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근대적 의미의 국가 교육과정은 근대 국민 국가의 성립과 산업화의 발전에 기인한 학교 교육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18세기 서구 사회의 근대화에 따라 등장한 학교 교육은 산업 사회에 필요한 국가의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홍미주, 박선영, 김희용, 2013: 73). 이후 학교 교육은 국가 인재 양성, 평등한 교육 실현 등과 같은 국민 국가 유지의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합의의 산물로써 학교 교육의 핵심으로 기능하였다(소경희, 2018: 21∼23).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단계에서부터 국가 수준 교육과정 체제를 운영하여 왔으며, 현재까지 이러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민용성 외, 2013: 3). 이와 같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국가·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반적 수준의 교육 내용적 기준으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일정한 수준을 교육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교육의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함수곤, 2000: 24∼26). 특히,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주로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에 따라 선택 과목이 적용되는 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육 내용이 적용되는 공통 (필수) 교육과정2)이라는 의미를 갖는다(홍후조, 2017: 59~60 참고).
이와 같이 의무교육의 실시로 인하여 취학 기회는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지역·학교 등의 차이로 인한 교육 여건의 차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김경근, 2005: 3∼4). 예를 들어, 최근 교육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국가 수준 책무성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초 학력 보장법’에 대한 찬반과 그 실제적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교육부, 2019. 3. 29). 구체적으로 최근 언론에 제시되고 있는 기본 교육 관련 기사들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이 낮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으며(김형민, 2018. 3. 13.; 고민서·이진한, 2019. 3. 28.; 정은수, 2019. 3. 28.; 송진식. 2019. 3. 29.; 김수연·조유라, 2019. 3. 29.; 성기홍, 2019. 4. 3.), 기초 학력의 낮은 수준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 및 일부 교육청에서는 기초 학력 진단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서인교, 2018. 3. 25.; 성희제, 2019. 4. 9.; 권오진, 2019. 9. 5.). 이와 시기를 같이하여 기초 학력 보장법 및 기초 학력 진단의 도입이 일제고사에 의한 서열화 강조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박창호, 2019. 4. 28.; 황대훈, 2019. 4. 9.; 임용우, 2019. 4. 10.; 남승현. 2019. 4. 4.; 김소라, 2019. 9. 11.). 그리고 기초 학력을 지나치게 기존의 특정 과목에 국한하여 보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기초 학력은 저하되고 있지만 현재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가 증가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기본 교육의 올바른 방향 설정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정성식, 2019. 4. 5.; 이현근, 2019. 4. 8.). 이 맥락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 반대 이슈(윤석만, 2018. 12. 14.)는 교육 자치 강화 정책에 따라 공교육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교육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교육 자치 강화 정책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는 고등학교 학점제의 전면 적용을 앞두고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기 위한 기반으로 고등학교 입학 이전까지 초·중학교 교육이 충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즉, 학교 현장에서 교육 격차 및 사회 갈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보충수업 등의 후속적인 조치에서 뿐 아니라 국가 교육과정이 근본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이승미 외, 2018a: 21~23; 이승미 외, 2018b: 162).
국가 교육과정의 전통에서 국가 수준의 공교육의 책무성은 기본 교육으로 정의 내려져 왔다. 여기에서 기초 학력이 공교육의 결과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을 의미한다면, 기본 교육은 학생들이 기초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즉, 기본 교육은 교육 기회의 보장과 교육 격차 및 갈등 최소화를 위한 국가 교육의 주요 역할로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또한 기초 학력 또는 기본 교육과 관련하여서는 전통적으로 대학 입학과 관련된 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몇 가지 주지 교과 중심의 교육, 또는 그에 따른 암기 위주의 고부담 평가에 대한 대비 교육 등에 초점을 두어 왔던 측면도 존재한다(Ornstein & Hunkins, 1976/2007: 83∼86). 이에 비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관련하여 복잡한 미래 사회 맥락에 대처하고 통합적인 지식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정의될 필요가 있다(김경희 외, 2019: 17~28).
그렇다면 국가 수준의 공교육의 책무성으로 기본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소를 포함하여야 하며 국가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가? 본 연구는 기본 교육의 요소를 탐색하고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는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첫째, 이론적 배경으로 기본 교육 관련 개념을 분석하고, 국내 연구에서 기본 교육의 요소를 밝힌 선행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국내·외 교육과정에서의 기본 교육에 대해 제시한 사례를 분석하였다. 둘째, 본 연구에서 기본 교육의 요소를 탐색하고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기 위하여 활용한 연구 방법으로 전문가 협의회, 델파이 조사, 설문 조사의 대상, 일정, 내용 등을 제시하였다. 셋째, 연구 결과를 기본 교육의 요소 선정과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기본 교육 설계 방향 탐색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넷째, 연구 내용을 전반적으로 요약하여 제시하고 선정된 기본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 연구와 관련 교육 정책을 제언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선행 연구에서 기초 교육과 기본 교육은 그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기초 학력과도 그 의미가 혼용되고 있다. 먼저, 구영산 외의 연구(2014: 23∼26)에서는 기초 교육을 모든 교과의 학습에 필요한 기초 기능, 각 교과에서 필요한 기초 학력, 교육과정에서 상위 학년에 필요한 기초 학력,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외에 기초, 기본 학력의 속성에 따라 절대적, 상대적으로 구분한 박순경(2013: 62)의 분류와 학문적, 사회적 논리에 따라 구분한 권동택(2003: 43∼44)의 분류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초‧중학교 교육과정에서 기초 교육은 특정 교과에 국한되기 보다는 모든 교과에 포괄하는 한편 특정한 단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단계의 기초가 되는 절대적인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기초 교육은 ‘① 모든 교과의 학습에 필요한 기초 기능’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초 교육 이후의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본 교육은 활용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우선, 개별 교과의 측면에서 기본 교육은 ‘② 각 교과에서 필요한 기초 학력’ 또는 고등학교의 과목 선택 이전에 이루어지는 ‘③ 교육과정 계열성을 고려한 상위 단계에 필요한 이전 단계의 학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이 사회생활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④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표 1> 참고).
분류* | 논리적 관점** | 속성*** |
---|---|---|
① 모든 교과의 학습에 필요한 기초 기능 ② 각 교과에서 필요한 기초 학력 ③ 교육과정 계열성을 고려한 상위 단계에 필요한 이전 단계의 학력 |
교과/학문의 논리 (교과/학문의 요구) |
절대적 ↕ 상대적 |
④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 | 사회/문화의 논리 (사회적 요구) |
이와 관련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용‧논의되고 있는 ‘기초 학력’의 개념을 살펴보면, <표 2>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즉, 대체로 국어, 수학을 대상으로 한 읽기, 쓰기, 셈하기 및 그와 관련된 최소 성취기준이나 평가기준의 하 수준에 도달한 정도를 의미한다.
개념 | 개념 분석 | 출처 | |||
---|---|---|---|---|---|
대상 교과 | 교육 내용 범위 | 교육 내용 수준 | 대상 학년 | ||
① 문장과 수를 해석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정립하여 공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장 가능한 범위 ☞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기준 충족 |
국어, 수학 | 읽기· 쓰기· 셈하기 | 최소 성취 기준 | - | 기초 학력 지원 내실화방안 (교육부, 2019. 3. 29.) |
②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 ☞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국어, 수학의 읽기·쓰기·셈하기 관련 성취기준에서 평가기준 하에 해당하는 수준 |
국어, 수학 | 읽기· 쓰기· 셈하기 | 평가 기준 (하) | - | 기초 학력보장법안 (2019. 3월 국회협의 기준) 및 시행령 |
③ 평가 대상 학년급 학생들이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교육과정의 기본 내용(지식과 기능)을 부분적(20∼50%)으로 이해한 수준 | 학업 성취도 평가 대상 교과 | 교육과정의 기본 내용 | 부분적 이해 (20∼50%) | 평가 대상 학년급 |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박인용 외, 2017: 9~12). |
특히, 위 표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정의에 제시된 ‘최소(한의) 성취기준’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교육 내용의 범위가 명료하지 않다. 예를 들어, 국어,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와 관련된 성취기준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급까지 모두 제시되어 있다. 이때, 어느 학년까지의, 또는 그중에서 어떤 내용의 성취기준을 최소 성취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는 해당 규정에서 ‘최소 성취기준’이란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성취기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도달해야 하는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최소한으로 도달해야 하는 기준을 위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 내용의 범위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비하여 세 번째 정의와 관련하여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앙고프 방식(modified Angoff method)을 활용한 ‘준거참조평가(criterion-referenced assessment)’를 수행하고 있다. 즉, ‘부분적 이해(20∼50%)’이라는 것은 교과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성취기준에 대한 앙고프 방식을 활용한 준거 참조평가에 따른 도달 정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박인용 외, 2017: 9∼12). 그러나 이상의 기초 학력의 개념에는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의 어떤 내용을 어느 학년 수준으로 지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교육’의 개념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볼 때,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초 학력이란 학생들이 공교육의 결과로 갖게 된 학력이다. 국가 수준의 공교육에서는 공교육의 책무성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기초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 수준에서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으로서의 ‘기초 교육’의 개념과 요소를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즉, ‘공식적 교육과정의 존립 맥락과 그 전개’에 기반하여 볼 때(홍후조, 2017: 54∼58), 본 연구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기본 교육’은 국가 수준에서 ‘의도한’ 교육과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기초 학력’은 학생들에게 ‘성취한’ 교육과정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적절한 기초 학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도한 교육과정으로서의 기본 교육이 확립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교육이 ‘실현된’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이 학생들이 성취한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기초 학력’과 국가 수준에서 의도한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기본 교육’의 의미를 구분하고 학생들이 적절한 기초 학력을 갖추기 위하여 요구되는 기본교육의 요소를 탐색하고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고자 한다. 참고로 본 연구에서 학생들이 도달한, 또는 교육 현장에서 실현된 교육과정을 ‘기초 학력’으로 제시한 것에 비하여 국가 수준에서의 의도한 교육과정을 ‘기초 교육’이 아니라 ‘기본 교육’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본 연구의 결과 밝혀진 기초 학력의 성격에 따른 것이다. 이에 해당 부분에 대한 설명은 본 연구의 연구 결과 부분에서 명시하고자 한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교육과 관련된 필요성을 주장하는 선행 연구는 많지만 우리나라의 공교육에 적합한 기본 교육의 내용 및 수준에 대해 밝힌 국내의 선행 연구는 많지 않다. 구체적인 선행 연구를 기본 교육의 요소와 관련하여 박정 등(2002)의 연구에서는 3R’s 뿐 아니라 과학, 정보 활용, 도덕 등을 제안하였고, 백혜조, 성승희, 홍후조(2014)의 연구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왔던 문식성과 수리력 외에 Dewey, Bruner, Hutchinson 등의 논의와 PISA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력 등을 바탕으로 탐구력이 기본 교육으로 강조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 외에 김경희 외(2019)의 연구에서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관련된 ICT 역량을 강조하였다. 관련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문서에서는 초등학교 교육 목표와 관련하여 ‘기초 능력’을, 중학교 교육 목표와 관련하여 ‘기본 능력’이라는 용어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요소나 내용 수준에 대해서는 명료화하고 있지 못하다(교육부, 2015: 4~5).
외국 교육과정 문서에서도 ‘기본 교육’이라는 핵심역량이나 다른 교육과정의 요소와 구분하여 제시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외국 교육과정 문서에서 교과 교육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구분하여 제시한 경우는 뉴질랜드, 영국, 독일(베를린 주)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뉴질랜드 교육과정 총론 문서에서는 학교급별 학습 과정을 소개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교수·학습 프로그램이 ‘가치와 핵심역량과 함께 문식성과 수리력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데 문식성 및 수리력 관련 정의와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Ministry of Education, New Zealand, 2007: 41).
독일 베를린 교육과정 총론 문서에서는 “언어와 미디어 활용 능력 개발은 세계를 이해하는 기초”라고 명시하고 있다. 언어 교육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언어 교육이 성공적인 주제 관련 및 학제 간 학습과 의사소통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미디어 교육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한 학습을 통해 미디어 세계와 건설적이고 비판적으로 소통”하는 데 목적을 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Der Bildungsservers Berlin-Brandenburg, 2011a: 5). 또한 베를린 교육과정에는 언어 교육과정과 미디어 활용 교육과정을 교과 교육과정 문서와 같이 별도의 문서로 제시하여 구체적인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Der Bildungsservers Berlin-Brandenburg, 2011b; 2011c).
영국 교육과정 총론 문서에는 수리력(numeracy and mathematics)과 문식성(language and literacy)을 교과 교육과정 문서 앞에 별도의 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리력은 모든 관련 교과에서 지도해야 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으로는 ‘유창한 산술 적용’, ‘측정의 이해와 사용’, ‘어림짐작과 확인’, ‘기하학과 대수의 이해’,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확률 적용’, ‘자료 수집, 발표, 분석’, ‘비정형 문제 해결’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각 내용의 구체적인 수준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문식성에 대해서는 영어에 능통한 것이 모든 과목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을 명시하면서, ‘말하기’, ‘읽기와 쓰기’, ‘어휘’의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하여 각 영역별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Department for Education, England, 2014: 9~11).
이 외에 교육과정 문서에서 핵심역량의 일환으로 문식성이나 수리력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호주 교육과정에서는 문식성, 수리력, ICT역량,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도덕적 행동, 개인적 사회적 역량,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의 7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문식성에 대해서는 주요 영역으로 “듣고, 읽고, 보고, 말하고, 쓰고, 구두, 인쇄물, 시각적 및 디지털 문안을 작성하고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수정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설명과 더불어, 이를 위해 “학생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미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학교 밖에서의 삶과 학교생활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포괄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수리력에 대해서는 수학의 지식과 기술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수학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학생들이 더 넓은 세계에서 수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ACARA(a). 호주의 ‘수리력’. https://www.australiancurriculum.edu.au/f-10-curriculum/general-capabilities/numeracy/ 2019. 8. 30. 검색; ACARA(b). 호주의 ‘문식성’. https://www.australiancurriculum.edu.au/f-10-curriculum/general-capabilities/literacy/. 2019. 10. 7. 검색). 이 외에 호주 교육과정에서는 역량별로 아이콘을 만들어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에 관련되는 역량을 표시하고 그에 따른 교수·학습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문식성과 수리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교육과정 총론 문서에서 기본 교육에 대해 제시하는 방식과 상세화 정도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대체로 기본 교육을 문식성과 수리력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국가에서는 기본 교육을 별도의 교과나 별도의 교육 내용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범교과학습주제나 핵심역량 등과 같이 각 교과 및 교과 외 활동에서 강조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III. 연구 방법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문헌 분석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이 전문가 협의회, 델파이 조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첫째, 본 연구에서 실시한 전문가 협의회는 시·도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관계자, 초·중등 교원, 교육과정 및 교과 교육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기본 교육의 연구 방향을 검토하기 위하여 2019년 1월 22일, 1월 23일, 1월 29일에, 기본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하여 2019년 2월 13일, 2월 14일에, 기본 교육을 반영한 교육과정 설계 방향을 탐색하기 위하여 2019년 3월 15일, 3월 21일, 3월 22일, 3월 26일에, 기본 교육의 영역과 교과 교육에서의 역할을 탐색하기 위하여 2019년 4월 4일에, 델파이 및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위하여 2019년 5월 20일, 7월 18일, 7월 23일에 전문가 협의회를 실시하였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기본 교육의 요소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교육 방향을 도출하기 위하여 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 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교수, 장학사 및 교사 등 총 20명을 대상으로 2019년 4∼5월 두 달간 세 차례에 걸쳐 델파이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델파이 조사 참여자는 <표 3>과 같다.
델파이 조사 문항은 기본 교육의 필요성, 수준 구분, 요소, 교과 교육과의 관계, 운영 및 발전 방향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즉,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를 통해 다음의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한 패널 간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① 초·중학교육에서 기본 교육이 필요한지의 여부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② 서론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기본 교육 도입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기초 학력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에 공교육에서 학력 저하나 부진에 대한 논의는 3R’s를 중심으로 한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어 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이 기본 교육을 기초 학력 부진 및 교과 학습 부진의 구분과 연관지어 그 수준을 구분할 수 있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 ③ 문헌 분석 및 전문가 협의회 등을 바탕으로 마련된 기본 교육의 요소를 델파이 조사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그 의미를 명료화하고자 하였다. ④ 기본 교육과 교과 교육이 상호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기본 교육의 요소가 설정된다면 그 각각의 요소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된 핵심역량과 어떤 관련을 가지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 ⑤ 기본 교육이 교육 정책으로 국가 교육과정에 명료화되는 경우 교육 정책으로서의 기본 교육의 운영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기본 교육을 국가 교육과정에서 앞으로의 진학과 진로를 위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하는 교육 내용과 수준으로 설정하였다는 점과 관련하여, 기본 교육의 내용과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와 관련하여 추후 어떠한 보완이 필요할 것인가 등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표 4> 참고). 델파이 조사 결과는 델파이 조사 대상 수를 고려한 CVR(내용 타당도 비율)에 따라 분석하였다(Lawshe, 1975: 568).
셋째,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 결과 도출된 기본 교육의 요소를 바탕으로 기본 교육의 요소와 수준을 확정하고 국가 교육과정에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고자 초·중학교 교육과정 업무 담당 장학사 및 초·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2019년 5월에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총 887명(장학사 113명, 교사 774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표 5> 참고).
설문 조사 문항은 기본 교육의 요소별 현장 적합성, 기본 교육의 요구 수준, 기본 교육 향상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의 실태로 구성하였다. 즉, 본 연구에서는 설문 조사를 통하여 ① 델파이 조사를 통해 본 연구에서 도출한 기본 교육의 요소가 장학사 및 교사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② 교육 현장에서 기본 교육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는지, ③ 현재의 교과 교육과정이 기본 교육 향상을 위해 적절한지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표 6> 참고).
본 연구에서 설문 조사 결과는 SPSS 25.0 프로그램과 EXCEL 201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빈도 분석을 실시하고, 5척도로 구성한 설문 문항에 대해서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시하였다. 조사 대상에 따른 집단별 응답 차이를 분석하고자 교차분석(Chi-Square Test)을 시행하고, 집단 간 평균 차이 검증을 위해 두 집단 간 차이는 t-test를, 3집단 이상 차이는 일원배치분산분석(ANOVA)를 실시하였으며 사후 분석으로 Sheffe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 부분에서는 이 중에서 차이 검증 결과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경우에만 제시였음을 밝힌다.
IV.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는 기본 교육의 요소와 교육 방향을 탐색하고자 기본 교육의 요소를 설정한 선행 연구 및 외국 교육과정의 사례를 분석하고(본 논문의 Ⅱ장 참고), 2019년 1∼4월에 전문가 협의회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그에 기반하여 2019년 4∼5월에 세 차례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7> 참고).
첫째, 기본 교육이 공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한편 학교에서의 교과 교육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다. 즉, 기본 교육의 요소는 교과 교육(더 나아가서는 학교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초 학력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의 두 수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도 전문가 협의회와 델파이 조사에서 이 두 구분의 타당성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그런데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과 교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전문가 협의회 뿐 아니라 교육과정 전문가 중에서 어느 누구도 이 구분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교과 전문가 뿐 아니라 교육 현장의 장학사, 교감, 교사 등이 참여한 델파이 조사에서도 그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협의회 및 델파이 조사의 자유 의견에서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이 도출되었다. 즉, 학년(군)에 따라 요구되는 기본 교육의 수준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는 있지만 이론적인 측면이나 학생 발달의 측면에서 그 내용이나 수준을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으로 나눌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은 교육 정책의 측면에서 필요한 경우 임의적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중에서 대체로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와 수학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 수준을 기초 학력 부진으로 다루어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과정을 거쳐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실현한 교육과정으로서의 ‘기초 학력’을 갖추기 위하여 국가 수준에서 의도해야 하는 교육과정으로서의 교육의 명칭을 ‘기초 교육’이 아닌 ‘기본 교육’으로 확정지었다. 즉, 이것을 ‘기초 교육’으로 제시하는 경우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 중에서 기초 학력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만으로 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부진의 수준이 교과 학습의 이론적인 측면이나 학생 발달의 측면에서 구분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국가 교육과정에서 억지로 또는 임의적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이 둘을 포괄하여 “교육과정 계열성을 고려한 상위 단계에 필요한 이전 단계”를 모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이는 <표 1>에서 제시한 기초‧기본 교육과 관련된 개념 중에 세 번째 항목에 해당된다). 즉, 국가 교육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지원과 질 관리를 수행해야 하는 대상은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을 모두 포함하여 학생들이 해당 학년(군)이나 학교급의 수업에 의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이전까지의 교육 내용을 적절히 갖추고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기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셋째, 기본 교육의 요소와 관련하여, 1차 델파이 조사 이전에 실시된 전문가 협의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문식성’ 및 ‘수리력’과 더불어 다양한 참여자들이 모이는 교실에서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서의 ‘사회적 역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2차 델파이 조사를 앞두고 실시한 2019년 4월 4일의 전문가 협의회에서는 기본 교육의 요소로서의 탐구력의 중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개발된 1, 2차 델파이 조사 문항에 따라 델파이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본 교육의 요소로 문식성, 수리력, 사회적 역량, 탐구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기본 교육의 4가지 요소 가운데 문식성과 사회적 역량의 경우, 먼저 정의가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라 문식성과 사회적 역량이라는 용어가 나중에 결정되었다. 그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literacy를 문해력이 아닌 문식성으로 규정하였다. 문해력은 글자를 아는 수준에서 문식성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사용되고 소양은 문식성이 갖는 의미보다 확장되어 사용된 예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영어의 ‘literacy’는 전통적으로 읽기 교육과 관련된 분야에서 사용되었으며 ‘글을 아는 것’ 정도로 사용되면서 확장된 용어이기 때문에 ‘문식’에 ‘성(性)’을 함께 붙여 현재 통용되는 개념의 의미를 문식성이 학술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노명완‧이차숙, 2006: 43). 참고로 노명완 외(2008)에서는 문식성을 “언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호의 이해와 조작 능력, 기호의 작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이해하고 디자인하며 유통하는 실천적인 힘”으로 정의 내렸다. 이와 같이 본 연구에서 literacy를 문식성으로 규정한 것은 본 연구에서 국가 교육과정의 역할을 기초 교육이 아닌 ‘기본 교육’으로 명명한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는 “학교에서의 교육과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협동과 책임의식을 실천하는 능력”을 ‘사회적 역량’으로 명명하였다. 이광우 외(2009: 136) 연구에서는 ‘사회적 역량’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역량”으로 규정하였으며, 이근호 외(2012: 90∼93) 연구에서는 핵심역량의 범주를 인성 역량, 지적 역량, 사회적 역량으로 구분한 바 있다. 또한 외국의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역량은 낯설지 않은 용어이다. 구체적으로 호주나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의 교육과정에서는 핵심역량의 하나로 ‘개인 및 사회적 역량 (Personal and Social Competency)’을 제시하고 있다(ACARA(c). 호주의 ‘개인 및 사회적 역량’. https://www.australiancurriculum.edu.au/f-10-curriculum/general-capabilities/personal-and-social-capability. 2019. 8. 20. 검색). 이와 같이 사회적 역량은 공동체 역량보다는 보다 넓은 범주에서 특정 교과에 국한되지 않는 범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 및 사회과 교육 전공 교수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가 협의회(2019. 7. 18.)를 거쳐 기본 교육으로서 요구되는 “학교에서의 교육과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협동과 책임의식을 실천하는 능력”을 규정하기 위하여 ‘사회적 역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넷째, 본 연구의 델파이 조사에서는 기본 교육과 교과 교육의 관계에 대하여 설문한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교과 교육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통합적으로 작용하되, 점차 교과 교육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역량으로 세분화되어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참고로 <표 7>에 제시한 ④번의 첫 번째 항목의 경우에는 패널 수에 따른 최저 CVR이 도출되지 않아서 기각되었다. 그러나 “기본 교육은 교과 외 교육과정에서도 필요함.” 및 “저학년 통합 교과 역시 교과를 바탕으로 기본 교육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음.” 등의 자유 의견을 고려하여 볼 때, 문항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적용상의 유의점을 제시한 의견으로 판단되어 이 문항의 일부 문구를 수정하여 유지하기로 하였다.
다섯째, 대부분의 전문가 협의회에서 기본 교육이 교육 정책으로 도입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1990년대의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와 같이 그 결과를 교사 및 학교에 대한 책무성으로 부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표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델파이 조사 결과에서는 기본 교육은 교사 및 학교에 대한 책무성 부여가 아니라 국가 및 시·도 수준에서 학교 교육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점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0조(수료 및 졸업 등)에서 학년 수료 관련 규정이 수업일수의 3분의 2이상 외에는 없다는 현행 법규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본 교육을 중심으로 반드시 교육 내용을 이수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었다.
본 연구에서 기본 교육의 요소와 수준 및 교육과정에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기 위하여 초·중학교 교사 및 장학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설문 일정, 응답자 특성 및 문항 등은 본 논문의 Ⅲ장 참고).
본 연구에서 제시한 기본 교육의 요소별 현장 적합성에 대해 설문한 결과, ‘사회적 역량(M=4.47)’, ‘탐구력(M=4.40)’, ‘문식성(M=4.37)’, ‘수리력(M=4.12)’의 순으로 응답 결과가 도출되었다. ‘장학사’와 ‘교사’ 간 차이검증 결과에서는 두 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8> 참고).
기본 교육의 요소별 현장 적합성이 교과, 학년군, 학교급, 소속기관에 따라 집단별 차이가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차이검증을 실시한 결과, ‘문식성’, ‘수리력’에 대해 ‘학교급’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식성 t=2.20, p<.05, 수리력 t=2.95, p<.01). 첫째, ‘문식성’에 대해서 ‘초등학교(M=4.41)’가 ‘중학교(M=4.28)’보다 높은 평균을 보였고, 둘째, ‘수리력’에 대해서 ‘초등학교(M=4.17)’가 ‘중학교(M=3.99)’보다 높은 평균을 나타냈다(<표 9> 참고).
이상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하여 전문가 협의회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이 논의되었다. 첫째, <표 8>과 관련하여 문식성이나 수리력에 대한 요구보다 사회적 역량과 탐구력에 대한 요구가 다소 높게 도출된 것은 최근 시민성 등 학생들의 가치와 태도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으며 AI의 발달과 관련하여 지식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활용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초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습 습관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표 9>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중학교 교사에 비하여 문식성과 수리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초등학교 과정에서 갖추어지지 않으면 이후 다른 교과나 교육활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2019. 5. 20. 전문가 협의회).
교과, 학년군, 학교급, 소속기관에 따라 학생이 지속적으로 고등학교 및 대학교까지의 학업 수행을 위해 지도 시 고려해야 하는 기초 교육 수준의 인식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교차분석을 실시한 결과, ‘교과(x2=71.12, p<.01)’, ‘학년군(x2=116.91, p<.001)’, ‘학교급(x2=97.96, p<.0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첫째, ‘교과’ 별로 살펴보면, ‘국어’ 교과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교과 교육 내용 수준을 고려한다는 응답 비율(25.9%)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사회’, ‘수학’, ‘과학’, ‘영어’는 ‘중학교 3학년까지’ 교과 교육 내용 수준을 고려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사회 27.6%, 수학 34.1%, 과학 35.5%. 영어 34.5%). 둘째, ‘학년군’ 및 ‘학교급’ 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 1~6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까지’ 교과 교육 내용 수준을 고려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초등학교 1〜2학년 25.8%, 3〜4학년 28.9%, 5〜6학년 30.3%, 초등학교 전체 28.2%), ‘중학교 1〜3학년’은 ‘중학교 3학년까지’ 고려한다는 응답(41.7%)이 가장 높았다(<표 10> 참고).
다음은 교과, 학년군, 학교급, 소속기관에 따라 학생이 학년의 교과 공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학년 초에 도달해야 하는 교육 수준 정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교차분석을 실시한 결과, ‘학년군(x2=36.57, p<.001)’과 ‘학교급(x2=16.43, p<.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첫째, ‘학년군’ 별로 살펴보면, 모든 집단에서 ‘1개 학년 이전의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초등학교 1〜2학년 46.0%, 3〜4학년 59.4%, 5〜6학년 64.2%, 중학교 1~3학년 43.9%), 초등학교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1개 학년군 이전의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1~6학년(1〜2학년 29.4%, 3〜4학년 27.8%, 5〜6학년 21.9%)’보다 ‘중학교 1~3학년(37.4%)’에서 높았다. 둘째, ‘학교급’ 별로 살펴보면, 모든 집단에서 ‘1개 학년 이전의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초등학교 57.6%, 중학교 44.9%), ‘1개 학년군 이전의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중학교(37.0%)’가 ‘초등학교(25.2%)’보다 높게 나타났다(<표 11> 참고).
이상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기본 교육을 초등학교 6학년 또는 중학교 3학년까지의 수준으로 포괄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고, 교과 공부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1개 학년 이전의 교과 내용 이해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대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협의회에서는 기본 교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즉, 과거의 기초 학력이 3R’s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최근의 교육 현장과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기본 교육은 이를 확대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2019. 5. 20. 전문가 협의회). 이와 같은 설문 조사 결과와 전문가 협의회의 결과는 본 연구에서 기본 교육과 문식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으로도 작용하였다는 점을 밝힌다.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사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국가 교육과정에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교과 교육에서 평가해야 할 사항이 명료함(M=3.66)’, ‘교과 교육에서 지도해야 할 교육 내용의 범위와 수준이 명료함(M=3.64)’, ‘교과 교육 목표가 학교 교육에서 활용하기에 의미가 명료함(M=3.63)’, ‘교과 교육 지도 후에 학생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대안이 충분함(M=3.15)’의 순으로 응답 결과가 도출되었다. 또한, ‘장학사’와 ‘교사’ 간 차이검증 결과, 두 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2> 참고).
이와 같이 ‘교과 교육 지도 후에 학생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대안이 충분함’에 대한 응답 평균이 가장 낮게 제시된 것과 관련하여 전문가 협의회(2019. 7. 23.)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지도 내용 및 방법에 대한 안내와 학습 자료의 부족을 제기하였다.
박○○ 교사 : 평가결과가 성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책임을 담당하는 교사 개개인에게 일임하고 있습니다. …(중략)… 교과학습 부진아에 대한 지도는 대부분 방과 후에 이루어지고 있어 학부모의 동의 없이는 교사가 열정이 있더라도 실제 재학습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실제 부진학생의 부모님들 중 동의율이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교육과정에서 목표만 제시되었을 뿐 부진아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내용 및 방법에 대해 안내가 부족하며, 특히 현장에서 교육용 지도 자료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이○○ 교사 : 현장에서 수업이나 평가 후 목표를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문제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으므로 이러한 학생들을 지도·평가·피드백하기 위한 방향이나 방법, 유의점 등을 제시하여 현장의 업무 과중과 혼란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전문가 협의회(2019. 7. 23.)
기본 교육 향상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의 적절성에 대해 설문한 결과, ‘교육 내용 학습량(M=3.64)’, ‘교수·학습 방법(M=3.52)’, ‘교과 교육 내용 수준(M=3.46)’, ‘평가 방법(M=3.37)’, ‘학교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학생들의 일반적인 교과 성취 수준 적절성(M=3.27)’의 순으로 응답 결과가 도출되었다. ‘장학사’와 ‘교사’ 간 차이검증 결과, ‘교육 내용 학습량(t=-3.27, p<.01)’에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표 13> 참고).
교과, 학년군, 학교급, 소속기관에 따라 공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현재 교과 교육과정의 적절성에 대해 집단 별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차이검증을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 교육 내용 수준’에 대해서 ‘학년군(t=4.81, p<.01)’과 ‘학교급(t=3.94, p<.0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초등학교(M=3.53)’가 ‘중학교(M=3.32)’보다 높은 평균을 보였고, 초등학교 학년이 높아질수록 평균이 상대적으로 높다(초등학교 1~2학년 M=3.47, 초등학교 3~4학년 M=3.48, 초등학교 5~6학년 M=3.56). 둘째, ‘교육 내용 학습량’에 대해서는 ‘교과(t=4.61, p<.01)’, ‘학년군(t=14.70, p<.001)’, ‘학교급(t=6.53, p<.001)’, ‘소속기관(t=-3.27, p<.01)’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교과’ 별로 살펴보면 ‘국어(M=3.75)’, ‘사회(M=3.70)’, ‘과학(M=3.58)’, ‘수학(M=3.52)’, ‘영어(M=3.39)’의 순으로 나타났고, ‘학년군’ 별로는 ‘초등학교 5~6학년(M=3.83)’, ‘초등학교 1~2학년(M=3.67)’, ‘초등학교 3~4학년(M=3.66)’, ‘중학교 1~3학년(M=3.33)’의 순이었으며, ‘학교급’ 별로는 ‘초등학교(M=3.77)’가 ‘중학교(M=3.38)’보다 높고, ‘소속기관’ 별로는 ‘장학사(M=3.88)’가 ‘학교(M=3.61)’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을 보였다(<표 Ⅳ-8> 참고).
이와 같은 차이 검증 결과를 볼 때, 특히 교과 교육 내용 수준과 교과 내용 학습량 관련하여 학년군과 교과별 차이를 고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 협의회(2019. 7. 23.)에서는 각 항목에 대한 평균이 3.0이 넘게 나타났다고 해서 각 항목과 관련된 현재 공교육의 질이 우수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즉, 교사의 교육과정 이해도와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없고, 현재 성취 기준의 수준이 학생 수준에 비하여 높은 편이며, 평가 결과에 대한 기록이 신뢰성 있게 이루어지지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기본 교육 향상을 위해서는 교과 교육 내용 수준이 제고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기본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사 : 학습자의 성취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더라도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거나 교사 임의로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학교에 따라 학생들이 낮은 성취도를 보이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있어 평가결과를 후하게 주는 경우가 있어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 교사 : …(전략)… 실제 학생 수준보다 교과 내용 수준이 높게 제시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책임교육이 미흡하여 특정 과목의 포기자들이 학년이 상승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과 내용 수준에 미달되는 하위 수준의 학생이 증가합니다.
전문가 협의회(2019. 7. 23.)
V. 요약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교육 기회의 보장, 교육 격차 및 갈등 최소화, 미래 사회에의 적응이라는 공교육의 책무성과 관련하여 초·중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앞으로의 진학과 진로를 위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교육 내용과 그 수준을 ‘기본 교육’으로 규정짓고 기본 교육 요소의 설정과 국가 교육과정에의 반영 방향을 탐색하였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교육의 책무성으로서 기초 학력을 포함한 기초 교육 또는 기본 교육과 관련된 현행 공교육에 대한 신문 기사와 선행 연구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기본 교육의 필요성은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기본 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규명한 연구가 미흡하다.
둘째, 뉴질랜드, 영국, 독일(베를린 주), 호주 등의 교육과정 문서에서 표방하고 있는 기본 교육 요소, 의미와 교과 교육과정 문서와의 관련성 등을 분석한 결과,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본 교육의 요소와 제시 방식을 보이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기본 교육을 별도의 교과 등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범교과학습주제나 핵심역량 등과 같이 각 교과 및 교과 외 활동에서 강조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 분석, 전문가 협의회, 델파이 조사, 설문조사를 통해 기본 교육의 4 요소로 문식성, 수리력, 사회적 역량, 탐구력을 도출하고 4가지 기본 교육의 요소는 과거의 3R’s와 같이 낮은 수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학생의 진급, 진학 및 미래의 삶에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즉, 기본 교육은 단순히 특정 교과의 교육 내용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학교에 걸쳐 계속성과 계열성을 가지고 관련 교과에서 충분히 다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현재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기본 교육 향상을 위한 교육 목표 및 교육 내용 등에 있어서 명료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교과 교육 내용 수준과 학습량,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 학생의 성취 수준 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기본 교육이 교육 정책으로 도입되는 경우, 단순히 교사 및 학교에 대한 책무성으로 부여되기는 것을 지양하고 국가 및 시·도 수준에서 제공해야 하는 학교 교육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3R’s에 기반하되 그 수준을 넘어서서 미래 지향적인 교육의 수행에도 기반이 될 수 있는 기본 교육의 요소를 도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 본 연구의 결과에 근거하여 기본 교육이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후속 연구와 관련 교육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첫째, 기본 교육의 각 요소별 정의와 학생들의 발달 단계 또는 학년(군)에 맞는 각 요소의 교육 내용이 체계적으로 밝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단순히 각 요소와 가장 밀접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교과에서 전담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그 교과와 더불어 해당 요소가 적용 또는 활용되어야 하는 교과들 간에 밀접한 협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리력의 경우, 우선 수학과에서 요구하는 학년(군)별 수학 교육 내용 중에서 다음 학년(군) 또는 학교급의 교육이 의미있게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 내용이 일차적으로 수리력으로 규정되어야 하지만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수리력을 요구하는 사회, 과학, 예술 등의 다양한 교과와의 협업을 통해 학생이 갖추어야 할 수리력에 대한 정의와 그에 따른 수리력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국어과에서 다루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요소들이 문식성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또한 문식성이 활용되는 다양한 교과와의 협업을 통해 학생이 갖추어야 할 문식성에 대한 정의와 그에 따른 문식성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이 도입되었으며, 그에 따라 교과 역량도 도입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수많은 범교과학습주제로 인하여 학교에서 교과 교육 이외에 다루어야 할 다양한 교육 내용 또는 주제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교과 교육, 핵심역량, 범교과학습주제, 기본 교육 등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 내용의 양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이 제시됨에 따라 교육 현장의 반발이 발생되거나 혹은 기본 교육의 도입이 실행이 아닌 단순한 구호에 머무르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본 교육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교과 교육과의 관련성 뿐 아니라 핵심역량, 범교과학습주제와의 관계 등이 명료히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핵심역량, 범교과학습주제, 기본 교육의 요소 등을 종합하여 국가 교육과정에서 공교육의 책무성을 구현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보다 단순화하면서도 체계화하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직접적으로 기초 학력 평가에서 다루어야 할 기본 교육의 수준이나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다. 다만 기초 학력 부진과 교과 학습 부진의 구분이 논리적, 실제적인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교과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전 학년(군) 정도까지의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의 학력이 필요하다는 본 연구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는 지금까지 학력의 문제를 기존의 교과 교육과는 구분하여 학생이 3R’s의 낮은 수준 정도에 도달하면 그 이후의 어느 학년(군)의 어느 교과 교육에도 적절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 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생이 이와 같이 정의된 기초 학력을 갖춘 후에도 각 학년(군)의 교과 학습에 적절히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자 그 다음 단계로 교과 학습 부진이라는 하나의 단계를 임의로 설정하여 왔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공교육으로서 학교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의 수준이 사회의 변화, 발전과 더불어 향상되어 왔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기초 학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기 때문은 아닌지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기초 학력 부진, 교과 학습 부진, 그리고 교과 학습이라는 구분은 교육 정책의 측면에서 그 동안 유효하게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 기초 학습 부진 학생이 기초 학습 부진을 벗어나 교과 학습 부진의 단계에 들어서고,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이 이를 벗어나 교과 학습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서게 하는 것은 논리적‧실제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과정 설계의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제논의 역설(Zeonon’s Paradoxes)에서 아킬레스가 아무리 빨라도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는 논리와 같이 공교육에서 출발점의 차이를 더 크게 부각시키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에 국가 교육과정에서 기본 교육을 설정하는 것은 학생들 간의 간격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려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학생들에게 함께 출발할 수 있는 공정한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매 학년(군)마다 학생들에게 부족한 출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여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기본 교육의 요소와 국가 교육과정의 반영 방향 탐색을 탐색하면서 델파이 조사 및 설문 조사를 초·중학교급, 그 중에서도 교육과정 전공자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과 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는 한계를 밝힌다. 이에 앞으로 기본 교육이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급과 더 나아가 대학 및 일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 교육의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체육과 예술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교과에서 요구하는 기본 교육의 요소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발전시키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