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연구

2015 개정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의 동양윤리에 대한 고찰1) - 유교윤리사상의 내용체계와 교수학습방법을 중심으로 -

고재석 1 , *
Jae-Suk Go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성균관대학교 조교수
1Assistant Professor, SungKyunkwan University
*제1저자 및 교신저자, slowlife@skku.edu

© Copyright 2016,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5, 2016 ; Revised: Feb 01, 2016 ; Accepted: Feb 16, 2016

Published Online: Feb 28, 2016

요약

본 논문은 『2015 개정 교육과정』 가운데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 기술된 동양윤리의 큰 맥인 유교윤리사상의 교육내용과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데 집중하였다.

‘윤리와 사상’은 보편가치인 동서양 윤리사상을 다룸과 동시에, 한국 윤리사상의 특성을 공정하고 바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독창성과 우수성을 기초로 한국 윤리사상의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이 지닌 현대적 의의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윤리와 사상’이 해야 할 과제이다.

‘생활과 윤리’는 동아시아 가치에 대한 균형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효제 등은 수천 년 간 한국의 생활 방식을 규정해 온 하나의 큰 자산이자 전통이다.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어야 전통가치의 현재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과 윤리’는 동양의 四書와 한국의 선현들의 언행록이나 저서에서 가치관계 확장법에 맞게 선록하여 재구성하면, 충분히 교과교육의 내용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전은 지금 바로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세상을 조화롭게 일구는 지혜의 보고이다. ‘고전과 윤리’에서 새롭게 규정한 한국고전과 동양고전이 마련되면, 고등학교 학생들의 삶에 풍부한 윤리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큰 틀의 수정은 어렵겠지만, 교과서 집필과 교육현장 적용까지는 아직 보완의 여지가 있다. 향후 수정과 보완을 통해 명실공히 인성교육의 핵심 교과로써 역할을 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수로 교육하는 교과로 지정되어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ABSTRACT

In this paper, the study focused on the expression of opinions about the contents and teaching & learning methods about Confucian ethics and thoughts, one of the main pillars of the Oriental ethics, which are included in the high school moral education of the 2015 National Revised Curriculum.

In “Ethics and Thought,” it is important to deal with the universal values of the Oriental and Western ethical thoughts and to examine the characteristics of the Korean ethical thoughts from a fair and just viewpoint. The major task of “Ethics and Thought” is to excavate the resources of the Korean ethical thoughts and to reinterpret their modern meaning.

“Life and Ethics” needs to offer a balanced view about the Eastern Asian values. For instance, Hyo-Je (filial piety and brotherly love) is one of the greatest asset and tradition that has defined the lifestyles of Korean people for thousands of years. If in-depth contents are taught in the high school moral education curriculum, it can be possible to define the modernity of Korean traditional values and establish the identity of the Korean people.

In case of “Classics and Ethics,” if ‘The Four Books’ (Chinese classic texts illustrating the core value and belief systems in Confucianism) and the memoirs and books of Korean ancient sages are carefully selected and reconstructed to be adequate to the value relationship expansion method, they can be utilized as the contents of the moral education curriculum. These classics are considered a treasure trove of wisdom which can enrich the lives of the contemporary people and make the world more balanced. If the newly defined Korean classics and Oriental classics are included in “Classics and Ethics”, it can be possible to provide ethical resources which will enrich the lives of high school students.

The 2015 Revised National Curriculum has already been announced. Although it can be difficult to modify the overall framework, it is possible to make up for shortcomings before the textbooks are written and supplied to the education field. Through modifications and revisions, it can establish itself as the core curriculum for personality education by name and in effect and, hopefully, it will be accepted as the mandatory subject in all school curriculum levels.

Keywords: 도덕과 교육과정; 동양윤리; 내용체계; 교수학습방법;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고전과 윤리
Keywords: moral education curriculum; contents system; Oriental ethics; teaching and learning methods

I. 들어가는 말

교육부는 지난 9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였다. 이번 교육과정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교양 있고 더불어 사는 사람을 지향하고,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구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창의·융합은 단순지식의 암기나 치우친 지식의 습득으로 이룰 수 없다. 도덕에 근간한 바른 인성을 기초로, 현실에서 필요한 지식을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창의적으로 지식을 조직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적 창조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에서『2015 개정 교육과정』이 목표로 삼고 있는 인간상을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1)로 풀이한 것은 적절한 규정이다.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 사회 및 공동체 와의 관계에서 정의, 자연 및 초월과의 관계에서 책임을 21세기 한국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내면화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단순한 지식습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화두적 접근을 통해 학교 현실에서 경험하는 도덕 현상을 탐구하고 윤리적 성찰을 하여 도덕함의 능력을 기르고 도덕적인 인간과 정의로운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2)

1차 연구팀은 도덕과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표, 내용 체계표를 구성하였고, 2차 연구팀은 방법과 평가, 성취 기준을 연구하였다. 연구팀은 연구진행 과정 속에서 1차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기 위해 2차 연구진을 새롭게 구성하였고, 현장교원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여 기본방향과 개정사항에 대해 심층적인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단편지식보다 핵심개념과 원리를 제시하였고, 학습량을 적정화하여 학습 부담을 경감하였으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하는 선택과목으로 ‘고전과 윤리’를 신설하여, 고전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도록 하였다.

연구팀은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이 명실공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근간이 되는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위해 주력하였다. 학습내용의 적정화와 ‘고전과 윤리’ 교과목의 신설 등의 성과는 있지만, 여전히 보완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미 개정 교육과정은 고시되었고,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교육현장에 적용된다. 향후 교과서 집필과 교육현장 적용의 후속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보완의 과정을 거쳐 보다 의미 있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본 논문은『2015 개정 교육과정』가운데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 기술된 동양윤리의 큰 맥인 유교윤리사상의 교육내용과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淺見을 피력하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노장사상과 불교사상, 서양윤리사상에 대한 의견도 지속적으로 수렴되어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이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목표를 이루는데 중심축이 되기를 희망한다.

Ⅱ. 유교윤리사상의 내용 체계 검토

1. ‘윤리와 사상’ 내용 체계

도덕과 일반 선택 과목인 ‘윤리와 사상’은 한국 및 동·서양의 윤리사상과 사회사상의 학습을 통해 윤리적 앎을 심화하고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도덕적으로 탐구하며 윤리적으로 성찰하여,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윤리관을 정립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3)

교육과정 개발 연구 진행과정 속에서 연구팀은 교육과정 총론 수준에서의 내용 감축 요구와 연구진 내부에서의 교육내용 적정화라는 양방향의 요구를 수용하여, 꼭 다루어야 할 윤리 사상을 엄선하여 재구성하였다.4)

이번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의 ‘윤리와 사상’은 내용영역을 ‘인간과 윤리사상’, ‘동양과 한국 윤리사상’, ‘서양윤리사상’, ‘사회사상’으로 구분하고, 해당 영역에서 동양과 한국의 유교윤리사상의 성취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윤사01-02] 우리의 도덕적 삶에서 한국 및 동·서양의 윤리사상과 사회사상이 하는 역할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들을 탐구하고, 윤리사상과 사회사상의 관계를 토론할 수 있다.

[윤사02-01] 동양과 한국의 연원적 윤리사상들을 탐구하고, 이를 인간의 행복 및 사회적 질서와 관련시켜 토론할 수 있다.

[윤사02-02] 선진유교의 전개 과정을 탐구하여 도덕의 성립 근거에 대한 상대되는 입장의 특 징과 한계를 토론할 수 있고, 성리학과 양명학을 비교하여 도덕법칙의 탐구방법에 상대되는 입장의 특징과 한계를 토론할 수 있다.

[윤사02-03] 이황과 이이의 심성론·수양론을 비교하여 조선성리학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고, 정약용의 심성론·수양론을 탐구하여 조선성리학의 한계와 실학사상의 의의를 설명할 수 있다.

[윤사02-07] 근대 격변기의 상황에 대처해 나타난 한국 전통윤리사상들의 다양한 대응 노력을 탐구하여 그 의의와 한계를 설명할 수 있고, 동양의 이상적 인간상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5)

윤리사상사적 접근과 주제중심 접근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학습자의 학습 부담을 줄여 도덕함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내용 체계에 있어 영역의 구 분과 내용 요소의 선정은 보다 넓은 범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은 대한민국을 국적으로 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동·서양의 보편가치와 한국윤리사상을 교육하고, 다원적 사유의 구조의 학습을 통해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내용 영역을 여전히 동양과 한국윤리사상으로 통합하여 서술하도록 규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 한국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동양과 서양의 보편성을 수용 하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용 요소에서 한국과 동양을 나누어 기술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동양윤리사상’과 ‘한국윤리사상’을 내용 영역에서부터 구분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한국윤리사상을 동양윤리사상의 일부로 인식하거나 폄하하는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일제는 조선 침략이후 식민정책의 합리화를 위해 조선총독부 산하에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고, 한국 사상과 역사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왜곡하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 1878~1976]이다. 그는「이조유학사에 있어서 주리파·주기파의 발달」등의 글을 통해 한국철학의 의의와 특성을 왜소 평가하였다. 한국철학사를 이해하는 그의 관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한국유학사를 통관할 때 수백 년 동안 주자학 일변도로 전개되어 사상 이 단조롭고, 둘째 주자학에만 집착하였음에도 주자학의 한국적 토착화와 자기발전을 이루어 내지 못하는 사상의 종속성을 드러내었으며, 셋째 한국유학이 현실사회에 끼친 영향은 당쟁을 뒷받침하는 그것뿐이었다는 것이다.6) 한국철학을 중국철학에 대한 고착화와 종속성으로 규정하고, 조선시대 현실정치에 대한 당파성·형식존중·문약 등의 원인으로 파악한 것은 식민 사관을 주입하고 확대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이다.

또한 해방 이후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을 경험한 지식인들은 고유의 사상과 문화는 오히려 발전의 걸림돌로 치부하고 혁신을 단행하였다. 한국철학을 스스로 폄하하고 부정하며, 근대 가치의 근원인 서양철학을 중심에 놓기 시작한 것이다. 다카하시 도오루의 관점과 서구화를 모방한 지식인들의 선택은 한동안 국내외 한국철학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1959년 출간 된『고등도덕』은 이황과 이이의 학문이 중국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일본에 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지적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한국철학으로의 토착화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된 학문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에는 아예 한국철학을 제외하기도 하였다.7) 비록 1990년대부터 한국경제의 발전과 함께 한국철학에 대한 자각과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이후 한국 고유의 사상과 한국윤리사상의 특징이『윤리와 사상』에 반영되어, 한국철학의 비중이 현격히 증가하였지만, 여전히 한국 철학의 고유성과 독창성, 우수성에 대한 발굴과 긍정을 주저하는 경향은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의 학계에서 동아시아 사상과 문화를 중화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재단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철학은 독창성이 없고 혹 우수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맹사상이나 송명이학의 지류이므로, 중국철학의 범주 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한국철학은 타자의 필요에 의한 왜곡과 축소, 자아의 무지에 의한 부정과 폄하의 과정을 겪어왔다. ‘윤리와 사상’이 한국 청소년들의 사상과 문화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배양하고, 한국철학의 주체성과 자존심을 인식시킬 수 있는 교과목인 만큼, 한국철학을 공정하게 재평가하고, 고유성과 독창성·우수성에 대한 내용 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의 ‘윤리와 사상’에서는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윤리와 사상’ 내용 체계에서 제시된 ‘한국의 고유 윤리 사상’ 내용이 삭제되었다.

표 1. 2009 개정 교육과정 ‘윤리와 사상’의 유교윤리사상 부분 내용 체계
영역 내용 내용 구분 비고
동양과 한국 윤리사상 • 동양사상의 특징
• 한국사상의 특징
• 동양과 한국 사상의 현대적 의의
동양과 한국윤리 사상의 흐름 한국윤리사상 포함
• 유교 사상의 연원과 전개
• 동아시아의 유가 사상
• 한국의 유교 사상
유교 윤리 사상 한국윤리사상 포함
• 한국 고유 사상의 연원과 전개
• 한국 고유 사상과 현대적 의의
한국의 고유 윤리 사상
Download Excel Table
표 2. 2015 개정 교육과정 ‘윤리와 사상’의 유교윤리사상 부분 내용 체계
영역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
동양과 한국 윤리사상 동양과 한국의 연원적 윤리사상은 각각의 인간관에 기초하여 인간의 행복과 사회적 질서를 실현하는 원리와 방법을 제시하였다. 1. 사상의 연원 : 인간의 행복과 질서를 실현하는 원리와 방법은 무엇인가?
 ①동양윤리사상의 연원
 ②한국윤리사상의 연원
○ 윤리적 성찰 및 실천 성향
 • 동양과 한국윤리사상 이해하기
 • 사상의 관점 비교·성찰하기
 • 삶의 의미와 지향 설정하기
 • 윤리적 실천 방안 제시하기
 • 수양 방법의 이해 및 실천하기
사람에 대한 사랑인 인(仁)을 강조하는 동양의 유교사상은 도덕의 성립 근거와 도덕법칙의 탐구 방법에 대해 상대되는 접근법과 입장을 지닌 학설들로 전개되었다. 2. 인의 윤리 : 사랑(仁)에 기반을 둔 질서 있는 세상은 어떻게 해야 실현될 수 있을까?
 ①도덕의 성립근거 : 도덕적 마음과 제도적 규범
 ②도덕법칙의 탐구 방법 : 사물의 이치 규명과 주체의 도덕성 회복
한국유교는 인간의 선한 마음의 규명과 그 실천 방법에 대해 깊이 탐구한 조선성리학으로 발전 되었고, 성리학의 사변 철학적 한계는 실증적·실용적 성격의 실학을 통해 비판되었다. 3. 도덕적 심성 : 한국유교는 인간의 도덕적 심성을 어떻게 이해하였는가?
 ①도덕감정 : 순수한 도덕본성의 발현과
 일반감정의 도덕적 조절
 ②도덕본성 : 이법적 실체와 마음의 기호
한국 전통윤리사상은 근대의 격변기에 대처해서 다양한 발전 노력을 경주하였고, 동양윤리사상이 지향한 이상적 인간상은 오늘날의 올바른 자아 완성과 도덕적 사회구현을 위한 규범 및 가치의 원천을 제공한다. 7. 현대 사회에서 한국과 동양윤리사상이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①한국 전통윤리사상의 근대적 지향성
 ②동양의 이상적 인간상과 시민
Download Excel Table

한국 고유사상의 원형을 복원하여 한국 윤리사상의 본질을 확립하고, 동양과 서양 외래사 상의 충돌과 수용 과정 속에서 한국 윤리사상이 어떻게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떻게 독창성을 지니고 전환과 변화의 시도를 해왔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弘益人間과 在世理化로 상징되는 단군신화를 시작으로 삼국시대의 사상과 고려시대와 조선 시대의 사상사에 대한 통사적 이해는, 전혀 다른 사상과 종교가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지 않고 선진 문명에 대한 수용과 전환을 시도한 한국사상의 특성을 묘사해 줄 수 있다.

사상과 문화는 끊임없는 교류와 수용의 과정을 거치며 변화를 거듭한다. 시대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고유사상이든 외래사상이든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되어야 그 시대에 공헌을 할 수 있다.

유교윤리사상의 연원인 공자도 선진시기 고대 동아시아에서 귀신이나 하늘에게 길흉화복을 구해 결정하는 풍습이 사상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을 때,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맹목적 기원의 문화를 경계하고, 天의 내재화라는 능동적 방식을 통해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 정성을 다하면 누구나 하늘을 자각하고 현실에서 이상을 완성할 수 있는 인간의 주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맹자와 순자 역시 처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공자의 사유를 자신의 시각에서 새롭게 재해석 하였다. 주자도 송대 이후 형성된 이와 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보다 엄밀하게 이기· 심성· 수양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였을 뿐 만 아니라 이상정치 실현에도 적극적 참여를 하였고, 양명 역시 주자학으로 인해 파생된 당시 사회의 사변적 태도를 직시하고 지행합일·심즉리와 같은 창조적 해석을 통해 성학을 실천하였다.

조선시대의 퇴계와 율곡, 다산도 단순히 중국 성리학이나 서양 사상을 답습하거나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 퇴계의 四端七情論爭과 율곡학파의 人物性同異論爭, 다산의 철학사상은 처한 시대상황 속에서 자신이 마주한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 양과 서양의 사상을 재해석하고 상황에 맞는 새로운 창조를 이룬 한국철학의 성과이다. 한국에서 성장한 퇴계이고 율곡이며 다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제의식이었고 가능한 독창적 재해 석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곡은 심학이 지닌 개념적 모호성을 生理· 死理·眞理 등의 분석적 언 어를 통해 규명하였고 실천정신을 주도하였고, 혜강은 근대 과학의 수용을 통해 한국철학의 과학적 사유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근대 이후의 한주, 화서, 노사, 면암, 백암, 단재, 동학 등도 한국철학이 깊이와 넒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학자로 평가할 수 있다.

동양윤리와 한국윤리의 사상사를 정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윤리사상의 흐름이 현대사회의 현실문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 물음을 묻는 것은 ‘윤리와 사상’이 한국사회에서 윤리적 실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만 실천의 근간이 되는 동양 윤리사상 뿐만 아니라 한국 윤리사상의 특성을 공정하고 바른 시각에서 바 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독창성과 우수성을 기초로 한국 윤리사상의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이 지닌 현대적 의의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윤리와 사상’이 해야 할 과제이다.

2. ‘생활과 윤리’ 내용 체계

도덕과 일반 선택 과목인 ‘생활과 윤리’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윤리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함으로써 인간과 사회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윤리적 민감성 및 판단능력을 함양하며 윤리적 동기를 내면화하여 공동체 안에서 윤리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덕성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8)

연구팀은 이번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생활과 윤리’의 교육과정 개발을 주도하면서 학습자 및 사회의 변화 요구를 고려하여 학습내용의 적정화를 시도하였다. 내용영역을 ‘현대인의 삶과 실천윤리’, ‘생명과 윤리’, ‘사회와 윤리’, ‘과학과 윤리’, ‘문화와 윤리’, ‘평화와 공존의 윤리’ 로 구분하였고, 한국윤리·동양윤리·서양윤리의 관점과 실천윤리학의 관점을 중심으로 윤리적 쟁점을 탐구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사회와 윤리’와 ‘과학과 윤리’ 영역에서 제기한 성취기준에는 한국과 동양윤리에 대한 명확한 명기가 없다.

[생윤02-01]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여러 윤리적 입장을 비교·분석하여, 인공임신중절·자살·안락사·뇌사의 문제를 자신이 채택한 윤리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윤03-02] 공정한 분배를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서 우대 정책과 이에 따른 역차별 문제를 분배 정의 이론을 통해 비판 또는 정당화할 수 있으며, 사형 제도를 교정적 정의의 관점에서 비판 또는 정당화할 수 있다.9)

한국윤리나 동양윤리에서 사회윤리와 생명윤리에 대한 관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과목 성격에서 이미 한국윤리와 동양윤리, 서양윤리의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여러 윤리적 관점’에 한국과 동양윤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 언급을 생략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과 교육현장 적용은 보다 명확한 표기가 있어야 혼선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시간과 공간에 따 라 각기 다른 시각에서 죽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사후에 조상들의 품에서 영생한다는 ‘靈魂不朽’의 관념이 일반적이었다. 공자는 조상숭배 생사관을 수용하면서도, 神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敬而遠之]고 강조하였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하늘은 인간의 마음에서 확인되어, 인간이 능동적으로 하늘과 소통하고 현세에서 하늘의 이상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성리학에서는 불교나 노장사상의 영향으로 현세를 초월하여 세상을 주재하는 신이나 영원히 불멸하는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귀 신은 기의 聚散을 일으키는 음양의 변화일 뿐이다. 다만 흩어진 기가 본원으로 돌아간다는 관 점이 윤회설과 유사하므로, ‘끊임없이 낳고 낳는다[生生不息]’는 『주역』의 언급을 토대로, 사 후의 기는 결코 다시 모이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람이 죽으면 기는 반드시 소실되고 흩어져 남음이 없는데, 소실되고 흩어지는 것은 장단의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죽음 이후에 대해 언급을 회피한 공자의 태도는 결국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한국과 동양의 유교윤리를 관통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맹목적 기원의 문화를 경계하고, 삶으로 관심을 돌려 유한한 삶 속에서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것이 가치로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신중절·자살·안락사·뇌사 등의 문제는 죽음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무엇이 옳은 행위인가의 정의와 관련된 문제이다. 비록 현대사회의 윤리적 쟁점에 대해 한국과 동양윤리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인 정의에 대한 사상적 토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교윤리의 정의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진 마음[仁]에 기초하여 규정된다. 아버지가 양을 훔쳤을 때 자식이 안타깝게 여겨 숨겨주라고 한 것도 바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정의는 오히려 타율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물론 보편과 절대의 상징인 하늘[天]이 특수와 상대의 의미인 인간[人]과 합일되어 있기 때문에, 정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극단에 빠지거나 고정되어 치우 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늘 새롭게 드러나는 특성을 지닌다. 도덕적 경지나 개인적 성향의 차이에 따라 객관적 기준인 常道를 중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과정에서 생긴 현상일 뿐, 결국 상황에 맞는 權道를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 이상이다. ‘中庸’이나 ‘時中之道’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유교윤리의 핵심이다. 다만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문제는 세계이해에 대한 차이에서 각기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분배 역시 유교윤리는 산술적 계산에 의해 일률적으로 똑같이 배 분하는 것이 아니라, ‘均分’을 강조한다. 나와 공동체가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분배하는 時中적 분배이다. 균분의 범위는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계망을 보다 넓게 확장시켜 천지만물을 일체로 여기는데 까지 이른다. 실리와 실용에 의해 서가 아니라 당위에 의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며, 시중적 행위준칙인 정의에 따라 자연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또 아쉬운 점은 학습 부담의 경감을 위해 내용 요소의 축소를 전제하다 보니,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루었던 ‘가족 관계의 윤리’·‘친구·이웃 관계의 윤리’가 축소된 것이다. 연구팀은 중학교 도덕과의 내용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생략하였다고 밝혔다.10)

표 3. 신구 교육과정 ‘생활과 윤리’의 내용 요소
2009 개정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
영역 내용 요소 영역 내용 요소
현대생활과 응용윤리 • 현대생활과 응용윤리의 필요성
• 윤리문제의 탐구와 실천
• 윤리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
현대의 삶과 실천윤리 • 현대 생활과 실천윤리
• 현대 윤리 문제에 대한 접근
• 윤리 문제에 대한 탐구와 성찰
생명·성·가 족윤리 • 삶과 죽음의 윤리
• 생명과학과 윤리
• 성과 사랑의 윤리
• 가족 관계의 윤리
• 친구·이웃 관계의 윤리
생명과 윤리 • 삶과 죽음의 윤리
• 생명윤리
• 사랑과 성윤리
과학기술·환경·정보윤리 • 과학기술과 윤리
• 인간과 자연의 관계
• 환경 문제에 대한 윤리적 고려
• 정보사회와 윤리
사회와 윤리 • 직업과 청렴의 윤리
• 사회 정의와 윤리
• 국가와 시민의 윤리
사회윤리와 직업윤리 • 사회의 도덕성과 사회 윤리
• 사회 정의와 정의로운 사회
• 인권 존중과 공정한 사회
• 직업의 의의와 직업생활의 윤리적 책임
과학과 윤리 • 과학 기술과 윤리
• 정보 사회와 윤리
• 자연과 윤리
문화와 윤리 • 미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
• 종교와 윤리
• 의식주의 윤리적 문제
• 다문화 사회와 윤리
문화와 윤리 • 예술과 대중문화 윤리
• 의식주 윤리와 윤리적 소비
• 다문화 사회의 윤리
평화와 윤리 • 민족 통합의 윤리적 과제
• 지구촌의 윤리적 상황과 과제
평화와 공존의 윤리 • 갈등 해결과 소통의 윤리
• 민족 통합의 윤리
• 지구촌 평화의 윤리
Download Excel Table

하지만 ‘가족 관계의 윤리’나 ‘친구·이웃 관계의 윤리’는 유교윤리의 핵심적인 내용 요소이 다.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은 동아시아 문화가 일인칭 복수 단어들[we, our, us, ours]이 발달되고, 자기[self]를 전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여 전체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 계성을 파악하는데 익숙하다고 진단한다.11) 특히 이러한 관계중시의 문화는 한국인의 정서에 농후하게 배어있다. 한국은 혈연·지연·학연으로 묶인 인간관계를 통해 나의 존재와 의미가 확인되고 재현되는 문화를 지닌다. 나누기를 잘 못하고, 따뜻한 정을 중시하며, 신바람이 나면 무한한 힘을 발휘하는 문화는 여기에 비롯한다. 관계중심적 문화는 폐쇄된 가족주의나 집단 이기주의 같은 폐단을 야기하지만, 유석춘은 한국의 혈연·지연·학연에 기초한 비공식 연결망 이 중시되는 문화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일반화된 호혜성(generalized reciprocity)’의 도덕적 가치를 실천하여, 국가와 시장에 기적 같은 성공을 일구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하였다.12)

유교윤리에서는 나와 남은 비록 육체적으로 독립된 개체이지만, ‘나’라는 주체에 이미 ‘남’ 이라는 객체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 ‘自我’임과 동시에 사회와 연결된 공동체적 ‘大我’ 이며, 나아가 천지만물과 同體인 ‘小宇宙’이다.13) 또한 남 역시 내가 포함되어 있어 ‘타자’임과 동시에 ‘자아’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적 타자이다.

한국과 동양 유교윤리의 핵심가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다. 초월과 과학, 형이 상학과 천지만물이 인간의 마음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天人合一’의 주체인 인간이 조화로운 세상을 완성하는 책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만물일체의 사유를 일상에서 실천하가 위해서는 점진적 사랑의 확대가 요구된 다. 일반 사람들에게 남을 나처럼 여기고 배려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라 말하면 쉽게 믿지 못한 다. 반면 부모자식 간에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면 쉽게 수긍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푼다. 부모님을 섬기고 친히 여기는 것은 ‘개인’에 집중된 관심을 ‘타인’으로 향하여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이며, 관계적 ‘자아’를 완성하는 실천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慈愛나 어려서 부모를 섬기는 孝는 강제하지 않아도 실천한다. 부모이고 자식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와 진심으로 섬기고 친히 여기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푸는 것이 사람다움의 본질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치면 일반 사람들은 현실의 모습만을 보고,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거나 만들어낸 허구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모든 사람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최고 경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모자식간의 사랑에 서부터 실천하여, 점차 주변으로 확장하여 실천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14)

비록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의 ‘생활과 윤리’에서 유교윤리의 핵심인 가족 관계의 윤리나 친 구·이웃 관계의 윤리가 축소되었지만, 향후 교과서 집필과 교육 현장 적용에 있어 반영해야 한다. 효제나 우정, 마을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는 수천 년 간 한국의 생활 방식을 규정해 온 하나의 큰 자산이자 전통이며,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풍부한 논의를 제공할 수 있다. 비록 중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중복되는 내용일지라도,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강조해야 전통가치의 현재성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3. ‘고전과 윤리’ 내용 체계

도덕과 진로 선택 과목인 ‘고전과 윤리’는 동양과 서양의 윤리학과 관련된 고전 원문을 직 접 읽고 의미를 탐구하여 삶을 성찰하고 인문학적 소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기 위한 과목이다. 고전의 탐구 과정을 통해 도덕적 주체로서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인간의 삶에 주는 의미를 깨달아 도덕적 자세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공동체 속에서 정의를 지향하는 성숙한 도덕적 시민의 자질을 갖추며, 자연·초월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 삶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를 탐구하여 도덕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자세와 태도를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15)

고전읽기의 중요성은 시카고 대학의 졸업생 상당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 했다. 1929년 허친스(Hutchins) 총장이 ‘위대한 저서(The great books)’ 고전읽기 프로그램을 학부교육에 도입한 이후, 이름까지 생소했던 대학이 단숨에 명문의 반열에 올라 어깨를 견줄 수 있었다.

‘위대한 저서(The great books)’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의 계몽과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자유교육의 고귀한 이상을 실현하는데 있다. 프로그램을 창안한 허친스(Hutchins)는 고전읽기를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 독서, 진지한 청취, 정확한 발언, 반성적 사고와 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16)

고전읽기의 효과는 미국 학부교육 혁신에 영향을 주었고, 최근 한국에서도 고전읽기를 중 시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능시험과 연관은 없지만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고전과 윤리’를 선택과목으로 포함시킨 것은 의미 있는 성과이다.

연구팀은 ‘고전과 윤리’의 내용 체계를 구성하면서 영역구분을 최초 ‘동양고전과 윤리적 삶’, ‘한국고전과 윤리적 삶’, ‘서양고전과 윤리적 삶’, ‘응용윤리의 고전’으로 설정하였으나, 『꾸란』 등의 종교 고전이 반영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을 위한 질문들을 매개로 고전 읽기를 진행하기 어려우므로, 새롭게 내용 체계를 구성하였다고 밝혔다.17)

표 4.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전과 윤리’의 내용 체계
영역 핵심가치 내용 요소 기능
자신과의 관계 성실 배려 정의 책임 • 『격몽요결』
• 『수심결』
• 『윤리형이상학 정초』
○ 도덕적 자아 정체성
• 자기 인식 및 자기수용 능력 확립하기
• 윤리적 성찰능력 및 실천성향 체득하기
• 역할채택능력 함양하기
• 인간존중 자세 함양하기
타인과의 관계 • 『니코마코스 윤리학』
• 『논어』
• 『금강경』
○ 도덕적 대인관계 능력
• 관계적 존재로서 인간인식하기
• 도덕적 습관과 실천적 지혜 함양하기
• 도덕적 공감과 배려 능력 함양하기
• 도덕적 민감성 함양하기
사회·공동체와의 관계 • 『국가』
• 『목민심서』
• 『정의론』
○ 도덕적 공동체의식
• 개인과 공동체 관계 인식하기
• 공동체의 도덕규범 비판적 인식 및 실천하기
• 합의된 사회 규범에 대한 실천의지 함양하기
자연·초월과의 관계 • 『공리주의』, 『동물해방』
• 『노자』, 『장자』
• 『신약』, 『꾸란』
○ 도덕적 관점확대와 가치 다양성 존중
• 도덕적 관점확대의 근거 이해하기
• 보편적 역할 교환자세 확립하기
• 가치다양성 이해와 수용능력 향상하기
Download Excel Table

가치관계 확장법을 반영하여,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도덕적 자아 정체성을, ‘타인과의 관계’ 에서는 도덕적 대인관계 능력을, ‘사회와의 관계’에서는 도덕적 대인관계 능력을, ‘자연 및 초 월과의 관계’에서는 도덕적 관점확대와 가치 다양성 존중을 중심주제로 고전읽기를 유도한다.

연구팀은 기존 교과목인 ‘생활과 윤리’는 응용윤리가 중심이고, ‘윤리와 사상’은 윤리학 및 사상사가 중심이므로, 가치관계 확장법이 고등학교 도덕과에 수용되지 못하였다고 진단한다. ‘고전과 윤리’에서 가치관계 확장법을 수용하여, 비로소 단일한 원리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관통하는 내용 구성 원리로 작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18)

하지만 선정된 고전 가운데 동양고전은 하나의 가치관계에 소속시켜 논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논어』는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실천 역량을 자기영역인 修己와 타인영역인 治人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자기를 수양하여 공경의 태도를 지니는 것은 성학에 뜻을 둔 군자가 지향 해야 할 공부의 시작이다. 흰 화선지 바탕이 마련되지 않으면 수묵화를 그릴 수 없는 것과 같다. 자기 성찰을 통해 공감의 감정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배려의 행위를 가까운 곳에서 점차 동심원을 확대하여 이웃과 세상 사람들에게 확대해야 성학은 완성된다. 또한 자기영역의 수기와 타인영역의 치인은 『대학』에서 더 세분화하여, ‘참 나와 마주하기[修身]’·‘가족과 하나 되기[齊家]’.‘사회로 나아가기[治國]’·‘세상에 공감하기[平天下]’로 구분하였다. 이것을 또 세분 하면 ‘참나’·‘큰나’, ‘참가족’.‘큰가족’, ‘이웃’.‘사회’, ‘세계’.‘자연’으로 규정할 수 있다.

『격몽요결』 역시 수기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뜻 세우기[立志]’, ‘낡은 습관 고치기[革舊習]’, ‘몸을 가다듬기[持身]’, ‘독서하기[讀書]’를 제시하고 있고, 치인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부모 섬 기기[事親]’, ‘상례 절차와 법도 익히기[喪制]’, ‘제사 모시기[祭禮]’, ‘집안 다스리기[居家]’, ‘사 람 만나기[接人]’, ‘세상에 대처하기[處世]’를 제시하고 있다. 『목민심서』도 서문에서 군자의 학 문은 修身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牧民이라고 하여, 수기와 치인을 강조하였다.

가치관계 확장법은 한국고전과 동양고전 모두에 관통하는 실천방식이다. 오히려 초기 내용 영역 구분의 방식대로, 동양고전과 한국고전을 내용영역으로 삼고, 그 속에서 ‘수기-치인’이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혹은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관통되는 가치관계 확장법을 적용하여 고전을 선정하고 내용을 분류하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 연구팀은 핵심 고전의 숫자 적정화와 연계 고전의 추가 선정을 추진하였다. 초기 연구에서 동양, 한국, 서양, 응용의 영역별로 중단원을 3개 구성하고, 2권의 핵심고전을 배치하여 총 24권을 선정하였지만, 학습량을 줄이기 위해 12권으로 축소하였고, 교과서 기술 과정에서 참 고할 수 있는 연계 고전들을 다양하게 제안하는 것으로 방향을 확정하였다.19)

아쉽게도 고전을 세워놓은 기준에 맞게 일괄적으로 선정을 하다 보니, 핵심 고전이 선정에서 누락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古典’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의미한다. 본래 고전은 성 현들의 말을 기록해 놓은 경전이나, 성현들의 뜻에 따라 정립한 제도를 의미하였는데, 19세기 이래 동서양의 만남 속에서 ‘classic’이란 용어가 고전으로 번역되면서, 유교경전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와 서양의 고전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확대되었다.20) classic은 로마의 계급 중 최상 급을 가리키는 라틴어 ‘classicus’에서 나온 말인데, 점차 뛰어난 것을 평가하는 의미로 전용되었다. 과거의 것이지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닌 후세에 모범이 될 만한 것을 일컫는다.21)

사실 고전의 ‘古’는 시간의 ‘오래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은 지금 말하는 순간 이미 지 나간 과거가 되어 버린다. 오래된 옛 사람들의 작품만이 ‘古’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사 람들의 것도 ‘古’에 속한다. ‘典’은 표현형식이다. ‘글로써 친구를 사귄다[以文會友]’22)는 말이 있다. 내면의 마음은 기록되지 않으면 같은 시간과 동일한 공간을 넘어 공감과 확산을 불러올 수 없다. 문자든 미술작품이든 음악이든 건축이든 표현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다른 시간과 공 간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또한 ‘典’은 典範으로 모범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형식을 의미 한다.23)

동양고전 가운데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보편적으로 주목받아온 고전은 『논어』 이외에 『맹자』, 『대학』, 『중용』의 四書를 들 수 있다. 또한 퇴계의 『자성록』이나 『언행록』, 『성학십도』 등은 한국철학의 탁월함을 대표하는 저작이다. 고전은 지금 바로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세상을 조화롭게 일구는 지혜의 보고이다. 그러므로 고전의 선정은 반드 시 하나의 단독 저서로 할 이유가 없다. 동양의 사서와 한국의 선현들의 언행록이나 저서에서 가치관계 확장법에 맞게 選錄하여 재구성하면, 충분히 교과교육의 내용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격몽요결』도 율곡이 당시 사회교화를 위해 어록과 저술을 선록한 것이다. ‘고전과 윤리’에서 새롭게 규정한 한국고전과 동양고전이 마련되면, 고등학교 학생들의 삶에 풍부한 윤리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유교윤리사상의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검토

연구팀은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교수·학습 및 평가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윤리와 사 상’에서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고 암기하는 수업은 지양하고, 학생들의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 능력, 도덕적 민감성과 동기, 품성 등을 길러주기 위하여 ‘윤리학 고전’이나 ‘사회적 쟁점’들을 적극 활용하는 수업을 모색해야 하고, ‘생활과 윤리’에서는 윤리 이론을 통한 탐구와 다양한 경험을 통한 성찰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문제 상황을 제시하 고,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윤리적 판단력과 민감성을 길러주어야 하며, ‘고전과 윤리’에서는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토론 학습, 협동 학습, 교과 융합수업 등을 활용하여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을 이끌어내야 한다.24)

개정 도덕과 교과과정은 궁극적으로 도덕에 근거한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이상의 학생들은 단순한 실천만으로는 인성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힘들다. 『논어』에서는 배우는 자의 세 가지 공통된 德으로 ‘知·仁·勇’을 제시한다.25) 지는 ‘배움을 좋 아하는 것[好學]’으로 이치를 탐구하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고, 인은 ‘힘써 행하는 것[力行]’으로 배운 앎을 실천하여 인간다움을 행하는 것이며, 용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知恥]’으로 잘못된 행동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 굳센 의지로 도덕적 앎과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성인과 같은 인격을 갖춘 인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수양방법이다.26)

따라서 ‘인성 알기(知)·인성 익히기(仁)· 인성 다지기(勇)’의 교육방법을 ‘知仁勇 Learning’으로 명명하고, Flipped Learning이나 Action Learning의 선진 교수법을 도입하여, 자기주도적 참여와 수준에 맞는 창의적 실천을 자극하여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27)

Flipped learning은 기존의 수업형식을 뒤집어 학생들이 교수자가 제작한 동영상을 수업 전에 미리 보고 오게 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 팀별활동, 질의응답 등 학생 중심 학습으로 학습 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28) 플립러닝 교육방법은 ‘知’에 해당하는 인성알기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다. 인성을 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학문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지식을 지금 바로 여기에 적용하여 응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주입식 교육이나 강의에 의존하는 방식은 피동적으로 지적탐구활동을 참여하게 하여, 수업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수업시간 이전에 선행학습을 수행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질의응답, 정리 등의 활동이 이 루어지면,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하여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강의 촬영은 screencast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고, 캠 코더,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을 수도 있으며, 교육 현장의 스튜디오를 이용하여 촬영할 수도 있다.

Action Learning은 학습자들이 팀을 구성하여, 주어진 과제를 교수자와 함께 정해진 시점 까지 해결하는 동시에 질문·피드백·성찰을 통해 과제의 내용측면과 해결과정을 학습하는 교육방법이다. 액션러닝 교육방법은 ‘仁’에 해당하는 인성 익히기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다. 도덕적 앎을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앎을 일상에서의 접목과 실천을 통해 체화하는 것은 인성교육의 실질적 목표이기도 하다.

또한 도덕적 앎과 실천을 통해 인성을 일시적으로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굳센 의지로 자신의 삶에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의 궁극적 이상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이다. 다만 이것은 학생들이 교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환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시루에서 자라나는 콩나물이 매일 조금의 물로도 성장하는 것처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의지를 함양하는데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앎과 실천, 그리고 의지를 함양하기 위한 인성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구성해야 한다. ‘지인용 러닝’은 선진 교육방법인 플립러닝과 액션러닝의 장점을 취하여 아래와 같이 틀을 구성하였다.

표 5. 유교윤리사상에 기초한 교수학습 방법, ‘知仁勇 Learning’ 플랫폼
인성 영역 지(知) 인(仁) 용(勇)
인성 알기 인성 익히기 인성 다지기
방법 및 활용 Flipped Learning
선행학습 및 발표토론
Action Learning
활동 및 체험보고
Continuing Practice
비교과 프로그램참여
Download Excel Table

인성교육은 앎과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행동준칙을 체화하는 실천 만이 아니라, 도덕적 앎을 탐구하는 공부도 강조되어야 한다. 새가 양 날개를 사용하여 하늘을 나는 것처럼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또한 부단히 날개 짓해야 오래 날 수 있듯, 흔 들림 없는 의지를 통해 앎과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 ‘인성 알기(知)·인성 익히기(仁)·인성 다 지기(勇)’의 교육방법은 학생들이 On Line-Off Line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창의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자극하여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Ⅳ. 나오는 말

연구팀의 지적대로 창의와 융합을 통해 전인적 인재양성을 지향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도덕에 근거한 인성교육이 기초가 되어야 비로소 완성가능하다. 도덕과 교육과정은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와 통일이후의 사회통합, 그리고 동아시아와 글로벌 인재 양성에 토대가 되는 인성교육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핵심 교과이다.

정부는 2015년 2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였다. 일선 학교 에서는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교사들은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로 수강해야 하며, 교원 양성기관에서는 인성교육 필수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인성교육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은 반대여 론도 있다. 타율적으로 인성을 강제하는 것이 가능하고 타당한가에 대한 우려이다. 법은 법적 제제를 하는 근거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안전벨트착용’을 처음 실시할 때 사람들은 법적 단속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을 준수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보호와 생명 존중에 대한 자각에 의해 자율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한다.29)

인성교육은 아직 시작단계이므로, 교육내용은 무엇으로 할 것이고, 어떻게 교육할 것이며, 교육효과는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다. 편협한 시각이나 맹목적 실천은 도덕에 근간한 인성교육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논어』에서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30)고 하였다. ‘學’은 선현들의 지혜를 학습하는 것이고, ‘思’는 현실에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思而不學]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남과 소통할 수 없거나 제한된 방식의 소통이 될 수 있어 ‘위태롭다[殆]’. 배워야 역사적이고 시대적인 공감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고,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얻어 자기 세계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學而不思] 맹목적으로 고전을 습득하는데 그쳐 학습한 지식이 쓸모없게 되어 ‘얻음이 없다[罔]’.

고등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은 수천 년간 한국과 동양·서양의 선현들이 쌓아온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지혜를 선별하고 교육하는 중책을 담당하고 있다. 다원적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한 세계인식을 돕고, 또한 직접 실천하여 자신에게 편안한 방식을 선택하여 실천하도록 유도하며,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익숙하게 습관화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인간 다움의 본질을 자각하고 실천하여 자율적으로 앎[知]과 실천[行]을 합일하고 지속하는 것이 도덕과 교육과정의 방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하나의 길이 유일하다고 인식되어서도 안되고 독점되어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동쪽에서, 어떤 사람은 서쪽에서 산을 오르는 것이 편안하고 익숙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길을 명확히 파악했다고 하여, 다른 길을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도 안 된다. 이해와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큰 틀의 수정은 어렵겠지만, 교과서 집필과 교육현장 적용까지는 아직 보완의 여지가 있다. 도덕과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인간다움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천하게 하는 인성교육의 핵심교과이다. 인간다움의 본질을 자각하고, 인간 다움을 실천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느 시간, 어느 공간을 막론하고 소홀히 하지 않았던 관심 주제였다. 향후 수정과 보완을 통해 명실공히 인성교육의 핵심 교과로써 역할을 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수로 교육하는 교과로 지정되어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Notes

1) 이 논문은 성균관대학교의 2014학년도 성균학술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다. 2015년 12월 안동대학에서 동양윤리교육학회가 <도덕과 교육과정과 전통윤리사상>의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ㆍ보완하였다. 발표기회를 준 동양윤리교육학회와 발표 시 논평을 통해 귀한 지적을 해주신 이상익ㆍ김민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한다.

1) 박병기(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개정의 기본 방향. 2015 문ㆍ이과 통합형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개 토론회 자료집.

2)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50.

3)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56.

4)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p. 16-17.

5)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51.

6) 최영성(2015). 되집어 본 한국사상사. 예문서원, p. 594-595.

7) 이상호(2005).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나타난 다카하시 도오루의 영향. 오늘의 동양사상, 13호, p. 228.

8)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33-34.

9)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40-41.

10)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p. 19.

11) 최인철 역(2004). 생각의 지도. 김영사, p. 53-106.

12) 유석춘(2015). 한국의 유교 전통과 연고 네트워크. 21세기 인문가치포럼 2015 자료집, p. 68-72.

13) 高在錫(2015b). 探析『論語』‘直躬’故事所體現的東亞正義觀念. 중국: 中國哲學史, 2015年 第3期, p. 39.

14) 고재석(2015a). 동아시아 인성담론의 특성 연구 – 맹자의 성선설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 학술대회 자료집, p. 54-57.

15)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66-67.

16) Cubbage, K.T.(2009). America’s Great Books colleges and their curious histories of success, struggle, and failure. Dissertation.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1-44. 손승남(2013). ‘The Great Books’ 프로그램을 토대로 본 우리나라 대학 인문고전교육의 방향 탐색. 교양교육연구, 제7권 제4호, p. 450-451.

17)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p. 21-23.

18)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p. 22-23.

19)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p. 23-24.

20) 양일모(2014). 동아시아 고전의 형성과 그 역할. 한국교양교육학회 발표문.

21) 한국문학평론가협회(2006). 문학비평용어사전. 국학자료원.

22) 『論語』「顔淵」.

23) 고재석 외(2015).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전『논어』를 통한 교과교육을 중심으로. 21세 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교양교육.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p. 337-339.

24)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p. 47-80.

25) 『論語』「憲問」 :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26) 『중용』에서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이 지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이 인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용에 가깝다고 하였다. 『中庸』 : 天下之達道也, 知仁勇三者, 天下之達德也. …… 好學, 近 乎知, 力行, 近乎仁, 知恥, 近乎勇. 知斯三者, 則知所以修身, 知所以修身, 則知所以治人, 知所以治人, 則知所以治天下國家矣.

27) ‘知仁勇 Learning’은 필자와 원용준 교수가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규정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이하 내용은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전『논어』를 통한 교과교육을 중심으로」에서 발표한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하였다.(고재석 외(2015).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전『논어』를 통한 교과교육을 중심으로. 21세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교양교육. 한국교양교육학회 학 술대회 자료집.)

28) 이민경(2014),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의 효과와 의미에 대한 사례 연구」, 『한국교육』제41 권, p. 87-116.

29) 고재석 외(2015).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전『논어』를 통한 교과교육을 중심으로. 21세 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교양교육.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p. 342-344.

30) 『論語』「爲政」 :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참고문헌

1.

고재석(2015a). 동아시아 인성담론의 특성 연구 - 맹자의 성선설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 학술대회 자료집..

2.

高在錫(2015b). 探析『論語』‘直躬’故事所體現的東亞正義觀念. 중국: 中國哲學史, 2015年 第3 期..

3.

고재석, 원용준, 이천승(2015). 대학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고전『논어』를 통한 교 과교육을 중심으로. 21세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교양교육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4.

교육부(2014). 2014년도 인성교육 강화 기본계획..

5.

교육부(2015). 도덕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별책 6]..

6.

교육부(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중점연구개요..

7.

김태길(1998). 공자사상과 현대사회. 서울: 철학과 현실사. 『論語』.

8.

박병기(2006). 고등학교 도덕과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윤리교육연구, 제10집..

9.

박병기(2015). ‘2015 도덕과 교육과정’개정의 기본 방향. 2015 문·이과 통합형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개 토론회 자료집..

10.

성균인성교육센터(2015). 우리들의 세상 논어로 보다. 사람의 무늬..

11.

손승남(2013). ‘The Great Books’ 프로그램을 토대로 본 우리나라 대학 인문고전교육의 방향 탐색. 교양교육연구, 제4권 제4호..

12.

양일모(2015). 동아시아 고전의 형성과 그 역할. 한국교양교육학회 발표문..

13.

유석춘(2015). 한국의 유교 전통과 연고 네트워크. 21세기 인문가치포럼 2015 자료집..

14.

이민경(2014).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의 효과와 의미에 대한 사례 연구. 한국교육, 제41권..

15.

이상성(2006). 고등학교 도덕·윤리교육과 동양윤리. 동양철학연구, 제47집..

16.

이상호(2005).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나타난 다카하시 도오루의 영향. 오늘의 동양사상, 13호..

17.

이영경(2005). 고등학교『윤리와 사상』교과서에서 ‘한국윤리’ 내용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중 등교육연구..

18.

장승희(2005). 고등학교 ‘전통윤리’에 대한 체계적 분석 및 평가. 중등교육연구..

19.

최영성(2015). 되집어 본 한국사상사. 예문서원..

20.

최인철 역(2015). 생각의 지도. 김영사..

21.

한국문학평론가협회(2006). 문학비평용어사전. 국학자료원..

22.

Cubbage, K.T.(2009). America’s Great Books colleges and their curious histories of success, struggle, and failure. Dissertation.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23.

Roger T. Ames(2015). Confucian Role Ethics: A Challenge to the Ideology of Individualism. 21세기 인문가치포럼 2015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