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전례 없이 빠른 사회 변화 및 그에 상응하는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성장에 대비하여 역량 함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역량은 교육 분야보다 직업훈련 등에서 기초기능, 직업능력, 생애능력 등과 같은 용어들과 혼재되어 일찍부터 사용되어왔던 개념이다(강경종, 2009). 그러나 OECD가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 함양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역량은 학교 교육 개선과 관련되어 세계적으로 큰 교육적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Rychen & Salganik, 2003), 이에 따라 미래의 핵심역량을 규명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학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역량을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국가 교육과정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계속적인 경신과 개선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학교 환경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국가 교육과정이 그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광우 외, 2014). 이와 같은 요구와 인식을 배경으로 2015년 9월 23일에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 사상 처음으로 역량의 개념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최종 확정·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석을 목표로 총론에 총 6개의 핵심역량(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별로 교과 역량을 각각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역량들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함양될 수 있도록 강조 하였다(교육부, 2015).
이제 우리나라의 쟁점은 국가 교육과정에 어떠한 역량을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국가 교육과정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러한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하여 적용하고 구현할 것인가의 쟁점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역량기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며,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 기 이전부터 각 시·도에 적합한 역량을 제시하고 이를 학교 교육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는 것은, 개별 시·도나 일부 학교 또는 교사 개인이 시도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교육 체제와 문화에 적합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고민하며 찾아가야 할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이론적 담론에 머물러 있거나 외국 사례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많이 수행되었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 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소경희, 2007; 2009; 이종재, 송경호, 2007; 박민정, 2009; 이흔정, 2010; 이경호, 안선희, 2014 등)은 교육적 차원에서 ‘역량’의 개념을 소개하고 이러한 역량이 가지는 의미와 쟁점, 적용 방안들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 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이론적 담론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시사점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들(소경희 외, 2007; 홍원표, 이근호, 2011; 김문숙, 2009; 이승미, 2012; 이미숙, 조덕주, 2014; 백남진, 온정덕, 2015 등)은 호주,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핀란드 등 외국의 역량기반 교육 및 역량기반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그로부터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이 주목하고 있는 국가들은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국가 교육과정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를 단위학교 및 교실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 을 제공해주었으나 국가마다 교육 상황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들이 우리나라 맥락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 사례에 대한 학술지 및 학위논문 연구로는 홍원표, 곽은희(2014)의 연구와 석사학위논문으로서 최은주(2013)의 연구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홍원표, 곽은희(2014)의 경우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국내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역량기반 교육의 모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 이들은 ‘수업 차원’에서 두 명의 교사가 어떠한 변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학교 차원 의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어렵다. 반면, 최은주(2013)의 논문 은 국내에 적용된 역량기반 교육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이 연구와 가장 유사하나, 이 연구의 연구 대상인 3개의 학교는 혁신학교 초등학교 사례,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위한 자율학교로서의 고등학교 사례, 특수목적학교로서 국제 중·고등학교 사례로서, 일반적인 우리나라 공립학교에 적용할 일반적인 특성을 대표한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량 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이론적 탐색이나 해외사례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국내 사례를 다룬 연구들은 수업 수준이나 특수한 상황의 학교에 국한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실천된 단위학교 수준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모 습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에서 핵심역량을 도출하거나 역량기반 교 육 활성화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한 연구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역량들을 길러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교육 현장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는 것이다(이경호, 안선희, 2014).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서 교육부 요청에 의해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 연구학교에 주목하고, 이들 학교에서 개발되어 운영된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핵심역량 에 대한 2015 교육과정 연구학교는 2014년부터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운영 중인 2년차 연구학교(7개교)와 2015년 신규로 선정된 1년차 연구학교(15개교), 총 22개교로서(교육부 문서 참조), 이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한 역량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역량을 반영한 교육과 정을 편성·운영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교육부, 대전광역시교육청, 2015b). 이러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는 공식적으로 역량기반의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도록 선정된 사례 인 동시에,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관계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설턴트로부터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와 교육, 컨설팅을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로 고려되었다. 이 연구는 이처럼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의 선도적 실천 사례인 교육과정 연구학교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앞두고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 적용 가능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Ⅱ. 역량 및 역량기반 교육과정
역량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고 본격화된 것은 미래 삶의 환경이 종래의 교육 내용과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이다. 즉, 역량은 과거의 교육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촉구에서 비롯한 것 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교육이념이나 철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이근호 외, 2013). 대부분의 철학이나 이념이 그러한 것처럼, 역량이라는 동일한 이름에도 그것에 부여되는 의미나 구현 되는 양태는 특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념이 동일해도 그에 대한 실천 방법론이나 접근 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역량 또한 본래적으로 다 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핵심역량은 그 정의나, 구성요소, 특성, 교육방법, 측정하는 방법 등이 아직 초기 탐구 단계에 있을 뿐이고 매우 열려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진미석, 2016), 역량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방식 역시 합의된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량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시킨 DeSeCo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역량의 속성을 살펴보는 것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모습을 연상해 보는 데 유용하다. 여러 나라 학자들의 오랜 연구를 통해 완성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역량(competence)을 “지식이나 기술 이상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이는 특정한 맥락에서 심리·사회적 자원들(기술이나 태도 등)을 동 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충족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OECD, 2005). 이러한 정의를 살펴 보면, 역량의 개념은 단순히‘무엇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기 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교육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역량은 지식을 습득한 상태보다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의 결과’로서 ‘수행능력’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백남진, 온정덕, 2014). 이러한 맥락에서, 역량은 개인 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전략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인 ‘메타역량’으로 논의되기 도 하며(이흔정, 2010), 특정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지식이나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 에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이 활용되는 맥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실천적 지식’과 연관되어 논의되기도 한다(손민호, 2006). 아울러, 기존의 교육에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역량으로 이해하였던 바와 달리, 역량은 ‘부분의 합’이 아닌 교육의 목적으로서 지식뿐만 아니라 기능과 태도 등 정의적 특성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논의된다(박민정, 2009).
이상의 논의들을 고려할 때, 역량은 학습의 과정보다는 학생들의 학습이 종료된 시점에서 얻게 되는 학습의 결과로서의 능력을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지식의 활용과 적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단순한 지식이나 기능을 넘어서 정의적인 특성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특성을 가지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역량의 함양에 관심을 두면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량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실제 적용 사례 또한 다 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기존의 교육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특정한 교육 모형이나 실체라기보다는 미래 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지향 점이자 철학으로 간주될 수 있다. 곧, 역량기반 교육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을 부과하 고 새로운 전달 방식을 처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교육이 소홀하였거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홍원표, 이근호, 2011).
따라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어떤 특정한 모형이나 실체로 논의되기보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한 이론적 논의나 실천 사례를 분석하고 탐구하는 방식으로 논의 되어왔다. 먼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징에 대한 이론적 논의로서는 백남진, 온정덕(2016)의 저서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역량 함양을 한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교과 지식을 배우는 과 에서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의사소통 등과 같은 기능을 함께 배워야 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이를 실생활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학교 수준에서의 교육과정 설계 모형으로서는 백워드 설계를 제안하고, 교수·학습 측면에서는 탐구학습을 강조하는 수업,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는 반응적 수업, 협렵적 문제해결력 함양을 위한 소그룹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 문제 기반 학습을 강조하였으며, 평가에 있어서는 학습의 과정 및 수행을 강조하는 평가를 제안하고 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가능성을 탐색한 이흔정(2010)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지식보다 역량을 개발하는 데 적합한 내용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지식의 수행성에 관심을 가지고, 학습자가 습득해야 할 능력을 제대로 획득하였는지 평가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 성취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논의한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특징은 주로 그에 대한 실천 사례 분석 연구를 통해 논의되었는데, 이런 연구들은 주로 외국의 사례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례로, 이승미(2012)는 독일 헤센 주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활용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방법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곧, 독일의 역량기반의 학교 교육과정 설계는 (1) 교과와 학년을 고려하여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2) 선정된 학습 주제와 관련하여 교과 역량과 내용, 기본 개념을 선정하여 재구성한 후, (3) 학습 주제에서 다루게 될 중점적인 내용과 구체적 학습 과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학교 교육과정 및 수업과 연계하여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홍원표, 이근호(2011)는 캐나다 퀘벡 주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적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들은 역량 함양을 위해 교사들 간의 소통과 협의를 토대로 다양한 주제와 교과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통합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평가 또한 수행평가를 강조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적용이 단순히 교육내용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과정의 구조나 수업 방법뿐만 아니라 학교의 문화까지 바꾸는 근본적인 차원의 변화로 논의하고 있다. 최은주(2013)는 국내의 역량기반 교육과정 적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교육과정 재구성 측면에서는 교과를 기반으로 한 역량 목표의 재구성, 역량을 기반으로 한 범교과 교육과정 재구성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었으며, 수업과 평가 측면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을 토대로 학생중심, 과정 중심의 수업과 형성평가 및 수행평가가 강조된 반면, 학교 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논의들에 근거할 때,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가지는 특징은 김문숙(2009)이 정리하여 제시한 다음의 표로 요약될 수 있다.
* 출처: 김문숙, 2009, p. 15
지금까지 역량의 의미와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맥락에서 단위학교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천 사례를 논의한 연구들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앞둔 시점에서 역량이 단위학교에서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앞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앞두고, 역량을 고려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해 본 학교를 중심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징을 분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 중 사례 연구(case study) 방법으로 연구를 설계 하였다. 사례 연구는 단일 사례나 여러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기술과 분석을 토대로 깊은 이 해를 제공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연구방법으로(Creswell, 2013), 우리나라에 역량기반 교육과 정 설계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연구에 적합한 연구방법이라 판단하였다.
이 연구의 연구 대상이 되는 사례 선정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표본을 선택하는 목적 표집(purposive sampling)에 의해 이루어졌다. 목적 표집은 연구 주제와 관련 있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 선정이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에(Yin, 2011), 이 연구에서도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 사례로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교를 신중하게 선정하는 방식으로 목적 표집 방법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역량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해당 사례가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의 전형적인 사례로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운영 사례로서 교육부 요청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2015 교육과정 연구학교’에 주목하였다. 이 연구학교들은 모두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의 관리와 지원 아래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교육부, 대전광역시교육청, 2015b)에서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시도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공식적인 선도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선정된 학교들 가운데서도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학교 사례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연구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기관 및 시·도교육청 관계자, 컨설턴트, 관련 전문가 등으로부터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하는 학교를 추천받아 연구대상 학교 목록을 만들었다. 최종 연구 사례는 추천 학교 목록 중에서 학교급, 지역, 연구학교 운영 차수를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곧, 추천인들의 조언에 따라 대학입시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학교 교육과 정 편성·운영의 부담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보다, 시험 부담이 적은 초등학교와 자유학기제 로 인해 상대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학교를 연구사례로 선정 하였다. 또한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행착오 경험이 있는 2년차 연구학교만을 사례학교를 선정하기에는 대상 학교가 많지 않은 관계로, 2015년에 신규로 지정된 1년차 연구학교도 포함하였다. 1년차와 2년차 학교는 모두 ‘핵심역량을 반영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1년차 연구학교는 2년차 연구학교의 자료를 참고하거나 담당자들 간의 교류 및 조언, 워크숍 등으로 인해 노하우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2년차 연구학교와 상당한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고려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시도하고 있는 신규 연구학교와 그간 의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2년차 연구학교를 사례로 선정 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연구학교는 교육부의 요청에 의해 각각의 시·도교육청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시·도에 소재한 학교들보다 각기 다른 시도에 소재하고 있는 학교들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일차적으로 선정된 학교에 연락을 취하여 연구의 목적 및 취지를 안내하고 연구참여의 동의를 얻는 한편, 면담조사의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해 한 학교에 2~3명의 교사를 면담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면담 대상자는 연구학교 운영에 깊게 개입하고 있는 주요 담당자와 일반 교사 및 관리자를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 연구에 최종적으로 참여한 연구사례 및 면담조사 대상자는 다음 <표Ⅲ-1>과 같이 6개교의 총 13명이었다.
면담조사에 참여한 학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3개교, 총 6개 학교로서 이 학교들은 각각 다른 시·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 차수를 고려할 때, 3개교는 2014년부터 운영해 온 2년차 연구학교였으며, 나머지 3개교는 2015년 처음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한 1년차 연구학교였다. 연구대상 학교에서 총 13명의 교사가 면담 조사에 참여하였는데, 이 중에서 교장은 2명, 교육과정 또는 연구 및 교무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교사가 7명, 일반 교사는 4명이었으며, 남교사는 3명, 여교사는 10명이었다. 교직 경력을 고려할 때 10년 미만의 교사가 2명, 11~20년 경력의 교사가 5명,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교사가 6명으로서, 오랜 교직경력과 연구학교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교사들이 주로 면담 조사에 참여하였다.
면담조사는 연구자가 직접 각 시·도에 소재한 6개 사례학교를 방문하여 면담조사 대상자를 개별적으로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학교 방문 조사는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총 5개월 간 이루어졌으며, 초반부에 방문하였던 2개 학교에 대해서는 12월에 전화 면담조사가 추가적으로 실시되었다. 면담조사 질문지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발 과정, 개발 사례 소개, 교사·학부모·학생의 반응, 고민 및 보람 등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이 면담질문지를 사전에 송부하여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 및 관련 자료를 준비하도록 의뢰하였다. 사례조사는 연구자 1~3명이 해당 학교를 방문하여 면담질문지의 질문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논의하는 반구조화된 면담으로 진행하였다. 면담 시간이 제한되어 개별면담을 할 수 없었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일대일 개별면담 방식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였다. 면담조사는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연구 참여자의 동의하에 면담조사의 전 과정을 녹취하였다. 추가적으로 실시한 전화면담의 경우에도 20~30분 정도의 면담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참여자의 동의하에 통화 내용을 모두 녹취하였다. 아울러,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연구대상 학교 사례가 소개된 교육과정 연구학교 워크숍 자료(교육부, 대전광역시교육청, 2015a.), 연구학교 합동 토론회 자료(교육부, 대전광역시교육청, 2015b), 각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료 등의 자료 수집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면담조사 분석은 먼저 녹취된 면담조사 파일을 모두 전사(transcription)하여 텍스트 자료로 변환하고, 전사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개방코딩(open coding)을 한 다음, 유사한 범주들을 유목화하는 작업을 통해 축코딩(axial coding)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분석된 코딩 결과는 네 명의 연구자들이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정련하였으며, 수집한 문서 자료와 비교·검토하는 동시에, 이 연구의 연구대상 학교인 6개교의 연구 참여자에게도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를 요청함으로써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한편, 이 연구는 이미 공개되어 있는 일정 수의 2015 연구학교(22개교) 가운데서 사례학교(6개교)를 선정하였다는 점에서,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질적 연구에 있어서 익명성(anonymity)는 중요한 윤리적 쟁점 중 하나로서 자료를 제공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Miles & Huberman, 1994). 이 연구에서도 2015 교육과정 연구학교 명단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일부의 정보들의 조합만으로도 특정 학교 및 면담 참여자를 쉽게 유추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들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곧, 앞서 연구 참여자를 설명할 때 개별 학교 및 교사를 가명으로 처리함은 물론 이들을 직접으로 유추하거나 혹은 정보들의 조합에 의해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없도록 종합적인 차원에서만 대상자의 특성을 서술하였으며, 분석 결과를 제시할 때에도 해당 학교가 쉽게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 및 사례를 생략하거나 일반적인 용어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연구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다른 한편으로, 개별 사례에 대해 일부 내용은 구체적인 예시들을 들어 세부적으로 설명하는데 제한이 되기도 하였음을 밝힌다.
Ⅳ. 연구 결과
이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의 선도적 사례로서 전국 6개 시·도의 2015 교육과정 연구학교 6개교, 총 13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면담조사 분석은 기존의 선행연구들(백남진, 온정덕, 2016; 최은주, 2013)에서 역량기반 교육 과정의 특성을 논의할 때 주로 교육과정 설계, 교수·학습, 평가의 세 측면으로 논의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분석의 큰 영역으로 상정하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이미 정해진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에 반영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학교 특유의 역량을 설정하거나 역량을 학교의 교육목표와 연계하는 측면에 대한 강조가 없었던 반면, 이 연구의 사례학교에서는 학교별 역량을 교육목표와 관련하여 설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역량기반 교육과정 편성·운영 사례의 특성에 대한 분석은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의 세 영역에 교육목표 영역을 추가하여, (1) 교육목표, (2) 교육과정 설계, (3) 교수·학습, (4) 평가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코딩하였다. 13명의 면담 참여자들의 면담자료 전사본을 토대 로 개방코딩을 하고, 개방코딩한 자료를 4개의 영역으로 분류한 다음, 다시 각 영역 내에서 유사 범주를 묶는 축코딩을 실시한 결과 다음 <표Ⅳ-1>와 같이 각 영역별로 2~3개의 코딩 범주가 형성되었다. 한편, 이 연구는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이론적 담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실제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교사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질적 연구로서의 특성이 분석 결과에 드러날 수 있도록 각 코딩 범주에 대한 설명을 면담 조사 참여자들이 직접 언급한 표현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분석된 결과는 다음 <표Ⅳ-1>와 같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역량기반 교육과정 편성·운영 사례의 특징을 분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개별 학교의 독특한 특징보다는 학교들 간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6개 사례학교 가운데 적어도 3개 이상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강조된 특징들을 중심으로 코딩을 범주화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이때 각 학교에서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13명의 연구 참여자의 면담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판단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 학교 사례에 대한 문서(개별 학교의 연구학교 운영 보고서, 연구학교 토론회 자료의 보고서, 연구학교 워크숍 자료의 보고서 등)을 참고하여 확인하였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교육목표,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의 네 영역별로 분석 결과를 상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의 사례학교들은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다양한 역량들 가운데 자신의 학교에 적합한 역량을 선택하여 집중하길 원하였다. 역량의 선정은 (1) 학교 역량과 (2) 학년 역량으로 나누어 선정되었으며, 이는 학교 교육과정과 학년 교육과정 설계의 중요한 교육 목표로 활용되고 있었다.
연구대상 사례학교의 교사들은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선정된 후 역량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 과정을 편성·운영하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상당히 모호하고 막막했다고 회상하였다. 연구학교를 시작할 당시(2014년 혹은 2015년 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고시(2015년 9월)되기 이전으로, 국가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 중에 있었다. 따라서 연구사례 학교의 교사들은 각 연구기관에서 출간한 역량 관련 보고서를 참고하거나 국가 교육과정 공청회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역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하는 동시에, 이러한 자료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역량들을 참고하여 자신의 학교에서 추구해야 하는 역량을 설정해야 하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대상 6개 사례학교는 21세기 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량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학교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선별하고 이를 교육목표와 연계하여 함양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었다. 이 학교들은 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안한 10개의 핵심역량(이광우 외, 2008)과 시·도교육청에서 제안한 핵심역량 및 핵심가치, 2015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제시한 6가지 역량을 참고하여 자신의 학교에 적합한 역량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학교의 핵심역량을 설정하였다. 이들이 기존의 역량 관련 선행 보고서에서 제안된 역량들 가운데 ‘일부’만을 선택하여 학교의 역량으로 설정한 이유는, 기존 보고서에서는 너무 많은 역량들을 제안하고 있어 그 모든 역량들에 주목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아울러 개별 학교의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역량 또한 다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학교와 도서 벽지에 위치한 학교의 상황이나 학생의 특성이 서로 달라 학교에서 주목해야 하는 역량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학교 상황에 적합한 역량을 찾아 기존의 교육목표와 연계하는 작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대상 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기존 선행연구들에서 제안한 역량들 가운데 자신의 학교 학생들에게 “필요로 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교사들 간의 협의를 통해 학교의 교육목표에 적합한 학교 역량을 설정하였다.
국가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그 역량들을 다 한 번에 (함양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현 실적으로 보면 학교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요). 예를 들면, 서울 ○○동 같은 경우(대도 시)에는 (학생들이) 서로 당당하게 발표를 잘 하는 반면 남의 말을 들어주는 역량이 부족하다 면 그런 역량을 길러야겠고, 우리 학교 같은 경우(지방)에는 말하는 역량, 소통하고 문제를 해 결하는 역량, 지식·정보, 지식을 처리하는 역량이 필요하거든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학교에 맞는 역량을 먼저 파악하고 설정하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C초등학교, 차교사]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례연구 학교들은 다음 <표Ⅳ-2>에서 보는 바와 같이 4∼6개 정도의 학교 역량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역량들은 학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및 합의를 통해 한 번에 결정되기도 하였으나, 학교에 따라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념이 모호하거나 구체적인 교수·학습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역량이 있을 경우, 설정된 역량 을 수정하여 제시하거나 새로운 역량으로 대체하는 등 자신의 학교 교육과정에 적합한 학교 역량으로 계속 정련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편, 연구학교들은 교육부 요청에 의한 교육과정 연구학교이었기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량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교육과정이 연구학교 과제를 운영하는 중인 2015년 9월에 최종 확정·고시되었기 때문에, 사례학교들은 교육과정 시안 자료에 제시된 역량을 참고하는 차원에서 고려하였으며 이를 모두 학교 역량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연구의 사례학교들 가운에 일부학교는 학교 역량을 설정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학년(군)별로도 중점 역량을 별도로 설정한 경우도 있어 주목되었다. 면담조사 및 수집한 자료를 살펴보면, 6개 사례학교 가운데 3개 학교(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1개교)에서 학년(군) 역량을 별도로 설정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이렇게 학교 차원의 역량을 넘어서 학년(군)별로 중점 역량을 별도로 설정한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학생의 특성에 더욱 적합한 역량이 존재하며 그러한 중점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학년 교육과정 재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핵심역량을 들이대고 ‘이거 다 길러라.’ 이렇게 하기보다는, 학년군별로 그 학급이 나 학교의 특성에 맞게 ‘중점(역량)을 정해서 한 번 해봐라.’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것(핵심역량)을 다 늘려라.’ 이러면 선생님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C초등학교, 임 교사]
이에 따라 이 학교들에서는 전 학년에서 학교 역량을 모두 함양하도록 하되 학년(군)별로 중점 역량을 별도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학년(군)별 프로젝트를 운영함으로써 학년별 특색 이 드러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예컨대, C초등학교의 경우 모든 학년에서 다섯 가지 학교 역량을 모두 고려하되, 저학년(1~2학년군)에서는 ‘자기관리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체험과 놀이학습을 주요 모형으로 선정하고, 중학년(3~4학년군)은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젝트 학습을, 고학년(5~6학년군)에서는 ‘의사소통능력’을 기르기 위해 토의·토론 수업 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학년별로 설계하였다.
사례학교의 교사들은 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 활성화되었음을 강조하였다. 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은 역량을 중심으로 교과별 성취기준들을 분석하고 이들을 연계하여 통합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특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과뿐 아니라 비교과까지도 역량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기르고자 하는 역량을 몇 가지로 한정하였다 치더라도, 그러한 역량을 어떻게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모호하고 막막한 상황일 수 있다. 연구학교 교사들은 추상적인 역량의 개념을 어떻게 구체적인 수업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즉 역량과 수업 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고민 끝에, 사례 연구학교들이 찾은 방법은 자신의 학교에서 설정한 역량의 하위요소를 규명하고 역량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가운데 그러한 역량을 함양하는 데에 적합한 성취기준을 교과별로 찾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설계를 시도하였다.
추상적인 핵심역량을 어떻게 수업 속에서 녹여낼 것인가는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 서 본교에서는 어떻게 방향성을 좀 잡았냐면, 성취기준을 분석하다보면 역량과도 연계가 되는 성취기준들이 있어요. 그런 성취기준들을 분석을 하는 거예요. (역량과) 관련 있는 성취기준들 을 추출해서 핵심역량과 연계가 되도록 그렇게 (교육과정 재구성을) 했어요. [C초등학교, 차교사]
이렇게 역량별로 각각의 역량과 관련된 성취기준을 교과별로 추출하여 연결하는 작업은 결국 이들 학교에서 설계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교과 간 통합과 연계를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 설계되는 발판이 되기도 하였다.
본격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6개 연구사례 학교들은 공통적으로 교 과 간 연계·통합 교육과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은 분절된 지식을 단순히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융합하여 활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6개 연구학교에서는 모두 역량을 중심으로 교과 간 통합 교육과정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곧, 이들 학교에서는 단일 교과의 수업 차원에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에 변화를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단위학교 차원에서 학교 교육과정 설계할 때에는 무엇보다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교과 간 융합 및 통합을 통해 지식을 “섞어서 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솔직히 핵심역량이 통합이잖아요. (중략) 지식 중심에서 역량을 좀 더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나가는 거죠. 결국은 애들이 못 섞는 걸 우리가 섞어주자는 의미의 통합식 교육이 필요해요.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직접 도움을 주자는 거잖아요. [D중학교, 조교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과 및 영역을 서로 연계·통합하려는 경향은 특정 역량을 중심으로 (1)두 교과의 유사한 성취기준을 서로 연계하여 설계하는 융합 프로그램 개발 방법과 (2)여러 교과를 통합·설계하여 주제 중심의 통합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었다.
첫째, 사례연구 학교들에서는 특정 역량을 중심으로 두세 개의 교과를 융합하여 연계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예컨대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과 같은 특정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수학의 덧셈과 뺄셈에 대한 학습내용을 국어과의 이야기 만들기와 연결하여 재구성하거나, 체육의 단거리 운동과 과학의 속력 개념을 연계하거나, 가정의 식품영양소와 과학의 소화과정에 대한 내용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였다. 이처럼 특정 역량의 함양과 관련된 두 개 교과의 성취기준을 서로 연계하여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도해 보는 일은 무엇보다 아직 역량을 기반으로 설계한 교육과정이 어떠한 모습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학교 운영 초반기에 실시하기에 비교적 “덜 힘들고” 안전하면서도 수월한 실험 방법으로 논의되었다. 아울러 특정 역량과 관련된 유사한 성취기준을 연계하여 융합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일은 기존에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던 수업보다 학습의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블록수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볼 시간적 여유를 확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역량 함양을 위해) 융합수업을 저희가 했었는데요. 주제별 융합수업을 해서 코티칭을 하고 티코칭도 했었어요. (중략) 연구학교 핵심역량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 중에서 저하고 부장님 하고 담당하는 체육하고 과학을 묶어 봤죠. 저희가 이제 속력을 배울 차례였고요, 체육에서는 단거리 운동에서 기록측정 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애들이 달리기를, 50미터 달리기를 하고, 본인의 시간이 나오면 그거 거리가 나와 있으니까 속력을 구할 수가 있잖아 요.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연계했습니다). [E중학교, 오교사]
둘째, 연구학교들 가운데 일부 학교는 처음에는 두 세 개의 교과를 연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역량 함양을 위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를 통합하여 장기적으로 운영 하는 별도의 통합 교육과정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연구사례 학교 중 4개교(B초등학교, C초등학교, D중학교, E중학교)는 학교 역량과 관련된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이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별로 해당 역량과 관련된 성취기준을 추출하여 교과 간 통합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시도하였다. 일례로, B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역량을 중심으로 주제 중심 통합 수업을 개발하여 장기간 동안 일반교과와 병행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었으며, C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백워드 수업설계를 바탕으로 교과를 통합한 형태의 주제중심의 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D중학교에서도 학교 역량 함양을 위해 역량과 관련된 특정 주제를 학년별로 선정하고 해당 주제와 관련된 교과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예컨대 1학년의 경우 시민의식이라는 역량 함양을 위해 ‘인권’이라는 학습 주제를 선정한 후, 도덕과에서 인권에 대해 학습하고 수학과에서는 통계청의 인권 관련 자료를 토대로 토의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일반적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교과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경향이 있던 반면, 이 연구의 일부 사례학교에서는 교과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을 비롯한 교과 외 영역에서도 역량 함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해당 학교의 교사들은 교과 영역의 경우 소위 진도라는 것이 있어서 실험적인 활동을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반면,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이야말로 역량 함양 활동과 연동하기에 “제일 무난하면서 도”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학습 영역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곧, 역량을 중심으로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시도할 때 무엇보다 시수를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을 활용하여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재 구성할 경우 수업 시수 확보를 통해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영역에 서의 경험과도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과에서 직접적인 체험활동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서 같이 연계가 되어 야 하는데, 별도로 그냥 따로따로 하는 게 문제더라고요. (중략) 재구성을 통해 교육내용과 체 험할 수 있는 이걸(창의적 체험활동) 합치면, 시수를 좀 더 벌 수 있으면서도 조금 더 의미 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 했어요. [C초등학교, 차교사]
따라서 일부 학교들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네 가지 영역(자치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에 역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활동 내용을 재편성하거나, 학년 또는 학급별로 특색 프로젝트을 시도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과 교과의 긴밀한 연계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였다. 예컨대, B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역량과 관련하여 교과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배운 다음, 이를 창의적 체험활동의 동아리 활동과 연계하여 연극 공연을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교과에서 식물의 환경에 대해 배울 때에는 범교과 학습 주제인 ‘지속 가능 발전 교육’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배추를 심고 관찰하고 재배하여 이를 요리 하고 파티를 여는 1년 과정의 장기 프로젝트로 운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례학교의 교사들은 비교과 영역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교과가 아닌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역량 함양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소기의 성과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학교생활의 가장 큰 비중은 여전히 교과 활동에 있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의 중요 영역인 교과수업을 중심으로 역량 함양을 고려하면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이와 연결시켜 학생들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례학교 교사들은 학생이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뿐만 아니라 범 교과 학습주제, 자유학기, 방과후 교실 등 학교 전반의 모든 활동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역량을 함양하는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사례학교의 교사들은 역량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후, 그에 따른 교수·학습 을 구상할 때, (1)체험·참여 수업, (2)실제적 과제를 활용한 탐구 수업, (3)소통과 협동을 강조 하는 수업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례학교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와 관련하여 교과 및 비교과 영역에서 지식의 ‘연계· 통합’을 강조하였다면, 교수·학습 방법 측면에서는 ‘체험’과 ‘참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역량이 지식의 활용과 체화를 강조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학생이 실 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연구대상 연구학교들에서는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학생이 “직접 체험”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수업에 주인공이 되는” 활동을 구안하는 데 특별히 강조점을 두고 있었다.
학생들이 뭔가 공유하고 토론하고 찾아보고 체험하고 뭐 이런 걸 할 수 있도록 해요. (중략)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참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음식을 먹고 움직여야 소화가 되듯이 아이들이 수업에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고,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움직이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고, 자극을 받아들이고 또 반응을 하고 그래야 이해가 되는 거예요. 또 그 이해를 바탕으로 그 다음 단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뭔가 지식을 더 알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수업을 하는 걸 봤고요. [C초등학교, 차교사]
사례학교의 교사들이 이처럼 제한적으로나마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학 생이 학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동기유발의 기능으로서도 의미가 있었으나, 습득한 지식을 장기적으로 기억하거나 차후 새로운 영역으로 지식을 적용·전이하도 록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기도 하였다. 곧,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역량이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렸을 때 지게를 져 봤다고 쳐요. 그러면 나중에 그와 같은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대처하는 것이 훨씬 더 용이하지 않나 (생각해요). 핵심역량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지금 수업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 번씩 참여해 보면, 나중에 사회에서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 할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러면서 역량이 자연 적으로 길러질 거라고 믿고 있는 거죠. 한번 이렇게 몸으로 참여하면서 경험하는 것이 그냥 앉아서 선생님이 얘기하는 거 듣는 것과 (다르니까요). 뭐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은 얼마나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듣는 것은 나중에 다 까먹거든요. [F중학교, 최교사]
그러나 교과별로 한 교시씩 분절되어 있는 현재의 시간표로는 이러한 체험 및 참여 중심으로 교수·학습에서의 변화를 시도하는 데 시간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었다. 따라서 사례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하거나, 블록수업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하고 있었다.
일단 한 시간 동안 (역량 중심으로) 수업을 바꿔서 해 보라고 얘기를 했을 때는 잘 안되더라고요. 기존에 했던 방법대로 강의식이 많았고요. 그런데 이제 2시간씩 블록으로 묶다 보니까 혼자서 2시간 동안 강의하는 게 쉽지 않으셔서 수업이 바뀌더라고요. 수업시간이 두 시간으로 늘게 되면 교사만 (수업)하기 힘드니까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업 앞부분의 한 20~30분은 개념 확인과 같은 강의를 해 주고 그 뒤부터 는 멘토·멘티 활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한다든지 발표수업을 하게 한다든지, 이렇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E중학교, 오교사]
사례학교에서 실시된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은 실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연계된 과제에 대해 탐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 역량은 지식의 활용과 전이를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에 실생활과의 연계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된다. 따라서 사례학교 교사들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고 실제 지식을 활용하거나 전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제적인 문제로부터 학습주제를 선정하거나 배운 바를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F중학교는 수학의 통계수업에서는 문제해결능력 함양과 관련하여‘학년이 높아질수록 왜 치마가 짧아질까?’에 대해 통계 분석하여 팀별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수업을 실시하였으며, E중학교는 과학의 소화, 순환, 호흡, 배설에 대한 학습내용과 기술·가정 의 영양소 관련 학습내용을 서로 융합하여 ‘과자 열량 구하기’라는 수업을 진행하여 음식물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검출하고 자신의 식생활을 반성·평가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실천하게 하여 자기관리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교수·학습을 구성하였다. D중학교에서는 학생회장 선발을 활용하여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경험하면서 삶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편, B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지역사회 자원을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 의 장(場)으로 여기며, 이를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사례학교의 교수·학습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학생들의 소통과 협동을 강조한 점이다. 사례학교들은 체험 및 활동을 강조하거나 실생활에서의 탐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논의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으로 모둠학습, 팀별 프로젝트 학습, 토론학습 등의 협동학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처럼 소통과 협동을 강조하는 수업이 확대된 데에는 사례 학교들이 의사소통능력과 대인관리능력을 주요한 학교 역량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 능력, 상대방을 배려하는 능력들은 단기간에 습득되기보다는 장기간의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함양되므로 되도록 모든 교수·학습 과정에서 협동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협동학습은 학생들이 의사소통을 하며 대인관계관리능력을 함양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시에, 집단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여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이 연구의 사례학교들은 공통적으로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그에 따라 교 수·학습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역량중심의 평가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따라서 역량중심의 평가는 일부 평가 방법이나 요소를 변경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사례학교들이 강조하고 있는 평가의 특성은 (1)수행평가, (2)과정평가, (3)평가주체의 다양화로 분석되었다.
연구학교의 교사들은 역량의 도입에 따라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기존의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를 역량 중심 평가로 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의 사례학교들은 모두 학생들의 수행 능력 변화에 주목하는 수행 평가를 강조하는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곧, 학생들이 ‘아는 것’의 차원을 넘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역량의 함양 정도를 평가하기에는 수행 평가가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고려되었다는 것이다. 역량의 함양을 평가하기 위한 수행평가는 서술형 평가, 보고서 평가, 팀별 발표 평가, 포트폴리오 등의 방법으로 실시되고 있었다. 일례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평가방법에서 큰 변화를 보인 A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단순 암기 위주로 이루어지던 기말 평가를 전면 폐지하고 서술형 평가를 여러 번에 나누어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외워서 적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수행평가를 주요 평가 방법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의 핵심역량을 평가할 수가 있고, 평가를 통해 핵심역량을 함양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런 자료들(활동보고서)을 만들게 됐어요. 이렇게 자료를 몇 달 동안 계속 (모아 놓으면), 이게 포트폴리오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행평가의 의미도 다시금 저희가 재정립을 하게 됐어요. [A초등학교, 김교사]
다섯 개 교과에서 두 교과는 100% 완전 서술로 바꿨습니다. (중략) 예전처럼 100점 만점의 100점, 이렇게 점수를 아예 없애고요, 문항 자체에다 이렇게 척도표를 주어서 ‘내가 이 부분을 알고 있구나,’, ‘아, 이 부분은 내가 문제가 있구나.’ 이런 것들을 문항별로 판단할 수 있도록 바꿨어요. [A초등학교, 박교장]
역량중심 평가와 관련하여 사례학교에서는 수행평가를 강조하는 동시에 학생의 수행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자주” 평가하는 ‘과정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평가가 많아진” 점을 강조하였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서술형평가,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자기평가, 상호평가 등의 다양한 평가 방식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처럼 수행에 대한 평가를 자주 실시한 것은 학생들이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학생 및 학 부모에게 자신의 발달 과정을 돌이켜 보게 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논의되었다. 예컨대, A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기말에 실시하는 일제식의 평가를 지양하고 역량 함양의 관점 에서 성장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과정 중심의 수시 평가체제로 로드맵을 구축하여 실시하고 있었으며, F중학교의 경우에는 팀별 협동학습에 과정평가를 실시하여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 라 학습 과정 또한 중요함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역량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학습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이 스스로의 학습과정을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사례학교들에서는 기존의 교사 위주의 평가 방식을 전환하여, 자기평가, 동료평가 등 평가주체를 다양화함으로써 각기 다른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예컨대, D중학교와 F중학교의 경우에는 기존에 자주 사용되지 않았던 동료평가와 자기평가를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평가 방식이 하나의 평가요소로 포함된 자체만으로도 역량 함양에 일정 정도 도움이 된 것으로 논의되었다. 예컨대, 동료평가를 도입한 것이 실제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타인에 대한 배려, 리더십 등에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공동체 역량 함양에 도움을 주었으며, 자기평가는 학생들의 자기 반성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도 일조하였던 것으로 언급되었다. 한편, A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연수 및 가정통신문을 통해 역량중심 평가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해 학부모의 평가의견까지 수렴하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협동학습을 하고 나면 그 결과를 평가를 해요. (중략) 실제에서는 낮은 비율이지만 애들이 서 로 평가한 결과를 다 평가에 반영해요. 우리학교 한 80프로 교과가 지금 동료평가 반영하고 있거든요. (중략) 서로 간에 이제 배려를 좀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면에선 ‘애들에게 효과 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애들한테 “동료평가하면 신경이 쓰이냐?” 그랬더니 “당연히 신경이 쓰이죠, 선생님.” 그러더라고요. [D중학교, 조교사]
그러나 이처럼 평가의 주체를 다양화 하여 얻은 결과는 직접적으로 성적 산출에 반영하기 보다는 교수·학습 과정의 일환으로 실시된 경우가 많았으며, 성적에 반영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상당히 적게 반영하되 학생 간 차이를 크게 두지 않아 실제적으로는 학생의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기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평가체제에 변화를 줌으로써 학생의 관심 을 유도하고 그들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고려되었다.
Ⅴ. 논의 및 제언
최근 역량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대응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5년 9월에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하고자 하는 6가지 핵심 역량을 처음으로 국가교육과정에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017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단위학교에서는 이러한 핵심역량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 의 문서 체제 위주로 논의되어 왔으며 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또한 시·도교육청이나 학교의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개발·운행되어 왔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하는지, 역량을 반영한 학교 교육과정의 모습은 무엇인지 공인된 구체적인 사례들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시·도교육청에서 교육부의 요청에 의해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 연구학교 사례에 주목하고, 이들 학교에서 개발·운영한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맥락에서 역량기반 학교 교육과정 개발·운영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서로 다른 시·도의 6개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연구사례로 설정하고, 방문조사를 통해 총 13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사례조사 분석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쟁점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의 연구대상 학교들에서는 자신의 학교와 학년(군)에 필요로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학교역량과 학년(군) 역량을 설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 는 점에서 특징적이었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에서 역량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으로 간주되 어 단위 학교 차원에서 역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일반적으로 ‘생략’ 되었다. 물론 이 연구의 사례학교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기 전부터 연구학교로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개별학교마다 자신의 학교에 적합한 역량을 설정하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학교마다” 또는 “학년(군)마다” 특별하게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 측면은 차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곧, 국가 교육과정에 제시한 핵심 역량이 단순히 문서상에 존재하거나 선언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의 필요와 상황에 적합한 형태로 직접적으로 학교의 교육목표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교육과정 체제하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때문에 국가가 제시한 역량들 가운데 일부를 ‘선택’하거나 ‘배제’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역량들 가운데 자신의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을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특성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고려된다. 이는 학년(군)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연구의 면담조사에 참여한 일부 교사들은 학년(군) 마다 학생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학년 교육과정을 역량을 중심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학년(군)별 중점 역량을 별도로 선정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곧, 학교 교육의 전 과정을 통해 국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을 고루 균형있게 함양하도록 해야 하지만, 학년의 특성에 따라서는 특정 역량을 학년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학년 프로젝트 학습을 계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초등학교에서 저학년과 고학년의 발달 단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년이나 학년군에 맞도록 역량을 제시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주장(구교은, 2015)과도 연계된다. 따라서 모든 학교들이 국 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역량에 주목하고 이를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단순히 국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을 그대로 차용하여 명시하기보다는, 학교 나름의 교육철학과 목표,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학교 맥락에 적합한 방식으로 역량별로 강조점을 달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교육과정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역량기반 교육과정 실천 사례들은 역량을 중심으로 교과 간 통합 교육과정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나타내었다. 사례 학교의 교사들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 지식을 활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서 지식을 “섞어서 주기 위한” 시도로서 교과 간 연계·통합을 강조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이 총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절적인 지식보다는 각각의 교육과정 요소들 간의 통합과 연계를 강조한다는 기존의 연구들(홍원표, 이근호, 2011; 홍원표, 곽은희, 2014; 최은주, 2013, 노승현, 2014)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역량기반 교육과정 설계 방식을 단순하게 교과 간 통합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곧,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지식을 통합하여 제공하자는 의도에서 통합 교육과정을 시도할 수는 있으나, 반대로 교과 간 유사한 성취기준을 통합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고 하여 모두 역량기반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통합 교육과정은 기존에도 오랜 시간 동안 논의되고 실천된 주제이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것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가장 효과적인 설 계 방식으로 통합 교육과정을 단순히 강조한다면, 목적(역량함양)을 잃어버린 통합, 통합을 위한 통합이 될 수 있다. 통합 교육과정 설계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설계 방법으로 논의될 수 있으며, 이때 교과의 연계·통합에 있어서 역량이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
셋째,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천한 학교들에서는 교과 활동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으로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역량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연구의 교사들은 교과만으로는 역량을 함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논의하며, 학생들이 고민하고 탐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차원과 교과의 지식을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는 차원에서 비 교과 영역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교사들 의 논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교과의 학습목표와 활동까지 연계하기에는 수업 시간이 부족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설할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다는 최은주(2013)의 연구와 유사하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존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선행 연구들이 주로 비교과 영역보다 교과 영역에서의 역량 함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비교과 영역에서의 역량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한 현상에 대해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역량은 지식뿐만 아니라 정의적 특성까지 포함한 총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도 교과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역량 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비교과 영역은 단순히 학생들의 활동을 위한 시수를 확보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 전반 활동’을 통한 체계적인 역량 함양에 대 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학습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측면에서는 체험 및 참여, 실제적 과제에 대한 탐구, 학습 과정에서의 소통과 협동을 강조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기존의 역량기반 교육과정 담론이나 해외 사례에서 강조한 특징들이 우리나라 맥락의 사례에 서도 유사하게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교수·학습의 특징이 과연 역량기반 교육과정만의 고유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오래 전부터 교육과정 사조가 바뀐다 하더라도 학교 교육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강조되고 지향해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노승현(2014)은 외국 사례들에서 탐구학습, 발표학습, 팀과제, 토론 등과 같은 참여적 수업 방식이 핵심역량을 함양하도록 하는 데 적절한 방식임을 주장하지만, ‘수업 방법’ 자체가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하며, 수업 방법과 함께 학습 내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학생들의 균형 잡힌 역량 개 발이 가능하고 주장한다(노승현, 2014). 이러한 주장은 수업 방법이 모종의 역량 및 학습내용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논의되어야지 수업 방법의 변화만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섯째, 역량중심의 평가와 관련하여 교사들은 역량에 따른 평가 방식의 변화 필요성에 대 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평가 방식을 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상황과 여건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수행 평가 및 과정 평가를 강조하며, 평가주체의 다양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지식 중심의 평가와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고부담평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평가 방식의 개선과 역량기반 교육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고려된다(이경호, 안선희, 2014). 따라서 이 연구의 교사들은 현재 교육제도의 평가체제 속에서 단위학교나 교사들이 시도할 수 있는 수준에서 평가요소나 방법에 일부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시도함으로써 학생들의 반응이나 태도, 능력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현재의 교육 평가체제에서 적용 가능한 역량중심 평가의 방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평가체제가 역량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이 국가 교육과정에 처음으로 도입된 시점에서,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선도적으로 운영해 본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실시하여 우리나라 맥락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특성이 어떤지를 살펴보는 데 관심을 두고 수행되었다. 이 연 구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역량의 보급·확산을 목적으로 선정된 연구학교의 운영 사례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논의하기에는 어려움 이 있다. 그러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국내의 사례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연구는 정부 및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운영된 선도적인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사례에 주목하고 실제 경험적 사례로부터 역량 함양 교육을 위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러 한 연구 결과 및 논의에 근거하여 후속 연구를 위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나라 교육상황에서 운영된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실천 사례들을 다양한 관점과 맥락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7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급 및 학년별로 순차적 적용됨을 고려할 때, 실제 단위학교에서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역량을 어떻게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구현해 내는지 면밀한 조사 연구와 비판적인 분석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 때 초, 중, 고등학교의 학교급별 특성과 대규모, 소규모 학교나 대도시 읍면지역 소재의 학교 등 다양한 특성에 따른 역량기반 사례들을 발굴하고 이를 분석하여 제안하는 것이 요구된다.
한편, 교사들이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단위학교의 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설계하거나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역량의 속성에 대한 오해로 인해 왜곡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므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연구로는 역량의 탐색을 통해 역량기반 교육과 정 설계 원리를 탐구하는 연구나, 학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여 변형·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설계 사례들을 개발하여 소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창의적 체험활동과 같이 비교과 영역에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방안이나 범교과 학습주제와 관련하여 역량을 함양 할 수 있는 방안, 역량 함양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에 대한 방안 등에 대한 실제적 연구와 안내가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