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교육은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헌법 제31조 제1항에 명시하고 있으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경우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교육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문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러나 현장에는 일반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특수교육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교육사각지대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존재한다(김동일 외, 2022). 교육사각지대에 속한 학생들은 일반학급에 속해 있지만, 학업과 학교 적응에서 교육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유인화 외, 2020). 특히 인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 학생은 대표적인 교육사각지대 학생으로서 전체 인구의 약 13% 정도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서해정, 박현숙, 이혜수, 2019).
경계선 지능 학생이란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평균을 중심으로 –1과 –2 표준편차 사이의 지능점수에 해당하는 IQ 71 이상 84 이하를 의미한다(APA, 2000). 이들은 초기 언어발달이 느리고, 개념적 사고, 논리적 사고, 추상적 사고가 어려워 주의집중, 기억에 결함을 보이며 전반적인 발달에 있어 지체를 보인다(Shaw, 2010). 경계선 지능 학생은 취학 후 학업에 어려움을 보이게 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학생과의 학력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어 학업 적응에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김근하, 김동일, 2007). 또한, 학업적인 부진은 정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저조한 지적 능력으로 인한 누적된 미성취 경험은 우울이나 불안 등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져 이차적인 문제를 안게 되기도 한다(강옥려, 2016).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경계선 지능 학생이 지능지수뿐만 아니라 다른 변인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의는 명확하나, 나머지 특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면서 공식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어 임상 및 교육 현장에 많은 혼선을 주고 있다(Wieland & Zitman, 2016).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와 지능 이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계선 지능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느린학습자 지원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동법 제28조(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에서는 학습부진아, 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한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기초학력을 보장하고자 하였다. 또한, 2022년 3월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을 통해 교육부 이하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 단위로도 자체적 조례를 제정하여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2016년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천천히 배우는 학생 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실태조사, 교육계획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고, 2020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0 서울 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기반하여 서울학습도움센터에서 학습이 느린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경계선 지능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및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능검사에 대한 부담, 부모들의 경계선 지능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우려 및 예민함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선별되지 못하고 있다(박숙자, 2016; 김고은, 김혜리, 2016). 하지만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경우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정확히 선별되어 이들에게 적절한 중재가 제공될 경우 많은 향상을 일궈낼 수 있기에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진단하는 적절한 방법과 절차가 제공되어야 한다.
선별과정은 조기에 효율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이후 일어날 부차적인 부진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준석, 조광순, 2004). 따라서 이들을 조기에 선별하고 최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 학생을 진단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검사도구에는 웩슬러 지능검사가 있다. 한국 웩슬러 아동 지능검사 4판(K-WISC-Ⅳ, 2011)에서는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선별을 목적으로 활용되기에는 시간과 비용 소요가 많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단축된 검사가 필요로 된다. 이에 지능검사의 소검사를 추출하여 구성된 단축형 검사를 실시하거나 경계선 지능 학생의 특성을 체크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개발된 바 있다. ACCENT(AChievement-Cognitive ability ENdorsement Tests)(김동일 외, 2004) 인지 영역 검사는 주의집중, 언어이해, 지각적 조직화 3부로 구성된 40분 단축형 검사로서 경계선 지능 학생의 인지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박현숙(2018)은 국내·외 관련 문헌을 통해 느린학습자 특성을 종합한 55문항의 경계선 지적기능 아동 선별을 위한 체크리스트의 개발 및 타당화를 실시하였다. 이 체크리스트는 ‘사회적 특성, 언어적 특성, 정서적/사회적 특성, 인지적 특성, 학업적 특성’ 5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 검사들은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고자 하고자 한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다수의 학생이 있는 학교 현장에서 선별을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선 지능이 의심되는 학생들은 학교 현장에 다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들에 대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김태은, 오상철, 우연경 외, 2018). 이에 김태은 등(2020)는 경계선 지능 학생의 현황과 지원 실태 분석을 위해 교실에서 일차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였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관찰될 수 있는 경계선 지능 학생의 특성들을 바탕으로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였으나, 김태은 등(2020)의 체크리스트는 어떤 학생을 경계선 지능 의심 학생으로 선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준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경계선 지능 학생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 표준화 및 교차 타당화 작업을 실시하여 규준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에 확인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신뢰도는 어떻게 되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둘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타당도를 확인하고자 한다. 셋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집단 구분점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탐색해보고자 한다.
II.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 활용한 조사도구는 ‘느린학습자 선별체크리스트’로 2020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초안이 개발되었고(김태은 외, 2020) 2021년 추가 연구를 거쳐 요인 및 문항이 수정·보완되었다. 느린학습자 선별체크리스트 개발의 목적은 느린학습자 현황과 지원 실태분석과 함께 맞춤형 교수학습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일차적으로 선별함에 있다. 체크리스트는 영역 및 구성요인 도출, 예비 문항 개발, 문항의 내용타당도 점검, 현장 활용 가능성 검토, 요인타당도와 신뢰도 분석의 절차로 개발되었다. 첫째, 선행연구 분석과 현장전문가의 수업과 학교생활에서 관찰되는 특성을 기반으로 126개의 영역과 882개의 특성을 수집하였다. 3차에 걸친 통합, 정련, 재분류 과정을 실시하여 문항 명세화 작업을 하였다. 둘째, 문항 명세화 작업으로 인지, 학습, 언어, 사회 및 정서 영역 총 47개의 예비문항이 개발되었다. 셋째, 교육심리, 특수교육, 측정평가의 전문가들을 통하여 2차에 걸친 내용타당도 검증을 수행을 통하여 30개의 문항이 선정되었다. 넷째, 현장 교사들이 응답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검증하기 위한 현장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다섯째, 인지, 언어, 학습, 사회 및 정서의 4개 영역, 총 29개 문항으로 예비연구를 실시한 결과, 인지, 학습, 사회 및 정서의 3개 영역, 6개 구성요인으로 구성됨을 확인하였다. 여섯째, 예비연구에서 발견된 공통성이 낮은 문항 삭제, 한 구인에 대한 추가 문항 개발 필요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언어, 기억력, 지각, 집중, 처리속도 5개 영역과 총 23문항으로 수정 보완된 체크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최종 문항은 아래의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표준화 작업의 대상은 전국의 초등학교 재학중인 학생이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약 2,000명 이상의 학생을 규준집단으로 설정하여 층화표집으로 실시하였다. 설문조사에 실시한 교사의 수는 총 743명이었으며 표집된 검사 대상 학생의 수는 9,715명이었다. 목표 수치인 2,000명을 초과하였으며, 각 지역별로 할당한 표집의 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여 응답자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실 응답자 수를 본래 목표로 한 지역별 표집 비율에 최대한 일치시키기 위하여 조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충청·강원권 중 세종 지역과 경상권 중 경북 지역의 표집을 조정하였으며, 무작위 샘플링 과정을 통해 무작위 표본을 포함한 경우와 포함하지 않은 나머지 데이터와의 편차가 가장 작은 표본을 최종 데이터에 포함하였다. 따라서 지역 권역별 최종 분석 대상자들의 학년별 표집인원은 아래의 <표 2>와 같다. 학년별로 보면 53~69명의 교사가 체크리스트에 응답(평균 61.5명)하였으며 학생 수 기준으로는 265~345명이었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표준화 작업은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하였다. 연구진이 구글설문지를 제작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협조를 통하여 각 학교로 공문에 조사 목적 및 참여 방법이 담긴 안내문과 설문 링크 및 QR코드를 배포하였다. 본 체크리스트는 교사의 관찰을 기반으로 교사가 평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교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학급에서 무작위로 5명의 학생을 평정하는데 5명 중 1명은 경계선지능 또는 경계선지능 의심학생을 포함하도록 하였으며, 약 한달간의 조사기간동안 응답하였다. 이때 교사는 담임교사가 체크리스트를 하는 시점까지의 학생의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체크리스트에 응답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체크리스트와 지능지수 간의 분석을 위하여 체크리스트에 참여한 경계선지능 학생 또는 경계선지능 의심학생 중 K-WISK-V의 지능검사의 지능지수를 활용하였다. 검사문항에 대한 응답 척도는 4점 척도로 ‘1=그렇지 않다’, ‘2=조금 그렇다’, ‘3=그렇다’, ‘4=매우 그렇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에 대한 분석은 SPSS, AMOS, Excel을 이용하여 기술통계, 신뢰도, 타당도 및 표준화작업을 위한 다양한 분석을 실시 하였다. 체크리스트의 문항의 양질의 값을 확인하기 위하여 문항내적일관성(Cronbach’s α)을 확인하여 신뢰도 검증, 구인타당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확인적 요인분석 실시, 성별과 학년별 차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변량분석과 t-검증을 분석하였다. 준거타당도를 분석하기 위하여 K-WISC-V의 점수 간의 상관분석을 하였으며, ROC 곡선 분석을 통하여 체크리스트의 진단적 효율성을 탐색하였다.
III. 연구결과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각 문항별 평균은 1.85~2.41점이며, 하위구인별로 언어 10.89점, 기억력 11.54점, 지각 6.96점, 집중 11.53점, 처리속도 7.06점, 체크리스트 전체 평균은 47.98이며, 4점 척도로 되어있어 최소 1점 최대 4점의 반응가능범위값을 보여준다. 자세한 수치는 <표 3>과 같다.
의심 집단의 평균은 63.23~70.52점, 중앙값 63~71, 왜도 -.482~-.192, 첨도 -.751~.508, 최소값 23~35점, 최대값 91~92점이다. 미의심 집단의 평균은 37.55~43.76점, 중앙값 33~43.5, 왜도 .370~.759, 첨도 -.908~-.111, 최소값 23점, 최대값 83~92점이다. 학년별 의심 집단과 미의심 집단에 대한 평균, 표준편차, 중앙값, 왜도, 첨도, 최소값, 최대값에 대한 자세한 수치는 <표 4>와 같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내적 일관성 계수인 Cronbach’s α값을 산출하여 내적일치도를 확인하였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전체 신뢰도계수는 .975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구인별 신뢰도계수는 .915~.957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신뢰도계수는 <표 5>에 제시하였다.
구분 | 검사 전체 | 언어 | 기억력 | 지각 | 집중 | 처리속도 |
---|---|---|---|---|---|---|
Cronbach’s α | .975 | .929 | .939 | .915 | .957 | .926 |
항목 수 | 23 | 5 | 6 | 4 | 5 | 3 |
본 연구에서는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구인타당도를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검증하였다.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 모형은 <그림 1>에,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는 <표 6>에 제시하였다.
체크리스트의 모형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모형적합도 지수를 확인하였다. 카이자승(χ2)의 값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형적합도지수지만 표본의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추가적으로 모형비교에 사용되는 NFI(Normed Fit Index), RFI(Relative Fit Index), CFI(Comparative Fit Index),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를 사용하여 모형적합도를 확인하였다. NFI, RFI, CFI 지수는 .9이상이면 우수한 모형으로 판정이 되고, RMSEA 지수는 .050~.080이면 우수하다고 판단하며 .10을 초과하면 적절하지 않은 모형지수라 할 수 있다. 느린학습자 선별체크리스트는 NFI, RFI, CFI 등 .924~.937로 .9 이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고, RMSEA는 .085로 .08을 초과하지만 나머지 적합도 지수가 우수하므로 종합적으로 모형이 데이터의 구조를 잘 적합시킨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를 구성하는 하위구인인 언어, 기억력, 지각, 집중, 처리속도와 각 구인의 문항들의 요인구조 모형이 대체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성별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t검증을 실시하였다. 언어(t=5.775, p<.001), 기억력(t=3.490, p<.001), 지각(t=4.091, p<.001), 집중(t=8.962, p<.001), 처리속도(t=5.448, p<.001), 전체(t=6.345, p<.001)의 평균이 성별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학년별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언어(F=3.270, p<.01), 기억력(F=3.270, p<.01), 지각(F=3.582, p<.01), 집중(F=9.295, p<.001), 처리속도(F=2.845, p<.05), 전체(F=4.530, p<.001)의 평균이 학년별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별로 경계선지능 의심 집단과 미의심 집단 간 차이 검증 결과는 <표 9>와 같다. 모든 학년에 걸쳐 체크리스트 평균값이 경계선 의심 집단에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집단간 차이는 유의수준 .0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준거타당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지능검사 K-WISC-V 지능검사 점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지능검사 타당화집단으로 지능검사의 지능점수 정보가 있고 체크리스트에 참여한 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 전체점수와 K-WISC-V의 FSIQ 점수 간의 상관은 -.396(p<.01)로 부적상관을 보여주고 있다. 체크리스트의 하위영역별 점수와 K-WISC-V의 FSIQ점수 간의 상관에서도 언어 -.287(p<.05), 기억력 -.349(p<.01), 지각 -.398 (p<.01), 집중 -.406(p<.01), 처리속도 -.337(p<.01)로 부적상관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전체점수 및 하위영역별 점수와 K-WISC-V의 FSIQ의 상관분석을 통하여 유의한 부적상관을 확인하여 준거 타당도가 확보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집중 대상 학년인 2학년부터 5학년 학생들의 백분위점수와 지능점수의 상관은 -.371(p<.01)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경계선 지능으로 선별되어야 할 집단을 구분하기 위하여 일반집단의 백분위 85%(체크리스트 원점수 총점 기준 상위 15%)를 경계선 지능 위험군, 75%(상위 25%)를 경계선 지능 탐색군, 74%(상위 26%)를 일반군의 구분점으로 설정하였다. <표 11>과 같이 경계선 지능 위험군은 일반집단 체크리스트 원점수로 1학년 64점, 2학년 62점, 3학년 59점, 4학년 60점, 5학년 56점, 6학년 60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년별 원점수는 경계선 지능 의심 집단의 체크리스트 백분위에서 1학년 29%, 2학년 36%, 3학년 36%, 4학년 29%, 5학년 24%, 6학년 37%로 나타났다. 경계선 지능 의심 집단 학생의 약 1/3 정도가 경계선 지능 위험군에 포함된다. 경계선 지능 탐색군은 백분위 75%(상위 25%)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측정의 표준오차 및 임상적 고려 등을 감안하여 좀 더 폭넓게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고자 할 때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백분위 | 1학년 | 2학년 | 3학년 | 4학년 | 5학년 | 6학년 |
---|---|---|---|---|---|---|
75% | 58 | 53 | 53 | 54 | 51 | 52 |
80% | 61 | 57 | 56 | 56 | 53 | 56 |
85% | 64 | 62 | 59 | 60 | 56 | 60 |
<표 12>는 66명의 지능검사 점수와 느린학습자 체크리스트의 점수를 대응한 표이다. 학년별로 지능검사 점수와 교사가 작성한 체크리스트 총점이 어느 정도로 대응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 2~4학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지능검사 점수 85(평균에서 –1 표준편차) 정도가 체크리스트 점수 약 60점 전후로 대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위에서 경계선 지능 위험군(백분위 85%)의 체크리스트 cut-off 점수로 설정한 60점 전후(학년별 56~64점 분포)와 대략적으로 상응하는 점수이다.
ROC(Receiver Operator Characteristic) 곡선 분석을 활용하여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진단적 효율성을 탐색하였다. ROC 곡선 분석은 진단과 증후군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사용된다. ROC 곡선 분석은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를 기준으로 모형을 평가하는데, 민감도와 특이도에 대한 이해는 조건 확률과 조건비율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ROC 곡선 분석에서 산출된 민감도와 특이도의 효과크기인 AUC(Area Under the Curve) 지표값을 살펴봄으로써 검사의 진단적 정확성을 분석할 수 있다. 지능지수 85점을 기준으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ROC 곡선 분석하였을 때, AUC 지표값은 .686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K-WISC-V의 지능지수가 있는 66명 중 S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 교육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경계선지능으로 판별된 학생 중에서 측정의 오차범위까지 고려하여 지능지수가 86점 이하인 ‘경계선지능 판정 집단’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지능지수와 체크리스트 점수 간의 회귀분석과 지능지수와 체크리스트 백분위 간의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다중상관계수 | 결정계수 | 회귀식 | |
---|---|---|---|
지능지수 - 체크리스트 점수 | .589 | .347 | y = -0.6318x + 113.43 R2 = 0.3659 |
지능지수 - 체크리스트 백분위 | .347 | .121 | y = -0.3361x + 113.06 R2 = 0.1369 |
경계선지능으로 판별된 30명의 학생에 대한 지능지수와 체크리스트 점수 간의 회귀분석에 따른 예측치에서 86점이 60.48점, 84점이 61.73점 정도로 봤을 때, 지능지수 85점이 체크리스트 점수 60점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지능지수와 체크리스트 백분위 간의 회귀분석에 따른 예측치에서 86점이 85.15, 84점이 85.80 백분위로 봤을 때, 지능지수 85점이 체크리스트 백분위 85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IV.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학습과 생활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인하고 규준을 마련하는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른 논의는 다음과 같다.
우선,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 각 문항별 평균은 약 1.85~2.41점, 하위구인별로 언어 10.89점, 기억력 11.54점, 지각 6.96점, 집중 11.53점, 처리속도 7.06점으로 나타났다. 노원경 외(2020)가 실시한 체크리스트 예비타당화 연구에서는 체크리스트 문항 수가 총 29개였으며 200명의 사례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는데 이 연구에서 각 문항별 평균은 2.26-3.58점으로 본 연구에 비해 다소 높은 값을 나타냈다. 이러한 차이는 대상 표집에 따른 차이로 본 연구에서는 경계선 지능, 경계선 지능 의심, 경계선 지능 미의심 학생을 포함하였으나 예비연구에서는 느린학습자로 진단 받았거나 의심이 되는 학생만을 표집하였기에 점수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신뢰도 계수는 .975로 매우 높았으며 하위 구인별의 신뢰도 계수 역시 .915-957로 높게 나타났다. 노원경 외(2020)의 연구에서 확인한 체크리스트 전체 신뢰도는 .934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문항 수가 적은 체크리스트의 신뢰도가 조금 더 높은 값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안정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는 언어, 기억, 지각, 집중, 처리속도 5가지 구인으로 구성되는데 이 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살펴보면 RMSEA는 .085이나 NFI, RFI, CFI 등이 .924~.937로 기준을 충족하였다. 즉,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구인과 각 구인의 문항 요인구조 모형은 대체로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를 통해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는 것 역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노원경 외(2020)의 체크리스트 예비타당화 연구에서는 다수의 선행연구를 분석하여 느린학습자 선별을 위한 구인을 인지, 학습, 언어, 사회 및 정서로 설정하였으나 예비조사를 통한 탐색적 요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인지, 학습, 사회 및 정서 3영역으로 구성됨을 확인하였다. 이에 여러 선행연구에서 주요한 구인으로 밝혀진 언어와 하위 구인인 집중 관련 문항 개발 및 보완이 필요함을 논의하였다. 이에 대한 추후 연구가 진행되어 개정된 체크리스트를 본 연구에서 사용하였으며 보다 개정된 모형이 보다 적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타당도는 변별타당도와 준거타당도로 나누어 확인하였다. 먼저 변별타당도의 경우 성별 차이, 학년별 차이, 경계선 지능 의심집단 및 미의심집단 차이를 t검증과 분산분석으로 확인하였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계선 지능 학생 중 남학생의 점수가 여학생의 점수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경계선 지능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많이 출현한다는 결과와 유사하다(박현숙, 2018; 정희정, 이재연, 2008). 그리고 학년에 따라 체크리스트 점수 차이가 확인되었는데 대체로 1-2학년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학업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았기에 언어, 기억, 지각, 집중, 처리속도 측면에서 서툴 가능성이 높기에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계선 의심집단과 미의심집단 점수의 차는 곧 의심집단의 점수가 미의심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는 것으로 본 체크리스트가 경계선 지능 여부를 잘 변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준거타당도의 경우,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전체점수 및 하위구인별 점수와 K-WISC-Ⅴ의 FSIQ의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확인하였으며 유의한 부적상관이 나타났다. 이는 체크리스트 점수가 높을수록 즉, 경계선 지능으로 의심될수록 지능지수는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곧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준거타당도가 확보됨을 뜻한다.
다섯째,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의 학년별 원점수를 기준으로 백분위수를 산출하여 학년별 집단 구분점을 결정하였다. 체크리스트 원점수가 부적편포를 이루었기 때문에 표준점수를 제시하지 않고 원점수와 백분위수를 이용하였다. 체크리스트 실시 결과는 학교 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계선 지능, 경계선 지능 의심 집단을 제외한 일반집단의 원점수와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경계선 지능 위험군, 경계선 지능 탐색군, 일반군 3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집단 구분점을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하여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와 지능검사 원점수의 대응, ROC 곡선 분석, 경계선 지능 심층 분석이라는 3단계를 거쳤으며 이를 통해 일반집단의 체크리스트 백분위수 85가 지능지수 85에 상응한다는 결과를 얻어 이를 경계선 지능 위험군 구분점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학교 현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나 소외되어 왔던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국을 단위로 2000명 이상의 학생을 표집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인하여 집단 구분점(규준)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생 66명의 지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느린학습자 체크리스트의 준거타당도와 집단구분점을 확인하였다. 66명의 지능검사결과 하위영역 중 처리속도와 체크리스트 하위영역 처리속도 간의 상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추가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의 확보한 후에 비교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개별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 부모의 동의 확보, 시간 및 장소 마련, 제한된 연구 시간 등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다량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추후 국가 수준에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를 실시하고 경계선 지능으로 선별된 학생의 점수와 지능검사 점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집단구분점(규준)의 타당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본 연구의 결과인 표준화된 느린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가 학교에 보급되고 사용된다면 우리나라 경계선 지능 학생의 실제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경계선 지능 학생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계선 지능 학생을 선별하고 전문적으로 진단하여 해당 학생에게 적절한 개별화교육을 제공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