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인한 직업세계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온라인 기반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AI 전문가, 빅데이터·통계분석 전문가 등의 직업을 희망하는 학생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교육부, 2022).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즉 신기술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전통적인 산업과 직업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새로운 직종이나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김명숙, 이미현, 2019; 김희중, 2017). 실제로 직업세계가 점차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유연한 일자리 구조와 일시적인 프로젝트 기반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단순히 진로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급변하는 직업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진로교육에서 진로적응력이 주목받고 있다.
진로적응력(career adaptability)은 ‘현재와 미래의 진로발달 과업, 직업 전환, 직업 관련 개인적인 트라우마 등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와 자원’을 의미하는 것으로(Savickas, 2005), 자신의 직업적 성격 및 관심사를 파악하고, 새로운 직업의 등장과 함께 업무 능력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자기개발을 추진하며,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초기에 성인의 직업전환과 관련된 연구로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진로적응력에 대한 국내 연구는 대부분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토대로 진학 및 취업 등 진로선택이 이뤄지는 시기로, 대학 및 직업생활에서의 진로적응을 돕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며, 중학생의 경우 진로선택을 위한 관심과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로 말미암아 진로 전환 및 적응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며, 중·고등학생 시기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진학을 결정함으로써 대학 입학 이후에 편입, 전과, 자퇴 등의 진로변경을 고려하거나, 자신의 전공과 관련 없는 공무원 시험 등의 취업을 준비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박성열 외, 2018). 특히,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진로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해 조성해야 할 여건과 환경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덧붙여, 진로적응력에 대한 많은 선행연구에 적용된 전통적인 통계 방법의 한계로 인해 진로적응력에 대한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대규모로 수집된 패널 자료에 포함되어 있는 풍부한 정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의 필요성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과 변화에 대한 양상을 다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수집된 한국아동·청소년패널 조사(Korean Children and Youth Panel Survey, KCYPS) 데이터를 활용하여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때 머신러닝 기법 중 다중공선성 문제에 강건한 장점으로 말미암아 패널 자료와 같이 모형에 투입되는 설명 변수의 수가 많고, 설명 변수 간 상관이 높은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랜덤 포레스트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구인 및 개별 문항 수준의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하며(박소영, 정혜원, 2022), 이를 통해 청소년기 진로적응력 발달을 위한 주요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II. 선행연구 고찰
적응(adaptation)은 개인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개인의 요구와 주위 환경 간 조화를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Allport, 1961). 따라서 적응력이 높다는 것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환경에 자신을 맞추며, 이와 동시에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환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조화진, 2005). 진로적응력은 적응력의 개념을 진로에 적용한 것이며, 그 개념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 도입 및 발전하였다.
진로발달이론에 등장하는 진로성숙도(career maturity) 용어가 ‘학교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직업 학교, 직업 결정을 위한 준비도’를 의미하므로(Super & Kidd, 1979), 진로 선택 이후 적응 단계를 맞닥뜨리는 성인에게 진로성숙도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안으로 Super와 Knasel(1981)에 의해 진로적응력(career adaptability)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Super와 Knasel(1981)은 진로적응력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 세계, 다양한 주변 환경 요구에 대처하는 준비도’로 정의하였다. Savickas(1997)는 진로적응력에 대해 ‘미래의 순조로운 직업전환을 위해서 예측 가능한 업무 역할에 대한 준비 및 수행, 그리고 직장 및 역할의 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까지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고, 각 개인이 새로운 환경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진로적응력을 성인부터 청소년, 아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즉, 학교에서 직업 세계로의 전환뿐 아니라 취업 이후에도 변화하는 직업 상황에 적용되는 것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후 Savickas(2005)는 진로적응력을 ‘현재와 미래의 진로발달 과업, 직업 전환, 직업 관련 개인적인 트라우마 등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와 자원’으로 재개념화하였다. 이는 곧 진로적응력이 현재 상황에서의 진로발달과 미래 직업전환에 대한 준비까지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진로적응력이 높은 경우 진로와 관련하여 급변하는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그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박은규, 이서정, 2018; Savickas & Porfeli, 2012).
Savickas와 Porfeli(2011)의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진로적응력을 측정하기 위해 Citites(1978)의 진로성숙도 척도를 진로구성주의 이론에 맞게 수정하여 진로성숙도 적응력 양식(Career Maturity Inventory: The Adaptability Form)을 개발하였고, 미국의 9∼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타당화하였다. 이어서 Savickas와 Porfeli(2012)의 연구는 관심(concern), 통제(control), 호기심(curiosity), 자신감(confidence)의 4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된 진로적응력 척도(Career Adapt-Ability Scale: CAAS)를 개발하여 13개 국가에서 개념의 구조를 점검하며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이때까지 국내에서는 진로적응력의 개념이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장 활발히 연구되어 왔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진로적응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조차 부재하였다. 이에 김국현과 김진숙(2021)은 Savickas와 Porfeli(2011)의 진로성숙도 적응력 양식을 활용하여 한국어로 번안한 후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을 측정하였다. 이때 진로적응력 척도는 진로에 대한 관심, 진로에 대한 호기심, 진로에 대한 자신감의 세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본 연구에서도 이 척도가 활용되었다. 국내에서 career adaptability에 대해 ‘진로적응력’, ‘진로적응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진로적응력’으로 통일하여 사용하였다.
진로적응력은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 역량이므로 각 국가의 문화와 환경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유지연, 신효정, 2019; Savickas & Porfeli, 2012). 이를 고려하여 본 절에서는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살펴본 국내 선행연구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진로적응력과 관련하여 국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지 않아 대학생 대상의 연구까지 확대하였다. 또한 진로적응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이며, 각 개인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을 비롯하여 주위 환경 특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점(박은규, 이서정, 2018)을 고려하여,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관련 변수들을 크게 ‘학생 요인’, ‘환경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진로적응력 관련 선행연구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개인 요인은 긍정 정서, 그릿, 자아존중감, 자기주도학습 등의 학습 관련 변수이다.
긍정적인 정서는 많은 선행연구에서 진로적응력 발달에 차이를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내적, 외적으로 자원을 만들어 적응유연성과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심을 향상시키고 역경에 대처하게 만든다(Frederickson, 2001; Tugade & Frederickson, 2004). 이러한 영향은 진로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미예와 조남근(2015), 육정원과 김봉환(2021)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정서가 진로적응력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이예진(2010)은 동기체계이론 기반의 군집 유형별 진로적응력의 차이를 점검하였다. 그 결과, 긍정 확신형인 학생의 진로적응력이 가장 높았고, 정서 불안형인 학생의 진로적응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덧붙여, 한주원(2017)에서 우울은 근심, 실패감, 상실감, 무기력을 나타내는 부정적 정서상태(Beck, 1974)를 의미하며, 진로적응력의 모든 하위요소, 즉 진로관심, 진로통제, 진로호기심, 진로자신감에 모두 유의미하게 부적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하였다.
그릿은 개인적 성격 특성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열정과 인내(Duckworth et al., 2007)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함으로써 성취를 이끄는 능력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은이(2019)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목표에 대한 관심을 쉽게 변경하지 않고 유지해 나가는 특성을 나타내는 ‘흥미유지’,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특성을 나타내는 ‘노력지속’의 두 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며, 그릿의 하위요인 중 노력지속이 진로적응력에 정적 영향력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소유경과 양수진(2021), 정헌식과 이병임(2021)의 연구에서도 그릿이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아존중감은 진로적응력과 관련된 대표적인 개인 특성 변수로 알려져 있고, 학습 요인은 진로를 선택하거나 실현해나가는 각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먼저, 자아존중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자,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나타낸다(Rosenberg, 1965). 이는 진로 상황에서도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 된 박혜민(2022), 정지은과 정철영(2015), 조현재(2017)의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자아존중감이 진로적응력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진로적응력 수준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에 더불어, 진로개발 측면에서 구체적인 진로를 선택하기 전 단계의 진로탐색 행동이 충분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성이 요구된다(Jordaan, 1963). 이는 곧 자기주도 학습자의 주요 특성이기도 하며, 자기주도학습에는 유발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책임감도 포함된다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높을수록 지속적으로 진로개발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정지은, 정철영, 2015).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문승태 외(2012)의 연구에서는 학습의 자기주도성이 진로적응력에 정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지은과 정철영(2015)의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와 진로적응력 간 관계에서 자아존중감, 자기주도학습의 매개를 통한 간접 효과가 직접 효과보다 더 크게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동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아존중감과 진로개발에 필요한 학습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높은 진로적응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하였다.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을 크게 ‘가정 요인’, ‘학교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가정 요인’으로는 대표적으로 부모의 양육태도, 부모와의 관계, 가족건강성이 있다. 양육태도는 부모가 자녀 양육에 있어서 나타내는 태도 및 행동을 의미하며, 자녀의 정서, 행동 및 인지 발달 측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Becker, 1964). 강원덕과 안귀여루(2015) 연구에서는 고등학생이 지각한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아정체감과 정서지능을 매개로 진로준비, 진로태도성숙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였다. 일반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애경과 윤채영(2018)에서는 부모의 심리적 통제와 자녀의 진로적응력 간 유의미한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정은교와 안도희(2018) 연구에서는 부모의 양육방식을 구성하는 두 가지 하위요인 중에서 부모의 심리적 통제는 자녀의 진로적응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부모의 자율성 지지는 자녀의 진로적응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승태 외(2012)에서는 대학생의 인간관계가 학습의 자기주도성을 매개로 하여 진로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때 부모와의 관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고 간접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족건강성은 자신이 성장한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느끼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가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문제해결능력, 공통된 규칙과 가치관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어은주, 유영주, 1995). 따라서 가족건강성이 높을수록 자아존중감, 행복감이 높으며, 문제 상황에 직면할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조은경, 정혜정, 2009; Yun & Lee, 2007). 이러한 특성은 진로 상황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즉, 장다온과 강영배(2019)의 연구에서는 가족건강성과 진로적응력 간에 유의미한 정적 상관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어서 ‘학교 요인’으로는 학교생활 적응과 학교생활 만족도가 검토되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김정완(2018)의 연구에서는 학교생활 적응이 진로적응력에 유의미하게 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였다. 박성열 외(2022)에서는 대학생의 진로적응력을 중심으로 여러 변수 간의 관계성을 파악한 결과, 진로적응력이 학교생활 만족도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II.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집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KCYPS) 2018의 4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에 사용된 분석 대상, 측정 도구 및 분석 방법은 아래와 같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아동 및 청소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과 변화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함으로써 복합적인 변화양상을 다면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정책 수립 시 근거 제시를 목적으로 수행되고 있다(하형석 외, 2021). 먼저, 1기 패널조사에 해당하는 한국청소년패널조사(Korean Youth Panel Survey, KYPS) 2003은 2003년 기준 중학교 2학년, 2004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표본이 구축되었으며, 2008년에 종료되었다. 2기 패널조사인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Korean Children and Youth Panel Survey, KCYPS) 2010은 2010년 기준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표본을 구축하였고, 2016년까지 7년간 추적조사가 진행되었다. 또한 3기 패널조사에 해당하는 KCYPS 2018은 2018년 기준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2,607명, 중학교 1학년 2,590명을 대상으로 표본을 구축하여 조사를 시작하였다.
4차년도는 2018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이 각각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시기이다. 이 중에서 4차년도 조사에 참여한 초4 패널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원표본 대비 87.3%에 해당하는 2,275명이며, 4차년도 조사에 참여한 중1 패널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원표본 대비 87.5%에 해당하는 2,265명이다. 이 중에서 종속 변수인 진로적응력 측정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사례가 없었으므로 초4 패널의 2,275명과 중1 패널의 2,265명을 모두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초4 패널의 중학교 1학년 학생 중에서 50.3%는 남학생, 49.7%는 여학생, 중1 패널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중에서 53.7%는 남학생, 46.3%는 여학생으로 구성되었다.
구분 | 남학생 | 여학생 | 전체 | |
---|---|---|---|---|
중학생 | 학생 수 | 1,145 | 1,130 | 2,275 |
비율(%) | 50.3 | 49.7 | 100.0 | |
고등학생 | 학생 수 | 1,217 | 1,048 | 2,265 |
비율(%) | 53.7 | 46.3 | 100.0 |
본 연구에서 종속 변수는 진로적응력이다. 진로적응력은 KCYPS 2018의 4차년도 자료에 추가된 문항으로, Savickas와 Porfeli(2011)에 의해 개발된 진로성숙도 적응력 양식(Career Maturity Inventory: Adaptability Form)을 타당화한 김국현, 김진숙(2021)의 척도로 사용되었다. 진로적응력은 ‘진로 관심’, ‘진로 호기심’, ‘진로 자신감’의 3개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며, 각 문항은 모두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은 편이다, 3=그런 편이다, 4=매우 그렇다)로 측정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종합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분석 과정에서 진로적응력을 하위 요인별로 구분하지 않았다. 진로적응력에 해당하는 문항은 ‘나는 내 미래의 직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와 같이 모두 부정 문항이므로 해석의 용이성을 위해 13개 문항을 역코딩하였다. 따라서 점수가 높을수록 진로적응력 수준이 높음을 의미하며, 역코딩한 문항의 평균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료에서 신뢰도(Cronbach’s α)가 모두 0.930으로 높게 나타났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배경 변수, 개인발달, 발달환경에 대한 변수를 모두 포함하였으며, 총 108개의 설명 변수를 사용하였다. 설명 변수는 크게 학생, 가정 및 학교 요인으로 구분되며, 분석에 투입된 변수 목록은 <표 2>와 같다. 학생 요인은 배경 및 생활환경, 학습 관련 요인, 신체 및 심리적 특성, 비행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가정 요인은 크게 기본 배경, 부모와 자녀 간 관계의 2가지 영역, 학교 요인은 학교 특성, 학교생활의 2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때 성별, 도시규모, 월평균 가구소득, 활동별 연간 참여 횟수 등은 개별 문항을 그대로 분석에 활용하였으며, 이외 문항은 평균값을 활용하였다. 또한 설명 변수를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서 다음의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첫째, 개인 ID, 가구 ID, 학교코드, 코흐트 구분, 문자 입력된 개방형 문항 등 분석에 적절하지 않은 변수를 제외하였다. 둘째, 설명 변수에 존재하는 결측이 임의 결측이 아닌 경우 제외하였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 여부에 대한 문항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 스마트폰 의존도, 스마트폰 사용 목적별 빈도 문항에도 모두 결측으로 나타남에 따라 해당 변수들을 모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셋째, 학업성취 만족도, 진로 관련 대화 빈도 등과 같이 응답 범주에 ‘해당 없음’, ‘잘 모르겠음’이 포함된 경우 해당 응답을 결측치로 재코딩하였다. 넷째, 결과의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동별 참여만족도, 팬덤 활동 빈도 등과 같이 결측률이 20% 이상인 문항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외의 결측에 대해서는 분석 과정에서 연속형 변수에 대해 평균, 범주형 변수에 대해 최빈값으로 대체하여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R 프로그램의 mice 3.14.0 버전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인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를 활용하였다. 랜덤 포레스트는 다수의 부트스트랩(bootstrap) 표본을 생성하고, 각 표본에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 모형을 적용하여 나온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 방법(ensemble methods)이다(유진은, 2015). 이때 부트스트랩 표본 생성 시, 그리고 각 마디에서 데이터를 분할하는 설명 변수 선정 시 무선 표집으로 임의성(randomness)을 추가함으로써 각 표본에서 생성된 의사결정나무 간 유사성을 약화시키며, 이는 곧 의사결정나무의 수가 증가하더라도 최종 모형이 과적합하지 않고 예측오차를 감소시킴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한다(김나영, 손윤희, 2022; 유진은, 2015; Breiman, 2001).
랜덤 포레스트 분석을 위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7:3의 비율로 전체 자료를 훈련 자료(training data)와 검증 자료(test data)로 구분하였으며, 두 자료의 평균 제곱근 오차(root mean squared error, RMSE)를 비교함으로써 과적합 여부를 점검하였다. 또한 진로적응력을 종속 변수로, 전처리 과정을 거친 108개의 변수를 설명 변수로 설정하였다. 종속 변수가 연속형이므로 Breiman(2001)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의사결정나무의 각 마디에서 36개(전체 설명 변수의 수/3)의 설명 변수를 임의로 선택하며, 의사결정나무의 수는 500개로 설정하였다.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설명 변수를 선정하기 위해 중요도 지수(importance index)를 도출하였다. 이때 중요도 지수로는 순열 특성 중요도(permutation feature importance, PFI)를 활용하였으며(박소영, 정혜원, 2022), 이것은 특정 변수를 분석에서 제외했을 때 예측성과가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므로, 값이 클수록 특정 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PFI를 기준으로 전체 108개의 설명 변수 중 상위 12개의 변수를 선정하였고, 상위 12개 설명 변수의 응답에 따른 종속 변수의 예측값을 나타내는 부분 의존성 도표(partial dependence plot)를 제시하였다. 이상의 분석을 위해 파이썬(Python)을 사용하였다.
IV. 연구 결과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 4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탐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결과 해석에 앞서 모형의 과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 훈련 자료와 검증 자료의 예측력을 살펴보았다. <표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중학교 1학년 자료의 경우, 훈련 자료의 RMSE는 0.5078, 검증 자료의 RMSE는 0.5036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자료의 경우, 훈련 자료의 RMSE는 0.4852, 검증 자료의 RMSE는 0.4783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 모두 훈련 자료에 비해 검증 자료에서 RMSE가 작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과적합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의 초4 패널 4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탐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PFI를 기준으로 종속 변수인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 변수의 상대적 중요도를 [그림 1]에 제시하였으며, 해석의 용이성을 위해 중요도 지수와 설명 변수의 영역별 분류를 <표 4>에 제시하였다. 또한 주요 설명 변수로 도출된 12개의 변수와 진로적응력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의존성 도표를 부록에 제시하였다. 이때 가로축은 설명 변수의 척도, 세로축은 설명 변수의 변화에 따른 진로적응력의 예측값을 의미하며, 중요도 지수가 높은 설명 변수의 도표부터 차례로 제시하였다.
첫째, 중요도 지수 상위 12개 변수 안에 학생 관련 변수 9개, 가정 관련 변수 2개, 학교 관련 변수 1개가 도출되었다. 분석에 투입된 전체 설명 변수 중에서 ‘학업무기력’이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진로적응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그릿’, ‘협동심’, ‘주의집중’, ‘우울’, ‘학업열의’, ‘자아존중감’, ‘행복감’, ‘공격성’이 주요 변수로 도출되었다. 가정 관련 변수로는 ‘비일관성’, ‘자율성지지’, 학교 관련 변수로는 ‘교사관계’가 중요도 지수 상위 12위 안에 포함되었다. 도출된 12개의 변수 모두 4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영역별 평균 단위로 모형에 투입된 변수이다.
둘째, 학습 관련 요인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2개이며, ‘학업무기력’, ‘학업열의’ 변수이다. 학업무기력 변수는 강한 부정(1)일 때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문항응답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점차 감소하였다. 이와 반대로 학업열의 변수는 약한 긍정(3)에서 강한 긍정(4)으로 학생들의 인식이 향상됨에 따라 진로적응력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진로적응력과 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셋째, 신체 및 심리적 특성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7개로, ‘그릿’, ‘협동심’, ‘자아존중감’, ‘행복감’, 이외에 정서문제에 속하는 ‘주의집중’, ‘우울’, ‘공격성’이 포함되었다. 그릿, 협동심, 자아존중감, 행복감 변수는 긍정 문항으로, 진로적응력과 정적인 관계가 확인되었다. 특히, 그릿 변수는 긍정(3, 4) 응답한 경우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이외 협동심, 자아존중감, 행복감 변수에서는 강한 긍정(4)일 때 진로적응력이 증가하였다. 주의집중, 우울, 공격성 변수는 진로적응력과 부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울과 공격성 변수는 강한 부정(1)일 때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의집중 변수는 부정(1, 2) 응답한 경우에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넷째, 부모와 자녀 간 관계 영역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2개이며, ‘비일관성’, ‘자율성지지’가 포함되었다. 부정 문항인 비일관성 변수에 대해 강한 부정(1)으로 응답한 경우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진로적응력과 부적인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긍정 문항인 자율성지지 변수는 강한 긍정(4)일 때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학교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1개로, ‘교사관계’가 포함되었다. 교사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대해 학생이 강한 긍정(4)으로 인식하는 경우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진로적응력과 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의 중1 패널 4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탐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에서 중요도 지수로 사용한 PFI를 기준으로 전체 108개의 설명 변수 중에서 상위 12개의 변수를 [그림 2]에 제시하였으며, 해석의 용이성을 위해 중요도 지수와 설명 변수의 영역별 분류를 <표 5>에 제시하였다. 또한 주요 설명 변수로 도출된 12개의 변수와 진로적응력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의존성 도표를 부록에 제시하였다. 이때 가로축은 설명 변수의 척도, 세로축은 설명 변수의 변화에 따른 진로적응력의 예측값을 의미하며, 중요도 지수가 높은 설명 변수의 도표부터 차례로 제시하였다.
첫째, 중요도 지수 상위 12개 변수 안에 학생 관련 변수 9개, 학교 관련 변수 3개가 도출되었다. 즉, 가정 관련 변수는 상위 12개 변수 안에 포함되는 변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분석에 투입된 전체 설명 변수 중에서 ‘학업무기력’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진로적응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주의집중’, ‘그릿’, ‘우울’, ‘자아존중감’, ‘사회적위축’, ‘학업열의’, ‘연간참여횟수(진로직업 활동)’, ‘신체증상’이 주요 변수로 도출되었다. 학교 관련 변수 중에서는 ‘친구관계’, ‘교사관계’, ‘학교생활 만족도’가 포함되었다. 도출된 12개의 변수 중에서 ‘연간참여횟수(진로직업 활동)’, ‘학교생활 만족도’는 개별 문항 단위로 모형에 투입되었다.
둘째, 학습 관련 요인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2개로, ‘학업무기력’, ‘학업열의’ 변수이다. 학업무기력 변수는 부정(1, 2) 응답인 경우에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학업열의 변수는 약한 부정(2)에서 약한 긍정(3)으로 학생들의 인식이 향상됨에 따라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진로적응력과 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신체 및 심리적 특성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6개로, ‘그릿’, ‘자아존중감’, 이외에 정서문제에 속하는 ‘주의집중’, ‘우울’, ‘사회적위축’, ‘신체증상’이 포함되었다. 그릿과 자아존중감 변수는 긍정 문항이며, 진로적응력과 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릿 변수는 약한 부정(2)에서 약한 긍정(3)으로 향상됨에 따라 진로적응력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자아존중감 변수는 강한 긍정(4)인 경우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높게 나타났다. 주의집중, 우울, 사회적위축, 신체증상 변수는 진로적응력과 부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울, 사회적위축, 신체증상 변수는 강한 부정(1)일 때 진로적응력이 높았고, 주의집중 변수는 부정(1, 2) 응답한 경우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넷째, 배경 및 생활환경 영역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1개로, ‘연간참여횟수(진로직업 활동)’이다. 직업 체험, 진로 탐색 등 진로직업 관련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경우(1) 진로적응력이 매우 낮았으나, 참여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섯째, 학교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변수는 총 3개로, ‘친구관계’, ‘교사관계’, ‘학교생활 만족도’이다. 친구 및 교사와의 관계에 대해 강한 부정(1)인 경우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매우 낮았으나, 문항응답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진로적응력 예측값이 점차 증가하였다. 학교생활 만족도에 긍정(4, 5) 응답한 경우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생활 영역에 포함된 세 변수 모두 진로적응력과 정적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V.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의 4차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인 랜덤 포레스트를 활용하여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에 대해 탐색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주요 결과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공통적으로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생 요인 중에서 ‘학업무기력’, ‘학업열의’, ‘정서문제’, ‘자아존중감’, ‘그릿’, 학교 요인 중에서 ‘교사관계’로 나타났다. 먼저, 학업무기력은 학업 상황에서 무기력을 느끼는 현상이며, 학업 상황에서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 혹은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함으로써 정상적인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박병기 외, 2015). 본 연구에서는 학업무기력이 높을수록 진로적응력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무기력과 진로적응력 간 관계를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선행연구를 찾아볼 수 없었으나, 학업무기력을 느낄수록 진로를 결정할 확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한 연구 결과(박소영, 정혜원, 2020)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업무기력은 학업이나 진로 관련 상황에서 의욕과 활력을 낮추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며,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처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감과 동기를 저하시키므로 진로 관련 행동을 제한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진로적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학업무기력이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모두 학생의 진로적응력에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로 도출됨에 따라 학업무기력과 진로적응력 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에 덧붙여, 본 연구에서는 학업열의가 진로적응력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열의가 높은 학생의 경우 더욱 학업에 집중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과제 수행 및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게 되며, 이는 곧 불확실성이 큰 직업세계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 선택, 적극적인 대처 능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학습 관련 요인이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매우 중요하게 기능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정보와 자원을 수집 및 분석하는 진로탐색 과정도 곧 학습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대한 현실적 실현을 위해 학습을 통한 능력 함양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진로와 학업이 모두 중요한 과업임과 동시에 밀접하게 관련된 개념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가 높을수록 진로적응력에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예진(2010), 정미예와 조남근(2015), 육정원과 김봉환(2021)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긍정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은 에너지를 얻어 더욱 적극적인 진로 행동을 취해나갈 수 있는 반면,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느끼는 경우에는 반대의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이예진, 2010). 이와 같이 긍정, 혹은 부정의 정서는 진로 행동을 증대하거나, 혹은 반대로 제약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자아존중감이 진로적응력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박혜민(2022), 정지은과 정철영(2015), 조현재(2017)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보통 자아존중감이 높은 경우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신뢰를 가지며, 직면하게 되는 문제 상황에 긍정적인 자세로 대처한다고 알려져 있다(Coopersmith, 1967). 이러한 특성이 진로 상황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하위요인 중 하나가 진로에 대한 자신감이며, Savickas(2005), Savickas와 Porfeli(2012) 연구에서도 진로적응력을 구성하는 하위요인 중 하나로 자신감이 포함되었다. 자아존중감이 곧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개인 행동의 동기적인 역할을 하여 진로 변화, 새로운 진로선택 등의 진로 관련 상황에서 능동적인 대처를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이로써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 시 자아존중감 향상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할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그릿은 즉각적인 성취를 얻을 수 없더라도 목표에 집중을 유지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는 그릿이 높을수록 학생들의 진로적응력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그릿이 학생의 진로적응력을 정적으로 예측한다고 언급한 연구결과(소유경, 양수진, 2021; 정은이, 2019; 정헌식, 이병임, 2021)를 지지한다. 그릿이 높은 학생은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끈기를 발휘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높기 때문에 장래의 진로 준비를 위한 적응력을 발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교사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루의 일과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도움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경로일 뿐만 아니라 진로역량 개발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교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조언해줄 수 있고, 각종 진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교사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진로적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중학생의 경우 학생 요인 중에서 ‘협동심’, 가정 요인 중 ‘부모 양육태도’가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협동심이 중학생의 진로적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심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지원 및 조력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강인구, 2003). 초기 청소년기에는 주로 또래친구와의 관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필요한 기술과 규범을 습득하게 된다. 대부분의 직업 상황에서 팀워크가 필수적이며 협동심을 가진 사람들은 팀 내에서 일을 잘 조율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일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 협동학습 및 팀 프로젝트 등의 활동을 적극 장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태도가 중학생 자녀의 진로적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율성을 지지하는 양육태도가 자녀의 진로적응력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적응력과 부모의 양육태도 간 관계에 대해 살펴본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었으나, 이와 유사하게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임애경과 윤채영(2018), 정은교와 안도희(2018)의 연구에서 부정적인 양육태도가 자녀의 진로적응력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 측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ecker, 1964). 특히, 정서적, 신체적, 인지적 측면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청소년기의 자녀가 부모에 대해 비일관적이라고 인식할수록 자녀는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낄 수 있게 되며, 부모의 평가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수 있다. 이는 자녀의 진로적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일관적인 지침과 격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대화와 원활한 관계 유지를 통해 자녀의 관심사와 역량을 파악하고, 자녀가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율성 지지는 자녀의 시각과 관점을 수용하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며, 독립적인 문제해결을 장려하는 부모의 특성을 의미한다(김소현, 김아영, 2012). 이것은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기결정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므로, 자율성 지지를 받은 자녀는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따라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는 곧 진로적응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 요인 중 ‘진로직업 관련 활동 연간 참여 횟수’, 학교 요인 중에서는 ‘친구관계’, ‘학교생활 만족도’가 진로적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먼저, 학교 정규 수업시간 이외에 수행되는 다양한 청소년활동 중에서 직업 체험, 진로 탐색 등 진로직업 관련 활동에 참여한 횟수가 많을수록 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온 여러 진로직업 관련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입증한 것으로도 파악해볼 수 있다. 진로직업 관련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능력,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로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과 협력에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진로적응력에 필요한 사회인적 자원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로상담 및 진로직업 관련 활동을 통해 다양한 정보 및 직·간접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학교 차원의 폭넓은 지원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친구관계가 긍정적일 때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문승태 외(2012) 연구에서 친구와의 관계가 학습의 자기주도성을 매개로 진로적응력에 직·간접적으로 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중학생과 비교했을 때 고등학생의 경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더욱 많을 수 있는 시기로, 친구와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나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역량을 발견하고 진로선택 측면에서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을 때 진로적응력이 높게 나타났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와 진로적응력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보다 즐겁게 느끼고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로써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하여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자세를 갖게 되고, 진로선택 및 실행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학교의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진로 관련 정보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그에 따라 더욱 명확한 진로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진로적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중·고등학생의 진로적응력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학교급에서 청소년기의 시기별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진로역량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물리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정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초기 청소년의 진로개발 역량 형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부모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친구 및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진로적응력 발달과 관련이 있으므로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기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성이 발달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넷째, 협동학습 및 팀 프로젝트 등 타인과 함께 소통하며 과제를 수행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직업체험의 기회를 마련하며, 진로상담 및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청소년기에는 신체적·정신적·인지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감정적 불안과 충동성이 커질 수 있는 특성을 고려하여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도모하며, 일곱째, 시행착오와 여러 실패의 경험 속에서도 보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 것은 중요한 발달과업 중 하나로, 이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KCYPS 2018의 4차년도 자료를 사용하여 대부분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되어 온 진로적응력의 개념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 적용해봄으로써 급변하는 직업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나가기 위해 중등학교의 진로교육에서 중점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인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수집된 자료의 특성상 진로적응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4차년도 자료만 활용하여 횡단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패널 조사를 위해 수집된 한정된 문항들을 활용하여 측정하였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진로적응력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 가능한 역량임을 고려할 때 추후 후속연구를 통해 반복 측정된 자료를 활용하여 종단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로적응력의 발달 양상과 영향 요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기 학생들의 진로적응력 발달을 위해 필요한 교육적 개입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덧붙여, 고등학교의 경우 일반고, 특성화고, 특목고 등 학교 유형에 따라 설립 목적이 다르고 진로교육의 방향성과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후속 연구를 통해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진로적응력에 미치는 영향 요인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진로교육의 세부과제 보완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