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연구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교육 프로그램 운영 현황 및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 - 우수 학교를 중심으로 -

김효선1,*, 홍원표2,**
Hyo-Sun Kim1,*, Won-Pyo Hong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연세대학교 박사과정
2연세대학교 부교수
1Doctoral Candidate, Yonsei University
2Associate Professor, Yonsei University
**교신저자, eduhong@yonsei.ac.kr

© Copyright 2016,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5, 2016 ; Revised: Feb 01, 2016 ; Accepted: Feb 16, 2016

Published Online: Feb 28, 2016

요약

본 연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살펴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2014년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가운데 우수 사례로 선정된 18개 학교의 문헌자료를 분석하였고, 그 중 14개 학교의 담당 교사와 면담을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모두를 위한 다문화교육을 지향하는 도입 취지에 맞게, 다문화교육 중점 학교들에서는 다문화교육의 대상을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들로 확대하고 있었다. 반면 다문화교육의 내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화 다양성이나 문화이해 교육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반 편견·반차별은 주변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교 현장의 담당 교사들은 이전의 시범 학교들보다 중점학교의 접근 방식이 다문화교육의 취지와 좀 더 부합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반면, 업무과중, 인근 학교의 협조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등과 같은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발전 방안으로 다문화교육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강화, 반차별·반편견 관련 내용 요소 확대, 우수 프로그램의 확산과 공유 등을 제시하고 있다.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s curriculum programs of core school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and teachers’ responses to their effects and limits. To address these topics, this study analyzes curricular documents collected from 18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s selected as exemplary cases in 2014. It also conducted in-depth interviews with 14 teachers who are in charge of planing and implementing multicultural programs in core schools. Major results support that multicultural core schools expand the targets of multicultural education to mainstream students, their parents and local residents beyond minority students and their parents. It turned out, however, that multicultural core schools still tend to untouch structural biases and discriminations, while focusing on extending students’ awareness of cultural and racial diversities. This study also reveals that participating teachers face such difficulties as heavy workloads, lack of collaboration from local schools, and lack of relevant experiences and instructional materials. Based on these results, this study suggests the sharing of successful programs, enhancing teachers awareness of the significance of multicultural education, and further supports for teachers in charge of multicultural education to achieve the targeted goals of multicultural core schools.

Keywords: 다문화교육;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다문화교육 시범학교
Keywords: multicultural education; core school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I. 서론

Suárez-Orazco(2005)는 다음 세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겪게 될 가장 중요한 변화로 다문화 사회로의 전이를 들고 있다.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인종과 국적, 문화,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살아가고 사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의 논의는 미국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 상황에도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각종 통계들이 보여 주듯이, 피부색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학생들의 증가는 우리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변화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67,806명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는 2008년에 비해 약 3.4배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다문화가정 아동 중 미취학 아동이 12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면, 향후 이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교육부, 2015).

우리 사회의 다양성 증가는 일부 다문화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갈 모든 구성 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태도, 생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다문화적 이해와 감수성은 일부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질과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문화교육에 대한 이론적·실제적 관심 역시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 미국의 다문화교육 이론을 소개하기 시작한 이후,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생활, 교육과정과 교과서, 학 교문화, 교사교육 등으로 다문화교육의 이론적 지평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김현덕, 2010; 모경환, 2009; 문미숙, 박창언, 2009; 장인실, 2006; 천호성 2009). 그런데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학교 현장의 다문화교육은 정부, 특히 교육부의 정책적 방향과 밀접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류방란, 2013; 박민정, 2012; Grant & Ham 2013; Olneck, 2011). 우리나라 특유의 중앙집 권적·관료제적 교육 문화로 인해, 다문화교육의 방향과 내용 역시 상당 부분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 주도적 접근이 우리나라의 다문화교육 발전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하나로 추진됨으로써 상당한 예산이 확보되는 동시에, 짧은 기간에 다문화교육이 하나의 사회적 ‘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Jun, 2011).

그러나 우리나라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대상과 내용 면에서 상당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먼저, 대상 면에서 지금까지의 다문화교육은 이른바 다문화 학생이라고 하는 소수자들의 학교 적응에 편향되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서덕희, 2011; 조대훈, 박민정, 2009; 황갑진, 2011; Olneck, 2011). 실제 교육부의 다문화교육 정책들은 대부분 다문화 학생과 이들의 부모를 위한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교육과학기술부, 2009, 2010, 2012). 물론 빠르게 늘어나는 소수계 학생들의 학교 적응 역시 우리 교육에 낯설 고도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편향된 접근은 다문화교육은 소수자 집단과 주류 집단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며, 어쩌면 주류 집단의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것이 다문화교육의 좀 더 본질적인 목표라는 점이 간과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Banks, 2001; Bennet, 1990). 예컨대 정혜원(2011)의 조사에서 중·고등학생들의 68%는 다문화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하였으며, 안병환(2012)에 의하면 고등학생들의 87.5%가 다문화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50% 가까운 학생들은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가 제한된 다문화교육의 영역이다. 말하자면, 소수 학생들의 적응에 초점을 맞춘 결과 동화주의적 관점이 우리나라의 다문화교육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박민정, 2012; Grant & Ham 2013; Olneck, 2011). 동화주의적 접근은 소수 집단이 주류 집 단의 문화적 표준과 기존 질서에 순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된 형태의 다문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박민정, 2012). 주류 집단의 편견이나 선입견, 차별이 남아 있는 한, 소수 집단의 성공적 적응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문화교육의 선구자들은 소수자 적응을 넘어 주류 집단의 지배적 인식 체계에 대한 비판, 편견과 차별의 철폐 등을 다문화교육의 주요한 내용 영역으로 포함시켜 왔다(Banks, 2001; Bennet, 1990).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수 학생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은 매우 주변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문화이해 교육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박선웅 외, 2010; 이정민, 2013). 다른 나라의 의복이나 놀이, 명절, 음식 등을 이해하고 즐기는 수준에 머 물 뿐, 타문화·타인종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되돌아보고 해체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4년에 도입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기존의 다문화 시범학교들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여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내용 영역의 확대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2014b)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문화이해교육, 반편견·반차별 교육,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존의 시범학교들이 주로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모든 학생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교육 중점 학교는 문화 다양성이나 문화이해 교육에 편중되어 왔던 내용을 확대하여 반편견과 반차별, 세계시민의식까지 다문화교육의 내용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다(교육부, 2014a, 2014b). 운영 여하에 따라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기존의 시범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 국내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여,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 제도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담당 교사들의 인식은 무엇인지 분석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크게 두 단계에 걸쳐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먼저, 2014년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우수사례로 선정된 18개 학교로부터 수집된 각종 문서 자료를 토대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대상과 내용 영역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어서 이 가운데 연구 참여에 동의한 14명의 교사와 면담을 통해 문헌 분석의 타당성을 높이는 한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하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요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무엇인가?

둘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내용 구성 및 운영 실태는 어떠한가?

셋째, 교사들이 인식하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효과는 무엇인가?

넷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II. 연구의 배경

1.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도입 배경과 특징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도입 취지와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도입된 다문화교육 관련 시범학교들의 변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학교 안팎의 관심이 커지자 교육부는 2006년부터 다문화교육을 선도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시범학교들을 선정·운영해 왔다(교육과학기술부, 2008, 2009, 2010, 2011, 2012; 교육인적자원부, 2006). <표 1>은 이들 다문화교육 시범학교들의 주요 명칭과 운영 규모, 도입 취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표 1. 다문화교육 관련 주요 시범학교 정책
명칭 도입 시기 운영 규모 도입 취지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 2006년 전국 278교 -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습결손 방지
- 한국어지도, 교과지도, 문화체험 교육
다문화교육 연구학교 2006년 ’06년 2교
’08년 10교
’10년 16교
- 다문화가정 학생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 다문화 관련 교사 및 일반학생의 인식제고
다문화교육 거점학교 2009년 ’09년 42교
’10년 46교
’11년 80교
- 다문화학생이 다수 재학 중인 학교를 지역사회의 거점학교로 지정, 인근지역 다문화학생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한국어, 이중언어, 상호이해교육, 방학 중 캠프 운영
- 다문화교육 실천을 위한 학생 대상에 맞는 활동과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시범 적용하고 집중 지원하여 해당 사례를 타 학교로 전파하는 역할
다문화 예비학교 2012년 ’12년 26교
’14년 80교
-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학생의 정규학교 배치 전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 교육 실시, 초기 적응력 강화
- 중도입국 학생의 다문화적 역량 계발
글로벌 선도학교 2012년 150개교
(‘12〜13년)
- 거점형 학교: 인근 지역 다문화학생을 지원
- 집중지원형: 다문화교육 우수사례를 타 학교로 전파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2014년 ’14년 210교 - 모든 학생에 대한 다문화교육, 다문화 학생 맞춤 지원 실시
- 다문화, 일반학생의 실질적 사회통합기반 조성
- 다문화교육 우수사례를 공유, 확산하여 다문화교육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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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이전의 시범학교들은 대체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업성취와 학교적응, 한국어교육, 한국문화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물론 교육 부의 기존 정책이 다문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더불어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 감수성 제고와 교사들의 다문화교육 역량 강화 역시 꾸준히 언급되어 왔기 때문이다(ex. 교육과학기술부, 2008).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를 통해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을 좀 더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교육의 내용 영역 측면에서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이전의 시범학교들과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다문화교육의 대상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내용 역시 한국어교육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넘어 반차별과 반편견, 세계시민교육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표 2>는 교육부(2014a, p. 9)가 제시하고 있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주요 활동내용들이다.

표 2.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교육프로그램 기본 요소
구성 요소 교육내용
문화간 이해 및 소통 - 문화이해와 문화간 상호작용 이해
- 문화 간 의사소통
- 문화정체성
문화 다양성 - 다양성의 인정
- 자민족중심주의 탈피
- 다양한 관점의 습득
반편견·반차별 - 반편견
- 평등, 인권, 사회정의
세계시민의식 - 상호의존과 협동심
- 세계시민
- 세계문제와 지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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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과 관련된 교육부의 원래 계획은 전국에서 120개교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요구와 희망하는 학교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2014년에 실제 선정된 학교는 210개교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 학교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학교 급별 구성은 초등학교가 162개교로 가장 많고, 중학교(38개교)와 고등학교(10개교)가 뒤를 따르고 있다(교육부, 2014c).

2. 다문화교육 시범학교 관련 선행연구 검토

다문화교육에 대한 국내의 전반적인 연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와 관련된 연구들도 꾸준히 증가되어 왔다. 이들 연구들을 서론에서 제시한 본 연구의 주요 질문에 비추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다문화교육의 대상을 다루고 있는 연구들은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프로그램들이 소위 말하는 다문화 학생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예컨대 박재의와 강현석 (2009)은 다문화 연구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소수자 적응 교육과 이들의 정체 성 향상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갑진(2011) 역시 유사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학교 다문화교육은 대부분 국제결혼자녀들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탈북학생, 이주노동자 자녀, 일반 학생들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편 조영달 외(2010)는 일반 학교와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시범학교의 교육 대상이 좀 더 포괄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 학교의 경우 63.8%의 프로그램이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시범학교에서는 그 비중이 28.6%로 줄어들고 있으며 대신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의 비율이 33.3%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중 역시 절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프로그램들이 일반 학생의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다른 연구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내용 영역을 분석하고 있는 연구들은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프로그램들이 문화 다양성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문화간 불평등이나 차별의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지 적해 왔다. 조영달 외(2010)의 연구에 의하면,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프로그램들이 문화교육과 언어교육에 편중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문화교육과 한국어교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화주의적 관점에서 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한편, 다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주로 세계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선웅 외(2010)는 다문화교육 시범학교들의 교육과정이 문화 간 이해를 넘어 문화간 불평등이나 차별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그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민(2013)에 의하면,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의 의복이나 명절, 음식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피상적 문화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다문화교육이나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다루는 연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 왔다. 예컨대, 고민정 외 (2013)의 연구는 제주시 다문화교육 정책학교에 재학 중인 일반 학생들이 다문화 학생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다루고 있는데, 조사 결과 친밀도와 호감도, 관심도가 긍정적인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학과 최보영(2014) 역시 비교 분석을 통해 다문화 연구학교에 재 학 중인 초등학생들의 다문화 인식이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긍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다문화교육에 대한 시범학교 교사들의 인식을 다루고 있는 연구들 역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가 높으며, 다문화 학생 지도에도 비교적 높은 자신 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이정은, 2012; 현길자, 염미경, 2014).

위의 연구들은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내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한계를 갖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기존의 시범학교가 안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다문화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교육 중점학 교의 프로그램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학교 현장의 반응은 무엇인지를 보 여주는 연구는 아직 많지 않다. 최근에 박순덕 외(2015)의 연구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본 연구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며 지역적으로도 경기도에 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분석을 통해 이 제도의 가능성과 발전 방향을 탐색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위와 같은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2014년도에 운영된 210개의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가운데 전국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된 18개 학교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교육부, 2014c). 이들은 초등학교 11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방식을 파악하고, 현장 교사들의 깊이 있는 의견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들 학교로부터의 자료 수집은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박선웅 외, 2010; 박순덕 외, 2015; 박재의, 강현석, 2009; 이정민, 2013)을 참조하여 두 단계를 거치고자 하였다. 즉, 문헌 자료를 통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교육 대상과 내용을 분석한 다음, 교사 면담을 통해 문헌 분석을 보완하는 동시에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을 파악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먼저 18개 학교의 운영 보고서, 홈페이지, 교육과정 문서 등을 분석한 결과 2014년도에 초 등 127개, 중등 95개 등 모두 222개의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표 3>과 같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세 집단으로 나누어 접근하였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과 학부모를 구분하는데 있어서는 다문화 관련 집단과 전체 집단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하였다. 문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프로그램은 학생과 학부모 등 복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중복 분류한 결과 실제 운영된 프로그램보다 더 큰 숫자가 도출되었다.

표 3.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참여 대상 분석 기준
참여 대상 세부 구성
학생 다문화학생
전체 학생(일반 학생 포함)
학부모 다문화학생 학부모
전체 학부모(일반 학생 학부모 포함)
교사 본교 교사
인근 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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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들 프로그램의 내용 영역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표 2>에서 설명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활동 영역을 기준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이 기준은 다문화교육의 다양한 내용 영역을 포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부에서 제시되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침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시 이 기준으로 예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부 프로그램의 주제 영역이 겹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문화 독후감 쓰기 대회”나 “다 문화 소식지 만들기”, “세계문화 탐험” 등은 다문화교육의 주제 영역을 복수로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문화교육의 내용 영역에 대한 분석 역시 실제 운영된 프로그램 숫자보다 더 큰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실제 분석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교차검증(cross-checking)을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다(Wade, 1993). 먼저 연구진과 더불어 1인의 외부인(다문화 교육 관련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원생)이 분석틀을 공유한 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에서 운영하였던 222개 프로그램을 각자 분석하였다. 1차 분석 결과 111개 프로그램 (50.0%)에서 대상 혹은 내용 영역 측면에서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 로, 분석 기준을 다시 공유하는 한편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토론한 이후 실시한 2차 분석에는 62개의 프로그램(27.9%)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후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개방적 대 화와 토론을 지속한 결과 35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으나, 27개 프로그램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사 면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 누리 텔링,” “뉴스포츠 활동,” “다우리 부스 운영,” “to be chef,” “다문화 영화 관람”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문헌 자료만으로는 대상과 내용 영역을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헌 분석을 보완하는 한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18개 학교 가운데 연구 참여에 동의한 14개 학교의 교사와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초등 교사 9명, 중·고등 교사 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강원, 경기, 부산, 경 북, 전북, 충남 등의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교사 면담의 주요 목적은 문헌 분석에서 파악 하기 어려웠던 27개 프로그램의 대상과 내용 영역을 확인하는 동시에,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참여 교사와의 면담은 2015년 5월부터 7월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1-2시간 정도 반구조화된 면담으로 진행되었다(Fontana & Frey, 2000). 즉, 다문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점학교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공통 질문을 사전에 보낸 후, 실제 면담의 내용과 길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조절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14명의 참여 교사 가운데 8명은 직접 방문하였지만, 6명은 원격 면담을 선호함에 따라 전화 면담으로 대체 하였다. 2015년 상반기에 발생한 메르스 전염병의 여파로 연구 절차에도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였던 것이다. <표 4>는 면담에 참여한 교사들의 학교급과 지역, 학교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표 4. 교사 참여자 구성(학생 현황은 2014년 기준)
학교명 지역 다문화 재학생수
A초등학교 강원도 20명
B초등학교 경기도 22명
C초등학교 강원도 25명
D초등학교 충청북도 42명
E초등학교 인천광역시 25명
F초등학교 경상북도 11명
G초등학교 전라북도 18명
H초등학교 부산광역시 17명
I초등학교 경기도 35명
J중학교 충청남도 11명
K중학교 충청남도 6명
L중학교 광주광역시 5명
M고등학교 경기도 5명
N고등학교 서울특별시 4명

* 전체 학생 수는 학교의 정보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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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자료의 분석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하였다. 먼저 서론에서 제시한 연구 질문 가운데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 및 내용 영역과 관련된 부분은 문헌분석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문헌분석 결과를 주로 활용하되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논의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시도한 것이다. 이어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효과와 운영상의 어려움과 관련된 면담 자료는 세 가지 해석 절차를 거쳤다(Miles & Huberman, 2012).먼저 참여교사들의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눈에 띄는 주제나 경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효과의 측면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 “바람직한 다문화교육의 방향,” “반차별 의식의 발전” 등과 같은 주제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는 “과중한 업무”, “주변 학교와의 연계 부족”, “학부모들의 비협조”, “예산 집행의 어려움” 등과 같은 주제들이 등장하였다. 다음 단계 에서는 전사 자료들을 번갈아 읽고 비교하면서 참여교사들 사이에 드러나는 공통점과 학교급 간 혹은 지역 간 일관성이나 차이점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애초의 주제어들을 생략, 추가 혹은 통합함으로써 해석의 틀을 구안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면담 자료들을 선별함으로써 해석의 근거와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IV. 연구결과

1.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

먼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많은 비중 (72.3%)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서 학부모(15.8%), 교사(9.6%), 지역주민(2.3%)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42개)보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숫자(146개)가 월등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이라는 중점학교의 도입 취지에 부응하여 다문화교육의 참여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전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28개)이 다문화 학생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13개)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중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의 특성상 학교와 가정의 관계가 좀 더 긴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특징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에도 나타 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근학교 교사(1.5%)와 지역 주민(2.3%)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 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지역사회의 거점학교로서 갖는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표 5.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 참여 대상
학교급\대상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 합계
다문화 학생 전체 학생 다문화 학부모 전체 학부모 본교 교사 인근 학교 교사
초등 26 76 12 22 13 3 1 153
중등 16 70 1 6 8 1 5 107
소계 42 (16.1%) 146 (56.2%) 13 (5.0%) 28 (10.8%) 21 (8.1%) 4 (1.5%) 6 (2.3%) 260 (100.0%)
188(72.3%) 41(15.8%) 25(9.6%) 6 (2.3%) 26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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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면담에 참여한 교사들은 다문화교육의 대상을 넓히고자 하는 중점학교의 운영 취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E초등학교의 교사가 이야기 하듯이, “중점학교는 목적이 뭐냐면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교육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소수한테 가는 돈이 아니고 전체 학생들한테 교육을 시켰”다는 것이다. M고등학교의 교사는 이전까지 “다문화 학생 중심”으로 다문화교육이 운영되었다면, “일반 학생의 다문화교육은 어떻게 보면 작년[2014년]부터” 시작 되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참여 교사들은 대체로 이전의 다문화교육 시범학교 정책보다 타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F초등학교의 교사가 이야기 하듯이, “다문화다 아니다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을 억지로” 구분하는 데에서 오는 상처나 역차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일반 애들이 다문화 애들을 더 부러워해요. 중점학교 아닐 때는 다문화 사업 공모를 받으면 그네들만 체험학습을 가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러면 다문화 애들을 더 부러워하죠. 나도 다문화하고 싶어요라고(속삭이듯이). 저희는 인원수가 작으니까 한 25%만 보더라도 4분의 1이잖아요. 그래서 옛날에는 다문화 애들만 모아가지고 막 이렇게 했었는데 중점학교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운영하라고 하니까 그거는 되게 좋았어요.

또한 일부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방향이 다문화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와 좀 더 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다문화 아이들만 지원하는 건 가능하면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취지가 이런 생각과 일치한 다는 것이다. I초등학교의 교사에 의하면,

처음에는 왜 다문화교육을 하는데 다문화 아이들한테 돈을 쓸까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저거는 다문화교육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다문화교육을 더 받아야 되는 건 일반 아이들이거든요. 그 아이들이 더 다문화교육을 받아서 다문화 아이들을 더 많 이 이해를 해야 되는데, 이거는 역으로 교육을 하는 거예요. 가장 이상적인 건 물론 다문화 아이들하고 일반 아이들하고 같이 교육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다문화 중점학교 관련된 업무도 맡았고, 그런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을 다 이렇게 추진한 이유도 그렇거든요.

이러한 결과는 “모든 학생을 위한 다문화교육”을 추구하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취지가 학교 현장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 프로그램 운영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2.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내용 영역과 운영 실태

다음으로, 내용 영역의 측면에서 2014년도에 운영된 주요 프로그램들을 분석한 결과는 <표 6>과 같다. 총 222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중복 분류한 결과 문화간 이해 및 소통 영역이 가장 많은 비중(32.3%)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서 문화 다양성(28.3%), 세계시민의식(23.7%)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여전히 문화 다양성 혹은 타문화 이해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60% 정도에 이르는 반면, 반편견·반차별과 관련된 내용 영역은 가장 적은 비중(15.7%)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소개나 이해에 그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문화나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 배제 등을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하겠지만,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은 복합적 요인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적 차별과 편견보다는 문화 다양성과 관련된 내용들을 다루기 쉽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언급하고 있듯이, 문화 다양성과 관련된 교수학습 자료는 비교적 풍 부하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거부감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다문화교육의 목적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역시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왕따 시키는 건 없다”(B초등교 교사)든가 “이질감이 없는 것” (D초등학교 교사), “애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L중학교 교사) 등을 다문화교육의 목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조적 편견과 차별보다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표 6.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내용 영역
영역 세부차원 초등 중등 소계 합계
문화간 이해 및 소통 문화이해와 문화간 상호작용 이해 107 86 193 617 (32.3%)
문화간 의사소통 118 101 219
문화정체성 107 98 205
문화 다양성 다양성의 인정 110 97 207 541 (28.3%)
자민족 중심주의 탈피 83 75 158
다양한 관점의 습득 89 87 176
반편견·반차별 반편견 84 80 164 300 (15.7%)
평등·인권·사회정의 68 68 136
세계시민의식 상호의존과 협동심 98 83 181 454 (23.7%)
세계시민 86 74 160
세계문제와 지구상황 62 51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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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내용 영역과 관련된 활동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문화간 이해 및 소 통, 문화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자아 존중감 발달 및 문화정체성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각종 체험활동이나 논술 지도, 학업 지도, 상담 등을 통해 이들의 자신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다문화 학생들의 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민속놀이, 의상, 음식 등을 소개함으로써 이들의 정체성 함양을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학교들에서 지역의 다문화센터와 연계하여 이주민 강사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또한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적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탐구 동 아리, 친구사랑의 날, 동료 멘토링, 다문화 도서 코너, 다문화 이해 주간 등과 같은 활동이나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반편견·반차별과 관련된 활동들은 타문화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이미지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주로 운영되는 가운데, 학교급별로 차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주 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 견이나 불평등을 없애는 방안을 탐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는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등의 문화체험을 통해 외모나 피부색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을 없애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반면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다문화 인식개선 광고 만들기, 게임 만들기, 토론하기, 내 삶 속의 다문화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종차별이나 편견의 위험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다문화 게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N고등학교의 교사가 이야기 하듯이, 인종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학생들이 찾아보고 문제가 뭔지도 찾고, 해결하는 부분”까지 포 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시민의식 함양과 관련된 활동들로는 세계동화책 낭송대회, 외국문화 알아 보기, 인권교육, 유네스코와 연계한 국제이해교육, 학교에서 만나는 세상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교사의 경우 다문화교육의 대상이 전체 학생으로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다문화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이 만나게 된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하였다. F초등학교의 교사가 지적하듯 이, 전체 학생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는 것이라면 “다문화교육이 그냥 세계시민 교육”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K중학교의 교사 역시 “아이들이 그냥 내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애들은 **중학교의 애들일 뿐 아니라 세계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다문화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구분하기도 하지만(김현덕, 2007; Hill, 2007), 이들 교사들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은 결국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예절”과 “에티켓”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시민교육과 일치한다고 보는 것이다.

3.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효과

그렇다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학교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2014년도의 교육부 성과보고 자료집(교육부, 2014c)에 의하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학생들의 또래 수용성, 세계시민의식, 다문화통합성, 외국인 수용성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가지 영역 모두에서 사전 검사와 사후 검사 사이에 유의 미한 차이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참여 교사들도 중점학교 프로그램의 여러 효과를 언급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크게 다문화가정 학생과 일반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나누 어 살펴볼 수 있었다.

가. 다문화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본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들이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생활이나, 정서 발달, 자아정체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었다. B초등학교 교사 말대로,

(미술치료를 언급하면서) 아이들은 이제 학교가 끝나면 항상 다문화 프로그램 하는 쪽으로 늘 와요.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건 아닌 거 같아요. 어떤, 그 밀착관계, 애정관계, 래포라 그러죠. 애들이 사실은 다 힘들어요.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엄 마가 외국인이고 아빠가 알콜 중독자고 막 이런 경우에 가정적으로 불행하죠. 그래서 기가 죽죠. 기가 죽는데 쟤가 학교를 가면 사실은 n분의 1이에요, 담임선생님하고 소통하는 것도. 근데 내가 또 다른 곳에, 어느 한 곳에 또 갈 데가 있어요. 가면 따뜻하게 나를 봐주고,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그런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 어린아이들도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다는 거. 그니까 어떤 프로그램을 돌렸느냐는 사실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했 느냐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많은 교사들은 다문화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을 자주 언급하고 있었다. K중학교 교사의 말처럼,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그런 걸 심어주면, 이걸 통해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A초등학교의 교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이 다문화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엄마, 아빠들 오시고 전교생 모이고, 외부 손님오시는, 거기서 하는 거예요. 어머! 제 너무 잘해요. 어머니들도 어머 걔가 그것도 할 줄 알아요? 드러나지도 않는 수면 아래 있던 아이가 드러나면서, 공부 못해도 괜찮거든요. 괜찮거든요. 어 쟤가 기타 쳤네. 노래했네.… 그 뒤로부터 애들이 찐따라고 부르지를 않잖아요. 그런 프로그램 하나하나 할 때마다 아이 들하고 접목을 시켜가지고 걔가 잘하는 거. 치켜주는 거. 이것도 하나의 치밀한 전략이거든요, 걔는 모르지만 저는 전략이에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문화적 정체성이나 자신감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인종적 정체성 발달이론에 의하면 소수집단의 학생들은 다수 문화가 옳고 정 상적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거나 감 추려는 경향이 있다(Tatum, 1992).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중점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단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I 초등학교 교사가 이야기하듯이,

강사선생님께서 말실수를 하신게 있었어요. 다문화 아이 중에 얼굴 까만 애가 있었는데, 이 분은 우리 학교에 처음 와서 수업을 하는데, “어 외국인이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보통 옆에서 얘기를 들은 친구도 그렇고 본인도 얼마나 당황스럽잖아요. …근데 이 아이가 재치있었던게 “저 한국 사람인데” 이렇게 얘기한 거예요. 이 선생님이 당황스러워서 “미안헤” 이랬더니 “아니에요”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대부분 아이라면 말을 안 한다거 나 그러잖아요. 소심해 하거나. 얘가 당당하게 저 한국 사람이에요. 이렇게 얘기하는 거 보고, 이런 프로그램들을…내가 다문화라서 내가 뭐 애들과 달라서 이런게 아니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일반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한편 대부분의 참여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다문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 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특히 다문화교육 중점학 교가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적 이해와 소양 함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언급 하고 있었다. “다문화라고 놀린다거나 이질감 같은 것은 없고,”(F초등학교) “왕따시키거나 이 런 경우가 없으며,”(C초등학교, L중학교) “다문화 학생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은 10%도 안 된다” 것이다(M고등학교). 참여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이 이러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E초등학교의 교사가 설명하듯이, 중점학교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거에 눈을 뜬 것” 같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특별히 다문화에 대해서 생각 안했는데, 이 수업을 해보니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언어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중앙교육 다문화센터에서 설문지 한두 번 한적 있었거 든요. 처음에 설문지 할 때랑 나중에 설문지 할 때 제가 물어 봤어요. 아이들한테 너네가 이 다문화수업을 하기 전과 후가 어떻게 바뀌었니? 그랬더니 애들이 굉장히 좋은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심지어는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이 있었는데, 그 반 아이들 전체가 그 아이한테 너무 끝까지 잘 해줬었어요. 그런 수업을 해봤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다문화교육 관련 사업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학교일수록 포용적인 학교 문화를 강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C초등학교의 교사가 이야기 하듯이, 중점학교 이 전에 이미 “다문화교육을 3년 정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쟤네는 다문화야”라든가 “왕따를 시키거나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F초등학교의 교사 역시 “다문화에 대해서 계속 사업을 했었”으니까 “다문화라고 놀린다거나 그런 거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들 교사의 반응은 학교 차원의 다문화 교육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이 다문화 학생들의 정서적 발달이나 학교 생활뿐 아니라, 이들을 포함한 전체 학생들의 다문화적 이해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이 언급하는 효과는 거의 대부분 인간관계적 측면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과 이해를 넓힘으로써,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데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인간관계적 접근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Banks, 2001; Sleeter & Grant, 1999).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언급하는 교사들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관계적 접근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들 사이의 관계로 환원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반편견·반차별과 관련된 내용 영역이 소외되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4.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상의 어려움

한편, 위와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를 운영하는 교사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업무과중, 인근 학교와의 연계 어려움, 중점학교 운영에 필요한 정보 부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 업무 과중

먼저 가장 많은 교사들이 언급하고 있는 어려움은 박순덕 외(2015)도 지적하고 있듯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에 따른 업무의 과중이었다. 프로그램 기안에서부터 진행, 학생과학 부모 관리, 강사 관리, 예결산 등을 모두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초등학교 교사의 말대로 “어떻게든 선생님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업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관련 업무를 “3D 업무”, “폭탄” 등으로 표현하며 “전근 온 교사”나 “저경력 교사,” “일부 다문화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억지로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H초등학교의 담당교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에 따른 업무 과중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것은 좋지만 저희가 아이들 가르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거 잖아요, 근데 교과지도 외에 그런 행사를 한다는 거는 과외 업무잖아요. 그리고 돈을 쓰는 일이라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될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막상 맡아보니까 정말 큰일이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작년에 그거 말고도 저는 다른 업무도 맡았는데 그 업무도 굉장히 큰 거였는데 이것까지 하니까 정말 밤 10시까지 맨날 일하고 가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고, 장난 아니었어요.

이처럼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교사들의 기피 업무가 되면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래에서 E초등학교의 교사가 지적하듯이, 학교 차원의 협조를 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선생님들이 원하지 않아요. 그러면 이제 저경력 선생님들이 맡잖아요, 그럼 그 선생님들은 다른 선배 경력교사한테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뭐 회의를 소집할 수도 없는 거고 의견을 수집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럼 그분들은 혼자서 막 아이디어를 짜요 그러다보면 그게 너무 괴리감도 있지만 효과도 없고, 그 선생님은 나름대로 혼자만 너무 과중한 업무가 되는 거예요.

나. 인근 학교의 협조 부족

과중한 업무 못지않게 많은 교사들이 언급하고 있던 것은 인근 학교와 연계 활동에 따른 어려움이었다.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이전의 거점형 시범학교 기능까지 포함하면서(교육부, 2014b), 인근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까지 참여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 점학교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을 분석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주변 학교의 교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참여 교사들은 인근 학교와의 연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L중학교 교사의 말처럼,

저희 학교가 작년[2014년]에 중점학교면 옆에 있는 예를 들어서 **중학교나 **중학교랑 이런 학교랑 합해가지고 그 학교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까지 포용해 가지고 뭔가를 해야 하 는데, 사실 그게 지금 현실적으로 안돼요. 잘 될 수가 없죠. 그 학교에 계속 공문을 보내가지고 학생들 보내주십시오. 아니면 그 학교 선생님들하고 같이 뭘 합시다. 아니면 우리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데 그 학교에서도 다문화 이런 프로그램을 할 학생이 있으면 보내 주시라던지 같이 합시다. 이런 거 하려면 어마하게 일이 방대하게 늘어나잖아요. 우리 학교에서 하는 거하고, 그 학교에서 공문을 보내고 시간을 같이 약속을 하고 서로 그 학교에 일 정도 있을 텐데.

이처럼 인근학교와의 연계가 어려운 이유는 학교 간 교육 일정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참여율 역시 저조하기 때문이다. N고등학교 교사의 말대로 “저희 학교는 어디 외부행사면 다른 학교는 수업이고, 얘네[다른 학교]가 외부행사면 저희는 수업이고, 막 이렇게 되니까 일정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근 학교의 교사나 학생을 초청한다 하더라도 실제 참여율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J중학교 경우 “지역 선생님 들한테도 공문을 돌리면서 저희 학교에서 교사대상 연수를 했었는데 근처에서 오신 분들이 두 세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H초등학교의 교사는 다문화교육 관련 활동에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내겠다”고 말했지만, “처음에는 오는데, 남의 학교라고 잘 안 오고, 그 냥 열어만 놨지 실제 참여는 안”되는 현상을 언급하고 있었다.

다. 다문화교육관련 프로그램 정보 부족

마지막으로 면담 참여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반응은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었다. 다문화교육 진행 경험이나 교수학습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에 따른 어려움을 좀 더 크게 겪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L중학교 교사에 의하면, 관련 업무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다문화 중점학교가 뭘 해야 하는지도 막막”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두서없이 활동”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의 또 다른 이유는 교과 수업간 조절이 가능한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등학교에서는 담당 교과별로 다문화 교육을 적용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N고등학교의 교사가 지적하듯이,

다문화 학생을 위한 수업은 이렇게 합니다라는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실질적인 예를 제시해 주지는 못하시잖아요. 실제 수업 내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되는지 디테일한 어떤과 정이나 그런게 있었던 것 같진 않았고요. 방과후 과정이나 아니면 특수한 캠프나 아니면 방과후 학교 이런 것들 아니면 언어교육 이런 것들 통해서 대부분 말씀하셔서, 저도 그 부 분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실제 수업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게 조금 어려웠던 거 같아요.… 어떻게 다문화 수업을 녹일 수 있나가 사실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이에 따라 L중학교의 교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를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프로그램의 재정비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줘야 되는데 그게 안 돼 있다”고 지적하였다. M고등학교의 교사 역시 현장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중앙에서 모은다고 하지만 잘 안 되는데,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가 내려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V. 결론 및 논의

이상과 같은 결과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먼저, 다문화 학생이나 이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로 다문화교육의 참 여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긍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자존감이나 학교생활 적응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적 소양과 이해도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 영역의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의 다양한 지역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다문화교육 중 점학교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에 대한 선행 연구들이 지적한 대로(박선웅 외, 2010; 이정민, 2013), 반차별·반편견과 관련된 내용들은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나 편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나 실천을 언급한 교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편, 많은 참여 교사들은 다문화교육 중점학 교의 운영 방향에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업무 과중, 인근 학교와의 연계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등과 같은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가 추진하는 다문화교육 대상과 내용 영역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참여 교사들이 토로하는 업무 과중은 많은 경우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인식이나 협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일부 참여 교사들은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이 다문화 교육을 “곁다리 쯤”으로 여기는 경우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문화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인 식을 강화하고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다문화교육에 대한 학교 차원의 인식과 협조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다문화교육 담당 교사에 대한 교육지원청, 학교, 지역 기관들로부터 지원을 강화하여 이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교원들의 인식 강화는 다문화교육 담당자들을 위해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우수 학교들이었지만, 이들 학교의 교사들 사이에도 상당한 편차가 나타나고 있었다. “다문화 중점학교가 뭘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교사도 있는 반면, 그것의 취지나 방향을 비교적 정확히 이해하고,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영역을 넓히려는 교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교사는 “이거[다문화교육]는 결국 교사들의 인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취지와 추진 방향에 대한 담당 교사들의 인식을 높이려는 활동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프로그램들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넘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편견과 차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루도록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교육은 주로 소수자들의 동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주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은 문화이해에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류방란, 2013; 박민정, 2012; Grant & Ham, 2013).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문화교육 중점학교는 반편견과 인권, 평등, 사회참여 등으로 내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이들 요소들이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주변화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Bennet(1990)이 말하는 개인적 편견과 문화·구조적 차별 가운데 주로 전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다문화교육의 내용 영역이 제한되어 있는 원인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반편견·반차별과 관련된 활동들이 좀 더 강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와 관련하여 다문화교육의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프로그램 사례, 교수-학습 자료, 운영 방법 등을 집적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중앙다문화교육센 터에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관련 사례 및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지만, 본 연구의 참여 교사 들, 특히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관련 정보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비해 다문화교육의 저변이 부족한 상태에서, 교과별 접근이 강한 중·고등학교 교사 들이 다문화교육 운영에 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향후 초등학교를 넘어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다문화 학생들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시급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학교급별, 교과별, 영역별, 지역별로 활용 가능한 다문화교육 실천 방안을 보다 풍부하게 개발하고, 관련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보급하는 노력 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을 통해 수집된 우수 사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하는 방안이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가운데 우수 사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일반적인 상황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의 효과를 파악하는데 있어 교사 면담자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험이나 반응을 생생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이와 더불어 분석의 대상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운영을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교과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문화교육은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향후 다문화교육 중점학교에 대한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사례를 발굴하여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는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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