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의 인성 관련 요소 분석과 시사점1)

김현정1,*, 류수열2,**
Hyunjeong Kim1,*, Su-yeol Ryu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2한양대 교수
1Assistant Research Fellow,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2Professor, Hanyang University
*제1저자, poedlife@kice.re.kr
**교신저자, rusual@hanyang.ac.kr

© Copyright 2018,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4, 2018 ; Revised: Feb 05, 2018 ; Accepted: Feb 19, 2018

Published Online: Feb 28, 2018

요약

본 연구는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성교육의 주요 요소를 탐색하고, 그 요소를 토대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문학 영역과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를 분석하여 시사점과 의미를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 본 연구에서는 문학교육에서 인성 함양의 요소를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의 세 가지로 설정하였다. ‘도덕적 상상력’은 작품 속 인물이나 화자의 사고나 행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접근하여 인지·확인하는 능력을, ‘비판적 사고력’은 인물이나 화자의 사고 및 행동이 지닌 가치를 도덕적으로 판단·평가하는 능력을, ‘성찰적 사고력’은 인물이나 화자의 삶이나 정서에 대해 공감 및 거리두기를 수행해 자기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요소와 함께 ‘자아, 타인, 공동체’의 요소를 기준으로 삼아 교과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비해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인성교육 관련 내용이 많았다. 교과서 수록 작품의 내용과 학습 활동 사이의 상관관계는 매우 약했고, ‘자아’ 범주의 인성교육 요소가 가장 많았다.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여러 층위에 인성교육의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문학의 본질적 성격을 고려한 학습 활동이 적극적으로 구안될 필요가 있으며, 학습활동에 반영될 수 있는 인성교육의 원리와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middle school Korean Language textbooks and high school Literature textbooks so as to explore the main factors of character education in order to revitalize character education in literature education. We set three elements of moral imagination ability, critical thinking ability, and reflexive thinking ability as factors of human development in character education through literary education. 'Moral imagination ability' refers to the ability to perceive and confirm moral approach to the thinking or behavior of a person or a speaker in a literary work. 'Critical Thinking ability' is a moral judgment and evaluation of the value of a person or a speaker. 'Reflective thinking ability' means the ability to self-empathize with the empathy and distancing of the person or the speaker's life or emotion. We analyzed textbooks based on the elements of 'self, others, community' together with these three factors. As a result of analysis, we found more contents related to character education in high school textbooks than middle school textbooks. The correlation between the contents of the textbooks and the learning activities was very weak, and the 'self' category were found most frequently. In order to activate character education in literary education, it is necessary that the factors of character education are reflected on various levels of the curriculum, and learning activities need to be developed. In future research, the principles and methodology of personality education should be continuously developed.

Keywords: 인성교육의 요소;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Keywords: Basic Factors for Character Education; Moral imagination Ability; Critical Thinking Ability; Reflective thinking Ability

Ⅰ. 서론

본 연구는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인성교육의 주요 요소를 탐색하고, 그 요소를 토대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문학 영역과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를 분석하여 시사점과 의미를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최근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계의 논의가 활성화되었는데, 문학교육은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주요 분야라 할 수 있다. 인성교육은 문학교육 등 교과교육의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은 인문학의 주요 분야이며 인간의 삶과 관련된 가치 문제를 다루기에, 문학교육은 인성교육의 주요 분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게 되면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 종합 5개년 계획(교육부, 2015. 11. 30)을 세우고 학교급별 인성교육 지도 자료를 배부하였으며(교육부, 2016, p. 10), 교육과정의 개정 내용에 인성교육 요소를 포함시키는 등2), 학교교육 속에서 인성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인성교육을 통하여 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는 여러 징후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흐름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비교과 활동이 아닌 교과교육 내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교과교육에서 인성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연구(양정실 외, 2013)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는 가치덕목·인성역량을 제시함으로써 인성교육을 통하여 인성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또한 국어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내용과 인성교육의 관련성을 살펴 교육 내용을 구안하고 이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모색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으로 인성교육을 담당해 온 도덕교육 분야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와 관련하여 인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연구(정창우, 2015)가 있는바, 문학교육 분야에서도 참고할 시사점이 많다.

이와 같이 인성교육에 관한 최근의 연구 경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의 여건을 고려하여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되 각 교과교육에서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어교육 내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은 국어교육의 여러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 중에서 문학교육은 문학 작품 읽기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한 탐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성교육과 접목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활성화에 대한 연구는 가능성 탐색과 필요성 제시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원리를 구안하고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방법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이 실현되는 양상과 그 의미를 점검하고자 한다. 나아가 문학교육에서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인성교육의 주요 요소를 탐색하여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 설계의 토대로 삼고자 한다. 또한 핵심 요소를 가지고 우리나라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문학 영역과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의 내용 빈도 분석을 한 뒤, 이를 토대로 문학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활성화 방향과 방안을 제언하려 한다.

Ⅱ. 문학교육의 인성교육 가능성과 필요성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하는 예술 분야이기에 국어교육의 문학 영역에서는 인성을 비롯한 다양한 내용 혹은 주제에 초점을 맞춘 교수-학습이 가능하다. 문학교육 연구에서는 원론적 차원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문학교육의 여러 가지 역할을 설정하고 있다. 이들 연구 중에는 인성교육을 명시적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인성교육론적 접근을 꾀하고 있는 연구도 커다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문학교육이 인성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밝힌 연구로는 다음이 대표적이다. 정재찬(2004)에서는 문학교육과 도덕교육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문학교육이 도덕적 상상력을 함양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문학교육의 심화이자 확장임을 역설하였다. 류수열(2004)에서는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이 독자나 필자가 자신과 다른 타자를 만나 대화하는 일로 보고 인생의 탐구 혹은 인간성의 창조로서의 문학이 가장 효과적인 도덕적 상상력의 자극물로 기능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웃과의 조화로운 삶의 추구, 사회적 연대 의식 등의 인간 동기를 강조하는 의사소통으로서의 문학교육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들 연구는 인성이 교육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기 전에 문학교육에 함축되어 있는 인성교육적 요소를 드러내고 있다는 의의를 갖는다.

그런가 하면 인성이 교육계의 화두로 부상한 이후에는 인성에 초점을 맞추어 문학교육을 설계하려는 논의가 목표, 내용, 방법 등의 다양한 층위에서 펼쳐졌다. 그 중 최지현(2013)은 문학교육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간주되는 어느 한 방향으로의 지향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의 가능성 모색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고, 협력, 배려, 공동체 의식 등의 인성 요소는 교육을 통해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원론적 차원의 연구뿐만 아니라 개별 문학 갈래론과 작품론 차원에서 인성교육의 가능성을 모색한 연구물 역시 다양하게 제출되었다. 아동문학에 초점을 맞춘 진선희(2015)에서는 아동문학이 독자의 참 삶과 진정한 인성의 발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 아동문학을 통한 인성교육의 방향을 모색하여 그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하였다. 설화를 대상으로 한 신원기(2010)에서는 청자를 직접 앞에 두고 구연되는 설화의 특성 상 감상이나 비평의 말하기 수업 활동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과 세계의 다양성 인식이라는 인성교육의 가능성을 도출하였다. 인성교육을 국어교육에서 다룰 때 언어 순화 차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조들이 이룩했던 철학, 도상학, 문학의 종합 접근 방법론을 계승할 필요를 강조한 김성룡(2013)에서는 동아시아 중세의 심성론과 서유럽 중세의 심성론, 근대 서구 심리학에서 제출하는 마음의 구조와 조선 성리학에서 제시한 마음의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중세 동아시아적 전통이 근대 서유럽적 사고와 만나게 될 가능성을 심성 가전의 본질에서 찾고 있다. 고정혜(2015)에서는 실러의 「미학 편지」에 나타난 미적 교육을 바탕으로 ‘총체적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소설 교육의 목표를 확인하고 소설 교육의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서, 소설 교육이 현실을 뛰어넘은 현실 인식을 통해 성장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개별 작품 중심으로 인성교육에 접근한 연구로는 강미정(2015)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고전소설인 <구운몽>을 바탕으로 문학치료학적 관점에서 인성 교육의 실천 사례를 소개한 것으로서, <구운몽>을 읽은 뒤의 성찰적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된 치료 효과를 밝혔다. 정소연, 김세희(2014)에서는 이황의 한시 작품을 통해 대인적 가치 교육에 대한 설계가 제시되었다. 대인 관계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시를 통해 이를 내면화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연구로서, 문학교육에서 한시 교육의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이 원론 및 각론의 차원에서는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이 가능하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출되어 왔다. 특히 원론적 차원에서는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가치 문제에 대한 주목을 통하여 도덕적 상상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인성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문학 작품 속에 형상화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경험 속에서 협력이나 배려 등 공동체 의식에 관한 이해와 탐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천적 차원의 인성교육 가능성을 탐구하는 경향 역시 있어 왔다. 개별 작품이나 장르에 대한 접근에서는 독자들이 작품 읽기를 통해 자신에 대한 성찰, 대인 관계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대한 고찰과 내면화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삶의 태도와 자아 가치관에도 교정 효과가 있음을 밝히는 내용이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의 논의들은 교과서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의 미시적인 국면에 대한 고려는 생략되어 있다. 문학 작품이 교과서에 배치될 때는 언제나 교육과정상의 성취기준과 그것이 구체화된 단원 학습 목표의 통제를 받는다. 이로 말미암아 학습 활동은 인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당위가 없다. 학습 활동은 어디까지나 교과서 집필자나 교사의 자율성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될 따름이다. 따라서 문학 교육에서 인성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의 교재화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인 요건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논의들로부터 우리는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은 학생들의 도덕적 상상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작품에 형상화된 삶의 다양한 가치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비판 및 탐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단순한 당위론적 목소리를 넘어선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인간은 갈등하고 추구하고 성찰하고 후회하는 인간이며, 이를 거울삼아 독자들은 그 인물들에 공감하거나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즉 항상 구체적 형상화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문학은 정서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자기교육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인성교육 관련 요소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Ⅲ. 인성교육에 대한 문학교육적 접근

국어과 교육의 문학 영역에서 인성 함양을 추구하는 교수-학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의 다양한 요소 중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품의 주제를 탐색하는 과정은 작품 속에 형상화된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필수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문학 영역 성취기준은 문학의 갈래와 그 갈래의 속성 위주로 구성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문학 작품의 내용에 해당되는 주제는 성취기준에서 명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성취 기준에 극단적으로 충실한 경우 주제를 비롯한 문학 작품의 내용은 문학 수업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층위를 ‘의도된 교육과정’, ‘전개된 교육과정’, ‘실현된 교육과정’으로 구별할 경우, 문학 교육과정에서 ‘의도된 교육과정’ 층위에서는 인성과 관련된 내용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전개된 교육과정’에서는 인성 관련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선 문학의 생산과 수용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이라는 문학의 보편적 정의를 따른다면, 문학 작품의 주제 혹은 내용 요소라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학습 활동이 수행되어 온 것이다. 가령 비유에 대한 학습을 주된 목표로 삼는 단원에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데 작용하는 비유의 원리나 그 효과에만 집중하고 그 작품이 형상화하고 있는 인간의 정서나 삶이 외면된다면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보람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어과 문학 영역 인성 관련 내용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을 준거로 접근할 수도 없고, 교과서의 특정 단원을 기본적인 조직자로 내세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점이 교육과정의 체제를 거의 그대로 준용하여 교과서 단원을 편성하는 여타의 교과와 구별되는 국어과의 특수성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국어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치 있는 경험’에 해당되는 핵심 주제를 1차 조직자로 삼고 인성 역량을 2차 조직자로 삼는 이원적 구조를 상정하여 인성교육의 요소를 분석하고자 한다.

1. 1차 조직자로서의 인성 관련 주제 범주

문학 작품의 내용 요소인 주제를 1차 조직자로 내세운다면, 자아, 타인, 공동체를 기본적인 범주로 설정할 수 있다. 각각의 범주는 다음과 같이 구별될 수 있다.

표 Ⅲ-1-1. 주제 측면 조직자의 3가지 범주
범주 기본 개념
① 자 아 주로 개인의 인격 차원에서 필요한 인성 덕목
예) 용기, 절제 등
② 타 인 사회적・문화적 인간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인성 덕목
예) 정직, 약속, 배려, 존중, 책임감, 준법 의식 등
③ 공동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존재를 염두에 둔 인성 덕목
예) 다문화적 감수성, 성(gender) 감수성, 인권 감수성, 생태 감수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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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타인 범주와 공동체 범주는 중첩될 여지가 크지만 ‘타자성(otherness)’ 개념의 층위에 따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아 혹은 자신을 제외한 타인을 가리키는 중립적 의미의 층위에 있는 타자성 개념은 ‘타인’ 범주로, 사회적 권력 관계 상 약자로서 다수자에 대해 주변부적인 존재가 되는 소수자를 가리키는 타자성 개념은 ‘공동체’ 범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3) 물론 하나의 학습 자료나 학습 활동에 이들 세 범주 중 둘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단원의 성격을 기준으로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2. 2차 조직자로서의 인성 역량 범주

위에서 다룬 1차 조직자로서 ‘주제’는 문학의 내재적 요소인 ‘작품의 내용’에 초점을 맞춘 범주이다.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 논의를 초점화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에 특수하게 적용될 수 있는 또 다른 조직자가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데 요구되는 인성 역량을 또 하나의 조직자로 상정하고자 한다. 문학 작품 수용의 국면에서 발휘되는 제반 능력 중 주로 감상 차원의 인지 활동 및 그 능력을 중심으로 몇 가지 요소를 추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능 국어 영역에서 활용되는 사고력의 범주를 원용해 볼 수 있다. 수능에서 내세우고 있는 사고력의 범주는 평가 국면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긴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언어활동의 본질로부터 추상된 것이므로 그 사고력의 구도와 층위는 충분히 정당한 근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수능 국어 영역의 평가 요소로 활용되는 사고력은 보통 사실적 사고력, 추리・상상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으로 나누어진다.4) 이 중에서 사실적 사고력은 해당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사고력 범주에 해당하므로 굳이 본 연구에서 별도의 범주로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리・상상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의 세 범주의 사고력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개념을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요소로 삼고자 한다.

가. 도덕적 상상력

사고력의 세 범주 중 추리・상상적 사고력은 ‘도덕적 상상력’으로 변형할 수 있다. 문학 작품 읽기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론하는 능력은 독자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능력이다. 경험이나 사유 면에서 다른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은 읽기 문학 영역의 기본적인 평가 목표이다. 수능에서는 이 능력과 관련하여 내용,과정,구조의 추론이라는 세 측면을 설정한 바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 p. 8). 추론에 기반을 둔 추리·상상적 사고는 사실적 사고 단계를 기반으로 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실적 사고보다는 비중을 높여 측정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 p. 8). 이와 같은 상상적 사고를 인성 함양에 초점을 맞춘 문학적 사고로 전환하여 본다면 ‘도덕적 상상력’으로 변주할 수 있겠다. 상상적 사고가 상상력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라면, 도덕적 상상력은 도덕적 인성을 원천으로 삼아 작동되는 상상력을 표현하기에 가장 유효한 용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미숙(2003)에 따르면, 도덕적 상상력의 의미 층위는 매우 복합적이다. 자아 중심적인 접근으로부터 벗어나 타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상상하는 능력, 어떤 상황을 인습적인 방식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마음에 그리는 능력,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어떤 상황에서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 타자를 그 자체로 목적으로 대하고 타자의 복지를 추구하는 능력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나 이는 도덕교육적 관점에서 규정된 개념이기 때문에 문학교육에 고스란히 수용되기는 어렵다. 문학교육의 최종적인 심급에서 도덕교육과의 경계가 사라지는 단계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지라도 통상적으로 수행되는 문학교육의 현장에서는 달리 규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덕과 교육에서 소설 등의 서사 텍스트가 활용되는 국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도덕과 교육에서는 소설을 활용하여 인물을 통해 드러나는 도덕적 가치, 도덕적 판단, 도덕적 행위 등을 학습자가 판단하도록 한다(김국현, 2006, pp. 215-220). 여기에서 필요한 능력이 도덕적 상상력이다. 도덕적 상상력은 도덕적 지식의 내면화와 관련하여 강조되는 개념으로서, 인식 주체로서 학습자가 도덕적 지식을 창조적으로 통합함으로써 도덕적 지식을 내면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도덕적 지식을 명제화하여 제공하고 학습자가 이를 수용하는 ‘도덕적 추론’과 비교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방법은 학습자에게 도덕적 상상력과 관련된 교육적 처치를 추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문학작품의 재구성 전략은 학습자가 도덕적 상상력을 작용시켜야 할 지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며, 어떤 면에서 소설 텍스트를 통해 제시되는 문제 상황의 맥락을 벗어난 쓰기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유진현, 2013, pp. 27-28). 이처럼 상상력이 서사 텍스트의 내적 자질과 동떨어진 채 작동되면 오히려 작품에 대한 오독을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학교육에서 도덕적 상상력은 문학 작품의 작가가 ‘가능성’ 수준으로 제시한 도덕적 원리를 독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데 필요한 능력으로 재개념화할 수 있다. 즉 인물이나 화자의 사고 및 행동이 지닌 가치를 도덕적 관점에서 인지하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인물이 떨어진 꽃잎을 보는 장면이 있을 때, 이를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접근한다면 도덕적 프레임으로 인지하는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자체로는 도덕적 접근을 필연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도덕적 프레임을 통해 학습자의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인 것이다.

나. 비판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이란 언어 표현과 이해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준거에 의하여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그 정당성이나 적절성 또는 가치 및 우열에 대하여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여기서 ‘비판적’ 이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또는 비평과 관련된 긍정적 판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 p. 9). 이와 같은 ‘비판적 사고력’은 문학 작품 읽기에서는 독자가 작품 속 화자나 인물의 정서나 삶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휘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판’이 ‘가치에 대한 판단’을 뜻한다는 것이다. ‘비판’은 일상적으로 부정적 판단이 기조를 이루는 논증적 언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평, 판정, 평가, 검토, 분석, 가치 판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전적 뜻풀이만 보더라도 이는 매우 제한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본 연구에서는 ‘비판’을 ‘가치에 대한 판단’ 개념으로 쓰기로 한다.

다. 성찰적 사고력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자신의 고유한 안목으로 해석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에 해당되는 ‘창의적 사고력’은 문학 작품을 자신의 삶으로 내면화하는 단계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 사고는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어떤 언어 자료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표현하는 고차적인 언어활동이다. 창의적 사고는 언어활동의 과정에서 자료나 텍스트의 표면에 제시되지 않은 요소를 창출해 낸다는 점에서 추론적 사고와 비슷하지만 추론적 사고가 수평적인 확산인 데 비해 창의적 사고는 수직적인 수준 오름(shift-up) 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창의적 사고에서는 내용, 구조, 표현의 창의적 생산과 수용이라는 세 측면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중에서 내용에 관한 창의적 수용과 생성에서는 내용의 관계를 분석하거나 설정하여 주어진 정보를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새로운 정보로 생성하는 능력까지가 측정의 요소가 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 p. 10). 이를 문학 영역에 적용해 보면, 문학 감상에서 ‘창의적 사고’는 주로 문학 작품의 ‘주체적 감상’ 국면에서 작동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해석’과 달리, ‘감상’은 작품의 의미를 자신의 경험이나 삶에 조회하여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성 함양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이를 ‘성찰적 사고력’으로 개념화할 수 있겠다. 성찰적 사고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성찰적 사고력의 구조를 특정 대상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 선택적으로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는 ‘지향성’, 이를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다는 ‘반성’, 그 도달점이라 할 ‘자기 이해’의 셋으로 설명하고 있는 최홍원(2012, pp. 80-106)의 논의도 이러한 규정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사고력의 세 범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표 Ⅲ-2-1. 문학 작품 감상과 관련되는 인성교육의 주요 요소
범주 기본 개념
도덕적 상상력 인물이나 화자의 사고 및 행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접근하여 인지하고 확인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 인물이나 화자의 사고 및 행동이 지닌 가치에 대해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
성찰적 사고력 인물이나 화자의 삶이나 정서에 대해 공감 및 거리두기를 수행하여 자기화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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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논한 개념으로 볼 때, 도덕적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학습자들이 작품을 중심에 두고 발휘되는 능력이다. 독자나 학습자 자신의 삶보다는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작품 속 화자, 서술자, 인물의 삶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한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성찰적 사고력’은 독자 혹은 학습자가 자신의 삶을 조회한다는 점, 즉 ‘자신과 작품 간의 상호 작용’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그 방향의 차이가 있다. 이들은 인지적 과정이나 복잡도 등을 기준으로 ‘도덕적 상상력’→‘비판적 사고력’→‘성찰적 사고력’ 순으로 위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학교육의 최근 동향에서는 작품의 재구성을 포함한 작품의 창작 혹은 생산 등 표현 활동이 상당히 강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바 이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표현 활동에는 작품 내적 요소인 인물이나 화자, 작품 외적 요소인 작가와 동료 학습자와 더불어 수행되는 공감과 소통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표현 중심의 학습 활동은 그 결과물을 확인하기 전에는 어떠한 인성 요소와 관련되는지를 확정할 수 없지만, 활동 지시문에 노출된 인성 관련 표지를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다.

Ⅳ. 교과서 분석 결과

이 절에서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인성교육 요소를 토대로 현행 ‘국어’ 및 ‘문학’ 교과서를 분석하고 그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1. 분석 대상 및 범위

현행 교육과정 체제 하에서 국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인성교육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과정 문서라기보다 교과서 집필자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국어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의 선정에서 인성교육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에 인성 요소를 포함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일부분에 해당한다. 교과서 집필자가 인성교육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경우, 국어 교과서의 제재 선정이나 학습 활동에서 인성교육이 등한시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교과서 집필자가 교과서 수록 제재 혹은 학습 활동에서 인성교육을 중시할 경우, 인성교육의 실제적 구현이 강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어 교과서 분석의 주요 기준이 교육과정 내용 체계의 구현과 관련되는 교과서 단원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어 교과서의 단원이 아니라 Ⅲ장에서 논의한 바에 따라 주제 차원의 조직자로 ‘자아, 타자, 공동체’를 설정하고 인성교육 요소로 설정한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을 토대로 하여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중학교 ‘국어’ 2종, 고등학교 ‘문학’ 2종을 임의로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중학교는 ‘국어 1’~‘국어 6’, 교과서를, 고등학교는 ‘문학’ 교과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5)

표 Ⅳ-1-1. 교과서 분석 대상
학교급 교과 구분 교과서 발행 총수 분석 대상 종수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 국어①~국어⑥ 16종 2종 2009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 문학 11종 2종

*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국어①’~‘국어⑥’ 중에 분석 대상을 문학 영역에 한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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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한 2종의 교과서는 선택률 상위의 교과서로서 다수의 학교에서 선택하고 있는 교과서들이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여러 종이지만, 실제 학교에서 선택되는 교과서는 소수임을 고려한다면 이들 교과서들이 문학 작품의 교재화 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이 교과서 분석에 따라 인성교육 요소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 그 빈도수를 양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기보다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도 2종의 교과서가 연구 내용을 추출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았다.

교과서 분석 시에는 교과서의 구조를 고려하여 ‘도입’, ‘본문’, ‘자료’, ‘활동’ 등으로 교과서 단원을 세분화하여 인성교육의 요소의 적용 가능성과 활용 정도 등을 탐색했다. 각 부분에 인성교육의 요소가 활성화되었을 경우 그 빈도수를 합산하는 양적 접근을 취하는 동시에, 문학교육의 맥락에서 인성교육의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의 문제 역시 점검하였다.

한편, 본 연구의 교과서 분석에서는 특별히 교육과정의 내용에 대한 사전적 분석이나 교육과정 성취기준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은 별도의 논문에서 더 자세하게 논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의 주제이며, 본 연구의 목적은 교과서 수록 제재와 학습 활동이 인성교육의 요소를 실제적으로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이에서 시사점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각 교과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중학교 ‘국어’ 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 교과서는 선택률 기준으로 상위에 속하는 교과서 2종을 임의로 선정했으며, 이를 각각 A교과서와 B교과서로 칭하고자 한다. 주지하듯,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한 학년 당 2권으로, 학생들은 3년 동안 총 6권의 교과서로 국어 과목을 공부한다. 분석 대상 교과서 2종의 6권을 각각 분석하였는데, 교과서의 내용을 ‘도입-본문-마무리’로 구분하고 본문을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로 세분화하여 빈도수를 조사하였다. 먼저 A교과서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Ⅳ-2-1. 중학교 <국어> ‘문학’ 영역 A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주제 범주/인성 범주 분석 대상 인성 역량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교과서 단원 구성 요소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자아 빈도수 7 1 1 1 1 5
총 빈도수 9 1 6
타인 빈도수 1 3 1 1 2
총 빈도수 4 2 2
공동체 빈도수 5 2 2 4 1
총 빈도수 5 4 5
합계 18(50.0%) 7(19.4%) 11(30.6%)
총 36개(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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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과서에서 인성 관련 내용 분석 결과, 총 36개의 관련 사항을 찾을 수 있었다. ‘도덕적 상상력’의 경우 총 18개로 가장 높았고, ‘비판적 사고력’의 경우 총 7개로 가장 낮았으며, ‘성찰적 사고력’은 11개이다. 주제 범주의 조직자를 중심으로 볼 때 ‘자아’ 관련 항목이 16개, ‘공동체’ 관련 항목이 14개, ‘타인’ 관련 항목이 8개 순으로 빈도수를 기록했다. 위 표에 나타난바, ‘도덕적 상상력’의 경우 제재 즉 작품 차원에서 활성화되기 쉽고, ‘성찰적 사고력’의 경우 ‘학습 활동’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쉽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별로 보면, A교과서의 ‘국어’ ➀에 실린 윤동주의 작품 <새로운 길>(p. 28), 정윤철의 시나리오 <말아톤>(pp. 236-245) 등은 어려운 현실이나 장애를 딛고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 시적 화자 또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자아’를 주제로 하는 도덕적 상상력이 활성화되기 쉬운 작품이다. 해당 단원의 성취기준이나 학습활동을 통하여 자아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사의 수업 운영 방식에 따라 인성교육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타인’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인성 교육의 제재로는 A교과서의 ‘국어’ ➄에 실린 이청준의 <선생님의 밥그릇>(pp. 46-52)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평소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학생이 선생님께서 인생의 어른으로서 해 준 말을 평생의 도움말로 품고 살아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생님의 도움말은 그 학생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작품에서 선생님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기 몫의 밥을 나누어줄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러한 선생님의 ‘타인에 대한 태도’를 소재로 삼는 도덕적 상상력의 교육이 가능하다.

‘공동체’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하는 인성 교육의 제재로는 A교과서의 ‘국어’ ➄에 실린 윤흥길의 <기억 속의 들꽃>(pp. 176-207)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쟁고아가 된 한 소녀가 피난길에 정착하게 된 마을에서 겪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고 있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소녀는 이방인의 처지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곳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기 위해 남장을 하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금반지를 미끼로 하여 서술자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전쟁의 혼란함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인민군에 대한 공포, 피란민들과의 갈등, 전란으로 인한 궁핍함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기에 부모 잃은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부모 잃은 고아 소녀 역시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위험한 곳에 금반지를 숨겨 놓았다가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이 작품은 전쟁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를 주제로 삼고 있다. 각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행동은 무엇인지에 관한 인성교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인성교육의 요소 중 ‘비판적 사고력’에 관한 교과서 내용을 보면, 제재보다는 학습활동의 빈도가 높았다. A교과서의 ‘국어’ ➀에서 관련 활동(p. 222)을 찾을 수 있다. ‘비판적 사고력’은 문학 작품에서 인물이나 화자가 처한 상황에 관하여 학생들의 자신의 판단과 평가를 내리는 과정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A교과서의 5단원에 실린 학습 활동 내용을 확인해 보자. 이 단원은 “더불어 살아가기” 속 “(1) 문학과 갈등” 으로, 제재는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 이다. 이 단원에서는 “수남이가 갈등을 해결한 방식을 평가해 보고, 자신이 수남이라면 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이야기해 보자.”는 활동을 제시하였다. 이를 ‘비판적 사고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학습활동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에는 “도망쳐라, 도망쳐, 그까짓 자전거 들고 도망치라고.”라고 하는 구경꾼 어른들의 말과 “왜 그때, 그렇게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인가”라는 수남이의 독백을 대조적으로 제시하여, 수남이가 갈등을 해결한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 그리고 수남이가 도망을 치면서 쾌감을 느낀 데 대한 죄책감의 정체에 대해 평가해 보도록 하고 있다.

수남이의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 소설에서 수남이가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수남이가 갈등을 겪을 때 무엇을 위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수남이는 자신이 일하는 상점 주인의 영향을 받는 일개 점원이라는 입장, 자신이 세워 놓은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생긴 흠집을 수리하려면 큰돈이 든다는 점, 구경하던 어른들의 도망가라는 말 등으로 인하여 갈등하다가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 타듯 도망을 가게 된다. 이와 같은 해결 방식이 결국에는 수남이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그의 삶에 긍정적인지 아닌지 등에 관한 판단을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의 구안이 필요하다.

이 학습활동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수남이의 갈등 해결 방식을 평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를 평가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나 상황 설정이 없기 때문에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교과서 속 이 학습 활동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의 활성화 정도가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들의 비판과 평가가 필요한 활동일수록 학생들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안내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 보자. A교과서의 ‘국어’ ➄의 대단원 “1. 문학의 가치” 중 (1) 시와 성찰 단원에는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 수록되어 있다. 왼쪽의 사례는 이 단원의 학습활동(p.19)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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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1. ‘성찰적 사고력’ 관련 사례 「중학교 국어⑤」 A교과서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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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원의 학습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활동은 시의 내용 이해를 위한 활동이고, 두 번째 활동은 시를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보는 활동이다. 두 번째 활동이 인성교육 요소인 ‘성찰적 사고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학습활동 2-①은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다고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로 자신의 삶에서 시적 화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자신에게 그러한 경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성찰적 사고력’은 문학 작품 감상을 자기화하는 것으로서 작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객관화보다는 작품이 자신의 삶에서 갖는 주관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작품 속 상황의 유사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이 자기 삶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된다. 이 학습활동은 이와 같은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삶과 문학 작품 속 삶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성찰적 사고력의 향상과 관련된 학습 활동의 내용이 실제로 그와 같은 학생들의 성찰을 이끌 수 있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대다수의 교과서에서는 “작품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떠올려 보자.” “작품과 같은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 보자.”와 같은 유형화된 활동 지시로 학생들의 성찰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활동 과제만으로는 학생들이 이와 같은 학습 활동 과제를 해결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칠 것으로 기대되는지, 이와 같은 학습 활동을 통해 성찰적 사고력의 활성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형화된 질문과 열린 학습 활동만으로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하기보다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과 결합될 수 있는 학습활동의 구안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B교과서의 인문소양 교육 관련 내용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Ⅳ-2-2. 중학교 <국어> ‘문학’ 영역 B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주제 범주/인성 범주 분석 대상 인성 역량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교과서 단원 구성 요소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자아 빈도수 5 2
총 빈도수 5 2
타인 빈도수 1 1 1
총 빈도수 1 2
공동체 빈도수 5 3
총 빈도수 5 3
합계 11(61.%) 0(0.0%) 7(38.9%)
총 18개(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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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교과서에서는 총 18개의 관련 사항을 찾을 수 있었다. A교과서에 비해 적은 분량이다. 인성 교육 요소별로 보면, ‘도덕적 상상력’에 관한 내용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성찰적 사고력’에 관한 내용은 7개로 그 다음이었으며, ‘비판적 사고력’과 관련되는 내용은 없었다. 주제 범주의 조직자를 중심으로 볼 때, ‘자아’ 범주가 총 7개, ‘타인’ 범주가 총 3개, ‘공동체’ 범주가 총 8개였다. 이 교과서의 경우 ‘자아’ 범주 못지않게 ‘공동체’ 범주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과서에서 역시 ‘도덕적 상상력’은 이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통하여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국어’ ➀의 3단원에 실린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p. 133)은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담은 작품으로, ‘타인’을 주제로 한 ‘도덕적 상상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국어’ ②의 1단원에 실린 오승희의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pp. 15-23)를 통해서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갈등을, 정연철의 <쿵쿵>(pp. 26-27)을 통해서는 현대인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을 소재로 한 ‘공동체’ 주제의 도덕적 상상력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국어’ ②의 3단원에 실린 민예지・권지영・김태용의 시나리오 <달리는 차은>(pp. 137-160)은 다문화 가정 및 청소년 인권을 중심으로 하여 공동체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을, ‘국어’ ③의 6단원에 실린 신경림의 <나무 1>(p. 249), 강은교의 <숲>(p. 254)을 통해서는 고난을 극복하는 조화로운 삶의 태도, 공동체 정신으로 조화롭게 사는 삶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하여 ‘자아’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교과서 역시 ‘성찰적 사고력’은 주로 작품보다는 학습활동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교과서의 ‘국어’ ② 3단원에 실린 시나리오 <달리는 차은> (pp.164-165)은 필리핀인 새엄마를 맞이하여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된 차은이네 가족의 가족 간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이 교과서에서는 가족에 대한 공익 광고와 이 작품을 연관지어 학생들에게 “이 광고의 갈등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 보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자.”라는 활동을 제시하였다. 이 활동 직전에는 광고의 문제 상황과 수록 작품을 비교해 보는 활동을 하도록 하여 작품 읽기와 자기 경험 떠올리기 간의 연관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 활동은 단순히 ‘유사한 경험을 떠올려보자’는 열린 질문으로 구성되지 않고 교과서의 2면을 할애하여 학생들이 생각의 과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자신의 경험을 ‘원인-진행-결과’로 구분하여 기술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상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분석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성교육 요소와 관련된 내용이 A교과서는 총 36개, B교과서는 총 18개로 집계되었다. 이로 볼 때 교과서 종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제 범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자아/타인/공동체’에 A교과서는 16/8/14, B교과서는 7/3/8로 각각 집계되었다. 2종의 교과서 모두에서 대체로 타인 범주에 해당되는 인문소양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성 범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도덕적 상상력/비판적 사고력/성찰적 사고력’에 A교과서는 18/7/11, B교과서는 11/0/7로 각각 집계되었다. 2종의 교과서 모두에서 도덕적 상상력 범주의 내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비판적 사고력 범주의 내용이 가장 적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의 분석 내용을 보면, 제재에서는 인성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학습 활동으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역으로 제재에서는 인성 관련 내용이 없다고 해도 학습 활동에서는 이와 무관하게 인성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많았다.

3.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주지하듯,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는 총 11종 11권이 있다. 이 중 선택률 상위에 속하는 2종의 교과서를 임의로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이하에서는 이 두 교과서를 편의상 C와 D로 칭하고자 한다. 분석을 위하여 중학교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교과서의 내용을 ‘도입-본문-마무리’로 나누고 본문을 다시 ‘제재-학습활동-부가자료’로 나누어 국어과 인성교육 요소와의 관련성을 점검하고 그 빈도수를 계산하였다. 먼저 C교과서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Ⅳ-3-1. 고등학교 <문학> C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주제 범주/인성 범주 분석 대상 인성 역량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단원 구성 요소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자아 빈도수 8 19 1 1 17 1 5 10 2
총 빈도수 28 19 17
타인 빈도수 3 2 1 3 1 4 2
총 빈도수 6 3 7
공동체 빈도수 3 6 3 10 1 1 4 4 3
총 빈도수 9 15 11
합계 43(37.4%) 37(32.2%) 35(30.4%)
총 115 개(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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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교과서의 분석 결과, ‘도덕적 상상력’은 총 43개, 비판적 사고력은 총 37개, 성찰적 사고력은 35개로 ‘도덕적 상상력’의 비중이 가장 컸다. 주제 범주별로 볼 때 ‘도덕적 상상력’ 중 자아에 관한 내용이 28개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 9개, 타인에 관한 내용이 6개였다. 학습활동에서 ‘도덕적 상상력’과 관련된 내용의 비중도 높아서 자아 범주의 경우 19개, 타인 범주는 2개, 공동체 범주는 6개의 학습활동이 이와 관련된다. ‘비판적 사고력’의 경우 주로 학습활동을 중심으로 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제 범주별로 볼 때 자아에 관한 내용이 19개로 가장 많고,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 15개, 타인에 관한 내용이 3개로, 자아와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성찰적 사고력’ 역시 주로 학습활동을 중심으로 구현되며, 자아와 공동체에 관한 성찰적 사고력의 비중이 높고 타인에 대한 성찰적 사고력은 ‘비판적 사고력’보다는 높은 편이다.

먼저 ‘도덕적 상상력’과 관련된 학습활동 내용을 확인해 보자. [그림 Ⅳ-2]는 C교과서의 1단원 ‘문학의 소통과 향유’ 중 두 번째 소단원에 실린 학습활동(p.76)이다.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을 제목으로 한 이 소단원에는 임철우의 <사평역>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작품의 창작에 소설가의 시 작품에 대한 공감적 이해력과 소설적 상상력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 상상력’의 발휘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 속 화자나 인물, 서술자 등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고자 한 의미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고자 한 의미나 가치는 본 연구에서 주제 범주로 설정한 자아나 타인, 공동체 등과 관련될 수 있다. 이에 이르기 위해서는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근거로 하여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위 학습활동은 소설 속의 특정 표현이 어떤 인물의 어떤 심리를 드러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활동으로서, 학습자는 이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고자 한 의미나 가치에 대한 도덕적 공감에 이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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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2. ‘도덕적 상상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C교과서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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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학습 활동은 인물의 생각과 심리를 일차적으로 연결지어 보는 활동이다. 이 활동만으로 소설 속 인물의 심리나 상황, 인물의 행동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도덕적 상상력의 향상을 위한 공감적 이해에 이르는 과정을 안내할 수 있는 상세한 활동이 구안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비판적 사고력’과 관련되는 활동을 점검해 보자. [그림 Ⅳ-3]은 이 교과서의 ‘Ⅰ. 문학의 소통과 향유’ 단원의 2번째 단원인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에 실린 학습활동(p.56)이다. 이 단원의 제재는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생긴 슬픔을 절절히 그려낸 허난설헌의 가사 <규원가(閨怨歌)>이다. 학습활동에는 규방가사의 갈래적 특징을 기술한 글을 추가하여 읽도록 하고,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 규방가사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규원가>의 시적 화자의 태도가 어떤지를 비판하도록 하였다. 이 활동을 수행하려면 작품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를 이해하고 이를 당대 사회의 일반적인 양반 부녀자들의 생각과 비교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은 문학 작품 속 인물이나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학습자들이 판단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서, 시적 화자의 태도나 처지를 다면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도록 하는 활동이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주어진 자료를 읽고 당대 양반 부녀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창작한 규방 가사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주어진 제재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므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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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3. ‘비판적 사고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C교과서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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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적 화자의 태도를 ~의 관점에서/처지에서 비판해 보자.’는 활동은 수능 문항 등 시험 문항을 통해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작품을 읽고 비판적 사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은 다양한 유형으로 다면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는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학습 활동을 확인해 보자. [그림 Ⅳ-4]는 Ⅰ. 문학의 소통과 향유 단원의 2번째 단원인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p. 85)에 실린 작품이다. 이 단원의 제재는 성석제의 소설 <처삼촌 묘 벌초하기>로, 처가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이 처갓집 식구들의 전화 한 통에 처가의 선산을 벌초하면서 생기는 심리와 상황 변화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처삼촌 묘 벌초하기’라는 속담의 본래 의미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유사성과 차이가 주는 재미가 특징적이다. 이 단원에 실린 위 학습 활동은 속담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경험에 속담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 경험담 중 하나를 골라 한 편의 이야기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활동은 이 단원의 제재인 소설 작품의 창작에 영향을 끼친 발상을 학생들이 유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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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4. ‘성찰적 사고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C교과서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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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이 활동을 수행할 때는 주어진 속담의 내용과 유사한 자신의 경험을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이 소설의 발상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위의 학습 활동은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D교과서의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표 Ⅳ-3-2. 고등학교 <문학> D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주제 범주/인성 범주 분석 대상 인성 역량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교과서 단원 구성 요소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도입 본문 마 무 리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제재 학습활동 부가자료
자아 빈도수 11 20 1 8 7 8 3
총 빈도수 31 9 18
타인 빈도수 5 5 5 7 1
총 빈도수 5 5 13
공동체 빈도수 3 5 11 1 4 13 4
총 빈도수 8 12 21
합계 44(36.1%) 26(21.3%) 52(42.6%)
총 122 개(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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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교과서의 경우, ‘도덕적 상상력’은 총 44개, ‘비판적 사고력’은 총 26개, ‘성찰적 사고력’은 52개로 ‘성찰적 사고력’의 비중이 가장 컸다. 주제 범주별로 볼 때 ‘도덕적 상상력’ 중 자아에 관한 내용이 31개로 가장 많았고, 공동체 8개, 타인 5개였다. 이 중 ‘자아’에 관한 ‘도덕적 상상력’ 범주에는 단원의 제재, 즉 작품이 빈도수 11로 높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특징이 두드러진 이유는 교과서 단원의 도입이나 마무리에 ‘성찰적 사고력’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력’의 경우 26개로 그 수가 적은데 학습활동의 수로 보면 ‘도덕적 상상력’이나 ‘성찰적 사고력’에 비해 크게 적은 수는 아니다. ‘비판적 사고력’의 경우 복잡하고 심층적인 활동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도입’이나 ‘마무리’ 등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각 범주별로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도덕적 상상력’과 관련된 학습활동 내용을 확인해 보자.

[그림 Ⅳ-5]는 이 교과서의 6단원인 ‘문학과 공동체’ 단원의 (1) 공동체와 소통하는 문학 단원에 실린 공선옥의 수필 <순후와 질박함에 대하여>를 제재로 한 활동(p.404)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일상생활의 고단함과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로 찾아가며, 그 시골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로부터 위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현대 사회는 경쟁 사회로 너 나 할 것 없이 무엇을 얻으려고만 하는데 그러한 삶이 마치 고향을 잃어버린 삶과 같다는 것이다. 이 학습활동은 이 작품의 주제를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의 측면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활동으로서, 학습자들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작가가 제시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습활동 문항은 인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작품의 주제 차원으로 확대하여 이해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도덕적 상상력’의 활성화를 위한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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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5. ‘도덕적 상상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D교과서 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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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비판적 사고력과 관련된 학습활동을 확인해 보자. [그림 Ⅳ-6]은 D교과서의 5단원 ‘문학과 나의 삶’의 (1) 단원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에 실린 황순원의 <너와 나만의 시간>(p.350)이다. 이 작품은 전쟁 중에 부대로부터 뒤쳐진 3인의 군인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며 살기 위해 아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단편이다. 3인의 군인 중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었기에 그를 업고 눈 속을 헤쳐 먼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 갈등 상황에서의 선택이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게 된다. 이 단원에 실린 학습활동 중 위 학습활동에서는 김 일등병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행위에 대해 판단과 평가를 내리도록 하되, 학습자 스스로의 가치관에 비추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시적 화자나 소설 속 인물의 행위나 판단에 대해 다른 기준에서 평가해 보도록 하는 활동은 ‘비판적 사고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학습활동 유형에 해당한다. 학습자들이 작품의 내용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다른 시각에서 인물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평가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활동 역시 앞의 C교과서 활동과 마찬가지로 판단과 평가의 과정에 관한 자세한 안내가 없는 열린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학습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열린 질문을 어려워 할 가능성이 있으며, 교사의 교수 학습 방법에 따라 학습 활동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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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6. ‘비판적 사고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D교과서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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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교과서 내용을 확인해 보자.

[그림 Ⅳ-7]은 D교과서의 3단원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의 (5) 단원 ‘근・현대 문학 (2) - 광복 이후의 문학’에 실린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의 학습활동(p.272)이다. 시적 화자는 추운 겨울을 버틴 나무가 스스로 봄 나무가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가만히 서서 일생을 사는 나무에게서 생명력과 능동성을 읽어내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한 학습활동 중에 학생들이 자신이 경험하였거나 보고 들은 일 가운데 이 시 속의 나무와 같은 사례를 말하도록 한 위의 2-(3) 활동을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학습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성찰적 사고력은 작품의 감상을 작품에 대한 독해와 주제 찾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이를 자기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보는 과정에서 활성화된다. 위 학습 활동은 이와 같은 사고 과정을 거치도록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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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Ⅳ-7. ‘성찰적 사고력’ 관련 사례 「고등학교 문학」 D교과서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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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확인한 두 교과서의 특징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문소양과 인성교육 관련 학습 활동이 C교과서는 총 115개, D교과서는 총 122개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교과서 종별 편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제 범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자아/타인/공동체’에 C교과서는 64/16/35, D교과서는 58/23/41로 각각 집계되었다. 2종의 교과서 모두에서 대체로 자아 범주의 인문소양이 압도하는 가운데 타인 범주에 해당되는 인문소양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인성 범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도덕적 상상력/비판적 사고력/성찰적 사고력’에 C교과서는 43/37/35, D교과서는 44/26/52로 각각 집계되었다. 2종의 교과서에 공통된 경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문학 교과서의 제재는 인성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경우가 있으나 이것이 학습 활동으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역으로 제재에서는 인성 관련 내용이 없다고 해도 학습 활동에서는 이와 무관하게 인성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도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의 공통점이다.

Ⅴ. 논의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1차 조직자로서 자아, 타인, 공동체를, 2차 조직자로서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을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주요 요소로 설정하고 이를 교과서 분석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 요소는 문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실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목표이자 내용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석의 결과, 다음과 같은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경우 2종의 교과서 간에 편차가 매우 큰 데 반해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의 교과서 간 편차는 크지 않았다. 국어과 교육과정에는 인성 함양을 교육 내용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근거가 거의 제시되지 않기에, 인성교육의 내용이나 범위, 수준이 교과서 집필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교과서 집필자가 교과서 수록 제재를 선정하고 학습 활동의 방향을 결정할 때 인성교육의 방향을 고려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어 교과서의 집필에서는 목표이자 내용으로서의 성취기준의 실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인성교육 내용이 성취기준에 제시되지 않는 한, 그의 실현 여부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경우, 총 5~6개의 대단원 중 문학 관련 단원은 1~2 단원으로 그 수가 적고 수록 갈래와 작품, 학습활동 수가 매우 적어 인성교육 내용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의 경우 교과서의 모든 단원에서 주요 갈래를 비롯한 역사적 갈래들을 수록함에 따라 작품 수와 학습활동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인성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다양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교과서 수록 작품의 특성이 인성교육과의 관련성이 높다 하더라도 학습 활동에서 필수적으로 인성교육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반대로 수록 작품의 인성교육과의 관련성이 낮아도 학습 활동에서 인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즉, 수록 작품과 인성 관련 학습 활동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교과서 집필자들이 학습 활동을 구안할 때 인성교육에 대한 지향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가 인성교육의 실현에 주요한 변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모두에서 1차 조직자 중 ‘자아’ 범주의 인성교육 요소가 가장 많았고, 타인 범주에 해당되는 인성교육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먼저 교과서에 수록되는 갈래의 빈도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수록 갈래는 소설 작품보다는 시 작품이 주로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 서정 갈래인 시는 그 소재나 내용으로 볼 때 대체로 자아와 관련지을 수 있는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되고, 서사 갈래인 소설은 타인이나 공동체의 문제를 필수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교과서 수록 작품으로부터 비롯되는 인성교육 내용의 가능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교과서 집필자들이 문학 작품을 통한 인성교육에서 ‘자아’ 범주의 인성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관심이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에서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하는 인성교육의 수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언할 수 있겠다.

첫째, 국어과 교육과정의 문학 영역 교육과정에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내용을 여러 층위에서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성교육이 문학교육의 본질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교육과정 전반에서 인성을 다루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 등의 개념이 성취기준 층위에 포함되고,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점에서 인성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의 활성화를 강조할 수는 있다. 문학교육의 목표나 방향, 교수·학습 등의 층위에서도 ‘자아’, ‘타인’, ‘공동체’에 대한 공감과 비판, 깊이 있는 성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교육내용의 실현에서 교육과정의 구속력은 매우 크기에 교육과정의 여러 층위에서 인성교육 요소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조가 문학교육의 특성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인성교육과 문학교육을 조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인문학의 중핵을 이루는 문학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학습 활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조치들이 필요하다. 문학을 이루는 내용, 형식, 표현이라는 구성 요소 중 인성은 주로 내용과 관련되는바, 형식이나 표현을 다루는 성취 기준에 의해 구성된 단원에서도 내용 요소는 배제될 수 없다. 문학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성취기준에 제시된 지식이나 기능적 요소의 습득을 넘어, 궁극적으로 화자의 정서나 인물의 심리적 갈등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학습활동에 문학의 본질적 성격을 고려한 깊이 있는 탐구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과서 분석 결과에서 추론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교과서 집필자의 관심에 따라 인성교육의 내용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과서 집필자들이 인성교육의 실현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국어과 교과서 집필 기준’ 등에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자아, 타인, 공동체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제재를 선정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의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깊이 있는 학습활동을 포함하도록 강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향후의 연구에서 교과서의 학습 활동에 인성 함양 원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교과서 분석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는바, 국어과의 인성교육 요소 중 비판적 사고력이나 성찰적 사고력과 관련된 학습 활동은 대부분의 교과서에 유사한 발문으로 정형화되어 있었다. 정형화된 발문은 학습자들에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고, 형식적으로만 학습활동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활동에는 학습자들이 비판적 사고력이나 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과정에 대한 창의적인 안내가 포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의 개발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문학교육 연구 공동체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학생들이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면서 비판적・성찰적 사고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학습 활동과 학습 과제 역시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교사와 연구자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국어 및 문학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과 그 학습 활동에서는 인성교육 활성화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것은 인성교육이라는 뚜렷한 지향을 애써 고려하지 않더라도 문학 작품의 본질상 인성 관련 학습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에 대한 전망을 더욱 뚜렷이 드러낸다면,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은 훨씬 더 내실을 기하고 외연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교실에서는 교육의 소재인 문학 작품이 갖는 역할이 핵심적이다. 따라서 문학 교실에서 학습자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학습 활동을 다양하고 심도 깊게 수행한다면, 인성교육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인성교육의 원리와 방향을 구안하는 논의들이 활발하게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문학교육에서는 추상적 인성 담론을 전달하거나 배워야 할 교훈으로 문학 작품을 수용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인간의 형상화라는 문학의 특장을 굳게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본 연구가 그 중의 하나로서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Notes

1) 본 논문은 필자들이 참여한 2016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인문소양 강화를 통한 인성교육 방안 : 중등 국어과·역사과·도덕과를 중심으로」에서 수행했던 국어과 연구 내용의 일부를 보완·재구성한 것 임을 밝힌다.

2) 국어과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에서 인성교육 내용을 포함한 성취기준을 추가하였다.

3) 이 세 범주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이전 시기부터 지속적인 성취기준으로 상정되어 왔으나, 특히 2015 고등학교 문학 과목에서 제시된 다음 성취기준에 의해서도 이러한 조직자의 구도는 더욱 정당화될 수 있다. [12문학04-01] 문학을 통하여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상호 소통하는 태도를 지닌다.

4) 2004년에 배포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출제 매뉴얼에 따르면, 행동 영역 의 평가 기준은 어휘 어법, 사실적 사고, 추론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로 범주화된다(한국교 육과정평가원, 2004, pp. 7-10). 수능이 출범할 시기에 설정된 이러한 범주는 이후에 추론적 사고가 추 리 상상적 사고로 바뀌는 등 약간씩의 변개가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도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지 속되고 있다.

5) 이하 교과서 분석에서 교과서 본문 인용은 출판사별로 A, B의 영문자를 부여하여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분석 대상 교과서명은 참고문헌에 저자 명 등의 서지 정보 외에 영문자 기호를 추가하여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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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정창우(2015). 인성교육의 이해와 실천. 경기: 교육과학사..

21.

정창우, 윤영돈, 이은규, 전순규, 최남헌, 한보라, 김하연(2016). 고등학교 인문학적 감성과 도덕적 상상력. 인천광역시교육감 인정 고교-31-210-04-15. 서울 : 미래엔..

22.

진선희(2015). 국어 교육과 문학 교육 : 아동문학과 인성교육의 방향. 청람어문교육, 55, 89-117.

23.

최지현(2013). 창의・인성 교육의 의제 설정이 문학교육에 던지는 질문. 국어교육, 140, 53-71..

24.

최홍원(2012). 성찰적 사고와 문학교육론. 경기: 지식산업사..

25.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04).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 언어영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료 CAT 2004-22-2..

26.

황덕기(2009), 시 독서교육의 인성 교정 효과에 관한 실험적 연구. 한국범죄학, 3(2), 145-172..

27.

[분석 대상 교과서 목록].

28.

권영민, 방민호, 박현수, 황재문, 정우상, 조성임, 백남오, 신용하, 김갑식, 김동기, 박찬영, 장운봉(2014). 고등학교 문학. 서울: 지학사. [교과서D]..

29.

노미숙, 주진택, 안수진, 김대경, 박형라, 김경란, 김호태, 신해연, 홍현선, 소정섭, 장인순, 최영미, 류신형, 허미선, 장선영, 김선주(2014). 중학교 국어 ①∼⑥. 서울: 천재교육. [교과서A]..

30.

김태철, 김은형, 김진수, 박안수, 임영환, 강양희, 강윤순, 강효정, 김선희, 김지령, 김지선, 김지은, 김태희, 류문숙, 박상희, 박수진, 박채형, 박현숙, 심대현, 유동걸, 이지은, 이진희, 이헌욱, 임정아, 정대승, 정해은, 제갈현소(2013). 중학교 국어 ①∼⑥. 서울: 비상교육. [교과서B]..

31.

정재찬, 유성호, 김외곤, 류수열, 조형주, 박현선(2014). 고등학교 문학. 서울: 천재교과서. [교과서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