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 교원의 경험 분석1)

이주연 1 , *
Joo-Youn Lee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1Associate Research Fellow,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제1저자, 교신저자 youn5504@kice.re.kr

© Copyright 2018,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05, 2018 ; Revised: Nov 21, 2018 ; Accepted: Nov 22, 2018

Published Online: Nov 30, 2018

요약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역량이 도입된 이후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연구는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제로 개발·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지 분석함으로써,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구현을 위한 지원 방안과 차후 연구과제에 대한 시사점을 얻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전국 6개 시·도의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의 교사 13명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여 이들이 경험한 주요 어려움들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1)역량 개념의 모호성, (2)역량의 과다 및 역량들 간의 관계 혼란, (3)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에 대한 자료 및 정보의 부족, (4)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이해 및 경험 부족, (5)역량 함양 활동으로 인한 기초 학습의 소홀에 대한 우려, (6)역량 함양 정도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 총 6가지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가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및 후속 연구 주제를 제안하였다.

ABSTRACT

When the interest in the implementation of the competency-based curriculum has been rising these days since competencies was adopted in the 2015 revised National Curriculum, this study analyzed problems that teachers encounter in the process of designing and implementing the competency-based curriculum. Through this study, it was aimed at supporting the implementation of the competency-based education. For this purpose, thirteen teachers were selected to be interviewed from ‘Research School' of the competency-based curriculum in six provinces across the country. After interviewing participants, major difficulties based on their experiences were analyzed.

As a result of the analysis, problems experienced are as follows in the course that the competency-based curriculum is designed and implemented: (1) Ambiguity in the meaning of the competency, (2) Overabundance of the competencies and the confusion of relation between competencies, (3) Deficiency in practical information of competency-based curriculum, (4) Lack of teachers’ comprehension and experiences of competency-based curriculum, (5) Concerns about neglect of basic academic area due to emphasis on competency, (6) Difficulty in evaluating the development of competencies. Based on the result, this research suggested the plan to support the design and implementation of the competency-based curriculum.

Keywords: 역량; 핵심역량; 역량기반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
Keywords: Competency; core competency; competency-based education; 2015 revised national curriculum

Ⅰ. 서론

발명과 기술의 기약적인 발전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반복적이고 비대인적인 작업들이 처리됨에 따라, 미래사회에서는 단순히 지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 세상에 참여하고 행동하는 인성, 메타 학습 전략 등의 스킬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Fadel, C. et al., 2017).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교육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와 대응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학교 교육을 통해 어떠한 핵심역량을 함양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와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으며(Bellanca, J. & Brandt, R., 2010; OECD, 2005 등), 이는 결국 여러 국가들에서 공식적으로 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에 도입하도록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세계적 변화 흐름을 고려하여 공식적으로 국가 교육과정에 역량을 처음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전의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나 국가 수준에서 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할 핵심 역량을 설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백남진, 온정덕, 2015),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6개의 핵심역량과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교과 역량을 도입하였으며, 교과 교육과정을 핵심개념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변화까지 시도하였다(교육부, 2015; 김경자 외, 2015).

이렇게 역량이 국가 교육과정에 도입된 이상, 이제 역량에 관한 관심은 국가 교육과정에 ‘어떤’ 역량을 선정하여 제시할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서, ‘어떻게’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가의 실천적 문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역량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합의하고 공감한다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양상의 문제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역량교육의 실행 주체로서 교사들이 역량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역량을 실제 교육과정이나 교과 수업에 반영하는 일에 다양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구교은, 2015; 한혜정 외, 2016)는 앞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행에 대해 더욱 주목하여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구체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당면하게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수업에 어떻게 결합시키는지, 그리고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제로 실행하는 가운데 어떤 효과와 어려움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홍원표, 2017). 이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역량이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존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쟁점들이 주로 이론적인 담론이나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의 선행연구들 가운데 역량교육의 쟁점이나 우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연구들(박민정, 2009; 홍원표, 2017; 황규호, 2017 등)은 역량의 실천적 사례를 기반으로 도출된 쟁점이라기보다는 주로 이론적 탐구나 담론 차원에서 논의되었으며, 실제 운영 사례로부터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쟁점을 탐구한 연구들(최승현 외, 2011; 홍원표, 이근호, 2011 등)은 해외 사례를 다루고 있어 우리나라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여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수행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행에 대한 연구들(구교은, 2015; 한혜정 외, 2016; 임유나 외, 2017)은 설문조사 방법을 활용하여 역량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을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들이 실제 역량교육의 실천 과정에서 어떠한 고민을 당면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근 들어 질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나(최은주, 2013; 이주연 외, 2017; 곽은희, 2018; 최수진, 2018), 이 연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징을 분석하는 가운데 일부 쟁점을 다루고 있어 교사들이 단위학교 차원의 역량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게 되는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실행 주체인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행 과정에서 어떠한 고민과 어려움을 당면하게 되는지 교사들의 경험과 목소리에 근거하여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지원 및 후속 연구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수행되었다. 일반적으로 역량교육은 교육 철학이나 지향점 등으로 논의되기 때문에(이근호 외, 2013; 곽은희, 2018)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모호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개인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일부 학교를 임의로 선정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라고 지칭하기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하에,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운영된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에서 경험한 교사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교육부는 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에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도교육청에 이에 대한 연구학교 운영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운영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학교의 사례들이 시기적으로 다소 오래된 운영 사례라고 하더라도 단위학교 차원에서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한 공식적인 선도 사례라는 점에서, 역량기반 교육의 실행과 관련된 종합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기에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이 연구는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민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지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연구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운영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질적 연구 방법은 복잡성을 설명해주거나 생동감 넘치는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연구 방법으로서(Miles & Huberman, 1994), 이 연구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의 경험과 고민을 분석하는 데 적합한 연구 방법으로 고려되었다.

이 연구는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를 선정할 때 활용되는 목적 표집(purposive sampling) 방법을 사용하여(Yin, 2011), 연구 대상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선정하였다. 곧,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뚜렷한 실체나 모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면담 대상자가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사람인지 판단하는 데에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고려되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공식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에 주목하였다. 정부는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전국에 총 18개의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운영하였는데, 이러한 연구학교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계획서를 심사받은 후 전문가들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맥락에 적합한 공식적인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선도적 실천 사례로 고려되었다.

연구자는 먼저 교육부의 연구학교 운영 관계자와 연구학교 컨설팅 위원에게 연락을 취해 연구학교 중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는 학교 추천을 의뢰하였다. 이때,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운영 사례는 학교 급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지만 이 학교들을 컨설팅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고려되었다. 따라서 면담조사 대상자 선정 시 학교 급뿐만 아니라 지역의 안배를 고려하였으며, 최종적으로 각기 다른 시·도에 위치한 총 6개의 연구학교(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3개교)를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최종 연구 사례학교로 선정된 6개 학교에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안내하는 동시에, 해당 학교에서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교사 1명과 그 밖의 일반 교사 1명, 총 2명의 면담조사 참여를 부탁하였다. 이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면담조사에 참여할 두 명의 교사를 자체적으로 선정하였는데,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교사로는 교육과정 부장 교사나, 연구학교 업무를 총괄하는 연구학교 부장, 이를 지원하고 이끄는 교무 부장이 주로 면담조사에 참여하였으며, 이들의 면담조사 내용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더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선정된 일반 교사 면담대상자로서는 교장이나 교과 교사, 학년 부장 교사 등이 참여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확정된 최종 면담조사 참여자는 다음의 표와 같이 6개 학교의 총 13명이었다.

표 II-1. 연구 참여자
No. 교사(가명) 성별 근무경력 직위 학교
1 A교장 28년 교장 초등학교-1
2 B교사 14년 교사
3 C교장 35년 교장 초등학교-2
4 D교사 17년 연구부장
5 E교사 5년 교사
6 F교사 13년 교육과정부장 초등학교-3
7 G교사 15년 학년부장
8 H교사 28년 교무부장 중학교-1
9 I교사 9년 교사
10 J교사 27년 연구부장 중학교-2
11 K교사 26년 교사
12 L교사 14년 연구부장 중학교-3
13 M교사 27년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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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13명의 교사는 총 6개의 시·도에 위치한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 소속 교사들로, 초등학교 교사가 7명, 중학교 교사가 6명이었다. 면담조사 참여자 중 교육과정 부장 혹은 연구부장이 4명, 교무부장이나 학년부장이 3명, 교장이 2명, 일반 교사가 4명이었으며, 남자 교사가 3명, 여자 교사가 10명이었다. 교직 경력의 경우, 10년 미만인 교사가 2명, 11년에서 20년 미만인 교사가 5명, 20년 이상인 교사가 6명 이었다. 이들 중 6명은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2년째 운영 중이었고, 7명은 1년차 연구학교에 소속되어 있었다. 교육과정 연구학교는 전국에 총 18 개가 운영되었으며, 1차 년도에는 초등학교 5개교와 중학교 2개교, 2차 년도에는 초등학교 8개교와 중학교 3개교가 각각 지정·운영되었다. 따라서 학교나 면담 참여자 관련 정보를 개별적으로 상세히 제시할 경우 정보들의 조합에 의해 면담참여자가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개별 정보를 최소화 하고 종합적으로 참여자의 특성을 설명하였음을 밝힌다.

2. 자료 수집 및 분석 방법

면담조사는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한참 운영 중인 2015년 7월에서 12월에 걸쳐 실시하였다. 면담조사는 연구자가 6개 시·도의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이루어졌으며, 면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처음 면담조사 질문지에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이 도출됨에 따라, 연구 초반에 방문조사가 이루어졌던 2개 학교에 대해서는 12월에 다시 전화로 추가 면담조사를 실시하여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본 면담조사는 역량에 대한 면담질문지를 토대로 자유롭게 해당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반구조화된 면담방식으로 면담조사를 진행하였으며, 면담조사 시간에 제약이 있었던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일대일 개별 면담조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방문하여 이루어진 일대일 면담조사와 추가로 실시된 전화 면담조사의 전 과정은 면담대상자의 동의하에 모두 녹취되었으며, 녹취된 자료는 분석을 위해 텍스트 파일로 모두 전사(transcription)하였다. 이 연구에서 수합한 면담자료의 분석은 근거이론(Grounded Theory)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 근거이론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비교하는 가운데 개방코딩(open coding)과 축코딩(axial coding)을 통해 새로운 패턴이 ‘출현’(emergence)하는 것에 주목하고 이에 근거하여 기존 이론을 확정하는 데 관심을 두는 연구 방법으로서(Glaser, 1992), 이 연구에 적합한 분석방법으로 고려되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기존의 이론들에서 제기한 논의들에 대해 ‘이론적 민감성’(Glaser, 1992)을 가지고 전사된 자료를 반복하여 읽으면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징을 분석하는 가운데 개방코딩과 축코딩을 통해 도출된 문제들에 새로운 코드를 부여하고 이를 다시 유목화 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한편, 이 연구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일 학교 소속의 두 명 참여자들이 논의한 면담 내용을 서로 비교하는 동시에, 연구학교의 운영 계획서 및 교육부의 연구학교 운영 자료집 등을 참고하여 비교하는 방식으로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는 한편, 동료검토(peer review)의 일환으로 교육과정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 3명에게 코딩결과 및 해석에 대해 검토를 받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Ⅲ. 연구 결과

면담조사 분석 결과,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운영 경험으로부터 제기한 주요한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1. 역량 개념의 모호성

면담조사에 참여한 연구학교 교사들은 무엇보다 역량의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역량의 개념을 처음 접하였을 때, “낯설고”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어려웠으며”, “쉽게 와 닿지 않았다”고 회상하였다. 따라서 교사들은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학교 교육과정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일이 “뜬구름 잡기 식”과 같았다고 논의하였다.

역량이라고 하면은 금방 와 닿지가 않거든요. 핵심역량, 그게 뭐야?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중략) 역량에 대한 용어의 모호성을 설명해주기가 좀 힘들었어요. 용어가 모호하다 보니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모호해져서 ‘그게 뭐야?’가 되어버리고요. (중략) 학교에서 역량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었고요. 학부모님들에게 모호하게 설명을 하니까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선생님들도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D교사]

이처럼 각각의 역량이 “너무 큰 추상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에, 교사들은 실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학교 구성원들 간에 해석하는 바가 달라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논의하였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이러한 혼란과 막막함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서적들을 참고하여 각각의 역량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조작적으로 내리고 하위 요소들을 명시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선정된 핵심역량의 개념에 대해 조금 더 공동사고가 필요했어요. 역량의 개념 자체가 너무 컸기 때문에 교육과정과 수업 속으로 이를 연결시킬 때 하위 요소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더라고요. (중략) 저희들이 개념 정리를 하면서 나름대로 하위 요소를 정리했거든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창의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커서 교과 속에 어떤 수업이 성취 기준 목표하고 연결 짓기가 너무 힘이 들었어요. [A교장]

그러나 이는 일부 학교의 대응 방식이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역량의 의미를 다시 탐구하거나 공동으로 이해하고 합의하는 절차 없이, 한 두 줄로 정의된 역량의 추상적인 개념 그대로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실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오해나 왜곡, 혼란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2. 역량의 과다 및 역량들 간의 관계 혼란

연구학교 교사들은 최근 역량이 강조되면서 학교에서 함양해야 할 역량이 너무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역량들을 어떠한 관계에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조사에 참여한 일부 교사들은 기존에 시·도교육청에서 제시한 역량을 고려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와는 별도로 국가 교육과정에 6개의 핵심역량이 도입되고, 또 각 교과별로도 여러 개의 교과 역량이 제시됨에 따라, 결국 수십 개의 역량이 학교 교육과정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교사들은 이처럼 “역량의 홍수”가 이루어져 많은 역량들을 고려하다보면, 어떠한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결국 중요한 역량을 놓쳐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역량이 너무 많더라고요. 평가원 연구에서는 10가지가 있고,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6가지 역량이 있고, 또 이번에 보니까 교과별로 역량이 다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잘 접근해야지 안 그러면 다들 역량에 대한 홍수 속에서 우리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갈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J교사]

한편, 이러한 역량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혼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의 역량과 국가 교육과정의 역량, 그리고 총론의 핵심역량과 교과별 교과 역량들이 모종의 구조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를 이해하거나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각각의 역량들이 따로 설명되어 있어 역량들 간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면담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국가 교육과정에 도입된 핵심역량이 기존에 강조되던 시·도교육청의 역량을 ‘대체’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이 두 역량 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들 중 학교 자체적으로 일부 역량을 선택하여 집중하거나 재구성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아울러, 교사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 제시된 6개 핵심역량과 각 교과별로 제시된 교과역량들이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이 많은 역량들을 모두 고려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지,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동을 경험하였다고 논의하였다.

우리 시의 교육청만 해도 ◯개의 역량을 제시했어요. 교육부의 (핵심)역량과 매칭시켜 봤을 때 거의 같은 것이지만 말을 조금씩 (바꿔서요). 전체 아웃라인을 보면 (교육부 핵심역량과 시의 역량이) 방향도 맞는데 자기만의 색깔을 내다보니까 (따로 제시된 것이죠). 그러면 우리 교사들은 ‘이걸 다 하라는 얘기네?’ 이러면서 또 고민을 하게 돼요. 그리고 또 교과를 보면 (교과별로도) 교과 역량이 또 나와 있잖아요. (중략) (역량이) 너무 많으면 어려워요. 몇 개가 있어야 있는 것이지 너무 많으면 없는 것이나 똑같아요. [H교사]

이러한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 간의 관계에 대한 혼란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중학교 교사보다 더욱 심각하게 논의하였다. 곧 중학교의 교사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교과의 역량만을 고려하여 수업할 수 있으나, 초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많은 교과를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교과에서 제시하고 있는 역량을 모두 숙지하는 데에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역량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수업에 반영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결국 국가 교육과정에 반드시 교과별로 교과 역량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교사들이 회의적인 의문을 가지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역량이 너무 많으면 없는 것과 같다”는 교사의 표현처럼, 교사들이 주목해야 할 역량을 선별하고 역량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요구되었다.

3. 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에 대한 자료 및 정보의 부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역량의 개념이 모호하고 다양한 범주의 역량들이 혼재된 상황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사례나 관련 자료가 부족한 문제로 인해 더욱 교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기존에 역량에 대한 논의는 필요성에 대한 담론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교사들은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구현된 결과물이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교사들은 “맨땅에 헤딩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였다고 논의하였다.

연구학교를 하면서 핵심역량, 성취기준, 백워드교육과정, 이런 각각의 개념들이 교육부라든지, 각 대학에서 다 별개의 개념들로 자료가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들이 과연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연구물이나 자료는 현장에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중략) 처음부터 그냥 맨땅에 헤딩하면서 우왕좌왕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이렇게 (역량 함양을 위해) 재구성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F교사]

이와 같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사례나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문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초반에 교사에게 막막함과 두려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으나, 마지막의 평가 단계에서도 교사로 하여금 자신이 운영한 사례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적합한 것인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며 자신 없어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4.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이해 및 경험 부족

면담조사 분석 결과,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직접 개발하여 운영할 때 역량 자체의 개념이 모호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가 없는 것도 어려웠으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교사의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문제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조사 참여 교사의 말처럼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성패는 결국 교사들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역량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스킬이나 경험도 부족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였던 것으로 언급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단위학교 차원에서 ‘모든’ 교사가 참여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 사례에서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역량기반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부 교사가 아닌 ‘모든’ 교직원이 함께 참여할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개별 교사들 간에는 역량에 대한 이해나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에는 차이가 존재하고 때문에, 결국 이러한 차이는 역량의 함양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교사들 간의 갈등이나 긴장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가) 이렇게 어려운지는 몰랐어요. 2월부터 무슨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라고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재구성 수준은 (학습 내용에서) 뭘 좀 빼든지 좀 더 묶든지 이 정도의 수준에서의 재구성이었거든요. 아니면 순서를 바꾼다든지 이런 거였지, 다른 교과랑 (핵심역량 중심으로 연계·통합을) 할지는 몰랐어요. (중략) 교사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L교사]

이처럼 교사들이 역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교육과정 설계 및 재구성 역량이 부족한 문제는 결국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일부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기존의 학생중심 교육이나 인성교육, STEAM 교육이 “이름만 바뀐 채 다시 도입된 것”, 기존의 교육에서 “이미 다 해왔던 것들을 표면화 한 것”, 기존의 교육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였으며, 일부 교사는 수업 중에 단순히 학생 참여 및 활동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을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였다.

저는 (역량교육이 기존의 교육과) 별로 차별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수업을 평소에 그렇게 해 와서 그런지 별 차이점은 못 느꼈거든요. 그러니까 탐구수업을 하면서 애들이 직접 실험 탐구 설계를 해보고, 그런 것을 하면서 문제해결능력이라든지 창의력 같은 것이 또 키워지고요. 그리고 애들이 조별활동에서 ‘우리 조에서 이렇게 하자’고 토의하면서 의사소통능력이 길러지고요. 뭐 저는 기존에 했던 방법이에요. [L교사]

역량기반 교육은 기존의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대두된 교육철학이나 지향성이기 때문에 기존에 강조되던 교육 혁신들과 상당히 중첩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이전의 교육혁신들과 동일시할 경우 새롭게 시도하는 변화는 사소화 되어 변화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결국, 역량에 대한 교사의 올바른 이해나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이 부족할 경우, 일반 학교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한 교사의 언급처럼 “수박 겉핥기식으로 또 지나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요구되었다.

5. 역량 함양 활동으로 인한 기초 학습의 소홀에 대한 우려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고민 중의 하나가 역량을 강조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기초 학습이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이러한 우려는 기존의 역량기반 교육 관련 담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쟁점 중의 하나였는데,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교사들도 자신의 경험에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수 있다. 교사들은 특정한 역량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를 연계·통합하거나 학생의 참여 활동을 강조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생 역량 함양에는 고무적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기초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컨대, 역량을 중심으로 교과 간 연계·통합 수업을 활성화하면 학습 내용의 위계성이 있는 수학 교과는 체계적인 학습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학생들의 참여와 체험이 강조되면 현실적으로 “교과의 진도”에 대한 부담과 기초학습 소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져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기초, 기본 학습이 도저히 안 된다. 선생님들 우려가 그것이에요. 학부모님들은 평가에 대해서 저희가 우려했던 것 같이 그렇게 걱정하시진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의외로 ‘자꾸 이렇게 하다보면 학력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좀 있더라고요. [D교사]

이처럼 교사들이 ‘역량 함양을 위한 활동’과 ‘교과 학습’을 상충하는 관계로 인식하는 일은 약량함양을 위한 교육과 교과 내용의 학습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탐구를 더욱 필요로 함을 시사한다.

6. 역량 함양 정도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하여 실제적으로 중요하게 제기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역량 평가의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일체화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역량의 함양 정도를 평가하는 것과 관련하여 실제적으로 더욱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하였다.

이러한 고민은 먼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평가방식이 여전히 암기 위주의 지필평가를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체제에 기인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평가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아무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 하더라도 학생 평가가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를 요구한다면 교육과정의 변화는 실제적으로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연구학교에서는 수행평가의 비중을 확대하고 자기평가 및 동료평가 등 평가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여전히 지필평가의 비중이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역량 평가에 대한 시도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이에 적합한 구체적인 평가 방법이 무엇인지, 그러한 방법이 우리나라 학교 문화에서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하였으며, 이러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평가에 대한 자율성이 초등학교보다 큰 중학교에서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논의되었다.

핵심역량을 교실(수업)까지 끌어 오는데 굉장히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또 이렇게 되면 수업의 방법이 변화되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수업 방법의 변화를 이루려고 하면 또 평가방법까지도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평가를 통해서 과연 (학생의) 핵심역량이 얼마만큼 길러졌는지, 그리고 이 평가 문항을 통해서 핵심역량의 함양 부분을 평가 할 수 있는 있는지 관련해서,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어요. [A교장]

한편, 교사들은 역량 평가를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평가도구가 있는지에 관한 측정 도구의 신뢰성 문제와, 장기적인 목표로서의 역량을 단기간에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측정 시기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까 역량이라는 게 측정이 실상 어려워요. 저 애가 분명 역량이 있는 애라는 것이 보여요. 저 애는 사회에 나가면 더 잘 살아갈 애라는 것, 역량이 있는 애라는 것은 보이지만 그것이 측정이 실상 안 되죠. (중략) 실제로 수업하면서 참 어려운 게, 이것을 하면 정말 이 역량이 길러질 것이냐, 한번쯤 솔직히 회의가 되죠. [H교사]

측정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핵심역량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길러졌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 검사가 없어요. (중략) 아이들한테 인터뷰를 한다거나 그냥 설문지를 던져줘서 해보라하면 확실히 좋아진 걸 느껴요. (중략) 좋아진 점들이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데이터로 어떻게 나오는지, 핵심역량을 어떻게 측정하지 이런 고민은 있죠, 항상. [G교사]

교육의 변화가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방식의 변화 또한 동반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량 평가에 대한 축적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역량 평가에 대한 연구와 안내가 더욱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Ⅳ. 논의

이 장에서는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교사들의 경험을 토대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천과 관련하여 더욱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논점으로 연구학교 교사들이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과정에서 핵심역량의 명확한 개념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연구 결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들은 핵심역량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역량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특성으로 인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논의하였다. 따라서 역량은 이를 받아들이는 교사에 따라 ‘새로운 교육개념’으로 간주되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이해되거나, “기존에 늘 해오던” 교육의 본질을 다시 강조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결국 한 교사의 말처럼 역량은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그냥 일상생활에서 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쉬운” 개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량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하면 모종의 혁신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며, 반면에 기존에 존재하던 교육철학을 강조하는 정도로 이해할 때에는 실제 수업에서의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량교육의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함께 기존의 교육혁신들과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기존의 선행연구들도 역량에 대한 용어 정의 방식이 불확실하고 모호하며 근거가 되는 이론 및 방법도 부재하여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박민정, 2009; 이근호 외, 2013). 따라서 이처럼 역량이라는 용어가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여러 개의 의미를 가진 용어로 활용되기 때문에 역량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량이라는 용어에 대한 혼란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Hoffmann, 1999). 결국 교사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이 ‘역량’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명확히 안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역량의 속성 설명만으로 역량 함양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적 조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역량의 실체, 즉 그 구성요소 및 구조 등을 명료하게 밝히기 위한 노력이 기울이거나(황규호, 2017), 오히려 역량이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학교의 교사들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지역적 정의(local definition)을 만들도록 하는 방법(홍원표, 2017)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어려움은 교사들이 쏟아지듯 학교로 도입되는 역량들을 “역량의 홍수”처럼 느끼고 있었으며, 이러한 다양한 역량들 간의 관계를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가 교육과정에 역량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자신의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특정 역량들을 선별한 후, 선제적으로 이를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지원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에 6가지 핵심 역량을 도입하였으며, 각 교과별로도 해당 교과의 특성에 적합한 여러 개의 교과 역량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최근 일련의 변화 과정은 교사들이 “역량의 홍수” 속에서 어떠한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역량 간의 위계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예컨대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도교육청의 역량과 국가 교육과정의 핵심역량을 서로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핵심역량과 각 교과에서 제시한 교과역량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교과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모든 역량을 고려해야 하는지 아니면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일부 역량을 선택하거나 학교 역량으로 재설정해도 되는지 등 역량과 관련하여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일반적으로 일반 역량은 교과 특수 역량을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각 교과 특수 역량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는(arrange) 역할을 하는 것으로 논의된다(백남진, 2014). 교과 특수 역량은 일반 역량과의 연결성 속에서 파악되고 교과 특수 역량 간에도 서로 연결될 때 역량 교육이 목표로 하는 전인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백남진, 온정덕, 2015). 이러한 관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적용되어, 총론의 핵심역량은 각 교과의 교과 특수 역량을 추출하는 중요한 ‘근간’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핵심역량은 교과 역량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이광우 외, 2015). 그러나 이처럼 ‘두루뭉술한’ 설명만으로 교사들이 실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핵심역량과 교과역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선행연구에서도 여전히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과의 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곤 하였다(이광우 외, 2017). 교사들이 역량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실천하기 위해서는 총론의 핵심역량이 각론의 교과 역량으로 나누어 구현되어야 하는지, 그래야 한다면 핵심역량의 의미가 무엇인지,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강이화, 2015). 또한 이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학교에 부과된 역량들을 정리하여 교사들이 주목해야 할 역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비할 필요도 있다. 특히, 시·도교육청 역량의 존재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국가 교육과정의 핵심역량과 어떠한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의 관계에 대해서도 교과 역량을 별도로 설정할 필요가 있는지, 교과역량을 ‘교과와 핵심역량을 연계하기 위해 설정한 징검다리’로 삼기보다는 교과의 성취기준에 직접 핵심역량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어떤지(임유나 외, 2017) 등의 내용에 대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주목해야 할 교사들의 어려움은, 교사들이 교과 간 연계·통합을 강조하거나 학생의 체험 및 활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시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적합한 것인지, 구현된 역량 교육과정의 실체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여전히 모호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 사례나 구체적인 운영 방법에 대한 안내가 없을 경우, 교사들은 기존의 교육과 유사하다는 판단으로 새로운 변화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혹은 역량을 함양한다는 의도 아래 단순히 교과 통합이나 활동 및 체험의 기회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왜곡하여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특정한 모형이나 모델이라기보다는 “수업철학”이나 “지향성”의 변화로 간주될 수 있으며(최승현 외, 2011, 홍원표, 이근호, 2011), 이는 결국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특정한 방법이나 유형에 제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처럼 역량과 관련하여 교육 철학이나 정신 지향성으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할 경우, 이는 또 다른 수사적, 선언적 표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교 교육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소기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이광우 외, 2017). 선언적이고 담론적인 논의를 통해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어떻게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이며, 그것은 전통적인 교실 수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홍원표, 이근호, 2011).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관련하여, 성취기준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강조하거나(이흔정, 2010), 역량 중심의 교과 간 연계·통합 교육과정을 제안하거나(한혜정 외, 2017), 이해중심 교육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백워드 설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백남진, 온정덕; 2016, 김경자 외, 2017)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설계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이러한 방법들이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게 하는 표준화된 방법이라는 할 수는 없으나, ‘다양한 방식으로의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하는 차원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을 필요하다. 이처럼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시연하는 사례가 충분하게 되면 모든 이론 및 실제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으며 교사들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홍원표, 2017).

네 번째 논의할 점은 연구학교 교사들이 실제 역량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과 간 연계·통합 수업이나 학생의 참여 활동을 강조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론 및 교과 내용이 소홀하게 되어 “학력이 낮아지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구학교의 교사들은 학습 내용의 위계가 중요하게 강조되는 수학 교과를 역량기반의 교과 통합 수업에서 일부 제외하기도 하였으며, 활동과 체험이 많아질수록 남아 있는 “교과의 진도”에 대한 부담과 기초 학습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는 것은 교육 내용을 기존의 지식 위주의 내용으로 채우기보다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함을 의미한다(백남진, 2014). 이처럼 교과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학교 교육과정의 선정 기준이 된다면, 역량을 기준으로 중복되는 내용은 줄이고 역량 개발과 직결되는 내용은 강화함으로써 교육과정의 일관성을 높이는 동시에 학습내용을 적정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논의된다(이흔정, 2010). 그러나 기존 선행연구에서도 이렇게 역량 및 수행을 강조할 경우, 상대적으로 지식교육이나 교과의 학습내용이 간과될 위험을 지적한 점은 주목해 볼 수 있다. 교과 내용보다 수행을, 지식교육보다 역량에 초점을 두는 방식은 이 둘 간의 관계를 대립적이고 배타적으로 보게 하는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많은 학자들은 역량교육이 지식교육과 대립되거나 하나가 다른 것을 대체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황규호, 2017), 역량이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용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것임을 주장하고(최승현 외, 2011), 이는 교과 지식을 가르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교과 지식을 가르치되 그 동기와 이유가 달라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의한다(노승현, 2014). “역량이 없는 지식은 무기력하고 지식 없는 역량은 공허하다”는 황규호(2017)의 표현처럼 역량기반 교육은 지식교육과 상호 유기적 관련 속에서 가르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교과의 진도와 교육내용의 위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학생에게 수행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교과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가 더욱 요구된다.

다섯 번째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가장 고민을 하고 있었던 어려움은 평가와 관련된 문제였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연구학교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단기간에 역량의 함양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지,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가 있는지, 기존의 지식 위주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량 평가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많은 고민들을 당면하고 있었다.

교육과정은 평가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일관성을 갖추고 있을 때에야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역량교육에서는 핵심역량이 지식뿐만 아니라 태도, 가치 등을 포괄하는 다면적 개념임을 고려하여 기존 교과의 지적 성취 정도를 평가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소경희 외, 2010). 이에 따라 실제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 사례에서는 일부 수행평가, 과정평가, 자기평가, 동료평가 등의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었으나(이주연 외, 2017), 역량 평가는 여전히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역량기반 교육을 시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논의되고 있었다(홍원표 외, 2010; 노승현, 2014; 최은주, 2013). 특히 입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교사의 전문적이고 질적 판단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는 역량 평가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었다. 결국 평가와 관련된 이러한 어려움은 성적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결국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운영을 무력화 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실적인 맥락에서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이 더욱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교실에서의 역량을 강조한다면 교사 수준의 평가, 학교 수준의 평가, 국가 수준에서의 평가가 모종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Ⅴ. 요약 및 제언

이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역량이 도입됨에 따라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어려움들을 교사의 실천적 경험으로부터 도출하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는 데 관심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지정된 6개 학교에서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는 교사 1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1)역량 개념의 모호성, (2)역량의 과다 및 역량들 간의 관계 혼란, (3) 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에 대한 자료 및 정보의 부족, (4)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이해 및 경험 부족, (5)체험 중심 활동으로 인한 기초 학습의 소홀에 대한 우려, (6)역량 함양 정도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 총 여섯 가지로 도출하여 논의하였다.

국가 교육과정에 역량이 도입되면서 역량교육이 가져올 기대감은 때때로 이를 “만병통치약”(황규호, 2017)으로 확대 해석하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모든 교육 혁신이 그렇듯이, 교사들이 역량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교육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에 따라, 역량 교육은 소기의 기대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교육 현장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거나 외면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 교육과정에 도입된 역량이 실제 학교 교육과정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실천적 경험에 근거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문제들을 더욱 탐구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역량과 관련하여 학교 현장에 만연되어 있는 오해와 편견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내, 홍보 및 연수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역량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탐구를 실시하여,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역량들을 정비하는 동시에 역량 간의 관계에 대한 지침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하여, 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특정한 모형이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 무엇을 놓치면 안 되는지 원리나 지침들을 안내하고 이를 개별 학교의 상황에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역량 평가에 대한 문제는 다른 학교의 교사들 또한 실제적으로 당면할 현실적인 고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한 평가 체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와 연구 또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국가 정책의 입장에서 컨설팅 되고 있는 일부 연구학교의 교사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분석했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논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국내의 사례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국가 및 지역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관리·운영되고 단위학교 차원의 모든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였던 역량기반 교육과정 연구학교에 주목하고, 이 학교의 교사들이 실제 고민하고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천적 쟁점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연구에서 논의한 어려움들은 앞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시도하려는 많은 학교의 교사들이 유사하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에 어떻게 담고 이를 실천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Notes

1) 이 논문은 이근호 외(2015)의 연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하여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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