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과 정보과학기술의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수학 역량을 중심으로 수학 내용 요소를 탐색하고 수학 교육과정에서 교과 내용을 재구조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전환, 기후환경 변화 및 학령인구 감소 등 미래 사회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초소양과 역량을 함양하여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확정하고 각론 교육과정을 개발 중이다(교육부, 2021).
수학과 차기 교육과정을 위해 이경화 외(2021), 김선희 외(2021)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학 교과 역량 교육의 체계화,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고등학교 과목 재구조화, 교육 내용의 변화 등에서 개선 방향을 제안하였다. 특히,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비전 아래 학생, 학부모, 교사, 범사회적 전문가 등 교육 주체의 참여 확대를 통한 대국민 1차 설문조사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의 기하 영역에서 증명 용어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이경화 외, 2021), 2차 설문조사에서 증명을 다루는 것에 대하여 약 83%가 찬성하였다(김선희 외, 2021). 우리나라 중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증명’을 삭제한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이후, 증명 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은 증명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인지하면서도 수학적 활동으로서 증명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증명 학습을 매우 어려워하며 증명 학습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나귀수, 2014),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증명’, ‘정의’, ‘명제’, ‘가정’, ‘결론’, ‘p→q’의 용어와 관련 학습 내용을 고등학교로 이동하고, 중학교에서는 도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비형식적 증명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형식적 증명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교육 시수와 내용이 매우 빈약한 편이고 학생들이 증명 방법을 충분히 탐색할 만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고 있다(김남희, 나귀수, 박경미, 이경화, 정영옥, 2017). 또한 고등학생의 증명에 대한 의미와 기능에 대한 인식의 폭이 매우 좁고 경험적 증명과 해설적 증명 유형에 의존하면서도 실제 증명 수행 능력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김미향, 신인선, 2019).
증명은 수학의 핵심적인 부분이며(Hanna, 2000; Hersh, 2009), 수학교육계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증명은 완성된 논리-연역 체계라는 수학의 고유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산물이다. 특히, 기하 증명에서 ‘결론이 타당하다’는 의미는 주어진 모든 것을 만족하는 도형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종희 외, 2017). 즉, 기하 증명은 주어진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 집합의 특수한 성질을 대표하는 대상을 조작하고, 주장을 사실로 명확하게 만드는 포괄적인(generic) 특성을 가진다(Balacheff, 1988). 기하 증명이 능숙한 학생은 논리적 추론을 하는 데 단순히 정의, 공리, 정리 등의 지식을 암기해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실과 개념의 의미를 이해하고 여러 가지 기본 원리를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한 추론 스키마를 충분하게 활용하는 것이다(Weber, 2001). 따라서 기하 영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학적 명제가 왜 참인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학생이 과정으로서의 증명을 알고 도구로서의 증명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McCrone & Martin, 2009/2015, p.233). 김선희 외(2018)는 국제학술대회와 국제학술지의 수학교육 논문 997편을 연구 주제별로 질적 분석한 결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와 관련해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로 추론과 증명, 정당화, 연역적 추론 연구가 있으며, 추론과 증명, 연역적 추론이 수학교육에서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외국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기하 영역에서는 ‘증명’을 명시적인 내용 요소로 자연스럽게 다루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연역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중국, 핀란드에서는 ‘명제’, ‘역’, ‘증명의 의미와 필요성’을 중학교 수학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로 삼고 있다(김선희 외, 2018; 김부미 외, 2019; 조상식 외, 2020). 특히, 일본은 중학교에서 정의, 증명, 역, 반례 등의 용어를 다루고 있으며, 기하 증명 교육을 통해 귀납 추론, 유추와 더불어 연역적 추론 능력을 동시에 기르도록 강조하고 있다(김부미, 김윤민, 2020). 영국에서는 수학적으로 추론하기를 수학적 역량으로 제시하면서 ‘기하에서 연역적으로 추론을 시작하기’, ‘증명이나 반례를 찾기’를 그 세부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조상식 외, 2020; 김선희 외, 2018). 호주 교육과정에서도 추론 능력의 세부 요소로 결론을 연역하고 정당화하는 것, 어떤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하는 것을 들고 있다(김부미 외, 2019). 이처럼, 증명은 여러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증명 지도의 의미와 필요성을 반영하면서도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증명 내용과 교수·학습 방안을 모색하여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증명 교육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Ⅱ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증명 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교육과정기별로 증명의 도입 시기 및 관련 용어를 분석하고자 한다. Ⅲ장에서는 우리나라와 학제, 교육과정 및 교육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2017년 개정 중학교 수학과 교육과정과 이에 따라 2021년 최초 출간된 중학교 수학 교과서의 증명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두 국가의 교육과정을 비교한 연구(박교식, 이승은, 김미환, 이수은, 2018; 이승은, 이정은, 박교식, 2018; 김부미, 김윤민, 2019; 김부미, 김선희, 2019; 김부미, 김윤민 2020)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2017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증명’ 내용 요소와 함께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1년 출간된 중학교 교과서에서 증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Ⅳ장에서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중학교 수학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증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계기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IB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져왔고, 현재 대구, 세종, 제주에서 IB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일본어 DP(Diploma Program)를 도입하여 200개 정도의 IB 인증교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 146개국 3700여 개 학교에서 1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수하고 있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 IB의 Middle Years Programme(MYP 중등 과정)에서 증명 교육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간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 일본, IB의 증명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다루어야 할 증명 내용과 증명을 교수·학습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우리나라의 기하 영역의 증명 교수·학습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의 증명 재도입 논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서 증명을 언제 도입했으며 관련하여 어떤 성취기준과 용어를 사용했는지, 교수·학습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요시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제1차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까지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증명 관련 용어를 분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기하 영역에서의 증명은 제1차 교육과정부터 2007 개정 교육과정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는데, 제1차 교육과정에는 중학교 3학년 과정에서 도형에 대한 이해와 활용과 관련하여 논증적인 기초 소양의 양성을 강조했으며, 고등학교 1학년에 공리와 정의, 정리, 증명을 다루었다(문교부, 1955a, 1955b).
중학교에 증명이 도입된 것은 제2차 교육과정으로, “합동이나 닮음의 개념을 명백히 하여, 도형의 기초적인 성질의 직관적인 고찰과 동시에 논증적으로 연구하여 합리화하고 구적의 능력을 기른다.”를 목표로 정의, 정리, 가설, 종결, 증명의 뜻과 방법을 다루었다(문교부, 1963a, p.35). 고등학교 1학년에는 “기하학의 체계의 구성을 이해하여 이것이 지식을 학문적으로 꾸리는 한 가지 전형임을 깨닫도록 한다.”를 목표로, 공리, 정의, 정리, 증명 및 명제를 학습 주제로 제시하였다(문교부, 1963b, p.43). 즉, 중학교 2학년에 증명과 정의를 가르치고 있으며, 명제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다루었다.
제3차 교육과정에는 제2차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에서 다룬 명제, 명제의 역이 중학교로 하향 이동되었다. 수학교육 현대화 운동의 영향을 받은 제3차 교육과정에는 중학교 2학년의 목표로 “명제의 뜻을 명확하게 하고, 논증의 필요성과 논증 방법을 이해하게 하여,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를 명시하고, 명제와 연역적 추론의 뜻을 내용 요소로 다루었으며, 용어와 기호로 명제, 역, 정의, 가정, 결론, 증명, 귀류법을 제시하였다(문교부, 1973, p.41). 이후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평면 기하를 통하여 공리의 뜻과 공리적 구성 및 공간도형의 기본 개념, 법칙을 이해시켜서, 논리적 사고 능력을 기른다.”를 목표로, 평면 기하의 공리적 구성을 다루면서 공리, 정의, 정리의 뜻과 결합, 합동, 평행선의 공리를 제시했는데(문교부, 1974, p.33), 상당한 수준의 엄밀한 기하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4차 교육과정에는 중학교 2학년 목표로 “논증의 필요성과 그 방법을 이해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동이나 닮음의 개념을 이용하여 도형의 성질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게 한다.”를 제시하면서, 지도 및 평가상의 유의점에서 도형의 성질을 지도할 때에는 합동조건이나 닮음 조건을 이용하여 논리적인 증명 과정에 중점을 두되,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무리하게 심화하지 않도록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였다(문교부, 1981a, p.34). 내용 요소로는 명제의 뜻, 연역적 추론의 뜻, 증명의 방법을 다루었으며, 용어와 기호에서 명제, 가정, 결론, 역, 정의, 귀류법을 언급하였다(문교부, 1981a). 이 시기에는 제3차 교육과정보다 다소 약화되어 고등학교에서 공리 등 엄밀한 기하 관련 내용 요소는 삭제되었다(문교부, 1981b).
제5차 교육과정에서도 중학교 2학년의 지도 및 평가상의 유의점에 “도형의 성질을 지도할 때에는 삼각형의 합동조건이나 닮음조건을 이용하여 증명 과정의 논리성에 중점을 두되,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무리하게 심화하지 않도록 한다.”를 명시하여 증명과 관련한 학습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관련하여 용어와 기호로는 명제, 가정, 결론, 역, 정의, 정리, 증명을 다루고 있다(문교부, 1987, p.45).
이후 제6차 교육과정, 제7차 교육과정,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증명을 다루는 시기, 단원, 용어와 기호는 제5차 교육과정과 거의 동일하다(교육부, 1992, 1997). 단,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수학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교수․학습에서 “귀납, 유추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게 하고, 이를 정당화하거나 증명”할 것을 강조하면서 정당화, 증명을 모두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교육인적자원부, 2007, p.19).
이처럼 우리나라 기하 영역에서의 증명 교육은 논리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2007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증명을 다루어왔으나,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증명’ 용어를 삭제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수학적 추론 능력 신장을 위해 ‘귀납, 유추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증명을 대체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또한 이러한 '정당화'는 실험에 의한 정당화, 증거에 의한 정당화, 논리적 연역법인 수학적 증명 등으로 다양하게 다룰 수 있으며 논리 형식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지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추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박경미 외, 2015).
이후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이러한 ‘정당화’가 교수 학습 과정에 드러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 사항’에 도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정당화의 형태로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 사례나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기, 유사성에 근거하여 추론하기, 연역적으로 논증하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교육부, 2020). <표 1>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기별 증명 교육이 도입된 시기와 성취기준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제1차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증명이 도입된 시기를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때 교육과정기별로 증명과 관련하여 사용된 용어의 도입 시기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용어와 기호(학습 요소)’는 제3차 교육과정부터 구분하여 제시되었기 때문에, 제1, 2차 교육과정기는 성취기준 등에 명시된 용어를 중심으로 표시하였다.
<표 2>에 제시된 바와 같이 ‘증명’은 제1차 교육과정에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제2차 교육과정부터 2007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중학교 2학년에서 다루다가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에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상향 이동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명제’는 제2차 교육과정에 처음 도입되어 제3차 교육과정부터는 중학교 2학년에서 다뤘으며,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에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상향 이동되었다. 대체로 ‘증명’과 관련하여 ‘명제’, ‘가정’, ‘결론’, ‘역’, ‘정의’, ‘정리’를 용어로 명시하여 다루었음을 알 수 있으며, 차기 교육과정에서 ‘증명’ 용어가 도입된다면 어떤 용어까지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교과서에서 다루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III. 일본의 기하 영역의 증명 교수·학습
일본은 글로벌 담론에 참여하면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해 2017년 3월 교육과정을 개정, 공포하였다. 새로운 학습지도요령2)에서는 학력의 3요소(① 지식·기능, ② 지식·기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판단력·표현력, ③ 주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동하여 배우는 태도)를 강조한다. 일본의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는 내용 영역과 내용 요소를 제시하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교육과정 문서에서 성취기준을 통해 수학 내용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지식·기능으로 표현되는 내용 요소와 내용 요소별 ‘사고력·판단력·표현력’으로 수학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 1]은 2017 개정 중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도형’ 영역의 증명에 대한 내용 요소와 내용 요소별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의 내용이다.
일본은 이전 교육과정부터 2017 개정 교육과정까지 중학교 2학년 ‘도형의 합동’ 내용 요소에서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 및 그 방법의 이해’와 용어로서 ‘증명’, ‘정의(定意)’, ‘역’을 다루기 시작하여, 중학교 3학년의 ‘원주각과 중심각’, ‘피타고라스 정리’ 내용 요소에서 형식적 증명을 다루고 있다(<표 3> 참조). 2017 개정에서 새롭게 추가한 내용은 ‘반례’ 용어로서, 일본은 중학교 증명 교육에서 명제가 항상 성립하는 경우 외에 하나의 반례를 통해 명제가 항상 성립한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식·기능의 내용 요소를 바탕으로 길러야 할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으로 제시한 내용을 살펴보면([그림 1] 참조), 도형의 합동, 원주각과 중심각, 피타고라스 정리 내용을 찾아내고 이를 구체적인 장면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증명에 대한 교육과정 문서의 내용 체계는 ‘정의(定意)’를 수학적 추론의 기초로 보고 있으며 추론은 ‘귀납과 유추를 통해 수학적 사실을 추측한 후 연역적으로 이끌어내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도록 지도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 및 방법’과 관련한 교육과정 해설서(문부과학성, 2017b)에서는 증명을 가정과 결론으로 이루어진 명제에서 항상 성립하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가정으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또한 증명은 자신을 확신시키고 타인을 설득하는 기능을 하므로, 학생이 추측한 사실이 항상 성립되는지를 의심하면서 증명을 통해 그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지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즉, 증명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이나 조작, 실험 등의 활동으로 어떤 성질이 성립하는 것을 귀납적으로 보이는 것과 모든 도형에 대해서 그 성질이 성립함을 조사할 수 없으므로 연역에 의한 증명을 하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증명의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하여 맞꼭지각의 성질, 평행선에 대한 성질과 조건, 합동인 도형에 대한 성질과 삼각형의 합동 조건 닮음 도형의 성질, 삼각형의 닮음 조건 등 이미 학습한 지식을 증명의 근거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분석법을 활용한 후 종합법을 사용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증명을 학년별로 지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학년에서는 작도와 조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2학년부터는 증명 읽기를 통해 증명의 근거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증명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성질을 찾아내도록 한다. 3학년에서는 증명 쓰기를 통해 논리적인 고찰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게 지도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은 내용 요소에서 정의, 증명, 역, 반례 등의 용어를 다루고,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 방법’의 구체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해설서에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증명을 엄밀하게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교육과정 문서의 중학교 2학년 내용 요소와 용어로 증명을 다루고 교육과정 해설서에 그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인정제도를 통해 출판된 교과서에서 사용한 ‘증명’ 용어 정의는 해설서에 제시한 것과 맥락은 상통하나 교과서마다 중학생의 수준에 적합하게 변형하여 정의한다. 일본은 교과서 검인정제도를 통해 2021년에 6종의 중학교 교과서를 출판하였는데, 각 교과서는 3개 학년이 모두 검인정 심의를 통과해야만 출판될 수 있다3). 증명은 중학교 2학년 수학 교과서 ‘도형의 합동’의 ‘삼각형의 합동조건’ 단원에서 ‘평행선의 성질’을 학습할 때 ‘어떤 사실이 성립하는 이유를 이미 옳다고 알고 있는 성질을 근거로 나타내는 것’(藤井 斉亮 외, 2021, p.105), ‘이미 옳다고 인정된 사실을 근거로 어떤 사실이 성립하는 것을 순서를 세워 말하는 것’(相馬 一彦 외, 2021, p.125)으로 정의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증명을 정의한 후, 교육과정에서 용어로 제시하지 않고 해설서에서 사용했던 ‘가정’, ‘결론’을 용어로 정의해 제시하고 있다. 가정과 결론은 ‘삼각형의 합동조건’을 학습할 때 ‘○○○이면 □□□이다’라는 형식의 문장에서 ‘~이면’의 앞 ○○○ 부분을 가정, ‘~이면’의 뒤 □□□ 부분을 결론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다음, 증명을 ‘가정에서 출발하여 이미 옳다고 알려진 사실을 근거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藤井 斉亮 외, 2021, p.117)과 같이 재정의하거나 ‘증명을 할 때는 결론이 성립하는 이유를 가정에서 출발하여 순서를 세워 말해야 한다’(相馬 一彦 외, 2021, p.126)와 같이 다시 한번 설명한다([그림 3] 참조).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I> 교과목에서 명제를 다루므로, 해설서에서 언급했던 ‘명제’를 중학교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증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관찰이나 종이접기 등의 조작, 작도, 실험 등의 활동을 통해 귀납적으로 사고한 후 연역적으로 증명하도록 ‘도형’ 영역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다만,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한 실생활 문제에서 값을 구할 때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증명 교육에서 GSP, GeoGebra와 같은 동적 기하 환경 등의 공학적 도구를 활용한 교과서는 많지 않았다. 또한, 교육과정 문서에서 제시한 증명 방법은 교과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중학교 2학년에서 증명을 도입한 후 증명 방법을 소단원으로 구성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도형의 성질에 대한 증명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근거가 되는 사실을 밝혀 도형의 성질을 증명해보자’(藤井 斉亮 외, 2021, p.118) 또는 ‘증명의 구조’라는 소절에서 가정과 결론을 말하고 가정으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낼 때 이용하는 수학적 사실을 생각하도록 한 후 빈칸 채우기, 2단 증명(2 column proof) 등으로 증명 순서를 이해하게 한 후 증명 쓰기를 다룬다([그림 5] 참조). 형식적 증명 쓰기는 분석법으로 학습한 후 종합법으로 정리하게 한 교과서도 있었다.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문제는 학문적 맥락 5)에서 빈칸 채우기, 가정과 결론을 구분한 후 증명하기, 가정과 결론을 구분한 후 증명에 이용한 수학적 사실을 찾거나 결론이 성립하는 이유를 쓰기 등의 유형으로 제시한다. 중학교 2학년과 3학년의 교과서 모두 증명 문제는 학문적 맥락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중학교 2학년에서는 증명의 의미와 방법을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생활 맥락7)에서 증명 문제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3학년 ‘원주각과 중심각’, ‘피타고라스 정리’에서는 구체적인 실생활 소재에서 증명을 활용하는 문제가 2학년보다 많았지만, 학문적 맥락의 증명 문제보다는 매우 적었다. 중학교 2학년에서는 합동인 삼각형의 성질을 활용하여 직접 구할 수 없는 실제 거리를 구하는 방법을 묻는 문제가, 중학교 3학년에서는 카메라 앵글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어가도록 하는 상황에서 원주각과 중심각의 성질과 그 증명을 활용하는 문제,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해 후지산의 높이를 조사하고 산이 보이는 범위를 구하는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다. 실생활 맥락의 증명 문제는 학습한 수학적 사실을 활용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그림 6] 참조). 증명 문제의 진술어는 ‘증명하시오’, ‘~이 성립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보조선을) 그려보시오’, ‘~의 이등분선(보조선)을 그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립하는지 알아보시오.’,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가정과 결론(또는 역)을 말하시오’, ‘증명을 완성하시오’, ‘~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두 삼각형을 생각하면 좋을까요?’ . ‘~이 성립하는지 조사하고 성립하지 않는 경우 반례를 드시오’ 등으로 다양하게 증명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IV. IB의 기하 영역의 증명 교수·학습
국제 공인 교육과정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과정인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과정인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로 구성된다([그림 7] 참조). 본 연구에서는 2014년 개정되어 2014년 9월 ~ 2015년 1월부터 적용된 MYP에서 기하 영역의 증명 교수 학습이 어떻게 제안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MYP의 수학과 교육과정은 1~5학년으로 설계되며, 3년간의 공통과정 이후는 기본 수학(standard mathematics)과 심화 수학(extended mathematics)의 두 수준으로 구분된다. 기본 수학은 모든 학생들이 MYP 수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본적인 수학 원리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화 수학은 기본 수학보다 폭넓고 심도 있는 주제와 기술을 다루며, 고등학교 HL(Higher Level) 과정과 같이 수학에 대한 추가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기초를 제공한다.
MYP의 수학 기술 평가틀(mathematics skills framework)은 크게 수, 대수, 기하와 삼각함수, 통계와 확률의 네 영역으로 나뉘는데, ‘기하와 삼각함수’ 영역에서 다루는 주제와 기술은 <표 4>와 같다(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2014, pp.28-29).
MYP는 탐구를 통한 교수 학습을 강조하는데, 이를 위해 개념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 탐구 명제(statements of inquiry)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개념 이해는 핵심 개념(key concept)과 관련 개념(related concept)으로 구분된다. 핵심 개념은 과목 내, 과목 간 모두에 적절한 빅 아이디어를 나타내는데, 이때 빅 아이디어란 주제 또는 시간상의 장소를 초월하여 그 중요성이 지속되는 원칙 또는 개념을 말한다. 이때 ‘기하와 삼각함수’ 영역이 관련된 핵심 개념은 미학, 변화, 모임, 창의성, 관점, 시간, 위치와 공간이며, ‘기하와 삼각함수’ 영역 내에서는 사용되는 핵심 개념은 변화, 동치성, 모델, 규칙성, 양, 표현, 공간과 체계이다. 학생들은 ‘논리는 측정과 관찰을 통해 우리가 발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도구이다.’와 같은 탐구 명제를 해결하면서 논리, 측정, 정당화와 같은 핵심 개념과 관련 개념을 학습하게 된다.
IB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용어를 정의하고 있는데, 본 연구의 주제와 관련된 논리, 정당화, 정당화하기, 증명, 증명하기, 입증하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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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logic) : 이 개념은 수학에서 수, 도형, 변수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데 사용되는 기본 도구이다. 논리는 지식이 구축되는 추론 과정을 구조화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결론의 참인지 평가하고 수학 학습을 다른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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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justification) : 결론을 뒷받침하고 규칙이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타당한 이유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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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하기(justify) : 해나 결론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이유나 증거를 제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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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proof) : 필요한 결과를 얻기 위해 형식적인 방법으로 일련의 논리적 단계 사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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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하기(prove) : 필요한 결과를 얻기 위해 형식적인 방식으로 일련의 논리적 단계를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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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하기(verify) : 결과를 검증하는 증거를 제시하기
한편, IB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목표를 성취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평가 준거를 제시하고 있다. 평가 준거는 MYP의 핵심적인 네 가지 목표인 ‘알기와 이해하기’, ‘규칙성 조사하기’, ‘의사소통하기’, ‘실생활 맥락에 수학 적용하기’에 따라 학년 별로 성취수준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때 각 학년에 사용된 주요 동사를 정리하면 <표 5>와 같다.
<표 5>에 제시된 바와 같이 ‘규칙성 조사하기’와 관련하여 1학년에는 입증하기(verify), 3학년까지는 입증하기와 정당화하기(justify), 5학년까지는 입증하기, 정당화하기와 더불어 증명하기(prove)가 평가 준거로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상세하게는 1학년에는 학생들이 규칙성이 다른 예들에서도 작동하는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3학년까지는 관계와 일반적인 규칙(rules)을 입증하고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하고, 5학년까지는 일반적인 규칙을 증명, 입증,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함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성취수준을 설정하여 평가하고 있다. 또한 ‘실생활 맥락에 수학 적용하기’에서도 5학년에 실생활 맥락에서 해가 의미가 있는지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IB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서 증명과 관련된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Oxford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한 MYP Mathematics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증명에 대한 내용이 처음 제시되는 부분은 MYP 3학년 ‘기하와 삼각함수’ 영역의 삼각형 단원이다. 여기서는 먼저 ‘정리’와 ‘증명’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는데, 이를 위해 공리, 공준, 명제, 증명, 정리, 추측, 논증도 함께 언급된다. 교과서에 제시된 설명은 다음과 같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a, p.53).
수학에서, 공리(axiom) 또는 공준(postulate)은 참으로 여겨지는 명제(statement)로, 증명(proof)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수학자 유클리드는 몇 개의 공리, 즉 “같은 것에 같은 것은 모두 서로 같다.”를 제시하였다. 이것은 보다 명백한 명제로, 많은 다른 수학적 원리의 기초를 형성한다. 정리(theorem)는 공리의 도움을 받아 증명된 명제이다. 정리는 증명이 되기 전까지는 추측(conjecture)으로 시작된다.
수학은 참인 명제를 기초로 새로운 명제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연역적 추론을 기반으로 한다. 증명은 수학자들이 지식을 구성하고 그것이 옳은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수학에서 증명(proof)은 사람들에게 무언가가 참임을 확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논리적인 일련의 논증(argument)이다. 법정에서와는 달리 ‘합리적인 의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증명의 모든 단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모든 경우에 대해 참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후, 활동 1에서 원 위의 점의 개수와 그 점을 연결한 선분에 의해 구분된 영역의 개수 사이의 관계를 식으로 나타내는 귀납 추론 후, 추측한 결과가 항상 참임을 보이기 위해 증명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그림 8] 참조, Oxford university press, 2018a, p.54). 이 활동에 이어 ‘정리’에 대한 설명이 교과서에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a, p.55).
이어서 1770년에 라그랑주가 제시한 ‘라그랑주의 네 개의 정사각형 정리(Lagrange Four-square theorem)’를 탐색하고 이를 만족하는 예를 찾고 정당화하는 활동을 한다. 이후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직각삼각형의 세 변 사이의 관계를 일반화하고, 모눈종이 위에서 한 직각삼각형의 세 변을 한 변으로 갖는 정사각형의 넓이로 이 공식을 정당화하는 활동을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대한 시각적 증명(visual proof)을 하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응용하여 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본다. 그리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여 좌표평면 위의 두 점 사이의 거리 공식을 유도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증명을 이등변삼각형의 성질로 도입한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학과 교육과정에 증명이 재도입된다면 중학교에서 어떤 내용 주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명에 대한 내용은 MYP 4-5학년의 ‘논리(logic)’ 단원에서 이어진다. 이 단원은 철학에서의 논리를 귀납적 추론, 연역적 추론, 가추법(abductive reasoning)으로 구분하고, 연역적 추론에 따라 기하적 사실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b, p.65).
수학에서의 논리는 엄밀한 논증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논리적 논증에는 전제(premise), 과정(process), 결론(conclusion)의 세 부분이 있다.
논리의 원칙은 만약 전체와 과정에 동의하면 결론에도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것이 논리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참으로 받아들이고 이후에 다른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연역적 추론이다. 연역적 추론은 이전에 알려졌거나 증명된 사실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만드는 과정이다.
MYP 4-5학년 교과서에서는 연역적 추론에 대한 설명을 한 뒤에 문제 상황을 탐구하면서 학생들이 연역적 추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예는 [그림 9]와 같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b, p.66). 이때 교과서에는 ‘보여라(show)’는 예나 도식을 통해 설명하는 것을 의미하고, ‘증명하시오(prove)’는 보다 엄밀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임을 명시하여 구분하고 있다.
이후 모순에 의한 증명을 언급하면서, 증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 부분에서 ‘모순’, ‘가설’, ‘가정’이라는 용어가 제시되지만, 그 의미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b, p.69).
이후, ‘~이면 ~이다. 따라서~’와 같은 논리적 사고 과정은 논리적 논증을 형성함을 설명하면서, 해석 기하의 관점에서 주어진 정리에 대한 증명을 하는 여러 활동을 제시한다. 이후 고전 기하의 관점에서의 본격적인 증명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등변 삼각형’의 성질에 대한 증명으로 시작하고 있다([그림 10] 참조, Oxford university press, 2018b, p.76).
MYP 4-5학년 교과서에서는 증명을 다루는 마지막 단원은 ‘정당화(justification)’이다. 이 단원의 도입부에서는 ‘명제를 입증하는 것(verify)은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명제를 정당화(justify)하는 것은 왜 그것이 참인지의 이유를 제시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난다는 것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입증할 수 있고, 비행기 날개 위와 아래의 기압 차이와 이것이 어떻게 양력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정당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차이를 설명하였다. 또한 정당화라는 용어는 ‘법원의 절차를 따른다.’는 12세기 프랑스어인 ‘justifier’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설명하면서, 법정에서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처럼 수학이나 논리에서도 명제가 참임을 보이기 위해 이유를 제시하는 것임을 학생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8b, pp. 492-493).
V. 우리나라의 증명 교육의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는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이후 ‘정당화’ 용어가 교육과정에 도입되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교수 학습상의 유의 사항에 제시되었을 뿐, 교과서에서 ‘정당화’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 않다. 그로 인해 중학교 기하 단원에서 학습하는 대부분이 정당화 활동임에도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당화 활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증명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교육과정 동안 ‘증명’이라는 용어를 교과서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를 배우고 자신이 보이고자 하는 바가 참임을 보이기 위해 어떤 논리적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는 수학 과목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수학은 기하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수학적 지식이 생성되어 온 역사에서 연역적 추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증명과 정당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재논의가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의 기하 영역에서 증명 도입에 대한 분석 결과, 증명은 제1차 교육과정에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도입되어 제2차 교육과정부터 2007 개정 교육과정까지 중학교 2학년 과정에서 다루어졌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중학교 기하 영역에서의 증명은 다양한 정당화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증명’ 용어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제시되나 기하와 직접 관련되기보다 논리적인 추론을 중심으로 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기하 영역의 증명 교육과 관련하여 도입된 용어는 ‘명제’, ‘가정’, ‘결론’, ‘역’, ‘정의’, ‘정리’이며, 초기에는 ‘공리’, ‘연역적 추론’, ‘귀류법’ 등도 사용되었다.
일본은 증명을 중학교 2학년 ‘도형’ 영역의 ‘도형의 합동’에서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 및 그 방법의 이해’와 용어로서 ‘증명’, ‘정의(定意)’, ‘역’, ‘반례’를 다루기 시작하여, 중학교 3학년의 ‘원주각과 중심각’,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형식적 증명을 다루고 있다. 증명 용어는 교과서마다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정의한 후, 교육과정에서 용어로 제시하지 않은 ‘가정’, ‘결론’을 용어를 제시하고 이를 사용해 다시 한번 증명 용어를 수학적으로 정의한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증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관찰이나 종이접기 등의 조작, 작도, 실험 등의 활동을 통해 귀납적으로 사고한 후 연역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 문서에서 제시한 증명 방법은 가정과 결론을 말하고 가정으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낼 때 이용하는 수학적 사실을 생각하여 빈칸 채우기, 2단 증명 등으로 증명 순서를 이해하게 한 후 형식적 증명을 쓸 수 있도록 다루고 있다.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문제는 학문적 맥락과 실생활 맥락을 모두 다루며, 증명을 쓰도록 하는 문제 외에도 증명할 때 사용하는 수학적 사실을 묻거나 보조선을 그리는 이유를 묻는 다양한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IB 교육과정에서 증명은 MYP 3학년의 ‘기하와 삼각함수’ 영역의 삼각형 단원에서 처음 제시되는데, 이때 교과서에서 ‘정리’, ‘공리’, ‘공준’, ‘명제’, ‘정리’, ‘추측’, ‘논증’, ‘증명’의 의미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후 MYP 4-5학년 ‘논리’ 단원에서 논리적 논증에는 ‘전제’, ‘과정’, ‘결론’의 세 부분이 있으며, 연역적 추론을 통해 수학적 사실이 만들어짐을 설명한다. 또한 ‘모순’, ‘가설’, ‘가정’, ‘~이면 ~이다.’와 같은 논리적 사고 과정을 제시하면서 이등변삼각형의 성질과 관련한 증명 활동을 제시한다. 이후 ‘정당화’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입증’과 ‘정당화’의 차이를 설명한다. IB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증명’을 지도할 때 그 의미와 과정, 역사적 의미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학생들의 증명의 필요성을 깨닫고 논리적 논증, 형식적 증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다루어야 할 증명 내용 및 교수·학습 방안에 대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개정 교육과정에서 ‘증명’ 용어를 정당화 활동의 의미를 살려 중학교 2학년에서 재도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학적 정당화는 이미 참이라고 알려진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주장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수학적 추론이 참임을 보이는 것이다(Lannin, Ellis & Elliot, 2011/2014). IB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의미하는 정당화 활동 역시 이러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따라서 증명하기는 정당화 활동의 한 방법으로서 다룰 수 있으며, 수학 명제에서 이미 옳다고 알려진 가정으로부터 참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만,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루는 가정, 결론 용어를 고려하여 중학교에서는 증명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의미만을 이해하도록 다룬다면,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에서 기하를 주제로 형식적인 증명 구조를 다룰 필요가 있다. 증명의 구조와 방법을 학습하는 것은 증명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수학적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고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추론 역량을 신장하는 데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NCTM(2000)에서도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생들은 수학적 증명을 배워 연역적 결론을 내릴 수 있고 그러한 논증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증명을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방법과 관련하여 증명에 대한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할 때, ‘가정’, ‘결론’ 용어를 중학교 증명의 정의에서 다룰 것인지, ‘가정’과 ‘결론’을 용어로 다루지는 않되 교수·학습 상황에서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가정’과 ‘결론’을 용어로 다룬다면 ‘명제’ 용어도 중학교에서 다룰 것인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 2022 개정을 앞둔 시점에서 수학교사, 수학교육 및 수학 계열 전공 연구자 등 관련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증명의 필요성과 그 의미가 잘 나타나도록 교육과정 문서에 기술할 필요가 있다. 증명 교육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교육과정에 명시할 때 교과서가 다양한 예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증명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 체제에 성취기준 해설 등이 신설되므로(김선희, 2022, p.17), 일본이 교육과정 해설서에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 방법’을 명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증명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안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eoGebra, GSP와 같은 동적 기하 환경이나 Algeomath와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기하적 사실을 추측하는 경험적 정당화로부터 발견한 사실이 항상 참임을 보이기 위한 연역적 정당화로 지도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Mariotti(2019), Miyazaki, Fujita, 그리고 Jones(2019)에 의하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증명 교육은 경험적 정당화로부터 연역적 정당화로의 이행 노력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므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증명의 필요성과 의미를 학습할 수 있다. 다만, 교사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수업에서 연역적 정당화를 지도할 때 공학적 도구의 한계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서 과제 개발 시 주의점 등으로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셋째, 교과서 집필 시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활동은 개연적 추론으로부터 연역적 추론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고 학생들이 증명 과정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형식적 증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접하는 수학적 증명과 이를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증명에 대한 이해, 증명 활동의 참여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Thompson, Senk, & Johnson, 2012; Otten, Males, Gilbertson, 2014; Stylianides 외, 2017).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활동과 그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정당화 활동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에서 성립하는 것을 설명하거나 말하라는 진술어 외에 일본이나 IB 교과서의 증명 문제의 진술어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증명하시오’ 외에도 추측하고 생각해 보거나, 보조선을 긋거나, 어떤 수학적 사실을 근거로 결론을 이끌어내거나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지 등 증명 방법이나 사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어를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의 수준에 따라 증명 과정과 연역적 추론을 어떻게 연결하여 증명을 다룰 것인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최선의 방안을 찾아 새롭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증명의 각 단계를 상자 그림에 넣고 이들의 관계를 실선으로 나타내 보면서 전제와 결론 간의 구조적 관계 및 연결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기하적 증명의 논리 구조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룬 후 연역적 증명을 다룰 수 있다(Fujita, Jones, & Miyazaki, 2011; Miyazaki, Fujita, & Jones, 2019). 도형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한 증명 외에도 증명 읽기를 통한 오류 교정, 자신의 증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증명을 사용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등과 같은 증명을 활용하는 활동도 교과서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넷째, 교육과정의 용어와 기호 관련하여 필수 용어만을 교육과정에 제시하고 관련 용어와 기호의 사용 여부는 교과서 개발자, 교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정상화법 등을 시행하고 있어 용어와 기호(학습 요소)를 교육과정 문서에 명시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행 학습을 제한하고 학교 수업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학습 요소를 교육과정 문서에 나열하기보다는 핵심 용어와 기호만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교과서 검인정제도를 통해 수학 교과서의 내용 오류, 과도하거나 부족한 용어와 기호의 사용, 용어와 기호의 오류, 학생의 수준에 적합한 용어와 기호의 제시 등을 심의해 출판 허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같이 ‘증명’과 같이 필수 용어만을 교육과정 문서에 제시하고, ‘가정’, ‘결론’ 용어와 ‘증명’의 정의 등은 교과서 개발자가 작성하도록 한다면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수준의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다. 나아가 학습 요소를 모두 학습해야 한다는 학생의 학습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자신들의 교육 환경과 학생의 수준과 요구에 적합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어 의미 충실한 증명 학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