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의 첫 번째는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으로 지(知)·정(情)·의(意)가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다(교육부, 2015). 이는 학교교육의 과정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내용으로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의 균형이 필요함을 새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을 아우르는 인간상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학교현장의 현실(김경은, 2012; 이민경, 2015)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현실 속의 여러 가지 조건과 이유로 인해 정의적 발달보다는 인지적 발달에 더 주목하게 되나, 교육은 언제나 이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 왔다.
교육에서 정의적 영역은 학습의 흥미를 높여 인지적 영역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학습의 결과로 얻은 정의적 영역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강승호 외, 2008). 교과에 대한 흥미, 관심, 태도 등의 정의적 특성은 학습자가 학습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학습과정은 인지적 특성과 정의적 특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며, 학습자들에게 교과에 대한 긍정적인 정의적 특성을 길러준다면 인지적 영역의 학습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지적 영역인 학업성취도에 정의적 출발점 행동이 25%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Bloom, 1976). 이처럼 정의적 영역은 학습을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학습의 결과로 얻게 되는 정의적 특성인 정의적 성과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개인의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강승호 외, 2008). 즉 정의적 영역은 학습의 목표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최근 이루어진 연구들(Tan, Heng, & Tan, 2013; Michael, 2014)에 따르면, 정의적 영역의 결과물은 삶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올바른 관습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학생들의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의적 영역에 대한 중요성은 지리교육에서도 강조되어 왔었다. 서태열(2005)은 지리교육은 단순히 지리학이라는 내용학문을 막연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리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가치 있는 세계에 입문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지리교육의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을 함께 강조하였다. 김이재(2016)는 “알파고의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면 컴퓨터와 경쟁이 불가능한 아날로그적 장소와 상상력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자연 속에서 오감을 열어 체험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다양한 환경에서 감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활동이 장려되어야 한다.”며 지리교육의 정의적 영역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지리교육을 통한 정의적 영역과 인지적 영역의 결과물들이 범세계적인 관점(global perspective)을 키워줄 수 있음(Phil Klein et al., 2014)도 제안되었다. Gökce(2015)는 지구촌 시대에 지리교육에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말하면서, 지리수업을 통해 세계 평화와 평온을 위한 관용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정리하면, 지리교과의 정의적 영역 교육은 가치와 태도의 영역을 포함하면서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리교육을 의미한다.
지리교육에서 정의적 영역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학교현장에서 강조되어야 할 구체적인 교육목표 및 특성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조철기(2013)는 지리 학습은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장소감(sense of place)이 지리 학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러한 장소감은 지리교과의 중요한 정의적 특성인데, 학습자가 일정 장소의 방문이나 그곳에서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소속감과 자아 존중감을 키워줄 수 있으며, 장소에 대한 친밀감을 유지시켜 장소애착(place attachment)을 형성할 수 있다(조철기, 2013). 또한 급변하는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김재남, 2002),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경관에 대한 공감 및 이해와 지구촌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Gökce(2015) 등도 제안되었다. 이런 정의적 특성들은 지리교과서 개발은 물론 다양한 지리교육과정과 지리를 기반으로 한 특성화 프로그램 실시과정(김주후, 2006)을 통해서도 강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리교과 안에서 정의적 특성에 대한 관심과 강조에도 불구하고 정의적 영역은 교사들의 정의적 영역에 대한 인식부족과 학교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편이다(경기도교육청, 2013). 특히 평가에서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양적평가를 주로 해오던 교육현장에서 정의적 영역의 평가는 도입되기 어려웠으며(정지현, 2010), 평가가 용이하지 않은 정의적 영역은 교육내용으로서도 반영되기 어려웠다. 손명철 (2014)의 중학교 사회1 교과서 학습활동 분석 결과 연구를 보면 인지적 영역과 관련된 활동이 91.8%, 기능적 영역과 관련된 활동이 8.2%이지만, 정의적 영역과 관련된 활동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국가교육과정과 교육청 단위의 교수 학습 및 평가 계획에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교육과 평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에게 정의적 영역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 자료나 연수는 찾아보기 힘들며, 정의적 영역에 대한 개념적 이해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정의적 영역에 대한 연구는 수학, 과학, 예체능 교과에서 진행되었고(정지현, 2010), 길현주(2011)의 사회과 정의적 영역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모두 흥미, 태도, 가치 등 범교과적인 정의적 영역에 대한 연구에 국한되었다. 지리교과의 연구는 조철기(2013), 김민성, 윤옥경(2013)의 장소감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지리교과에서 전반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정의적 영역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각 교과에서 어떠한 정의적 영역을 필요로 하고,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정의적 영역을 통한 학습의 흥미와 동기를 향상시키는 것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리교과에서 정의적 영역을 수업에 활용하고 정의적 영역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데 초석이 되기 위하여 델파이 분석을 통해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밝혀내고자 한다.
II. 연구방법
델파이 연구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전문가들의 판단과 의견을 수합하여 합의점을 찾는 연구 방법이다. 본 연구는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밝히는 연구로 학교현장에서 수업을 하는 지리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였다. 학교 현장에서 지리수업을 하는 교사 중, 수석교사와 박사학위를 가진 교사를 교과관련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되는 수석교사 10명, 박사학위 소지 교사 11명으로 패널을 구성하였다.
구분 | 패널 수 | 1차 회수율 | 2차 회수율 | 3차 회수율 |
---|---|---|---|---|
박사학위 소지 지리교사 | 11 | 11(100%) | 11(100%) | 10(91%) |
지리 수석교사 | 10 | 10(100%) | 10(100%) | 10(100%) |
계 | 21 | 21(100%) | 21(100%) | 20(95.2%) |
지리 전공 수석교사와 박사학위를 가진 교사를 교과관련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수석교사 10명, 박사학위 소지 교사 11명으로 패널을 구성하였다. 2배수의 패널 대상을 추천받아 e-mail을 통해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고 연구 참가 동의서를 보내 온 21명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였고, 1차 델파이와 2차 델파이에 대한 회수율은 100%였으며, 3차 델파이에서 개인적 연구 활동으로 1명이 참여하지 못하여 95.2%를 회수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패널은 남자 10명(47.6%), 여자 11명(52.4%)이었으며, 연령대는 40대 6명 (28.6%), 50대 15명(71.4%)으로 연령대가 높았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 급은 중학교 5명 (23.8%), 고등학교 16명(76.2%)이고, 지리교육 관련 경력은 16년〜20년 3명(14.3%), 21년〜25년 6명(28.6%), 26년〜30년 7명(33.3%), 31년〜35년 5명(23.8%)이며 평균 26.4년의 지리교육 관련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종학력은 석사과정 2명(9.5%), 석사 7명(33.3%), 박사과정 1명 (4.8%), 박사 11명(52.4%)이다.
본 연구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지리교과의 정의적 영역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지적 특성과 정의적 특성은 완전히 구별되는 개념이 아니라 행동 결과나 반응의 결과 중 감정적인 부분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조작적 개념(강승호 외, 2008)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지리교육에서의 정의적 특성을 추출하는 것은 지리교육에서 길러주어야 하는 핵심적인 정의적 특성을 찾되, 그것이 인지적 영역과 완전히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김민성과 윤옥경(2013)의 연구에서 장소감의 측정도구를 개발하는 데 장소감의 하위요소를 ‘장소에 대한 인지’, ‘장소에 대한 애착’, ‘장소를 위한 실천’으로 정하고 이는 각각 인지적 영역, 정의적 영역, 행동적 영역으로 정의하였다. 즉 장소감이라는 지리개념은 정의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지적 영역과 행동적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정의적 영역에서의 개념만을 활용하고자 한다.
1차 설문지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합하기 위하여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정의적 영역이 학교현장에서 일반화하지 않은 개념이고 특히 교과별 정의적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서 조작적으로 정의한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의 개념과 지리교육에서 논의되었던 정의적 특성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이 될 수 있는 구인과 그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도록 안내하였다.
1차 델파이를 토대로 구조화된 설문을 제작하였다. 패널들의 의견을 종합 정리하여 13개의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과 그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 Likert식 5 점 척도로 응답하게 하였다.
2차 델파이 결과에 대하여 21명의 패널들의 응답에 대하여 평균(M)과 표준편차(SD)를 제공하고, 패널 개인의 응답에 대한 중앙값(Md)과 사분위수 범위를 표시하여 제시하였다. 사분위수 범위는 전체 응답을 작은 값부터 순서대로 배열할 경우 25%~75% 범위에 속하는 응답으로 빈도분석을 통해 패널들의 응답이 극단 값이 치우치지 않고 사분위수 범위에 분포하는 경향을 확인하고,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을 할 경우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견해와 달리한다고 판단하여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을 한 이유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III. 연구 결과
1차 델파이에서는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과 그에 대한 설명을 개방적 질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 결과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향토애, 경관에 대한 미적 감각, 국가에 대한 호기심, 지역이해, 인성교육, 협동, 환경, 내면화된 사적 지식의 발현, 공간 인식 규모의 탄력성, 시간과 연결하여 현상에 대한 인식, 장소감, 환경윤리, 세계에 대한 공감적 이해, 공간적 정의, 의사소통과 참여, 고향(지역애), 인간과 자연과의 상생과 공존감,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심, 인간애, 소통, 공동체, 경험 가능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 세계시민으로서의 공감능력, 환경 감수성, 세계에 대한 공감적 이해, 공간감,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통합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세계에 대한 공감적 이해, 삶의 질에 대한 기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공간에 대한 이해, 공동체 의식, 공간적인 흥미, 국토통일에 대한 기대’로 응답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에 따 라 범교과적인 정의적 특성 ‘내면화된 사적 지식 발현, 통합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참여, 인성교육, 협동’은 제외하고, 나머지 정의적 특성은 유사한 성격의 내용으로 종합정리 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3>과 같다.
1차 델파이 결과 작성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에 대해 중요성을 Likert식 5점 척도로 응답한 결과는 장소에 대한 감수성(M=4.9, SD=0.3)이 가장 중요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지구촌에 대한 공감적 이해(M=4.57, SD=0.6),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 (M=4.52, SD=0.68),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M=4.33, SD=0.73),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M=4.25, SD=0.85),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M=4.24, SD=0.94), 세계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M=4.19, SD=0.81), 국토에 대한 사랑(M=4.19, SD=0.98),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 (M=4.14, SD=1.01),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M=4.1, SD=0.89),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M=4.1, SD=1),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M=3.81, SD=1.08),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M=3.62, SD=1.2)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차 델파이에서 정의적 특성과 문항에 대해 수정 및 추가의견은 ‘경관에 대한 미적 감각’ 항목이 미술교과의 특성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여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으로 수정하였다.
3차 델파이 결과는 <표 4>와 같으며 2차 델파이와 같이 장소에 대한 감수성(M=4.9, SD=0.31)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하였고,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M=4.65, SD=0.59), 지구촌에 대한 공감적 이해(M=455, SD=0.6),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M=4.45, SD=0.76),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M=4.35, SD=0.59), 국토에 대한 사랑(M=4.25, SD=0.91),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M=4.25, SD=0.85), 세계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M=4.2, SD=0.77),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M=4.2, SD=0.77),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M=4.1, SD=0.64),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M=3.95, SD=0.94),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M=3.85, SD=0.81),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M=3.75, SD=0.97) 순으로 나타났다.
3차 델파이에서는 패널 개인의 응답에 대한 중앙값(Md)과 사분위수 범위를 표시하여 제시하고,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을 할 경우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견해와 달리한다고 판단하여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을 한 이유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항목별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을 한 이유를 정리하면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고,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는 지리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인간 활동의 전반을 다루는 것인데 환경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국토에 대한 사랑’은 다문화와 다양화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너무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국수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은 학습자의 개별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획일적으로 측정하고 성장시켜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지리과목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축소하여 재정의 하자는 의견,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은 이동이 빈번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고향의 의미는 예전과 다르며 학생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라는 의견,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은 미술교과에서 다루는 정의적 영역이라는 의견,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은 지리와 역사는 수업현장에서 현실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정치적인 주제로 지리에서 다루기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과 윤리교과와 중첩되며 지리적 속성을 중심으로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추가적인 질문으로 제시된 정의적 특성 중 성격이 비슷하거나 통합되어 제시될 필요가 있는 정의적 특성을 그 이유와 함께 질문하였고, 그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국토에 대한 사랑’과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통일이라는 주제가 지리교과에서 강조하는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나타내기는 미흡하여 국토애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 ‘국토에 대한 사랑’,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은 공간 규모는 명시하고 있으나 접근 방식의 차이만 보일뿐 같은 인식의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 ‘국토에 대한 사랑’과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은 이동이 많은 현대인에게 향토애는 크게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토애에 포함시키자는 의견,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과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는 생태론적 가치관이 윤리적 태도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과 ‘공간적 정의’는 사회현상에 대한 공간의 의미에 대한 내용이므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사회적인 현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지리교과의 특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소에 대한 감수성’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은 큰 의미에서 ‘장소에 대한 감수성’에 포함되는 의미라는 의견이 있었다.
각 정의적 특성에 대하여 평균은 3.62〜4.9(2차), 3.75〜4.9(3차)로 나타났으며 ‘경관에 대한 미적 감각’과 ‘지구촌에 대한 공감적 이해’는 평균값이 소폭 감소했으며, 나머지는 2차보다 3차의 평균값이 높게 나타났다. 표준편차는 0.3〜1.2(2차), 0.31〜0.97(3차)로 ‘장소에 대한 감수성’과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이 소폭 증가하였고, 나머지 정의적 특성은 3차가 2차보다 표준 편차가 줄어 전문가 의견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타당도 비율(CVR : Content Validity Ratio)은 각 정의적 특성에 대한 중요도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나타낸 값으로 5점 척도에서 ‘매우 중요함’(5점), ‘중요함’(4점)에 응답한 패널의 빈도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구한다(노원경, 이혜원, 조나영, 2013).
(Ne : ‘매우 중요함’(5점), ‘중요함’(4점) 응답한 패널 수)
Lawshe(1975)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패널 수가 20명 이상 25명 미만일 때 CVR의 최소값은 0.42이다. CVR이 0.42보다 높게 나오면 유의확률 0.05수준에서 내용타당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노원경, 이혜원, 조나영, 2013).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0.4)’, ‘국토에 대한 사랑(0.4)’은 CVR이 0.42보다 조금 낮게 나타났고, 나머지 정의적 특성은 CVR값이 0.42보다 높은 값을 나타냈다.
1차 델파이로 도출된 13개의 정의적 특성을 2, 3차 델파이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선정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 8가지는 <표 6>과 같다.
‘경관에 대한 심미적 감각’은 큰 의미에서 ‘장소에 대한 감수성’과 일맥상통한다는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을 반영하여 통합하였으며,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는 윤리교과의 성격이 강하고,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과 생태론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공통된 특성으로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더 포괄적 의미이므로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포함하여 제시하였다. ‘공간적 정의’와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대한 특성으로 통합하여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으며,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지리교과에서 제시할 수 있는 독립된 영역으로 제시하기 어렵다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토에 대한 사랑’과 통합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은 역사교과의 정의적 영역이라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과 내용 타당도(CVR) 값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반영하여 삭제하였다.
IV. 논의 및 결론
교실에서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정의적 영역에 대한 교육과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강승호 외, 2008),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이 잘 갖추어진 교육적 경험은 졸업 후 사회생 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Michael, 2014) 정의적 영역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의적 영역은 학습과정에서 인지적 특성과 정의적 특성이 상호작용하여 보다 높은 학습 성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교실상황에서 성공적인 학습을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학습 성과로서의 태도와 가치관 등의 정의적 특성은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므로 교육의 목표로서 큰 의미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과별로 정의적 영역에 대한 정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Gökce(2015)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지구촌 갈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지리 수업시간 관용의 가치에 대한 수업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지리수업에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지리교과의 정의적 영역 교육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의 소재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정의적 영역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고, 특히 교과별로 교과특성에 맞는 정의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델파이 연구를 통해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에 따른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찾아내기 위해 박사학위 소지 지리교사 11명, 지리교과 수석교사 10명에게 3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은 ‘장소에 대한 감수성’,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 ‘지구촌에 대한 공감적 이해’,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 ‘국토에 대한 사랑’,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 ‘세계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 ‘향토를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지리교 과의 정의적 특성으로 제시되었던 선행연구(김재남, 2002; 김민성, 윤옥경, 2013; Gökce, 2015)에서 제시한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나,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 ‘공간과 삶에 대한 성찰’ 등은 이번 델파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추출된 내용이다. 이는 남상준(1995)의 연구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환경에 대한 정의적 영역의 교육의 필요성을 반영해 주는 것이며, 마경묵(2010)의 연구에서 제시한 단순한 장소감을 넘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대한 인식인 공간성 (spatiality)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리교과에서 정의적 특성은 단순히 인간과 장소에 대한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공간인 환경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포함하는 범위로 확장시켜야 하며 학생의 감수성과 공감 등을 촉진하고 도와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둘째, ‘국토에 대한 사랑’은 3차 델파이 결과 평균 4.25(SD=0.91)로 평균 이상의 결과 값을 보였으나 내용 타당도(CVR)값이 4.0으로 기준 값인 4.2에 미치지 못하였다. 이 문항의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 값을 보면 5점-11명, 4점-3명, 3점-6명으로 모두 3점 이상으로 응답하였으며, 중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1〜2점의 점수가 없고, 평균 점수가 4.25로 높은 점을 고려하여 삭제하지 않았다. 또한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국토에 대한 사랑’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토에 대한 사랑’ 항목을 수정하여 제시하였다.
셋째, 본 연구는 개방적 질문에서 추출한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을 중요성에 대한 5점 척도 응답의 결과 값을 2차의 수정을 통해 제시하였다. 정량적 평가의 결과와 내적 타당도(CVR) 값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추가적인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8개의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을 선정하였다. 델파이는 다수의 추정치에 대한 결과 값이 불확실성과 애매함을 포함할 수 있지만 정답의 범위를 추정하는 가능성이 개인보다는 집단이 높고, 추정치의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소수의견을 반영한다(이종성, 2006). 이 연구에서 선정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뿐만 아니라 사분위수 범위에서 벗어난 응답의 이유와 통합되어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 등의 전문가 의견 또한 중요한 연구의 결과이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선정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은 기존의 인지적 영역의 교육에만 중점을 두었던 학교교육에서 정의적 영역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으며, 제시된 정의적 특성은 지리수업의 교육목표와 수업방법, 평가척도를 개발하는 데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추출하기 위한 연구로 기존의 선행연구가 부족하여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델파이 연구를 진행하였다. 전문가 집단으로 박사학위를 소지한 지리교사 11명과 수석교사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여 일반 지리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향후 본 연구를 바탕으로 학교현장의 지리교사와 지리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심층면담(FGI), 참여 관찰 등을 활용한 질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질적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교사 및 학생 대상 조사연구도 설계하여 실시한다면 지리교과 정의적 영역에 대한 이론을 정교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선정한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은 지리교과 수업의 목표설정, 수업방법 연구, 평가 방법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선정된 정의적 특성이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지리교과 정의적 특성을 키워주기 위한 수업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평가에서는 정의적 특성은 양적인 측정이 어려워 학습자의 학습과정에 대한 관찰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이 활용되고 있는데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학습자들의 학습결과를 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평가도구 개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 도구는 지리교과만의 정의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양적인 평가를 할 때 나타나는 응답의 중심화 경향(박현애, 배성우, 박종석, 2014)과 고부담평가(high-states assessment)가 일반화 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로 응답하는 경향(장봉기, 2014)을 고려한 측정도구 개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최종적으로 제시된 지리교과의 정의적 특성에서 제외되거나 통합되어 제시된 정의적 특성 중 ‘지역에 대한 시간적 감수성’, ‘국토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 ‘환경에 대한 윤리적 태도’는 지리교과의 특성에서 벗어나 역사와 윤리교과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2015 개정교육과정의 통합사회 교과는 지리, 역사, 일반사회, 윤리를 통합적 관점에서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의’, ‘행복’, ‘권리’ 등의 개념을 지리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교과와 연계된 정의적 특성이 통합을 강조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더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