⑥을 종점으로 한다. 이에 학생들은 ①을 기본 성질로 추측하였고, ②, ⑤, ⑥은 다른 성질로부터 유도된다고 생각하였다. 이지현(2014)에 따르면 예비 교사들 대부분도 평행사변형의 여러 성질, 즉 [그림 3]의 ①, ③, ④, ⑥에서 ④만을 기본 성질로 보았으며, 이외의 다른 성질을 기본 성질로 삼아도 다른 모든 성질이 유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특히 ⑥이 기본 성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그림 3]에서 ①과 같은 특정한 성질만을 기본 성질로 간주하였으며, ②, ⑤, ⑥이 기본 성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에 교사는 기본 성질이 여러 개일 가능성을 학생들이 탐색할 수 있도록 ①, ③, ④의 상호 관계를 밝혀보게 제안하면서, 우선 ①→③, ③→④, ④→① 가운데 1개씩을 골라 모둠별로 정당화하도록 하였다. 이에 3모둠은 ④→①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 시각적 매개체인 [그림 5]를 그렸으나 한 쌍의 대변만을 평행하게 표현하였다. 교사는 3모둠에게 한 쌍만 평행해도 결론을 얻을 수 있는지 물었으며, 학생들은 [발췌문 5]와 같이 ④→①에 대한 정당화 담론을 진행하였다.

[발췌문 5] ④→①에 대한 정당화

2526 T ([그림 5]의 AD̅//BC̅을 가리키며) 한 쌍만 평행해도 두 쌍의 대변의 길이가 같은 거야? 그러면 ‘한 쌍의 대변이 평행하면 두 쌍의 대변의 길이가 같다.’인가?

2530 T AD̅//BC̅로 인해서 어떤 것이 같은 거야? [그림 5] 시각적 매개체

2531 S9 AD̅//BC̅이면 ∠DAC, ∠BCA랑 ∠BAC, ∠DCA가 같아요.

2535 S7 BD̅을 그어서 한 번 더 해보면 되지 않을까?

2572 S8 (AB̅, DC̅에 빨간색을 칠하며) 이건 어디다 쓴 거지?

2575 S7 아! 이 대각선 AC̅를 그은 이유가 (빨간색으로 칠한 AB̅, DC̅를 가리키며) 이게 평행하니까 그은 거잖아. 그래서 ∠BAC, ∠DCA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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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시각적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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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문 5]에 따르면 AD̅//BC̅일 때 어떤 것이 같은지에 대한 교사의 질문에(2530), S9는 [그림 5]를 이용하여 ∠DAC=∠BCA일 뿐만 아니라 ∠BAC=∠DCA도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2531). 이는 ‘평행선에서 엇각의 성질’에 대한 S9의 불완전한 이해를 보여준다. 한편 교사의 질문(2526)에 S7은 또 다른 대각선인 BDε을 그으면 된다고 잘못된 설명을 제시하였다(2535). 이때 S8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조건에 주목하며 ABε, DCε에 빨간색을 칠하였으며(2572), S7은 S8이 그린 시각적 표현에 힘입어 ABε // DCε와 ∠BAC, ∠DCA의 관계를 찾아내었다(2575). S8은 수학적 정당화를 진행할 때 주어진 조건은 빠짐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2572) ABε, DCε에 빨간색을 덧칠하여, 단순하지만 연역적 정당화의 주요한 기법인 색깔코딩(Boaler, 2016)을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시각적 매개체(3V)에 힘입어 S7은 수학적 정당화를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교사는 ⑤가 기본 성질이 되는지 ⑤→①, ⑤→③, ⑤→④ 중에서 1개씩을 골라 모둠별로 정당화해 보도록 하였다. 2모둠이 ⑤→①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췌문 6]과 같이 S4가 그린 [그림 6]에 S5의 의문이 제기되었다.

[발췌문 6] ⑤→①에 대한 정당화

2942 S4 ([그림 6]을 그리며) 대응변이니까 AB̅=CD̅, AD̅=CB̅.

2943 S5 근데 대응변이 AB̅, CD̅ 라고 말할 수 있나?

2945 S5 이렇게 될 수도 있잖아. (CD̅, AD̅를 가리키며)

2955 S5 ([그림 7] 그리며) 여기랑 여기가 같고, 이렇게 같을 수도 있잖아.

2971 S4 와! 그럴 수도 있네. ⑤→①은 안 된다는 거네. [그림 6] S4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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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S4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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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S5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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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문 6]에 따르면 S4는 ‘⑤ 대각선이 사각형을 합동인 두 삼각형으로 나누는 사각형이다.’를 표현하는 시각적 매개체로서 [그림 6]을 그려 △ABD와 △CDB이 합동이라고 가정한 다음, 자연스럽게 AB̅와 CD̅, AD̅와 CB̅을 각각 대응변이라고 여겨 AB̅=CD̅, AD̅=CB̅라고 표현하였다(2942). 이 때, S5는 CD̅와 AD̅가 대응변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2943, 2945), [그림 7]을 그렸다(2955). [그림 7]은 대각선이 사각형을 합동인 두 삼각형으로 나누지만 대변의 길이가 같지 않은 사각형으로, ⑤→①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반례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⑤→①이 성립하지 않음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된 바(2971), [그림 7]은 ⑤→①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한 시각적 매개체가 되었다.

[발췌문 6]과 같은 2모둠의 활동을 관찰한 교사는 이를 전체 수업 담론으로 가져갔고, 모든 학생이 반례를 보고 놀라워하였다. Brousseau(1997)에 따르면 증명의 수학적 가치는, 이미 참임을 알고 있는 명제를 정당화할 때보다 명제의 참, 거짓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증명이 사용될 때 의미 있게 드러난다. [문제 5]에서 학생들이 찾아낸 활동 타일의 성질 ⑤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학생들은 ⑤→①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해 나름의 논리로 판단해야 했다. [발췌문 6]에서 학생들은 [그림 7]을 통해 ⑤를 만족하지만 ①을 만족하지 않는 예인 반례를 찾음으로써 ⑤→①이 성립하지 않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수학에서 어떤 명제가 거짓임을 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반례를 찾는 것인 바, 수학적 정당화 지도에서 반례는 주요한 교수학적 의미를 갖는다(오세현, 고호경, 2016). 위 수업은 학생들이 반례라는 수학적 추론 도구를 발견함으로써 ⑤→①이 성립하지 않음을 확신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수학적 정당화 활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췌문 6]의 담론은 학생들이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수학적으로 승인된 반례를 생성한 단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3R)을 보여주며, 이러한 루틴은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기호뿐 아니라 [그림 7]과 같은 시각적 매개체(3V)가 수학적 정당화 지도에 갖는 교수학적 가치를 드러낸다.

나. 활동 타일의 성질에 대한 연결망 구성

[문제 6]은 성질 ①부터 ⑥까지의 관계를 가능한 한 화살표로 표현하여 그 연결망을 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이 ‘기본 성질’을 추출하는 경험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추출한 ‘기본 성질’은 [문제 7]에서 평행사변형에 대한 정의 만들기의 대상이 되는 바, [문제 6]을 통해 성질 ①부터 ⑥ 사이의 연결망을 구성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후속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교사는 앞서 살펴본 ①→③, ③→④, ④→①로부터 ①, ③, ④가 동치라는 사실을 ‘①, ③, ④사이에 화살표가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표현을 써서 직관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런 다음, ①↔③↔④와 ⑥사이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1모둠에게는 ①→⑥과 ⑥→①을, 2모둠에게는 ③→⑥과 ⑥→③을, 3모둠에게는 ④→⑥과 ⑥→④의 정당화를 각각 시도해 보게 하였다. 이에 2모둠의 S4는 ①↔③↔④에 비추어 ③→⑥, 즉 ‘두 쌍의 대각의 크기가 같으면 두 대각선이 서로를 이등분한다’를 [그림 8]11)와 같이 수학적으로 정당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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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S4가 작성한 ③→⑥에 대한 정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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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는 교사가 제시한 ①↔③↔④에 비추어 [그림 8]의 에 ③→④와 ③→①을 기술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ABE≡△DCE을 보임으로써 ¯AE=¯DE와 ¯CE=¯BE을 유도하여 ③→⑥에 대한 정당화를 완결하였다. 그러나 S4는 ③→⑥을 정당화하는 데 전제가 된 ①↔③↔④의 타당성에 대해 [발췌문 7]과 같이 의문을 제기하였다.

[발췌문 7] ①↔③↔④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

3213 S4 좀 헷갈렸던 것이 두 쌍이 평행하면 엇각이 같으니까 대각이 같을 수밖에 없는데(Ⓐ). 대각이 같다면 평행하나?(Ⓑ) 이게 헷갈렸거든. 거꾸로 갈 수 있나?

3220 S5 근데 앞에서 ①, ③, ④가 다 갈 수 있다고 했잖아.

3233 S4 ①, ③, ④를 기반으로 하면 이렇게 되긴 해(Ⓒ). 근데 AB̅, CD̅의 길이가 같다고 여기서는 안 주어졌잖아(Ⓓ).

3239 S4 평행하니까 다 같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발췌문 7]에서 S4는 ④→③은 쉽게 이해되지만(Ⓐ), ③→④는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3213), 성질 ①에서 얻어지는 AB̅=CD̅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의심스러워하였다(Ⓓ). ①, ③, ④가 모두 동치이고 이는 ‘①, ③, ④사이에 화살표가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교사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S5와 달리(3220), S4는 ①↔③↔④를 전제로 ③→⑥을 정당화하였으면서도(Ⓒ), 그 전제가 되는 ①↔③↔④을 의심하면서 ①, ③, ④가 두 쌍의 대변이 평행하다는 성질에서 기인한, 같은 설명인지에 대해 자문하였다(3239). Fawcett(1938/2006)에 따르면 연역적 추론을 통해 ‘만약 ~이면 ~이다’는 수학적 정당화 전략을 배우는 것은 가정이 참이라는 전제하에 결론이 유도된다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며, 이때 가정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4는 [그림 8]과 같이 공리적이고 형식적인 기호로 ③→⑥에 대한 정당화 과정을 기술하였으며, 이미 알려진 여러 성질을 서로 연결하여 정당화를 진행하면서도 가정이 되는 명제의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4수준의 루틴(4R)을 보여주었다.

교사는 위와 같은 2모둠의 담론을 비롯하여 다른 모둠이 ①↔③↔④와 ⑥사이의 관계에 대해 정당화한 결과를 마무리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③↔②를 간단히 확인하도록 한 다음, [문제 6]에 대한 학생들의 모둠 활동 결과를 [그림 9]12)와 같이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칠판에 그렸다. 교사는 [그림 9]에 나타나지 않은 나머지 연결 관계를 탐색하여 학생들이 ①, ②, ③, ④, ⑥이 모두 동치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발췌문 8]과 같이 ②→①에 대해 질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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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문제 6]에 대한 모둠 활동 결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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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문 8] ②→①에 대한 정당화

3420 T 그럼, ①, ②, ③, ④, ⑥은 다 똑같은 건가? ②→①은 가능해요?

3424 S2 ③으로 가서 ④.

3425 S1 ④에서 ①!

[발췌문 8]에서 교사의 질문에 대해(3420) S2, S1은 ②→③, ③→④, ④→①과 같은 연결 관계를 사용하여 ②→①이 성립함을 정당화하였다(3424, 3425). Miyazaki et al. (2017)에 따르면 증명은 한 가지 연결 고리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시작하여 여러 명제 사이의 연결 고리를 거쳐 결론에 이르는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바, [그림 9]와 같은 연결망의 구성은 증명을 기술하는 데 주요 토대가 된다. [발췌문 8]은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통해 ②→①에 대한 공리적·형식적 정당화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특히 활동 타일의 성질을 구조화한 [그림 9]가 각 성질 사이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연결망으로서 ②→①에 대한 논리적 정당화의 시각적 매개체(4V)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다. 활동 타일의 기본 성질로 평행사변형 정의하기

[문제 7]은 활동 타일의 성질을 이용하여 평행사변형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 보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정의하기(Freudenthal, 1973)를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로 설계되었다. 이에 교사는 [문제 7]을 모둠별로 해결해 보게 하였으며, 2모둠은 [발췌문 9]와 같이 성질 사이의 연결 관계를 구조화한 [그림 9]를 활용하여 ‘활동 타일’ 정의하기 담론을 진행하였다.

[발췌문 9] 활동 타일 정의하기 담론

3694 S5 저걸([그림 9]를 가리키며) 봤을 때 ⑥이 제일 센터에 있잖아.

3695 S6 제일 거쳐 가는 게 많은 건 어떤 거지?

3698 S4 ④. 대부분 ④를 거쳐서 갔잖아.

3702 S6 ④가 제일 한 눈에 보기에도 딱 보이고 눈에 띄는 거 같아.

3713 S5 근데 ④가 제일 큰 특징처럼 보이긴 하잖아. 봤을 때 ‘다 평행하네?’하고 알 수 있잖아.

[발췌문 9]에서 학생들은 정의를 설정하는 다양한 기준을 언급하였다. S5는 [그림 9]에서 가장 중앙에 있는 ⑥을 정의로 삼자고 제안한 바(3694), 이는 학생들이 찾은 성질 사이의 연결 관계를 정리한 [그림 9]라는 ‘시각적 매개체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S6, S4는 ‘제일 많이 거쳐 간 것’이라는 표현(3695, 3698)을 통해 이제까지의 정당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성질 ④를 정의로 삼자고 제안하였다. 특히 S4는 ③과 동치인 ①, ④를 이용하여 정당화를 시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발췌문 7] 참조), ‘성질 사이의 논리적 연결 관계’에 주목하여 정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S6, S5는 ‘한 눈에 보기에’(3702), ‘봤을 때’(3713)와 같은 표현을 통해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는 ‘시각적 용이성’을 근거로 ④를 정의로 삼자고 하였다. 이처럼 학생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활동 타일을 정의하였으며13), 이후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설정한 정의에 맞는 이름을 활동 타일에 붙여보는 것으로 [문제 7]의 탐구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Linchevsky, Vinner & Karsenty(1992)는 수학에서 다루는 정의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동치 명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는 임의성을 강조한 바14), [발췌문 9]에서 학생들은 [문제 7]을 통해 동치인 기본 성질 중 하나를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의로 설정해 봄으로써, 기하적인 공리 체계를 만드는 규범으로서 정의의 임의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4R).

V. 결 론

본 연구는 연역적 추론을 결과로서가 아닌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하도록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수업에 적용한 뒤 의사소통 관점에 비추어 수학적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연역적 추론과 관련된 학생들의 사고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이에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를 연구 참여 학생 9명을 대상으로 8차시에 걸쳐 적용한 다음, 수업의 수학적 담론 양상을,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학습’ 국면과 ‘수학적 정당화 실행’ 국면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학습’ 국면에서는 경험적 정당화의 루틴(1R)을 사용하는 학생들과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2R)을 사용하는 학생들 사이에 의사소통 갈등이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의사소통 갈등은 잘린 종잇조각이라는 특수한 예(2V)를 통하여 포괄적 예에 의한 연역적 정당화 담론에 의해 다소 해소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전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제와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는 단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3R)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약속을 정하고(4N) 공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4V) 활동을 통해 공리로부터 여러 단계의 연결 관계를 이끌어 내는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루틴(4R)을 부분적으로 따르게 되었다. 이는 전제를 확인하고 공리를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경험적 정당화와 연역적 정당화 사이의 의사소통 갈등이 해소되어 메타 수준 학습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한편,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의 실제’ 국면에서 학생들은 평행사변형 모양의 활동 타일이 지닌 성질 사이의 기본 관계를 유도하면서 색깔 코딩(3V)을 활용하거나 반례를 생성하는(3V) 단순 연역적 정당화의 루틴(3R)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활동 타일의 성질을 종합하여 표현한 연결망을 시각적 매개체(4V)로 활용하여 성질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형식적 기호로 설명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가정의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공리적·형식적 정당화의 루틴(4R)이 등장하였다. 더불어 학생들은 활동 타일의 기본 성질을 토대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의를 만드는 담론을 통해 기하 공리 체계를 구성하는 규범으로서 정의의 임의성과 관련되는 루틴(4R)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로부터 본 연구는 중학교 증명 교육에 다음과 같은 시사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본 연구 결과는 적절한 교수학적 전략이 고안되면 중학생에게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지도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15). 학생들은 ‘이끌어낸다’, ‘도출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명제 사이의 연결 관계를 조직하였으며, 활동 타일 성질 사이의 관계를 정당화할 때 이미 알고 있는 성질에 기반하여 연역적 정당화를 시도하였다. 또한 학생들은 ‘뿌리로부터 나왔다’, 약속으로 ‘가정하자’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은 ‘공리’의 의미와 역할도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행사변형 탐구하기 활동의 마무리 단계에서 학생들은 8차시까지의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도형의 성질을 설명하는 약속이 딱 3가지면 된다는 것’, ‘3가지 약속을 통해 여러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등이라고 설명하면서 연역적 추론의 토대가 되는 공리의 역할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였다. 또한 활동 타일 정의하기 수업 이후에는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리와 정의에 기반하여 조직되는 기하 체계의 구조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연역적 추론을 통한 수학적 정당화 지도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보인 가능성은 교실의 수학적 담론을 참여주의 관점에서 운영한 교사의 역량에 일정 부분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연역적 추론이 결과로서가 아닌 사고의 과정으로 경험되도록 수업을 실행하려는 교사는 학생들의 모둠 활동 담론을 면밀히 관찰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주목하기(noticing, Jacobs, Lamb & Philipp, 2010) 역량을 지닐 필요가 있으며, 전체 담론에서 모둠별 발표 순서를 사려 깊게 선정하고 이를 연결하는 계열 짓기(Smith & Stein, 2011/2013) 전략을 의미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는 삼각형 종잇조각에 대한 학생들의 탐구 활동을 유심히 관찰하여 정당화의 실마리가 되는 순간에 집중하도록 하였으며([발췌문 2] 참조), 학생들이 그린 시각적 매개체의 누락된 조건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발췌문 5] 참조), 수준 높은 주목하기 역량을 보여주었다. 또한 활동 타일의 성질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 관계를 밝히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추측’을 토대로 정당화의 순서를 흥미롭게 조직하였고([발췌문 5, 6, 7] 참조), 연역적 정당화와 경험적 정당화를 사용하는 모둠을 파악하여 각 모둠의 발표 순서를 적절히 설정함으로써 의사소통 갈등에 의한 메타 수준 학습이 일어나도록([발췌문 1] 참조) 바람직한 계열 짓기 전략을 사용하였다.

둘째,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각적 매개체는 수학적 정당화 과정에서 연역적 추론을 전개하는 주요 도구가 된다. 삼각형의 각 꼭짓점을 잘라낸 종잇조각 3개([그림 1] 참조)는 학생들이 경험적 정당화 수준에서 연역적 정당화 수준으로 상승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공리 찾기 활동에서 약속을 정하고 연결 관계를 화살표로 도식화한 시각적 매개체([그림 2] 참조)는 도형의 성질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을 연역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학생들이 파악한 활동 타일의 성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종합한 시각적 매개체([그림 9] 참조)는 활동 타일의 성질에 대한 연결망을 보여주어 학생들이 ‘기본 성질’을 구체화하고 정의하기 활동을 진행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특히 학생들은 성질 사이의 연결 관계를 설명하거나 연역적 정당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시각적 매개체를 추론의 실마리로 적극 활용하였으며, 색깔 코딩 기법을 통해 정당화의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이에 중학교에서 수학적 정당화 과정을 통해 연역적 추론을 다루고자 하는 교사는 학생들이 시각적 매개체를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기여하는 실제적인 대상으로 간주하여 수학적 의미를 생성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시각적 매개체는 비수학적인 과정적 표상이 아니라, 수학적 추론을 촉진하고 담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김원, 최상호, 김동중, 2018). 본 연구에서 시각적 매개체는 경험적 정당화가 연역적 정당화로 이어지는 데 직접적인 참조물이 되었으며([그림 1] 참조), 학생들이 활동 타일의 성질을 연결 관계로 조직하거나 성질 사이의 함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때, 화살표와 색깔 코딩의 형태로 구체화되었다([그림 2, 4, 9] 참조).

셋째, 본 연구에서 학생들은 정당화 과정에서 ‘증명’과 ‘정의’라는 용어를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중학교에서는 연역적 정당화에 기반한 증명 지도가 약화되면서 증명과 정의라는 용어가 삭제되었다(이환철, 하영화, 2011). 이에 수업을 실행한 교사는 ‘증명’ 대신 ‘설명’, ‘정의’ 대신 ‘뜻’이라는 용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였으나, 탐구 활동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점차 증명과 정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학생들은 ‘이거는 설명하는 방법이지 증명은 아니잖아?’와 같은 발화를 통해 설명과 증명의 차이를 비형식적으로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발췌문 1] 참조), 활동 타일의 기본 성질을 대상으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의를 만드는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정의의 임의성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발췌문 9] 참조). 이지현(2011)에 따르면 ‘증명’을 ‘이해 또는 설명’으로 약화하여 지도하는 것은 수학적 증명을 표피적으로 취급하는 것이며, 의미 있는 증명 교수-학습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조영미(2001)는 기하적 대상을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수단으로 정의를 활용하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정의의 의미와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연역적 추론을 통해 수학적 소양을 기르고자 하는(교육부, 2015) 교수-학습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증명’과 ‘정의’ 등의 주요 수학 용어가 갖는 교수학적 가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Notes

1) 이 논문은 전남대학교 연구년 교수 연구비(과제번호: 2020-3841)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2) 9개국은 미국, 캐나다, 영국, 폴란드, 싱가포르, 중국, 대만, 홍콩, 호주를 말한다.

3) Sfard(2008)에 따르면 ‘commognition’과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택근(2014)은 commognition을 간단히 ‘의사소통’으로 옮겼으며, 조진우(2017)는 한영 병기를 통해 ‘의사소통(commognition)’으로 표기하였다. 본 연구는 의사소통(commognition) 관점의 수학 학습에 주목하는 바, 이하에서는 commognition을 의미할 때는 간단히 ‘의사소통’으로 기술하고 communication을 말하는 경우에만 ‘의사소통(communication)’으로 표현하여 가독성을 높이고자 한다.

4) <표 1>에서 쓰인 ‘정의’, ‘공리’, ‘연역적 정당화’ 등의 용어는 개발한 교수-학습 자료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는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5) 본 연구는 의사소통 관점에서 학생들의 수학적 담론을 분석하고자 하는 바, 활발한 수학적 논의의 진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학업성취도가 중상 수준인 학생들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 학생 중 중학교 3학년 1학기 내용까지 선행학습을 한 학생은 1명, 3학년 2학기 내용까지 학습한 학생은 8명이다.

6) 이하 연구 결과 분석에서 논의되는 [문제 3]부터 [문제 7]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록>을 참고하기 바란다.

7) 발화 번호가 1150에서 1159로 비약하는 것은 지면상의 한계로 본 논문의 논의에 직접 인용되는 발화만을 발췌하였기 때문이다.

8) [그림 2]에 표시된 ①, ②, ③은 분석을 위해 연구자가 추가한 것이다.

9) 이러한 특징은 1~2차시의 비형식적 활동에서 다룬 [문제 2]에서도 나타났다. 학생들은 [문제 2]에서 연결 관계를 화살표로 표현하면서 “이게 어떻게 보면 뿌리에서 나온 거네.”와 같은 발화를 하며 공리가 다른 명제를 유도하는 전제, 즉 토대가 됨을 암묵적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10) 교사는 3개 모둠의 추측 결과를 각각 다른 색 화살표로 표현하였으며, 불확실한 관계는 점선으로 나타내었다. [그림 4]에서 각 성질 사이에 화살표가 여러 개 있거나 점선으로 표현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1) [그림 8]에 와 ‘성질①’, 성질③‘과 같은 표기는 연구자가 분석을 위해 추가한 것이다.

12) [그림 9]는 성질 ①, ②, ③, ④, ⑥사이의 수학적 함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모둠 활동을 통해 정당화한 성질 사이의 관계만을 정리한 것이다.

13) [문제 7]의 정의하기 활동은 1~2차시에서 [문제 1]을 통해 경험한, 정의에 대한 비형식적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문제 1]에서 학생들은 모둠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가 학교의 의미를 모두 다르게 생각한 데 있음을 인식하고 정의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학교에 대해 정의를 내리면서 정의가 타인에 의해 하나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며 다만 이때 주요한 것은 해당 정의를 공적으로 승인하는 사회적 담론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경험하였다.

14) 본 연구의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은 [발췌문 8]과 같이 기본 성질이 모두 동치임을 공개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전체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정의의 ‘임의성’을 의식하게 되었으므로, 해당 정의에 대한 공적 승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15) 본 연구는 활발한 수학적 논의의 진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학업성취도가 중상 수준인 학생들을 연구 참여자로 삼아, 중학생에게 연역적 추론을 사고의 과정으로 지도하는 것과 관련하여 다소간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연구 참여 학생의 학업 수준 및 선행학습 정도에 비추어 해석되는 제한점을 지니며, 이러한 제한점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다양한 후속 연구가 수행되기를 기대한다.

16) This study was financially supported by Chonnam National University(Grant number: 202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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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ces

<부록> 학생 학습지

[문제 1] 다음을 읽고 ‘링컨은 거의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문장이 타당한지 설명해보자.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은 국민들이 남북전쟁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나라를 이끌었으며, 노예 해방을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가난한 가정 출신이었기 때문에 독학으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링컨이 받은 교육은 약 18개월 동안 순회 교사 여러 명에게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링컨은 변호사가 될 때까지 나룻배 사공, 잡화점 점원, 측량 기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그러나 링컨의 연설은 빈틈없는 논리와 폭넓은 지적 정보를 토대로 하여 이를 듣는 청중의 마음을 항상 뒤흔들었다. 유명한 케티스버그 연설과 대통령 취임사 등도 모두 링컨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 2] MIU 나라에서는 알파벳 M, I, U로 만든 문자열만 살 수 있다. 처음 주어진 문자열에 다음 규칙을 적용하면 새 문자열을 만들 수 있고, 새로 만든 문자열에 다시 규칙을 적용하여 또 다른 문자열을 만들 수 있다. MI로 만들 수 있는 문자열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보되,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

규칙 1. 어떤 문자열이 I로 끝나면 마지막에 U를 붙일 수 있다.
2. M☆이 나오면 ☆를 한 번 더 쓸 수 있다. (예) M☆☆ (☆는 I나 U로 만든 문자열을 의미한다.)
3. I I I 가 나오면 U로 바꿀 수 있다.
4. UU가 나오면 생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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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MI는 M I I U를 만든다.
방법 M I → M I I → M I I U 2에 의해 1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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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3]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왜 180°인가? 모두를 납득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자.

[문제 4] 1학년 때 공간에 대한 성질을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그 줄기를 파악해 보자. 어떤 성질에서 다른 성질이 이끌어져 나오는지 화살표로 나타내 보고, 기본 성질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1> 두 직선이 평행하면 엇각의 크기는 같다.

<2> 엇각의 크기가 같으면 두 직선은 평행하다.

<3> 두 직선이 평행하면 동위각의 크기는 같다.

<4> 동위각의 크기가 같으면 두 직선은 평행하다.

<5> 대응하는 세 변의 길이가 같은 두 삼각형은 합동이고, 대응하는 두 변의 길이가 같고 끼인각의 크기가 같은 두 삼각형은 합동이며, 대응하는 한 변의 길이가 같고 그 양 끝 각의 크기가 같은 두 삼각형은 합동이다.

<6> 삼각형의 내각의 크기의 합은 180° 이다.

<7> n 각형의 내각의 크기의 합은 180° × (n - 2) 이다.

[문제 5] 선생님이 나눠준 ‘활동 타일’의 성질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보자.

[문제 6] [문제 5]에서 찾은 ‘활동 타일’ 성질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자. 어떤 성질에서 다른 성질이 이끌어져 나오는지 화살표로 나타내 보고, 기본 성질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문제 7] ‘활동 타일’을 정의하려고 한다. 어떤 성질을 정의로 삼고 싶은지 모둠별로 논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