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 운영 사례 분석 :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 고찰1)

임종헌 1 , *
Jong-Heon Lim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1Researcher,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제1저자 및 교신저자, limjh@kedi.re.kr

© Copyright 2018,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4, 2018 ; Revised: Feb 05, 2018 ; Accepted: Feb 19, 2018

Published Online: Feb 28, 2018

요약

본 연구는 자유학기제 고유의 교육과정인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과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연구자는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대도시 중규모의 꿈나래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문서 분석, 교원 면담, 학생 면담, 서술형 설문조사 등을 수행하였다. 연구결과, 주제선택 활동의 특징은 학생 차원에서 ‘학생: 교과 수업의 일탈’로 나타났으며, ‘색다른 교과 수업’, ‘교과서로부터 자유, 일상으로 밀착’, ‘내가 선택한 수업’, ‘과정 중심 평가로부터의 자유’, ‘반이 뒤섞이는 블록 수업’, ‘엇갈리는 주제선택 활동의 체감 효과’로 구체화되었다. 교사 차원에서는 ‘교사: 수업 창작의 양면성’의 특징이 나타났으며, 구체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업 창작의 자유’, ‘감축 교과로의 제한된 연계’, ‘교사에게도 공부가 되는 수업’, ‘내 교실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수업’, ‘학생 참여도가 높은 수업’의 현상이 나타났다. 학교 차원에서의 특징은 ‘학교: 자유학기 성공의 열쇠’로 나타났으며, ‘수업 변화의 촉진제’, ‘학력 저하 우려에 한 소극적 대응 기제’, ‘딜레마: 운영 기수 확대 vs. 수업 차시 확대’, ‘수업의 질 편차가 큰 수업’, ‘자유학기에만 한정된 교육과정’으로 구체화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과정적으로 교과와 비교과를 잇는 교육과정이다. 둘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내용적으로 삶과 밀착한 내용을 다루는 인생 수업이다. 셋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정책적으로 Bottom-up방식으로 주제 중심 교육을 도입한 사례이다. 넷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원교육적으로 교사가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교육과정 창작 전문성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주제선택 활동은 미래교육적으로 미래 학교 수업의 상을 보여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operation and characteristics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which is a unique curriculum in the free semester, and to explore the pedagogical significance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based on this analysis. In order to examine the operation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ies, school document analysis, teacher interview, student interview, and narrative questionnaire were conducted from A middle school. The findings were derived by classifying the operation and characteristics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ies into students, teachers, and schools. At the Student level, the feature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ies was ‘A break from classes’, and At the Teacher level, the feature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ies was ‘Double-sideness of class creation’, The characteristic at School level was 'The key to success in liberal education’. The pedagogical meaning of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revealed through this study is as follows. First, the Theme Selection Activities is a curriculum linking subject and non-subject in a pedagogical manner. Second, it is a life lesson that deals closely with daily-life contents. Third,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is an example of adopting theme-oriented education in a bottom-up manner is terms of educational policy. Fourth,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suggests that teachers need educational expertise like curriculum creation beyond curriculum restructuring. Finally, the Theme Selection Activity shows the future school lessons as an educational future.

Keywords: 자유학기제; 자유학기 활동; 주제선택 활동; 자유학년제; 고교학점제
Keywords: Free Semester Program; Free Semester Activity; Theme Selection Activity; Free Year Program; High School Credit System

Ⅰ. 서론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과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교육부, 2015). 교육과정적 관점에서 자유학기제는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고(박소영 외, 2015), 기존의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서 탈피해서 통합‧융합 교육과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이상은, 2015). 2013년 시범운영이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국의 중학교로 확산되었고, 2018년부터는 자유학년제로의 종적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교육부, 2017b).

자유학기의 교육과정은 크게 “교과” 교육과정과 “자유학기 활동” 교육과정으로 나누어진다(박소영 외, 2015). 교과 교육과정 측면에서 자유학기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학생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로의 관점을 교육적 관심을 전환시켰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학생 중심 수업을 강화하고 과정 중심 평가를 지향하는 국제적 동향과 맞물린다고 볼 수 있다(이상은, 2017). 다음으로, 자유학기 활동 교육과정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구성된다(교육부, 2015).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초기 단계에서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진로탐색 중심의 접근이 주를 이루어(박휴용, 2015) 진로탐색 활동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김나라, 최지원, 2014; 성은모, 정효정, 2013; 이지연, 2013; 임지연, 김정주, 김정숙, 2014; 장현진 외, 2014a; 장현진 외, 2014b). 그러나 진로탐색 활동 이외의 자유학기 활동 영여들, 즉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유학기 활동 중에서 특히 주제선택 활동은 자유학기제만의 고유의 교육과정으로, 자유학기 활동의 네 가지 영역 중에서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수를 편성하는 교육활동이며(최상덕 외, 2016, pp. 22-23), 자유학기의 연계학기에도 우선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정책적 관심이 높은 교육과정이다(교육부, 2016b, p. 6). 또한 자유학기제와 관련된 담론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범운영 초기의 ‘진로탐색 활동’에서 점차 ‘학생 중심 수업’으로 담론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과정 중심 평가’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주제선택 활동’이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임종헌, 2017b, p. 16).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현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교육적 의미를 탐색한 연구는 좀처럼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주제선택 활동을 중심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꿈나래중학교2)의 사례를 심층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에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꿈나래중학교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과 특징은 무엇인가? 둘째, 꿈나래중학교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과 특징의 의미는 무엇인가?

Ⅱ. 이론적 배경

이 연구는 자유학기 활동, 특히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사례를 분석하고 교육적 의미를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장에서는 자유학기 활동과 주제선택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1. 자유학기 활동

자유학기에는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시수를 조정하여 자유학기 활동을 편성한다.3)교육부(2015, p. 8)는 자유학기 활동의 영역에 대해, 진로탐색 활동은 ‘학생이 적성과 소질을 탐색하여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진로 교육 실시’, 예술·체육 활동은 ‘다양하고 내실 있는 예술·체육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력 계발’,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동아리를 조직·운영함으로써 학생 자치 활성화 및 특기·적성 개발’, 주제선택 활동은 ‘학생의 흥미, 관심사를 반영한 여러 가지 전문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습 동기 유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로탐색 활동은 자유학기 동안 진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예술‧체육 활동은 기존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교과를 폭넓게 확장하여 문화예술적 소양과 평생체육인으로의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활동을 편성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학기 활동의 동아리 활동은 영역의 명칭 측면에서 창의적 체험활동과 동일하지만 실질적으로 주당 운영 시간을 확대하고 학생 자치, 학생 자율을 강조하여 내실 있는 운영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주제선택 활동은 교사 및 전문가가 주도하는 전문 프로그램이며,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사를 고려하여 주제를 선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 주제선택 활동

‘주제선택 활동’의 명칭을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주제’를 ‘선택’하는 교육과정이며, 학생의 ‘활동’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 시간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학문 중심 교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제선택 활동은 현재 중학교의 교과목에서 확장된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발 및 운영하고, 마치 대학교처럼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국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벗어나 교과 간 융합·통합을 추구하고 사회적 가치와 학생의 삶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받고 있지만(이형빈, 2015; 임종헌, 유경훈, 김병찬, 2017b) 학교 교육과정 및 수업에서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등 교육혁신 정책들은 학교 수업에서 주제 중심의 융합·통합 수업을 어느 정도 구현해내고 있지만(유경훈, 2014; 임종헌, 2016) 국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 담당 교사들이 운영할 수 있고, 그동안 교과에서 다루지 못했던 주제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정영근 외, 2016, pp. 326-327), 교사에게 거의 완전한 교육과정적 자유를 부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는 정책문서를 있는 그대로 시행하기보다는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번역하고 해석하여 적용하곤 한다(Ball, S. J., Maguire, M. & Braun, A., 2012). 주제선택 활동 학교 현장에서 구현된 모습은 정책문서에 기록된 문자들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제선택 활동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주제선택 활동 프로그램을 어떻게 선택하고 그 안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에 대한 현장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Ⅲ. 연구 현장 및 방법

1. 연구 현장

꿈나래중학교는 대도시의 구시가지에 위치해 있는 60년이 넘는 깊은 역사를 지닌 여자중학교이며, 전교생 300여명에 학년별 4학급을 갖춘 중규모4) 학교이다. 꿈나래중학교가 소속된 지역은 다세대주택 단지가 밀집해있고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편이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활동에 협조적이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학교 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의존도가 높다. 꿈나래중학교는 2015년 1학기에 자유학기제 희망학교에 참여하면서 자유학기제 운영을 시작했으며, 2017년도 1학기 현재 자유학기제 3년차를 운영 중이다. 꿈나래중학교는 학교급 전환기인 1학년 1학기에 자유학기를 운영한 후, 1학년 2학기부터 학습하는 분위기를 잡아가자는 취지에서 1학년 1학기로 자유학기를 편성해오고 있다.

꿈나래중학교의 자유학기 시간표는 주당 교과 22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1시간, 자유학기 활동 1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유학기 활동의 영역별 편성을 살펴보면, 주제선택 활동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각각 2시간씩, 진로탐색 활동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각 1시간씩, 예술·체육 활동은 화요일 1시간 및 금요일 2시간, 동아리 활동은 목요일에 1시간 편성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꿈나래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들이 어떤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꿈나래중학교는 월요일에 주제선택 활동A, 수요일에 주제선택 활동B가 편성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인 주제선택 활동 개요는 다음 표와 같다.

표 III-1. 꿈나래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 개요
구분 주제선택 활동 반(제목)5) 담당 교사 연계 교과 비고
주제선택A (월요일) 디베이트 교사B 국어 인문·사회계열
시 창작 교사C 국어
재밌는 잉글리시 교사D 영어
말하기 잉글리시 교사J 영어
미래 세상, 미래 직업 교사K 진로와 직업
주제선택B (수요일) 창의 수학 교사E 수학 자연계열, 음악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 교사F 과학
환경지킴이 교사L 과학
3D프린터 외부강사 과학
오페라의 유령 교사G 음악
미디어세상 외부강사 수학,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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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선택A는 주로 인문, 사회 계열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들은 개설된 총 5개의 주제선택 활동 중에서 3가지 활동을 선택하여 자유학기 동안 경험하게 된다. 주제선택B는 자연 계열 교과나 음악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3가지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주제선택 활동은 범교과 학습 주제를 다루는 ‘교과 비연계 주제선택 활동’과 교과와 연계성이 높은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으로 구분되는데(정영근 외, 2015a, pp. 244-245), 교과 비연계 주제선택 활동은 학교의 교과를 넘어 다양한 주제를 체험 및 사례 중심으로 다룬다는 것이 특징이며,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 교육과정과 연계성이 높은 주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교육부, 2015, p. 23).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와의 연계성을 기준으로 교과 연계, 교과 비연계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이를 나누는 명확한 연계성의 기준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꿈나래중학교에서 개설된 주제선택 활동들은 운영계획서에 연계 교과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 주제선택 활동별 세부계획에서 내용적으로 교과와의 연계 요소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2. 연구 과정 및 방법

본격적인 자료 조사는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연구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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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III-1. 연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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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초기의 문서 분석에 이어, 1차 교사 면담을 진행하였다. 교장, 교감 및 교사A과 학교 현황 및 전반적인 자유학기제 운영 과정 등을 주제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고, 곧이어 자유학기 운영에 참여한 1학년 교사 8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후 교사와 학생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추가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서술형 설문지를 활용하였다. 서술형 설문지는 꿈나래중학교 교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였고 10명의 서술형 설문지를 회신 받아 분석하였다. 서술형 설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III-2. 서술형 설문지 구성 내용
구분 서술형 설문지 내용
성과와 한계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성과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한계
수업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수업 모니터링 방안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활성화 및 내실화 방안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적절한 운영 시수 및 운영 기수
평가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에 적합한 평가 방안
의미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이 교사에게 주는 의미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이 학생에게 주는 의미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일반학기 연계 운영에 대한 의견
기타 •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에 대한 자유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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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표는 본 연구에 참여해준 교원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것이다.

표 III-3. 교원 연구참여자 정보
구분 연구참여자 담당 교직 경력 주제선택 활동 비고
교사 면담 교장 국어 37 -
교감 영어 35 -
교사A 수학 32 총괄 자유학기 담당, 교육과정 부장
교사B 국어 32 디베이트 게임 교무부장
교사C 국어 28 시 창작
교사D 영어 33 재밌는 잉글리시
교사E 수학 27 창의 수학
교사F 과학 30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 방과후부장
교사G 음악 28 오페라의 유령
교사H 사회 28 2016년 토론 주제선택 활동 담당
교사I 한문 28 2017년 동아리 담당 인문사회부장
추가 교사 면담 교사J 영어 4 말하기 잉글리시
교사K 진로 28 미래 세상, 미래 직업
교사L 과학 30 환경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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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래중학교는 전체 교원의 2/3가 50대의 고경력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이다. 교육개혁 정책인 자유학기제에 대해 고경력 교사들이 비판적이고 비협조적이라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으나(임종헌, 2016, pp. 104-108), 꿈나래중학교의 교사들은 고경력 교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전반적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편, 이어지는 표는 학생 연구참여자들의 정보이다.

표 III-4. 학생 연구참여자 정보
구분 연구참여자 소속 반 비고(성적)
학생 면담 학생A 1-2 상위권
학생B 1-3 상위권
학생C 1-3 중하위권
학생D 1-3 상위권
학생E 1-4 상위권
학생F 1-4 상위권
학생G 1-4 중위권
추가 학생 면담 학생H 1-1 상위권
학생I 1-2 상위권
학생J 1-3 상위권
학생K 1-4 상위권
학생L 1-1 중하위권
학생M 1-2 중하위권
학생N 1-3 중하위권
학생O 1-4 중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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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15명이다.6) 1차 면담에 참여한 7명의 학생들은 방학 중에 면담이 가능한 학생들을 반 별로 고르게 요청하여 면담한 것이다. 연구자는 1차 면담 과정에서 성적에 따라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에 대한 경험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이에 2차 면담에서는 성적이 상위권, 중하위권인 학생들을 각각 4명씩 면담하였다.7) 본 연구의 심층면담과 FGI는 주로 사전에 학교 측과 면담 일시, 면담 장소, 피면담자 선정 등에 대한 사항을 논의한 후 학교에 방문하여 면담하는 공식적 면담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학교에 방문하여 생기는 관리자 및 교사와의 티타임, 대기 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 및 도서실에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자유학기제와 주제선택 활동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비공식적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였다(Spradley, 1979). 공식적 면담은 연구참여자의 동의 하에 모두 녹취하여 전사하였고, 비공식적 면담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연구노트에 개조식으로 메모하였다. 공식적 면담은 미리 준비한 면담지를 사용하되 면담 과정에서 융통성을 갖고 진행하는 반구조화 면담 방식으로 진행하였다(김병찬, 2011, p. 318). 면담지는 관리자, 교사, 학생별 특성을 고려하여 제작하였고, 자료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잠재적 분석에 따라 후속 질문을 추가하였다.

자료 분석은 수집된 문서 및 면담 자료들을 교차적으로 검토하고, 각 자료를 코딩한 후 영역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후 각 영역의 코딩 자료들의 관계를 세분화하는 분류분석 및 관련 내용을 범주화시키고 유목화하는 주제 분석을 실시하였다(Spradley, 1980). 자료의 해석은 자료 수집 및 분석과 동시에 진행하였으며, 해석한 내용은 연구노트 및 연구파일철의 여백에 함께 기록하면서 정리하였다. 본격적인 해석 작업은 면담이 완료된 이후부터 이루어졌으며, 좀 더 구체적인 의견 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들은 서술형 설문조사 문항으로 작성하여 추가 자료를 수집하였다. 문서 자료, 면담 자료, 서술형 설문조사 자료 등을 종합하고 이전의 해석들을 수정, 보완해가며 원고를 작성하였다. 논문의 초고를 작성한 후 자유학기 담당 교사를 찾아가 초고를 설명하였고, 이후 원고에 대한 별도의 검토의견서를 요청하여 논문의 정확성, 타당성, 적절성 등을 협의하여 수정, 보완하였다. 아울러, 연구내용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사용하여 학교 현장에서 수집된 다차원의 자료를 교차하여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유학기제 관련 연구 포럼에서 자유학기제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거나 수행하고 있는 박사급 연구원들 및 대학 교수들, 교육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논문 초고를 발표한 후 검토 의견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Ⅳ. 꿈나래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모습과 특징

Ⅳ장에서는 꿈나래중학교 주제선택 활동 운영의 모습과 특징을 학생 차원, 교사 차원, 학교 차원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1. 학생: 교과 수업의 일탈

학생 차원에서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은 ‘교과 수업의 일탈’로 특징지어져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 수업의 연장선으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교과서의 교육과정으로부터 자유롭고, 과정 중심 평가로부터도 자유로운 수업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수업보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 색다른 교과 수업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교과 수업시간에 마주하는 선생님들이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 들어오기 때문에 주제선택 활동을 일종의 교과 수업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꿈나래중학교의 총 11개 주제선택 활동 중에서 9개의 활동은 교과를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들이 운영하고 있었고,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나머지 2개의 주제선택 활동도 협력교사로 학교의 교과 선생님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과 수업의 연장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연구자: 교과 수업 선생님과 주제선택 활동 선생님이 겹치는 경우 있어요?

학생A: 저는 ‘디베이트 게임’.

학생D: 저도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

학생B: 저는 국어 ‘시 창작’이랑, 과학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이요.

위 사례에서 학생들이 면담에서 언급한 경우는 본인의 소속 반에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만을 꼽은 것이며, 실제로 나머지 주제선택 활동들 역시 1학년의 다른 반이나 2, 3학년을 가르치는 교과 선생님들이 주제선택 활동을 운영하거나 협력 교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한편, 학생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특정 교과와 연계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교과 수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내용들까지 확장되어 있고, 자유학기의 교과 수업보다 직접적인 체험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수업과 차별성이 있다고 보았다.

주제선택 활동이 아무래도 교과와 연계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제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러니까 저는 주제선택 활등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교과 과목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고, 호응도도 좋아서. …… 주제선택 활동 같은 경우에는 참여도도 높고, 체험하고 싶은 것들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거 같아요. (학생A)

학생들은 교과와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주제선택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수업보다도 더욱 체험 중심이기 때문에 교과 수업 시간보다 학생들의 참여도와 호응도가 높다고 하였다. 이어지는 사례는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지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과목에 도움이 되는 것은 평소 수업이랑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수업 시간에 하려는 경우의 수 같은 것을 더 늘려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 같은 경우에도 과학 선생님이 평소에 저희한테 많은 걸 체험하게 해주시는데, 가끔 미로 같은 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구조 만들기 이런 걸 해서 저희에게 좀 더 많은 걸 체험하게 해주시고. 과학이라는 과목하고 연관되는 게임을 하거나. 저희가 더 잘 이해하게 직접 저희에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학생D)

저는 수학 다음으로 과학을 잘 못하는데 과학 관련 (주제선택 활동) 과목을 했단 말이에요. 할 때 언니 공부하는 거 보니까 지금 제가 배운 것 중에 2학년에 나오는 게 있더라고요. 그걸 조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고 모형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공부하니 과학이 별로 안 어렵다고 느꼈어요. (학생F)

위 사례처럼 학생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지식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주제선택 활동은 학생과 교사와의 만남 측면에서는 교과 수업과 상당 부분 유사하고, 내용적으로는 확장된 교과 수업의 성격을 가지며, 방법적으로는 수업보다 체험 중심으로 운영되는 차별성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나. 교과서로부터 자유, 일상으로 밀착

꿈나래중학교 학생들에게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서를 벗어나 자유로운 학교 수업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교과서 위주로 진행되는 반면,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서를 벗어나 자유롭게 다양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교과 수업처럼 이론이나 개념을 학습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이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학습이 진행된다고 하였다.

(자유학기 교과 수업보다 주제선택 활동이) 더 재미있어요. 학교 수업할 때는 교과서 위주로 하는 데, 이런 건 체험이나 놀이가지고 수업을 하니까 재미있어요. …. 주제선택 활동 같은 경우는 자기 생각이나 창의력을 추구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숙제로 내주셔서 재미있게 숙제를 했던 것 같아요. (학생A)

저는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을 들었어요. 평소 교과 과목 선생님과 같은 경우인데 평소 수업할 때는 교과서와 같은 PPT 내용을 주로 해서 딱히 PPT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 체험을 같이 하면서 PPT 자료를 보여줬을 때 더 효과적으로 들어와서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수업내용이)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학생D)

위 사례들에서 학생들은 주제선택 활동의 특징으로 교과와 연계는 되었지만 교과서와 다른 내용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꼽았다. 한편,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서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실제 삶과 현실과 연관된 주제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제선택A) 월요일에는 ‘디베이트 게임’이 좋았어요. …… 저는 평소에 원래 토론을 좋아하는 편인데, 평소 수업 시간엔 할 수 없던 여러 토론 방법으로 수업을 하고, 청소년의 이성교제나 청소년의 성형수술 같은, 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제로 해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학생D)

교과 수업보다는 주제선택 활동에서 전해주는 메시지가 더 크고 강할 것 같은데요? …… 아무래도 시사적인 것을 많이 다뤘으니까. 뉴스에, 현실에서 나오는 것. 설명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의 판결. 그 다음에 구속적부심사. 지금 (뉴스에서) 나오는 이런 장면들에 대해서… (교사H)

주제선택 활동은 뉴스와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배우고, 실생활과 연관된 체험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고 참여하고 있었다. 이처럼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서로부터 자유’로워 지면서, 학생들의 ‘일상으로 밀착’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 내가 선택한 수업

연구자는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생들이 주제선택 활동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궁금하여 학생들에게 주제선택 활동에 대해 갖고 있는 개념을 질문하였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적성과 취미를 이렇게 조합해서 가장 자기 장래희망과 맞는 활동을 선택해서 체험 해보는 거요. (학생B)

꿈을 찾아가는. 자기한테 더 맞는 걸 선택해가지고 더 효율적이게 할 수 있는. (학생C)

자기가 원하는 주제에 맞게 원하는 활동하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편하게 미래 진로에 대해, 진로를 위해 체험해보는 거라고. (학생E)

자기가 잘 하는 걸 더 확실히 찾는 것. (학생J)

꿈을 이룰 수 있게 여러 가지 체험도 하고, 수업도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K)

주제선택 시간은…. 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해보는 시간이다. (학생L)

주제선택은 자기가 골라서 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M)

자기가 평소 수업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수업 하는 것? (학생N)

위 사례에서 학생들의 응답을 정리하면, 주제선택 활동이란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거나 또는 취미로 해보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서 경험해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학교 수업을 선택하는 경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맞닥뜨린 자유학기제의 주제선택 활동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꿈나래중학교 학생들이 주제선택 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 사례와 같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취미로요. ‘오페라의 유령’나 ‘창의 수학’ 같은 거. (학생A)

안내서에 프로그램명이 적혀있고 그 뒤에 뭘 하는지 설명이 있는데 …… 프로그램 이름이랑 설명 보고 자기가 평소에 관심 있던 것과, 꿈에 관련된 것과, 또 다른 친한 친구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같이 하려고, 별로 하고 싶던 마음이 없었어도 신청하게 된 것도 있고. 되게 이유가 다양했어요. (학생B)

저는 어떻게 정했냐면 친구를 따라 가거나, 아니면 저가 평소에 부족하던 부분을 보완하고 도움 주기 위해서, 그래서 정했어요. ‘시 창작’을 왜 정했냐면 평소에 책 읽는 게 안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시집이나 그런 걸 읽으면서 좀 책 읽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선택했던 것 같아요. (학생C)

그냥 자기가 끌리는 거. (학생D)

학생들은 취미나 흥미, 또는 미래의 꿈이나 친한 친구와 함께 하기 위해 주제선택 활동을 선택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다고 하였다.

라. 과정 중심 평가로부터의 자유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인데(교육부, 2015, p. 6), 여기서 시험 부담이란 정확하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부담을 가리키는 것이다(임종헌, 2016, pp. 7-8). 학생들은 자유학기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와 같은 일제식 지필고사는 경험하지 않지만 오히려 잦아진 과정 중심 평가를 경험하게 되므로 자유학기라고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임종헌, 2016, pp. 61-63). 즉, 학생들은 자유학기에도 교과 수업에서 과정 중심 평가로 인한 평가 압박을 어느 정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꿈나래중학교 사례를 살펴보면,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 수업보다 평가의 횟수와 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선택 활동은 사실상) 평가가 없지만 사실은 지금 기수가 끝나고 나면 활동별 기록은 남겨야 되거든요. 얘가 이런 시간에 이러 이런 활동을 했고, 특히 어떤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했다. 이렇게 저희들이 활동 기록을 남기거든요. 그러니까 걔를 하나하나 관찰은 해야 되죠. (교사A)

연구자: 주제선택 활동은 평가 어떻게 하시나요?

교사L: 주제선택 활동은 평가가 없죠. 그냥 아이들 활동에 대한 것만 적으니 …… 학생들은 (평가받는다고) 잘 못 느끼지.

교사K: 관찰만 해서 적어요.

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관찰은 하지만 평가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또한 주제선택 활동에서 산출물이 나오는 경우 이를 전시하여 공유하는 것으로 평가를 가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자유학기이더라도 교과 수업은 교과서 또는 핵심성취기준 등에 어느 정도 구속받게 되는 반면, 주제선택 활동은 평가 기준 자체가 없거나 모호하기 때문에 학생이 느끼는 과정 중심 평가의 강도가 낮은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다음은 학생 사례들은 자유학기의 교과 수업과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받는 평가 압박을 비교한 진술이다.

연구자: 자유학기 수업에서 평가가 10점이라면, 주제선택 활동에서 평가 압박은 몇 점이에요?

학생L: 저는 3점인 것 같아요. 주제선택 활동에는 동료평가 그런 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태도 같은 건 적히고 그러니까 있긴 있는데…

학생M: 평가 받는다는 느낌은 딱히 없고. 굳이 매긴다면 1~2점? 평가 받는다는 느낌이 유일하게 들 때는 음악 공연 할 때나, 수학에서 창의 물건 만들어 낼 때나. 자기가 한 거를 제출할 때 평가 받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학생N: 저도 마찬가지예요. 점수로 따지면 3점, 4점 정도? 작품을 내거나 소감 같은 걸 적어서 선생님께 내거나 그럴 때.

응답들은 다양했지만 모든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자유학기 수업보다 주제선택 활동에서의 평가를 약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 반이 뒤섞이는 블록 수업

주제선택 활동은 2차시씩 블록 수업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이 소속된 반을 벗어나 선택한 활동이 진행되는 교실로 이동하므로 반이 뒤섞이게 된다.

조금 시끄럽긴 하고, 처음에는 어색해서 집중이 안 되는데, 한 두 번 하고 나면, 주제선택 활동 하는 시간이 최고. …… 한 시간 안에 배운 걸 한다는 자체가 압박감이 느껴져서. 두 시간이 좀 편하죠. (학생G)

학기 초에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이랑 한 자리에 모인거기 때문에 친해지기 어렵고, 저로서는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그렇게 많이 친해지기 어려웠는데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서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이야기도 해보고 하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학생A)

쉬는 시간이 있으면 끊기는 느낌인데, 한 번에 하니까 깔끔해진 느낌이에요. 하지만 교과 수업은 (두 시간씩 하면) 힘들어요. …… 나쁜 점은 화장실을 잘 못가요. 문 열리는 소리 때문에 애들한테 방해되고, 선생님 수업에 방해 받으시고. 다 쳐다보고. (학생M)

학생들은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서 어색함이 존재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금방 사라진다고 하였고, 블록 수업도 시간적 압박이 느껴지지 않아서 편하다고 하였다.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입학한 직후인 1학년 1학기에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다른 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바. 엇갈리는 주제선택 활동의 체감 효과

연구자는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과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 간에 주제선택 활동의 효과에 대한 언급에서 온도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먼저 다음은 꿈나래중학교 교사들이 성적을 상위권으로 체크해 준 학생들의 사례이다.

저는 주제선택 활동은 적은 양을 오랫동안 체험하고 이런 것이기 때문에, 오래 공부하는 것 같아서.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 저희가 공부를 못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일반 교과 수업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학생A)

저는 1%. 10점 중에 1점도 아니고 0.1점이네요. 주제선택 활동이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건 많이 없어가지고. (학생J)

연구자: 주제선택 활동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생J: 45% 정도? 그렇게 많은 도움은 안 된 것 같다고 생각해서 45%요.

연구자: 그래도 45%면 뭐가 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학생J: (솔직히) 저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됐어요).

상위권 학생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본인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응답하였는데, 그 이유로는 적은 내용을 가지고 오래 체험하며 수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이어지는 사례들은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이다.

연구자: 주제선택 활동이 도움이 되나요?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게 10이면 주제선택은 몇 점?

학생M: 저는 과목별로 보면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11점?

연구자: 10점 만점에 11점?

학생M: 10점보다 많다. 그러니까 수업은 머리에 계속 쑤셔 넣어요. 그런데 주제선택 활동 같은 경우에는 더 생각하고 더 탐구하고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더 공부가 되요.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되는.

학생L: 저도 교과 수업보다 점수가 더 높은 것 같아요. 국어는 수업에서 여러 가지 머리에 넣고 그래야 되는데, 주제선택 활동에서는 시집도 있고 감성도 키우고 시 창작도 해보고 수업 시간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위 사례에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주제선택 활동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하였으며, 특히 학생M와 학생L은 교과 수업보다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 교사: 수업 창작의 양면성

교사 차원에서 주제선택 활동은 ‘수업 창작의 양면성’으로 특징지어져 나타났다. 교사들은 주어진 교과서 없이 수업을 창작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수업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수업을 창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 부담스러운 수업 창작의 자유

꿈나래중학교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에 참여하면서 수업을 창작해보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교사에게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해 높은 자유도를 주기 때문에 수업을 창작해 볼 수 있었다고 하였다.

교과서로부터 자유롭게 교사의 가치관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생활 속 과학 현상과 접목하여 수업을 계획할 수 있어서 좋음. 특히 과학의 경우 실습비 제한으로 포기하는 활동들이 많은데, 자유학기제의 지원을 받아 학생 눈높이에 맞춰 다양하고 재미있는 탐구활동을 제공할 수 있어서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입장에서 교사 스스로 만족감이 높음. (교사F, 서술형 설문지)

하지만 수업을 창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교사들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창작의 부담감에 주제선택 활동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교사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아요. (교사I)

작년에는 주제선택 활동을 하면 너무 재미있겠다. 선생님들이 참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여기서 볼 때는 참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수업을 준비하려다 보니까, 머릿속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던 '아, 나는 이렇게 한번 해봐야겠다'하던 주제하고 막상 그걸로 내가 수업을 이렇게 짜봐야겠다고 딱 내가 계획을 하다 보니까, 이상하고, 잘 안 맞더라고요. (교사F)

위 사례들에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없이 수업 자체를 구안하는 주제선택 활동의 준비 과정을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하면서, 교사들이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고 말하였다. 이어지는 사례를 보자.

연구자: 주제선택 활동을 어려워하시거나 싫어하시는 선생님이 있나요?

교사J: 많죠. 두려워하죠. 왜냐하면 맨땅에 헤딩해야 되니까. 수업 자체를 고안하는 게 제일 힘들죠. 어떤 수업을 할까? 내 교과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것을 하기는 사실 좀 힘들죠.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고. 그 다음에 또 힘든 게, 재미있는 수업을 해야 되니까 그게 힘들죠. 애들이 정말 두 시간을 눈 감자마자 싹 지나가게 수업을 짜야 되니까.

위 사례를 보면,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창작하고 나아가 구체적인 수업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주제선택 활동은 블록수업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교육과정을 창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수업의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수업보다 준비가 힘들고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제선택 활동을 개발하는 방식은 창작, 재구성, 채택의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정영근 외, 2015a, p. 245), 여기서 창작이란 새롭게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 재구성이란 기존 주제선택 활동을 수정 및 발전시키는 것, 채택이란 학교 외부에서 개발된 교육과정을 차용하여 실행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꿈나래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 총 11개 중에서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2개는 채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교사들이 운영하는 9개의 주제선택 활동은 창작 또는 재구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 감축 교과로의 제한된 연계

꿈나래중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서로부터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구성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학교의 자유학기 교육과정 편성에 따라 시수가 감축된 교과와 연계되는 주제선택 활동을 기획해야 하므로 큰 틀에서 연계 영역은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또 편성 때 사실은 좀 보면, 편성할 때 교사 위주로 편성이 되잖아요. 교사 시수나 이런 걸 다 보고, 그 남는 시수 선생님들 교과목에 주제선택 활동을 주니까, 만약에 국어가 남으면 국어에서 주제선택 활동이 나와야 되고. 사회가 남으면 사회에서 나와야 되고. 이런 부분들이 어찌 보면 순수한 학생 선택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지. 좀 힘든 것 같아요. 이건 원초적인 문제죠. (교사D)

(교육부에서) 창체에서는 3단위만 빼고 나머지는 교과에서 빼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교과에서 7개가 내려와야 되는 거예요. …… 그리고 저희는 선생님들한테 주제선택 활동 주는 것도 평균 시수 쫙 정리해 가지고 (시수가) 작은 과에 주기 때문에. (교사A)

주제선택 활동은 사실 충분하게 협의를 해서 누가 맡고, 어떤 주제로 하고 논의해야 되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시수 적은 사람이 맡아요. 제가 (주제선택 활동) 그것을 하게 되고, 그럼 거기에 맞춰서 계획서 써야 되고. 준비해야 되고. (교사K)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내용적으로는 교과서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 있지만, 주제선택 활동이 정해지는 과정에 있어서는 연계 교과의 제한이 있다고 하였다. 자유학기 활동의 4개 하위 영역은 학교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정영근 외, 2016, p. 322), 실제로는 감축된 교과의 담당 교사들의 수업 시수가 줄게 되면서 그 교사들이 주제선택 활동을 맡게 되므로 구조적으로 수업이 감축된 교과와 연계된 주제선택 활동이 편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역별 고른 주제로 학생의 선택권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음. 주제선택 활동 프로그램을 고르게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 (교사K, 서술형 설문지)

이에 대해 교사K는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제선택 활동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다. 교사에게도 공부가 되는 수업

앞서 학생 차원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모습 중 하나가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서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일반학기에 정해진 교과목, 정해진 교육과정, 정해진 교과서의 틀 안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교과 수업 과정을 통해 지적 자극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주제선택 활동은 새로운 내용과 방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작용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연구를 하게 돼요. 어떤 주제를 애들한테, 교과 수업하고 관련은 있지만,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가 뭘 할 것이라는 것을 연구를 해야 돼요. 연구하지 않고 이거를 맡아서 할 수가 없어요. (교사A)

교사 본인의 수업연구에 도움이 됨. 안일한 수업 준비가 아니라 평소 학사일정에 쫓겨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수업을 구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 (교사C, 서술형 설문지)

이처럼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의 경우 수업연구를 하지 않으면 맡아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교사들로 하여금 수업연구를 하도록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사례들 역시 교사들이 주제선택 활동을 준비하면서 교사 자신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창의수학’ 주제선택 활동) 사실은 이거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을 운영하기 위해서 제가 이런 내용들을 배우러 이렇게 선생님들하고 교과 연구 모임 같은 것도 하고. 그렇게 하니까 거기 가가지고 뭔가 알아지면 그런 데서 어떤 기쁨이랄까?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딱 수학 교과, 교과목만 너무 하니까 이제 이게 뭐랄까? 이제 내 안에 있는 걸 다 꺼내버렸고 없는 것 같은데 이제 뭐가 있을까? (교사E)

(‘오감으로 배우는 과학’ 주제선택 활동) 제가 주제선택 활동 수업 한 차시를 준비하려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저희들은 실험 재료 같은 것도 시기에 맞춰서 무엇을 얼마만큼, 어떤 실험에 딱 맞춰서 할 것인가도 미리 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규 수업 시간에 해볼 수 없는 교과서 밖에 다양한 실험들을 아이들하고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저도 배우는 게 많고 발전 된다고 보거든요. (교사F)

위에서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을 맡은 것이 교사연구회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소진되었다고 느낀 내 안의 지식을 다시금 채우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주제선택 활동은 수업 시간에 해볼 수 없는 교과서 밖의 실험들을 학생들과 해보면서 교사 스스로 배우며 발전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처럼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을 통해 교사들이 교과서의 틀을 벗어난 수업을 운영하면서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공부가 되고 있었다.

라. 내 교실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수업

주제선택 활동은 마치 교과교실제처럼 교사들이 정해진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을 찾아오는 것이 특징으로 부각되었다.

저희 학교는 지금 영어, 수학 교과교실제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지금 수학과가 교과교실을 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수업이 안 이루어질 것 같아요. 모든 자료가 거기에 다 준비되어 있고 하기 때문에. (교사A)

꿈나래중학교는 영어, 수학 교과는 교과교실제를 운영 중이었으며, 수학을 담당하는 교사A는 교과교실제가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제선택 활동 역시 학생들이 선택한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을 찾아오게 되는데 교사들은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를 미리 세팅해 놓을 수 있으니까. 교과교실제 같이 좋은 것 같고. 애들은 외국처럼 복도에 락커 같은 거 있으면 거기에 짐 놓고 가면 되는데… (교사J)

반(교실)에 갔을 때 그 주제선택 활동의 특성이 딱 묻어나오니까, 분위기가 있으니까. 분위기 조성해주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영어는 영어 같은 분위기, 과학은 과학, 수학은 수학. 교구 같은 게 있으니까. …… (주제선택 활동은 교실 측면에서) 교사들이 편해요. 준비를 미리 해놓고. 자기 강의실이 있고 그러니 미리 준비할 것도 해놓고. 여유가 있어요. …… 애들이 바빠요. 피곤하게 다니거든요. (교사L)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의 경우 교과 수업보다 사용하는 교보재가 많기 때문에, 수업 자료를 활용하고 수업 준비를 하는 데 지금과 같이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오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 학생 참여도가 높은 수업

주제선택 활동은 상대적으로 교과 지식의 여부가 수업 중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으므로 평소 수업 동안 위축되어 있던 학생들도 주제선택 활동에서는 참여가 용이하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자유롭고 블록 수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적 여유, 시간적 여유가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을 학생 참여도가 높은 수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국어과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파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교과 수업 시간에 다른 영역은 쭉 되는데, 애들이 말하기나 이런 거는 (안 돼요). 전체가 다 참여하는 경우는 사실 좀 힘들거든요. 항상 말하는, 발표하는 애들은 소수로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어쨌거나 주제 토론을 하면은 아까처럼 말 안 하려는 애들도 어쨌거나 매회 할 때마다 전원이 다 참석해요. 다 참석해서 하기 때문에, 나는 말 안 하는 게 없거든요. 조금 한다 많이 한다 차이지… (교사B)

교사B는 국어의 경우 교과 수업 시간에 듣기, 읽기, 쓰기 파트는 잘 할 수 있지만 말하기 파트는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히면서, ‘디베이트 게임’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는 매회 모든 학생이 한 마디라도 말을 하고 토론에 참석하여 교사로서 기쁨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이어서 다음 사례를 보자.

수업 시간에는 할 수 없는 (영어) 자기소개라든지 주제별 팝송이라고 해가지고 약간 사랑이나 우정을 나타내는 그런 내용을 가진 팝송들을 노래 부르기도 하고. 그 다음에 미래 직업에 대해서도 한번 (영어로) 생각해보고. 그 다음에 요리. 애들한테 좋아하는, 흥미 있는 요리를 한번 주제로 해가지고 만들어봤고요. 각국 문화를 또 소개하고,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해서 한번 상상해서 그림도 한번 그려보고, 거기에 사용되는 언어 이런 것들. 마지막에는 미니북을 한번 만들어봤어요. 독서를 해서 그걸 요약해서 미니북을 요만하게 만들어서 하니까 보통 영어 시간보다는 굉장히 활동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교사D)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융합수업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함. 수업보다는 주제가 있고 활동을 더 많이 하는 주제선택 활동에 학생들이 즐거워하면서 참여함. (교사A, 서술형 설문지)

위의 사례에서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의 주제 안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여 교과 수업보다 학생 참여가 활발하였고,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학생 차원의 ‘엇갈리는 주제선택 활동의 체감 효과’ 현상에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을 활동 중심으로 풀어가는 주제선택 활동 수업이 본인들의 지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주제선택 활동이 학생 중심, 모둠 중심, 활동 중심, 흥미 중심으로 운영되어 학생 참여도가 높다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소중한 교과 수업을 감축하여 운영하는 시간이므로 그 수업 안에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배움을 주고 지적인 성장을 촉진할 것인지는 심도 있는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학교: 자유학기 성공의 열쇠

학교 차원에서 나타난 주제선택 활동의 모습은 ‘학교 차원: 자유학기 성공의 열쇠’로 부각되었다. 주제선택 활동은 학교 차원에서 교사들의 수업 변화를 촉진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었으며, 자유학기의 학력 저하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했다.

가. 수업 변화의 촉진제

일반학기의 교육과정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두 축으로 교육과정이 분절되어 운영되기 때문에(임종헌, 2016, p. 98) 교사들은 일제식 지필고사의 진도를 위해 강의 중심 수업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자유학기제는 일제식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 변화를 도모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자유학기에도 수업이 바뀌지 않는 교사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꿈나래중학교에서 주제선택 활동은 수업 변화의 촉진제로 기능하고 있었다.

1학년 주제선택 활동을 안 하시는 선생님들은 (수업 변화에) 별 느낌이 없는 거예요. 저는 수업이 확 바뀌어야 된다고 기대를 잔뜩 했지요. 안 바뀐 건 아니지만 기대만큼 잔뜩은 바뀌진 않았어요. 주제선택 활동 운영 자체는 상당히 우리가 의도하는 그런 취지대로 가고 있다 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교감)

(주제선택 활동에서) 토론 수업 회차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논증적 말하기가 향상되는 걸 보고,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과 친구들의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토론 수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 교과 수업에 어떻게 토론수업을 녹여낼 것인가에 대해 더욱 고민하는 계기가 됨. (교사B, 서술형 설문지)

교사가 새로운 수업 방법에 도전하게 됨. 주제선택 활동을 하기 위해 교사들끼리 학습동아리 등을 통해 서로 자료와 수업을 공유하는 등 새롭게 도전하는 힘을 기르게 됨. (교사E, 서술형 설문지)

이처럼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을 통한 학생 중심 수업의 경험이 교사들의 수업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다만, 그러한 수업 변화가 주제선택 활동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에 주제선택 활동을 운영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는 파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하였다.

나. 학력 저하 우려에 대한 소극적 대응 기제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하던 2013~2015년 당시 주제선택 활동의 명칭은 ‘학생 선택 프로그램’이었는데, 학생의 선택을 강조한다는 취지만 보여줄 뿐 내용을 표현해주지는 못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정영근 외, 2014, p. 211). 이와 같은 문제점에 기반하여 학생 선택 프로그램은 ‘주제선택 활동’으로 명칭이 변경되어(교육부, 2015)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와의 연계성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과정에서 학력 저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연구학교들은 교과와 연계된 주제선택 활동을 개발하여 자유학기 활동이 교과 지식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기도 하였다(임종헌, 2016, p. 127). 꿈나래중학교 사례에서도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은 자유학기 활동이지만 간접적으로 교과와 연계되어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즉, 주제선택 활동이 자유학기제의 학력 저하 우려에 대응하는 소극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 지식에 도움이 됨. 교과 연계 주제선택 활동으로 교과 내용에 대한 심화가 가능함. (교사K, 서술형 설문지)

교과지식에 도움이 됨. 각 교사가 본인 교과목에 관련한 주제선택 활동을 개설, 운영하기 때문에 교과 지식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음. (교사C, 서술형 설문지)

위 사례들과 같이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교과에도 도움이 되는 자유학기 활동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특히 이어지는 교사의 사례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문제해결력을 키워줌으로써 교과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주제선택 활동이 학생의 교과 지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함. 꼭 교과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판단력, 논리적 사고력 및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등이 향상되어 문제해결력이 키워짐. (교사A, 서술형 설문지)

(주제선택 활동이) 학생의 교과 지식 자체보다는 문제해결 능력 향상을 통해 교과 공부에 도움이 될 것임. 주제선택 활동 중에서 교과와 연계성이 강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연계성이 약한 프로그램도 있음.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이든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향상된 문제해결 능력들이 교과 공부에 전이될 것으로 판단됨. 단, 단시간에 효과를 보이기보다는 시일이 걸려 서서히 녹아나리라 예상함. (교사B, 서술형 설문지)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이 학생에게 재미도 주어야 하지만, 학습 공부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주제선택 활동이 자유학기 활동의 네 가지 영역 중에서 교과와의 연계성이 가장 높고, 교과 지식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다. 딜레마: 운영 기수 확대 vs. 수업 차시 확대

꿈나래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은 한 학기 동안 세 기수로 순환되며 운영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다수의 주제선택 활동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 기수를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요. 저희는 총 3기로 합니다. (한 학기가 17주이니) 6주, 6주, 5주로 하거든요? 1기는 . 6번. 2기도 6번. 3기는 5번. 두 시간 블록으로. (교사A)

3기수 운영으로 다양한 선택 기회 보장이 필요. 중학교 단계에서는 관심 영역을 탐색하는 과정이므로, (자유학기에) 깊이 있는 활동보다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여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함. (교사K, 서술형 설문지)

위 사례에서 교사들은 꿈나래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이 세 기수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 입장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에 대부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운영 기수를 확대함에 따라 각 기수별 수업은 6주 이내로 구성될 수밖에 없으므로 각 주제선택 활동의 내용적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사례를 보자.

(자유학기 동안 주제선택 활동) 2기수 운영에 찬성. 3기수로 운영하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측면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을지도 모르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알아가고 활동을 실행 및 평가하기에는 짧은 느낌이 있어서 2기수(한 기수 8주 정도) 운영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교사J, 서술형 설문지)

사실은 6차시를 가지고 주제선택 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맛만 보여주는 것 일수도 있거든요. 시 하나를 또 완성하긴 했지만 사실은 6번 수업해가지고 제대로 된 작품은 (아니고), 완성도가 조금 낮다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런 부분이 조금 제가 생각했을 때는 단점이다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사C)

위의 사례에서 교사들은 제한된 시수 속에서 최선의 운영을 했다고는 하지만 6번의 블록 수업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한 완성도 있는 수업을 운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2기수를 운영하면서 기수당 8주 정도를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학교 차원에서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한 ‘운영 기수 확대’와 내용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수업 차시 확대’는 딜레마로 존재하고 있었다.

라. 수업의 질 편차가 큰 수업

자율성은 주어진 자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 실제로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유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교사별로 편차가 심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었다.

주제선택 활동은 교사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수업보다 자기 계발이 더욱 요구됨. (교사I, 서술형 설문지)

교사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교육적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음. 교사가 자율적이라는 것이 교사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교육적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임. (교사E, 서술형 설문지)

교사들은 교사의 주제선택 활동 관련 역량에 따라 교육적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다음은 주제선택 활동 수업의 질적인 편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이다.

(주제선택 활동 모니터링 방안) 교사 자체 평가 및 학생 대상 설문지 조사 필요. 체크리스트, 만족도 조사. (교사J, 서술형 설문지)

교사 자체평가 및 동료 교사 간 정보 교류가 필요함. 주제선택 활동의 종류와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한 동료 교사 간 정보 공유로 수업 개선. (교사K, 서술형 설문지)

수업 후 자기 수업 분석, 교사 자체 평가 실시. (교사E, 서술형 설문지)

교사들은 주제선택 활동에서 수업의 질이 너무 차이가 날 경우,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주제선택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사 자체적으로 체크리스트 등을 통한 교사 자기평가를 주로 제안하고 있었다. 한편, 학교 교육의 효과는 학생에게 어떻게 구현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 대상 설문지가 필요하다는 교사J의 진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 자유학기에만 한정된 교육과정

꿈나래중학교의 경우, 연계학기제나 자유학년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제선택 활동이 자유학기 한 학기만의 교육과정으로 제한되고 있었다. 다음 사례를 보자.

(주제선택 활동의 한계는) 비자유학기제와의 단절로 일회성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자유학기제에서 했던 주제선택 활동이 비자유학기와 연계가 안 되고 단절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 (교사B, 서술형 설문지)

(주제선택 활동의 한계는) 지속성의 한계. 자유학기의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 대해 심화 주제선택 활동의 기회가 제공되기 어려움. (교사K, 서술형 설문지)

교사들은 현재 주제선택 활동이 학교 차원에서 보면 자유학기에만 한정된 교육과정이라고 언급하면서 주제선택 활동이 자유학기 이외의 일반학기에도 운영되면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학기로의 연계는 정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한편, 다음 사례는 주제선택 활동의 일반학기 연계 운영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타 학기에는 주제선택 활동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활동이므로 (일반학기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 (교사L, 서술형 설문지)

교사L은 자유학기와 달리 성적이 산출되는 일반학기에 주제선택 활동이 운영되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Ⅴ. 논의: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

본 연구에서는 꿈나래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Ⅴ장에서는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와 비교과를 잇는 교육과정’이라는 교육과정적 의미를 갖는다. 주제선택 활동의 실제 운영 모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제선택 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교과 수업 영역의 특징과 비교과 활동 영역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일반학기의 창의적 체험활동은 창의성과 인성의 함양을 목표로 설계된 교육과정으로 교과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p. 16;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2010, pp. 9-10). 2009 및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중학교 한 학기의 주당 수업은 33시간인데, 교과가 30시간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의 10% 수준인 3시간뿐이다.8)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문서상에 기록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과가 주를 이루고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과를 보완하는 교육과정 체제인 것이다. 반면, 자유학기제의 자유학기 활동은 교과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와 연계하여 학생들의 학습 내용의 폭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최상덕 외, 2014, p. 27), 주당 10시간 이상 편성되기 때문에 주당 학교 수업의 30% 이상을 실질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자유학기 활동이 교과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대등한 연계를 추구하고 있다면, 교과와 비교과를 잇는 주제선택 활동은 자유학기 활동의 교육과정적 취지를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내용적으로 삶과 밀착한 내용을 다룸으로써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인생 수업’의 의미를 갖는다. 주제선택 활동은 교과와 내용적 연계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서는 교과 수업의 요소도 갖고 있지만, 국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될 수 있다. 학생들은 교육내용이 스스로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일체의 평가가 없어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또한 교과서가 없고, EBS 방송이나 학원에서도 교육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교육내용이기도 하다. Bernstein의 관점에서 학교 수업의 강한 내용적 분류화는 교육과정이 삶과 유리되도록 만들며, 강한 프레이밍은 학습 내용의 선정과 정답의 개방성을 통제하여 학생의 자율적 참여를 저해한다(성열관, 2013, p. 105). 성열관(2013)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해석하면, 주제선택 활동은 내용적 분류화와 프레이밍이 약하기 때문에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주제선택 활동은 ‘Botton-up방식으로 주제 중심 교육 도입한 사례’라는 교육정책적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제 중심 교육정책인 선택 교과는 실질적으로 중등교육 현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주제선택 활동은 자유학기제의 자유학기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시수가 편성되는 교육과정이 되었으며, 자유학기제의 확대 경로라고 할 수 있는 연계학기제와 자유학년제(임종헌, 2017a, p. 58)를 통해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교육정책적 관점에서 주제선택 활동은 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으로의 확장성이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교육부, 2017a; 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현행 고등학교에 현존하는 교과목만으로 학점제를 운영하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 즉, 고등학교 차원에서 주제 중심 교육과정들이 새롭게 창작되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장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교학점제란 고등학교 수준에서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이 창작되어 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과정을 내포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학생 경험의 관점에서는 자유학기제의 확대로 중학교의 여러 학기 동안 주제선택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주제선택 활동의 맥락으로 경험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주제 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유학기제의 주제선택 활동을 심화·발전시키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하며, 자유학기제의 주제선택 활동에 대한 실천사례 연구대회를 개최하여 학교 현장에 축적된 주제선택 활동의 노하우와 산출물을 발굴하고 이러한 사례를 구조화하고 발전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자율성, 주도성을 존중하여 교육정책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유경훈 외, 2017, p. 349), 주제선택 활동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주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교육과정이기에 학교 현장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의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 및 수업을 개발하는 과정은 주로 중학교 저학년에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보다 난해할 것이다. 고등학생에게 지적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내용적으로 수월성이 기반 되어야 하므로, 자유학기의 주제선택 활동처럼 교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op-down방식으로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사 연수를 통해 이를 파급하는 정책 방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다. 고교학점제 추진 과정에서 주제 중심 교육과정을 기획할 경우, 자유학기 주제선택 활동의 공과와 성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주도성을 확장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넷째, 주제선택 활동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교육과정 창작에 관한 교사 전문성 함양’을 추구해야 한다는 교원교육적 의미가 있다. 자유학기제가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중심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찾아가는 실천 과정이라고 볼 때(김경애, 2017, p. 6), 주제선택 활동은 자유학기제 확대 시 가장 주목해야 하는 확대 요소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교사들은 교과서 없이 교육과정과 수업을 창작하는 경험을 통해 교육과정 창작에 관한 전문성 신장의 내적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이는 교원교육 영역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교육과정 창작에 관한 교사 역량을 어떻게 함양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교원교육 방식에 있어서 주제 중심 교육과정 개발하고 그 ‘내용’을 교사에게 가르치기보다, 교육과정을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해주고 교육과정 창작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역량을 제고해주는 방향으로 교원교육 정책이 구안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제선택 활동은 미래교육적 관점에서 ‘미래 학교 수업의 상(像)’을 그리는 데 시사점을 준다. 미래 초·중등학교의 수업은 개별 학생의 진로와 선택을 존중하고, 분화된 교과 중심이 아니라 주제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김경애 외, 2015, pp. 124-125), 교사들은 융합적·통합적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이 요구된다(임종헌 외, 2017b, pp. 23-24). 이 연구를 통해 자유학기제의 주제선택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진로에 맞춰 수업을 선택하고, 그 수업은 교과와 연계된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며,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재구성 및 창작하는 경험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주제선택 활동은 미래 학교 수업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특정 중학교의 주제선택 활동 운영 사례에 한정된 연구이므로, 연구에서 나타난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을 주제선택 활동의 실제적 표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학교 선정 및 연구 자료의 수집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이 주제선택 활동의 한계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독자들은 연구에서 나타난 진술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현장 연구를 통해 자유학기 고유의 교육과정인 주제선택 활동의 운영 모습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이에 대한 교육적 의미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는 데 의의가 깊다. 이후 주제선택 활동을 비롯한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등 자유학기 활동의 각 영역의 운영 모습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짐으로써, 학교 교육의 비교과활동을 다양화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Notes

1) 이 논문은 양희준 외(2017)의 연구보고서 중에서 연구자가 작성한 부분을 수정 및 발전시킨 것임.

2) 학교명은 가명 처리한 것임.

3) 중학교는 교과(군)별 배당된 시수의 20% 범위의 증감,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의 51시간 범위의 조정을 통해 자유학기 활동을 170시간 이상 편성하여야 함(교육부, 2015: 11).

4)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한 자유학기제 컨설팅에서는 학교 규모를 한 학년을 기준으로 1∼3학급은 소규모 학교, 4∼7학급은 중규모 학교, 8학급 이상은 대규모 학교로 구분하였음(최상덕 외, 2013).

5) 표에 기재된 꿈나래중학교 주제선택 활동의 반(제목)은 질적 사례 연구에서의 연구참여자 보호를 위 해 연구자가 유사한 명칭으로 수정한 것임.

6) 면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15명이며, 각 학생들은 주제선택A(월요일), 주제선택B(수요일) 각각 3개 씩 총 6개의 주제선택 활동 프로그램을 수강하였음. 면담 과정에서 꿈나래중학교에 개설된 모든 주제 선택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었음.

7) 연구 기간이 자유학기(1학년 1학기)와 여름 방학, 1학년 2학기 초입까지이기 때문에 꿈나래중학교 학 생들은 중간 기말고사 등을 치르지는 않은 상황임. 따라서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구분은 자유학기 참 여 교사들이 대략적으로 가늠해준 것으로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움.

8) 창의적 체험활동이 대두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중학교 총 6개 학기의 기준수업 시수는 3,366시간이므로(교과 3,060시간+창의적 체험활동 306시간), 1개 학기의 기준수업 시수는 561시간이 다. 1개 학기는 17주를 기준으로 하므로, 1개 학기 561시간은 주당 33시간을 의미한다(교과 30시간+창의적 체험활동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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