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연례 회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아젠다(agenda)가 소개되었고 이후 이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유 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영역, 디지털 영역, 생물학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의 산업혁명을 말한다(Schwab, 2017).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가상·증강 현실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과학, 기술 영역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 삶에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이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환경과 교육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여러 언론 매체들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현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일컬어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Prensky, 2001). 이들은 이전 어느 세대보다 높은 디지털 소양을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정보와 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주역이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활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따라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코딩 교육을 비롯한 학생들의 ICT 활용 능력 신장을 위한 교육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가정과 학교 및 지역 도서관 등에서 인터넷의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기기들의 교육적인 목적으로의 사용률을 증가시키기 위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교사들이 학교에서 교수학습에 ICT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교육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Fraillon et al, 2014).
지식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ICT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정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학교 교육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Anderson, 2008). 컴퓨터·정보 소양(Computer and Information literacy)은 가정, 학교에서 뿐 아니라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여 필요한 자료를 조사, 생성, 소통하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한다(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4). OECD에서는 지식이나 정보를 상호작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인 컴퓨터·정보 소양 관련 역량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핵심역량 중 하나로 지정하였으며(OECD, 2005), 미국의 21세기 학습을 위한 협력체(Partnership for 21st century learning)에서도 미래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주요 역량 중 하나로 정보, 미디어, 테크놀로지 역량(Information, Media, and Technology Skills)을 선정하였다(Trilling & Fadel, 2009).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으로서 컴퓨터·정보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배양 및 신장을 위하여 인적, 물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15 개정 정보과 교육과정에 컴퓨터를 이용한 단순한 ICT 활용 실습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알고리즘을 토론과 협업 등을 통해 설계하고, 협력적 프로그래밍 활동을 통해 해법을 구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교육부, 2015)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자국 중·고등학생들의 성취도 및 교육 환경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의 적절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ISA),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 등과 같은 국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13년에 최초로 리터러시 시계열 분석이 함께 이루어졌다(International Computer and Information Literacy Study: 이하 ICILS)는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valuation of Educational Achievement: 이하 IEA)에서 주관하는 국제 수준의 컴퓨터·정보 소양 비교 연구이다. 2013년에 실시된 ICILS 2013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18개국이 참여하였고, 우리나라는 다섯 번째로 높은 성취를 나타냈다. ICILS는 검사를 위한 모듈 이외에도 학생, 교사, 학교장, ICT 관리자용 설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설문을 통해 국가별 ICT 교육 맥락의 차이를 보고하고 있다.
컴퓨터 및 디지털 미디어 등과 같은 ICT 자원들을 학교 교육에서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ICT 자원의 지원과 이를 교수·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교사의 능력 확보이다(Lai, 2008; Law et al., 2008; Lorenz et al., 2015). Aoki 외(2013)와 Law 외(2008)에 의하면 학생들의 ICT 능력은 교사의 ICT 활용 능력 및 수업에 ICT 도구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ICILS 2013 우리나라 자료를 이용하여 컴퓨터·정보 소양 영향 변인들을 학생수준 및 학교수준으로 구분하여 교육 맥락 변인들 간의 구조적 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때 학교 ICT 활용 교육에 필수적인 ICT 관련 자원의 보유 수준에 따라 집단을 나누어 컴퓨터·정보 소양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변인들의 차이점을 분석하였으며, 이 결과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컴퓨터·정보 소양 교육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국내 컴퓨터·정보 소양 관련 연구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국가수준 초·중학생 ICT 리터러시 수준 측정 연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 연구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는 ICT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 정립 및 검사도구 개발과 관련한 연구(김경성 외, 2009; 2010; 백순근 외, 2008; 2009; 서순식 외, 2008; 이원규 외, 2007)가 진행되었으며, 이 때 온라인기반 검사시스템(김경성 외, 2009) 및 수행형 검사 도구 개발 연구(백순근 외, 2009)도 함께 실시되었다. 2010년 이후에는 개발된 검사 도구를 이용하여 전국 단위 ICT 리터러시 수준 측정 연구(김경성 외, 2010; 김용, 김자미, 2012; 김현철 외, 2011; 안성훈 외, 2014; 2015)가 이루어졌다. 2013년에는 지난 3개년(2010∼2012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향성을 분석한 ICT 리터러시 시계열 분석이 함께 이루어졌다.
국가수준 초·중학생 ICT 리터러시 검사는 현행 초․중등학교 ICT 관련 교육과정의 교과 내용과 연계하여 ICT 리터러시 능력요소 중심으로 개발되었으며, ① 정의, ② 접근, ③ 평가, ④ 생성, ⑤ 관리, ⑥ 소통의 여섯 가지 능력 요소를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ICT 리터러시 평가 시 능력 요소와 함께 컴퓨터 조작 기능 중심의 내용 요소들도 함께 고려하여 통합적 평가를 시도하였다. 검사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core) 수준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발전(advanced) 수준의 2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은 선다형과 수행형이 혼합되어 있다. 검사는 웹기반의 검사시스템(iBT)을 이용하여 시행되고 있다(안성훈 외, 2015).
현재까지 국외에서 개발되어 사용되어 온 ICT 리터러시 검사도구로는 IEA 주관의 ICILS를 비롯하여 산업계와 대학의 요구에 따라 ETS가 개발한 ICT 리터러시 검사(ETS, 2006), 호주의 ACER에서 개발하여 시행한 국가 수준 ICT 리터러시 검사(ACER, 2007), PISA에 포함된 ICT 리터러시 평가(OECD, 2003) 등이 있다. 여기서는 가장 최근에 개발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본 연구의 분석에 이용한 ICILS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하기로 한다.
ICILS는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을 측정, 비교하기 위한 국제 비교 연구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 ICILS는 각국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과 그와 관련된 태도, 학교와 교수·학습 환경에서의 ICT 활용 등 다양한 교육 맥락 정보를 조사하고 있다(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4).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국내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ICT 관련 교수·학습 개선 및 정책적 시사점을 얻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ICILS는 5년 주기의 연구로 지난 2011년에 평가틀 및 평가 도구의 개발을 완료하였고, 2012년 예비검사를 거쳐 2013년에 본검사를 실시하였다(김수진 외, 2014). 현재는 두 번째 주기인 ICILS 2018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2018년 본검사를 앞두고 있다.
ICILS 2013의 평가틀은 컴퓨터·정보 소양과 관련한 지식의 틀을 구성하는 개념적 범주인 주요 영역(Strand)과 이에 따른 특정 내용 범주인 하위요소(Aspect)로 구성되어 있다(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3). 주요 영역은 컴퓨터 사용과 관련한 학생들의 정보 수집과 관리 능력을 측정하는 ‘정보 수집 및 관리’와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고, 창조 및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정보 생산 및 교환’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ICILS 2013 검사 도구는 4가지 주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방과 후 운동(After-School Exercise), 밴드경연대회(Band Competition), 호흡(Breathing), 현장학습(School Trip)이다. 각 모듈은 선다형, 구성형, 저작형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모듈은 5∼8개의 일반 과제와 1개의 종합과제로 이루어져 있다(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4).
ICILS 2013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독일, 네덜란드, 체코, 호주 등 총 18개국이 참여하였다. 체코가 평균점수 553점으로 14개 비교국2) 중 가장 높은 성취를 보였으며, 우리나라는 536점으로 5위를 기록하였다. 체코를 제외하고 2~5위 국가(호주, 폴란드, 노르웨이, 한국)는 평균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수준이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김수진 외, 2014). ICILS 2013에서는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성취 결과와 더불어 교육 맥락 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별 ICT 교육 맥락의 차이를 보고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수준이 참가국 중 상위권으로 나타났지만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 차이가 가장 컸으며,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에 따른 흥미와 즐거움은 참가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ICT 교육 환경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다른 참여국에 비해 학교 컴퓨터 1대당 학생 수가 많고, 지역 간 차이도 비교적 큰 편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사들의 ICT 활용에 대한 자아효능감은 호주 다음으로 높았지만 ICT를 활용한 교수·학습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높지 않았다(김수진 외, 2014).
여러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인으로 가정 환경,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SES), 컴퓨터 노출 빈도 등이 있다(Moos & Azevedo, 2009; Nasah et al., 2010; Vekiri, 2010). 일반적으로 학생 수준의 여러 변인들 중 컴퓨터·정보 소양에 가장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이다. 이 변인은 주로 부모의 교육수준, 부모의 직업적 지위, 가정의 도서보유량 등의 정보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생성하며, 그간의 연구를 통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ICT 자아효능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Vekiri, 2010). 김혜숙(2010)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컴퓨터 게임 시간이 감소하고, 학습목적의 ICT 활용 시간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컴퓨터 사용 목적에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였다. 이와 함께 ICT 자아효능감이 컴퓨터·정보 관련 성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때(Moos & Azevedo, 2009; Wastiau, et al., 2013), ICT 자아 효능감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 배경 역시 컴퓨터 정보·소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김수진, 이문수, 2015). 또한 Nasah 외(2010)는 가정의 연간 소득이 인스턴트 메시지를 활용한 의사소통을 비롯한 개인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학생 주변 컴퓨터 환경 및 인터넷 노출 정도도 컴퓨터·정보 소양에 영향을 준다(김경성 외, 2011). 컴퓨터 사용 환경과 관련해 학생들이 개인 컴퓨터를 보유하는지 여부 보다는 가정에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지가 컴퓨터·정보 소양에 더 큰 영향을 주며,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시기가 빠르거나 컴퓨터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이 더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김경성 외, 2011). 또한,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해 ICT를 사용하는 빈도 역시 컴퓨터·정보 소양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김수진 외, 2015).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 하나는 학생들의 자아효능감, 자신감, 흥미와 같은 정의적 특성들이다. 먼저, 학생들의 자아효능감은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도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한 예측 변인으로 알려져 있으며(Zimmerman, Bandura, & Martinz-Pons, 1992), 따라서 컴퓨터·정보 소양 성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Moos와 Azevedo(2009)는 학생들의 컴퓨터 자아효능감은 컴퓨터 기반 환경에서 학생들의 학습 결과와 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김수진 외(2015) 연구에서도 남·여학생 모두 기본 ICT 능력 자아효능감이 컴퓨터·정보 소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Fraillon 외(2014)의 연구 역시 ICT 관련 자아효능감을 학습 과정의 주요 요소로 보았으며 ICT 응용 프로그램의 활용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초등학교 ICT 활용 수업에서 컴퓨터에 대한 자아효능감이 학습자의 학업성취와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으며(주영주, 문자영, 2004), 컴퓨터에 대한 자신감이 컴퓨터 관련 학업 성취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박현정, 김혜숙, 2009; OECD, 2005).
교과에 대한 흥미 또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특정한 내용과 관련한 흥미는 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Pekrun et al., 2002). 김근진(2006)에 의하면 엑셀 등 다양한 ICT 관련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교사 위주의 전통적인 주입식 방식으로 수업을 한 경우보다 성취가 높았으며 학생의 흥미 유발에도 효과적이었다.
학교의 ICT 교육 환경과 교사의 역할 역시 컴퓨터·정보 소양 성취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여러 선행 연구(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4; Law et al., 2008)에서 각 학교급 및 교실별로 ICT 자원 보유 여부와 ICT 자원의 활용 방식이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ICILS 2013에서 ICT 교육 환경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른 참여국에 비해 학교 컴퓨터 1대당 학생 수가 많고, 지역 간 차이도 비교적 큰 편으로 나타났다(김수진 외, 2014; Fraillon et al., 2014).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중학교의 경우 학생용 컴퓨터 1대당 학생이 20명인 반면 ICILS 평균은 18명으로 우리나라의 학생 수 대비 컴퓨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지역별로 컴퓨터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도시(인구 15,000명 이상)는 학생용 컴퓨터 1대당 학생 21명, 기타지역(인구 15,000명 미만)은 학생 7명으로 지역 규모에 따른 보급률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 ITU)에서 2012년에 발표한 IT 개발 지수 결과를 살펴보면 ICILS 2013에서 1위를 차지한 체코의 경우 IT 개발 지수는 6.40으로 세계 34위이지만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은 가장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IT 개발 지수가 8.57로 세계 1위로 나타났지만,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이 최상위는 아니었다. 이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인 정보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구축된 것에 비해서는 교육용 정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수업에서 사용할 ICT 자원의 부족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그 영향력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김수진 외, 2014). Law 외(2008)는 학교장의 ICT 활용에 대한 관심과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ICT 관련 기기에 따라 교사들의 교수·학습에서의 ICT 활용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학교의 ICT 자원과 지원 상황(예: OSS(Online Survey System) 기반 컴퓨터실 운영)이 컴퓨터·정보 소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임일규, 이영준, 2012). Fraillon 외(2014)에서는 ICT 자원이 제한적이지 않은 학교의 교사들이 ICT 매체를 수업에 더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러한 ICT 환경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만큼 교육에 있어 교사의 능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는 ICT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ICT 활용과 관련한 교사의 역할 역시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Aoki 외(2013)와 Law 외(2008)는 학생들의 ICT 능력은 교사의 능력과 수업에서 ICT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단순히 잘 갖추어진 학교의 ICT 인프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하였다. 또한 수업에서 ICT 매체를 사용할 때 교사들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경우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었다(김수진 외, 2015). 임정훈과 이진석(2003)의 연구에서는 학습자 주도형 ICT 활용 수업을 하는 집단이 교사 주도적인 전통 방식의 수업을 하는 집단에 비해 학생의 정보 활용 능력에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Wittwer 와 Senkbeil(2008)의 연구에서는 교사가 ICT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의 참여 동기를 고조시키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ICILS 2013에서 수집된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 2,888명(남학생 1,480명, 여학생 1,408명)의 컴퓨터·정보 소양 점수와 설문 응답 자료, 학교장, 교사 각 150명의 설문 응답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학교 내 ICT 관련 자원의 보유 수준에 따른 컴퓨터·정보 소양의 성취를 비교하기 위해 학생을 소속된 학교의 ICT 자원 보유 정도에 따라 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구체적으로 ICILS 2013 설문 문항 중 학교 규모 대비 컴퓨터 수, 학교 규모 대비 학생들이 이용 가능한 컴퓨터 수, 학교의 ICT 자원 정보를 이용하여 평균 점수를 구하였다. ICT 자원 점수가 가장 높은 학교의 경우 135.95, 가장 낮은 점수가 13.98이었으며, 평균 25.92, 표준편차 10.55로 나타났다. 학교 내 ICT 자원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자원이 적은 학교 51개교(978명), 자원이 보통인 학교 52개교(999명), 자원이 많은 학교 47개교(911명)로 분류하였다.
분석에 사용한 학생수준 변인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일상생활 ICT 활용, 특정 목적을 위한 ICT 활용, 기본 ICT 능력 자아효능감, ICT 활용 능력 자아효능감, ICT 활용에 대한 흥미, 6가지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은 부모의 학력, 직업, 가정에서의 보유 도서량의 합성지표이며, 일상생활 ICT 활용과 특정 목적을 위한 ICT 활용의 경우 ICT의 사용 빈도 및 친밀성 등을 나타내는 변인으로 5점 척도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 ICT 능력 자아효능감과 ICT 활용 능력 자아효능감은 ICT 활용을 통하여 스스로 상황을 극복하고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하며, 3점 척도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ICT 활용에 대한 흥미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흥미 및 즐거움을 나타내는 변인으로 4점 척도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속변인으로는 컴퓨터·정보 소양의 성취를 나타내는 5개의 측정 유의 값(plausible value)을 사용하였다.
ICILS 2013 자료는 교사와 학생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학교 단위로 연결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교사 변수를 학교 수준으로 간주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에 사용한 학교 수준 변인은 교실 수업에서 ICT 활용, 학생들의 ICT 능력 강조, 교사의 협력적 ICT 활용, 3가지이다. 교실 수업에서 ICT 활용 변인은 ‘실제 수업에서 정보 제시’, ‘개별 학생 또는 소집단에 학습 보충 또는 강화 자원 제공’ 등 총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ICT 능력 강조 변인은 ‘디지털 정보의 적절성 평가’, ‘자신의 정보 탐색 방법에 대한 평가’ 등 12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사의 협력적 ICT 활용 변인은 ‘나는 교실 수업에서의 ICT 활용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교사들과 함께 작업한다’, ‘나는 다른 교사들이 수업 중에 ICT를 사용하는 방법을 관찰한다’ 등 총 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에 대한 자세한 속성과 신뢰도는 <표 1>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구조방정식 모형의 분석을 위하여 각 변인들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문항들에 대하여 문항묶음(item parceling)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구조방정식 모형의 가정인 다변량 정규성을 확보하고 모수를 안정적으로 추정하기 위함이다(김수영, 2016). 문항 묶음을 위해 각 문항에 대해 요인 부하량을 기준으로 부하량이 가장 큰 문항과 작은 문항을 묶고 두 번째로 큰 문항과 두 번째로 작은 문항을 묶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문항에 대하여 작업을 한 후 평균 점수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ICILS 2013 주요 변인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교내 ICT 자원 보유에 따른 집단별 기술 통계량과 더불어 학생수준 변인, 학교수준 변인들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이후 집단 간 측정모형 및 구조모형의 집단 간 동등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집단 구조방정식 모형(multi-group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분석을 실시하였다. 다집단 구조방정식 모형의 절차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김수영, 2016; 박현정, 2008; Bollen, 1989; Kline, 2011).
측정모형의 동등성 확인 과정에서는 먼저 집단 간 요인의 구조가 동일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모형에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석한 후 산출된 모형 적합도 지수를 토대로 요인 구조 동등성(configural invariance)을 확인한다. 요인 구조의 동등성이 성립되면 다음 절차로 측정 동등성(metric invariance) 또는 요인 부하량 동등성(invariance of measurement weights)을 확인한다. 이는 각 집단이 같은 방식으로 측정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로 각 집단이 동일한 요인 부하량을 가진다는 제약 조건을 추가하여 모형을 분석하게 된다. 기저 모형(baseline model)과 제약 모형의 χ2 차이 및 적합도 지수를 비교하여 측정 동일성이 만족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각 집단의 측정변수 절편이 동일한지를 확인하는 측정 절편 동등성(scalar invariance or invariance of measurement intercepts) 검증, 집단 간 잠재변수의 평균이 동일한지를 살펴보는 구조 평균 동등성(invariance of structural means) 검증, 집단 간 요인 분산과 공분산이 동일한지를 확인하는 구조 공분산 동등성(invariance of structural covariances) 검증 및 집단 간 측정변수의 오차분산을 비롯한 모든 모수치가 동일한지를 검증하는 측정 잔차 동등성(invariance of measurement residuals) 검증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구조모형의 동등성 확인을 위해서는 측정모형의 동등성 검증 과정과 유사하게 요인 구조 동등성, 측정 동등성, 측정 절편 동등성을 확인한 후 잠재변수의 구조 계수가 동일한지 확인하는 구조 계수 동등성(invariance of structural weights)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후 순차적으로 구조 평균 동등성, 구조 공분산 동등성을 확인한 후 구조 잔차 동등성(invariance of structural residuals), 측정 잔차 동등성 검증을 진행한다.
이상의 집단 간 동등성 검증을 바탕으로 ICILS 2013 자료에 대하여 다집단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각 변인들과 컴퓨터·정보 소양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자료의 분석은 Mplus 7.3(Muthén, & Muthén, 2014)을 이용하였다.
Ⅳ.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 분석에 이용된 집단별 기술통계치는 <표 2>와 같다. 전체적으로 학교 ICT 자원이 낮은 집단, 중간 집단, 높은 집단에서 변인들의 평균 및 표준편차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학생수준 변인 중 사회·경제적 배경은 학교 ICT 자원이 높은 집단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학교수준 변인 중 학생들의 ICT 능력 강조와 교사의 협력적 ICT 활용 변인은 학교 ICT 자원이 낮은 집단에 비해 높은 집단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집단별 컴퓨터·정보 소양 점수의 경우 학교 ICT 자원이 높은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높은 성취를 보였으나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결과는 <표 3>, <표 4>와 같다. 학생수준 변인들 간에는 ICT 활용에 대한 흥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집단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상관 분석 결과, 각 잠재변인들 내 문항들 간에는 높은 상관을 나타내어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들이 요인별로 적절하게 구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교실 수업에서 ICT 활용, 학생들의 ICT 능력 강조, 교사의 협력적 ICT 활용 등 학교수준 변인들의 상관에서도 각 잠재변인들의 요인별 구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으며, 교실 수업에서 ICT 활용 변인이 다른 두 변인과는 반대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컴퓨터·정보 소양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에 대한 연구 모형은 [그림 1]과 같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ICT 자원 보유 수준 집단 간 측정모형의 동등성 검증을 위한 모형 적합도 값은 <표 5>에 제시하였다. 먼저 측정모형의 요인 구조 동등성 검증을 위하여 모든 잠재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허용하고 모수 추정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기 않은 기저모형의 적합도는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χ2=1300.245(588), CFI= .974, TLI= .971, RMSEA= .036). 따라서 세 집단에 대하여 동일한 요인 구조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측정 동등성 검증을 위하여 각 잠재변인에 해당하는 요인 부하량에 대하여 동일화 제약을 가한 모형과 기저모형의 χ2값을 비교하였다. 측정 동등성 모형은 기저모형에 내재된(nested) 모형이므로 두 모형의 χ2 차이 검증이 가능하다. 두 모형의 ∆χ2값은 유의확률 .00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χ2=349.892(19)). 그러나 일반적으로 χ2 검증은 표본 크기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표본의 크기가 큰 경우에서는 제1종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진다(Kline, 2011). 따라서 모형 적합도 판단시 표본 크기에 영향을 적게 받고 모형의 간명성을 고려한 CFI, TLI, RMSEA 지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그 결과 모두 적절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집단 간에 측정도구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인 구조 동등성과 측정 동등성 가정을 만족하였으므로 측정 절편 동등성 모형이 세 집단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았다. 측정 절편 동등성은 측정 동등성 모형의 적합도 지수와 측정 동등성 모형에서 모든 집단에 측정변수의 절편을 동일하게 제약을 가한 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비교함으로써 가정의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χ2 차이 검증을 실시한 결과 측정 절편 동등성이 기각되었고(∆χ2=4354.316(34)), 모형 간 CFI, TLI 지수의 변화량을 살펴본 결과 이전 모형에 비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측정변수의 절편은 집단 간에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세 집단에 대한 모수를 추정한 결과는 <표 6>에 제시하였다.
다집단 분석의 추정치 비교시 집단 간 변수들의 분산의 차이 때문에 비표준화 추정치를 이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Kline, 2011).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표준화 추정치와 비표준화 추정치의 패턴이 유사하고 해석상의 이점을 누리기 위하여 표준화 추정치를 이용하여 결과 해석을 하였다.
먼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경우 모든 집단에서 컴퓨터·정보 소양에 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학교 ICT 자원 수준이 중간인 집단에서 조금 더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모든 집단에서 SES가 높을수록 일상생활에서의 ICT 활용과 특정 목적을 위한 ICT 활용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경로계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되었다. 이는 학교 ICT 자원이 낮은 집단에서는 교내 ICT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가정의 경제력에 따른 PC보유 등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세 집단 모두 일상생활에서 ICT의 활용도가 높을수록 ICT 활용 능력에 대한 자아 효능감이 높게 나타났으며,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그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에 모든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일상생활 ICT 활용도가 높을수록 ICT 활용에 대한 흥미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상치되는 결과라 할 수 있는데, ICT 활용에 대한 흥미를 다루는 설문 문항이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사용해서 작업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등으로 SNS 활용과 같이 ICT를 일상생활에 간단히 활용하는 것에 대한 흥미를 묻기보다는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학습이나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관심 또는 흥미를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두 변수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보다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파일 찾기, 문서 편집 등의 기본적인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하는 기본 ICT 능력 자아 효능감이 높을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모든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학교 ICT 자원이 낮은 집단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컸다. 따라서 학생들의 ICT 능력에 대한 자아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방안(예,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Educational Programming Language: EPL); 로봇을 이용한 컴퓨터 교육(Computer Educational Robot: CER);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퍼즐 등을 이용한 교육(Effective Educational Resources: EER)) 등을 마련하여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그 성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ICT 활용에 대한 흥미는 컴퓨터·정보 소양에 대체적으로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낮게 산출되었다.
학교수준 변인의 분석을 살펴보면,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는 교사가 수업에서 ICT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학생들의 ICT 능력을 강조할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학교에 활용 가능한 ICT 자원이 충분하게 확보된다면 향후에도 교사의 지도 아래 디지털 학습 게임, 의사소통 소프트웨어(이메일, 블로그), 멀티미디어 제작 도구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교실 수업에서의 ICT 활용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교사들과 함께 작업한다’, ‘나는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ICT 기반 수업을 개발하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체계적으로 협업을 한다’ 등의 설문 문항을 포함하고 있는 교사의 협력적 ICT 활용 노력은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높거나 중간인 집단에서는 효과가 없었으나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대한 설명력(R2)을 살펴보면 학생 수준 변인은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 23.6%, 중간 집단 21.3%, 높은 집단 20.4%로 나타났으며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에 학교 수준 변인은 학교 ICT 자원 수준이 중간인 집단에서만 유의수준 .05에서 유의하였으며 다른 집단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설명력을 보이지 않았다.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국제 컴퓨터·정보 소양 비교 연구인 ICILS 2013 자료를 이용하여 중학교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에 영향을 주는 학생 수준 변인과 학교(교사) 수준 변인의 구조적 관계를 살펴보았다. 학교의 ICT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으면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이 높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학교 ICT 보유 자원 수준이 높은 집단, 중간 집단, 낮은 집단으로 구분하여 다집단 구조방정식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도출된 주요 결론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집단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높을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기존 선행연구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컴퓨터를 비롯한 ICT 자원으로의 접근 및 사용률이 높으며, 그 영향으로 컴퓨터·정보 소양 역시 높다고 볼 수 있다(Bozionelos, 2004; Sweet & Meates, 2004; Tien & Fu, 2008). 컴퓨터·정보 소양은 그 특성상 ICT 기기 또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연유로 가정환경의 차이로 인한 학생들의 ICT 접근성 및 ICT 역량 신장의 기회와 같은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심화될 수 있다(Hohlfeld et al., 2008). 이와 같은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 및 지역 사회에서 학생들이 ICT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컴퓨터를 비롯한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ICT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물론 현재 보유하고 있는 ICT 기기들의 효율적인 활용 및 관리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집단에서 기본 ICT 능력에 대한 자아 효능감이 높을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의 성취가 높게 나타났다. 기본 ICT 능력 자아 효능감은 ‘컴퓨터에 파일 찾기’, ‘문서 작성 및 편집’,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 검색 및 찾기’ 등 컴퓨터를 이용한 기본적인 활동에 대해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을수록 효능감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집단 구조방정식 분석 결과 기본 ICT 능력에 대한 자아 효능감은 컴퓨터·정보 소양에 정적인 영향을 주다. 따라서 학생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기초적인 활동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각 교과 수업에서 이러한 활동을 포함한 수행형 과제를 개발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기본 ICT 능력 자아 효능감이 높을수록 컴퓨터·정보 소양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음을 감안해볼 때 현재 시설적인 지원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 학생들의 ICT 관련 자아 효능감을 높임으로써 컴퓨터·정보 소양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수·학습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의 수업에서 ICT 활용도 및 학생들의 ICT 능력에 대한 강조는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는 컴퓨터·정보 소양에 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나 학교 ICT 자원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는 부적인 영향을 주었다. 교사의 ICT 활용과 관련한 교수 능력은 학생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의 구축 못지않게 교사들이 수업에서 ICT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ICT를 활용한 수업의 시행 여부 자체보다는 교사의 ICT 활용 능력이 수업의 질을 결정하고, 이는 학생의 컴퓨터·정보 소양 성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백영균, 2002; Dawes, 2001). 김수진과 이문수(2015)에 따르면, ICILS 2013에서 최상위 성취를 달성한 체코의 경우 예비교사, 현직 교사에게 다양한 ICT 관련 연수를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교사 대상 ICT 연수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교사 대상 ICT 관련 연수를 컴퓨터, 정보 교과 교사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범교과적인 접근을 통해 ICT 교육이 모든 교과에 일정 수준 이상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ICILS 2013 우리 나라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집단 구조방정식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학생 수준 변인과 더불어 학교(교사) 수준 변인을 모형에 포함하였다. 그러나 ICILS 2013 자료에서는 학생과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분석 과정에서 교사 변인을 학교 수준으로 간주하여 모형을 구성하였고 이 때문에 교사의 영향이 학생에게 직·간접적일 수 있다는 점은 해석 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또한 ICILS 2013 문항이 학생들의 기본적인 ICT 능력을 측정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응용 또는 상위 ICT 능력을 측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은 연구 결과 해석의 제한적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ICILS 2013이 전 세계 18개국이 참여한 국제 비교 연구임을 고려할 때 학교 ICT 자원 보유 수준에 따른 학생들의 컴퓨터·정보 소양 성취 및 관련 변인들의 영향력에 대하여 다른 국가들과의 추가적인 비교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